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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림 "강원랜드에서 700억 잃은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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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윤상림 "강원랜드에서 700억 잃은 사람도 있다"

윤상림 무려 22개 사건으로 기소…윤 씨, 모두 부인

'마당발 브로커' 윤상림 씨(54). 그에게 부여된 사건번호만 22개에 이른다. 그가 받고 있는 혐의는 대부분 협박으로 돈을 뜯어내거나, 돈을 빌렸다가 안 갚았거나, 청탁 명목으로 활동비를 챙겼거나, 공사 수주·아파트 분양 등을 미끼로 금품을 챙긴 사기, 알선수재, 공갈협박 등이 대부분이다.

윤 씨는 그러나 22개의 사건 전부에 대해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오히려 "검찰이 교묘하게 말을 맞춰놨다"고 화를 내는가하면 "검찰에서 진술한 사람들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311호 법정에서 그가 한 진술을 들어보면 그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다.

***■"이해찬 총리가 선물도 했다":** 윤 씨는 로또복권 사업자인 남기태 KLS 대표에게 "정치를 하려고 사무실을 열었으니 대형 PDP TV와 책상을 사달라"고 요구했다가, 남 대표가 이를 거절하자 "의리를 배신했다. 동생들을 시켜 아킬레스건을 끊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소장에는 남 대표가 윤 씨의 협박에 경호원까지 채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검찰이 이와 같은 공소사실을 추궁하자 윤 씨는 "남 대표와 이해찬 총리 등 몇 사람과 골프를 치기도 했다"며 "내가 사무실을 차린다니 너도나도 선물을 사주겠다고 했고, 이 총리도 선물을 사줬다"고 말했다.

윤 씨는 이어 "남 대표가 이 총리에게 내 흉을 보고 다닌다는 얘기를 듣고 남 대표에게 '너도 도박꾼 아니냐. 제대로 해야지'라고 말한 적이 있지만, 나중에 차장검사들과 술 먹고 화해했다"며 "아킬레스건 운운하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진술이다. 나는 아킬레스건이 뭔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OO제약 K회장님은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사이":** 윤 씨의 이러한 인맥 과시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모 제약회사 K회장님은 평소에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막역한 사이"라며 "K회장의 아들도 나를 '삼촌'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윤 씨는 K회장의 부탁으로 모 인사의 구속사건을 잘 봐달라는 명목으로 325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알선 명목이 아니라, '아버님'이 골프채를 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씨는 "K회장을 80년대 일본 수출건으로 알게 됐으며, 내가 운영하는 호텔의 냉장고를 전부 해주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윤 씨는 신문 과정에서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삼부토건 등의 고위 인사와 전직 검찰, 경찰간부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자신의 인맥을 '과시'하기도 했다. 틈틈히 쌓아둔 인맥이 그가 큰소리 치며 다니게 된 원동력이었다.

***■수첩에 적힌 이름 보여주며 '소송에서 지게 할 수도 있다':** 이렇게 쌓아둔 윤 씨의 인맥은 수첩을 통해 위력을 발휘했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윤 씨를 처음 체포한 검찰 관계자도 윤 씨의 수첩에 적인 인물들의 면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윤 씨의 공소사실에는 송재빈 전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 대표, 진승현 씨를 협박해 금전적 이익을 얻은 혐의가 적시돼 있다. 특히 혐의 내용에 따르면 윤 씨는 이들에게 자신의 수첩을 꺼내 보여주며 "OOO 아냐? 죽일 놈이다. 조직에서 매장해야 한다. 판·검사, 국세청 많이 안다"고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수첩에 적힌 정·관계, 법조계 인사들의 이름을 보여주며 인맥을 과시하거나 협박하는 것이 윤 씨의 주요 수법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 씨는 "검찰이 묘하게 말을 맞추고 있다. 협박한 사실 없다"며 "오히려 송 씨 연대보증을 섰다가 집이 경매당하기도 했고, 송 씨가 어려울 때 2억 원을 도와주기도 했고 지금은 받을 돈이 수억 원이다"고 주장하는 한편, 형 집행정지 중인 진승현 씨에게 "사무실을 마련해 둘테니 인테리어비로 7000만 원을 달라"고 해서 챙긴 혐의에 대해서는 "돈을 받은 건 맞는데, 자세한 얘기는 변호사와 상의해 다음에 하겠다"고 즉답을 회피했다.

***■법조 브로커는 '부업', 건설 브로커가 '주업'?:** 윤 씨의 혐의 중 큰 줄기를 이루는 것 중의 하나가 아파트·상가 분양을 미끼로 돈을 빌렸다가 안 갚거나, 자신의 건설업계 친분을 과시해 공사 하도급을 받아주고 돈을 챙긴 혐의다. 실제 윤 씨는 아파트사업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320억 원의 이윤을 보장 받는 등 '부동산 개발'을 통해 상당한 이득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지리산의 관광호텔 사장인 윤 씨는 자신이 개입한 경기도 하남시 풍동지구 아파트 개발 사업을 이용해 "사업자금이 필요하다", "분양 받으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명목으로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윤 씨는 이밖에도 건설업계 인맥을 활용해 아스콘 업체 사장에게 "롯데건설에 납품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았고, 포스코건설의 공사현장에서 일어난 산재사건을 무마시켜 준다며 아는 건설업자에게 하도급을 주도록 청탁을 했으며, 포스코건설이 '오포비리'에 연루된 점을 이용해 송도신도시에서 200억 원대의 공사를 하도급 받으려고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건설업계 인맥을 활용해 상당한 이득을 챙기거나 챙기려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돈은 돌고 돈다":** 윤 씨는 이밖에도 사건 무마 청탁 등의 '법조 브로커' 혐의도 다수 받고 있다. 하지만 모든 혐의에 대해 윤 씨는 "우리가 그런 사이가 아니다", "돈이 급해서 잠시 빌려 쓴 것 뿐이다", "내가 호텔 사장이고 지금 들어올 몇 십억인데, 그 돈 들어오면 다 갚을 것이다", "빌려줬던 돈을 받은 것뿐이다", "그냥 쓰라고 준 돈이다", "우리 호텔에서 술 마시고 골프 치면서 같이 쓴 돈이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윤 씨는 "신용이 안 떨어지게 돈을 빌리고 갚고 하는 것"이라며 "돈은 돌고 도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 부장판사와 골프를 치던 중 "유망한 벤처회사가 있는데, 이번 증자에 신주를 인수하면 2~3배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유혹해 5000만 원을 받아 갚지 않은 혐의에 대해서는 "술을 마시던 중 주식 얘기를 하길래 '주식 하면 망한다'고 말한 뒤 '5000만 원을 빌려주면 내가 어떻게든 불리도록 연구하겠다'고 말해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대부분의 수사·징계 무마 및 승진 청탁 로비자금 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청탁은 없었고, 그냥 도박자금, 호텔 운영비 등에 쓰기 위해 개인적으로 빌린 것뿐이다"고 주장했다. 윤 씨는 실제로 "2~3일 안에 갚아주겠다"며 돈을 빌려쓴 뒤 실제로 갚아주기도 하는 등 금전거래를 통해 '통이 큰 사업가'로 통하며 인맥을 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700억 원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3등으로 돈 많이 잃은 사람":** 윤 씨는 강원지역 토목업체 한 모 사장에게서 6320만 원을 빌리고 갚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씨는 "3320만 원은 '우정의 돈'"이라고 주장했다. 윤 씨는 "한 사장을 강원랜드에서 만나 친해졌다"며 "한 사장과는 몇천만 원 정도는 '뽀찌'(개평)로 '동생 갖다 쓰쇼'라고 말하는 사이"라고 말했다. 윤 씨는 특히 한 사장의 '통 큼'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한 사장은 우리나라에서 3등 정도로 돈을 많이 잃은 사람으로 자기 말로는 '700억 정도 잃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윤 씨는 이밖에도 강원랜드에서 상당히 많은 돈을 썼고, 또한 도박을 하기 위해 돈을 빌렸으며 '도박장 인맥'도 제법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씨는 "도박을 하던 중 종종 강원랜드에 다니던 홍 모 씨에게 급하게 돈을 빌렸는데, 홍 씨가 인사청탁 얘기를 하길래 바로 돌려줘버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수부 검사들은 거짓말만 한다":** 윤 씨는 검찰의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검사의 신문 내용에 대해 "특수부는 어찌 거짓말을 잘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하는가 하면, 자신을 수사하던 검사의 실명을 지목하며 "◇◇◇검사에게 분명히 하라고 하십쇼. △△△ 얘기는 쏙 빼놓고…. ◇◇◇검사가 △△△와 같은 서울대 법대 나와서 그런 겁니까?"라고 말하는 등 수사 검사의 학벌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이날 공판에서 신문을 맡은 검사에게는 "여기 검사님은 그런 검사가 되지 말고, 앞으로 부장검사, 차장검사, 검사장 되면 후배들 잘 지도해주십쇼"라고 '친한 척'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자신의 친동생이 검찰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고 검찰이 신문하자 "검찰에서 세무조사 한다고 하니 동생이 그렇게 진술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검사님, 미안하게 생각하죠?"라고 비아냥거렸고, 검사는 짜증 나는 듯 "안 미안합니다"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하기도 했다.

윤 씨는 또한 진술 과정에서 다소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여 재판장을 화나게 하기도 했다. 검찰의 신문에 윤 씨가 동문서답을 하자 문용선 재판장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나타내며 일일이 윤 씨 주장을 확인했으며, 몇 번의 지적에도 윤 씨가 성의 없이 거듭 앞뒤가 안 맞는 진술을 하자 "피고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어서 이랬다 저랬다 하며 둘러대는 것 아니냐"고 다그치는 바람에 변호사가 대신 정리해주기도 했다.

***■"내가 무슨 브로커냐" 법리공방도 초점:** 윤 씨는 이날 피고인석에 앉아 방청석의 기자들을 향해 "뒤에 소설을 쓰는 양반들이 있다. 내가 브로커 한 일도 없는데 자꾸 '브로커', '브로커'라고 쓴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자신의 돈 거래는 모두 사업상의 차용관계이거나 사적인 관계에 의한 것으로 범죄와는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이날 재판에서는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 변호인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윤 씨가 일부 업자가 사업을 수주할 수 있게 소개를 시켜준 것이 사실일지라도, 이 과정에서 윤 씨가 이득을 챙기지 않았을 경우 범죄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또한 윤 씨가 타인에게서 돈을 빌리고 갚지 않은 사기 혐의에 대해서도 변호인 측은 "피고인이 갚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고, 피해자들이 별도로 고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망'(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는 행위)에 의한 사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 씨가 '사업자금' 명목으로 돈을 빌려 이득을 보장해주고 도박 등으로 빌린 돈을 탕진했다면 사기 혐의가 성립되지만, 처음부터 도박을 명목으로 빌린 것이라면 사기죄 적용이 애매해질 수 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윤 씨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윤 씨의 지인들이 법정에서 증언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이들과 윤 씨 사이에 한바탕 설전이 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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