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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4번타자의 무덤' 巨人의 관습을 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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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4번타자의 무덤' 巨人의 관습을 깨라"

[프레시안 스포츠]변화구 적응, 슬럼프 조기 탈출이 관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5홈런, 10타점으로 2관왕에 오른 '국민타자' 이승엽이 일본 프로야구 최고 명문 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4번 타자를 맡을 가능성이 커졌다.

〈스포츠호치〉등 일본 언론은 23일 일제히 전날 야쿠르트와의 시범경기에서 2안타 2타점을기록한 이승엽을 요미우리의 4번 타자감으로 높게 평가했다. 요미우리의 하라 감독도 "이승엽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의 좋은 타격감을 이 경기에도 가져온 느낌을 받았다. 승부처에서도 이승엽의 힘은 돋보였다"고 극찬했다.

야쿠르트 전에서 4번 타자 겸 1루수로 출장한 이승엽은 경기 뒤 "기분이 매우 좋다. 요미우리에서 4번을 치는 건 개인적인 영광이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당초 요미우리의 4번 타자 후보였던 고쿠보는 시범경기에서 왼쪽 장딴지 부상으로 출장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승엽이 요미우리의 4번 자리를 꿰찰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올 시즌을 마친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고 있는 이승엽에게는 요미우리에서 보낼 1년이 매우 중요하다. 빛나는 전통 속에 엄격한 룰이 존재하는 요미우리에서 이승엽이 어떻게 우뚝 솟을 수 있을지 일본 야구 전문가인 조해연 KBO(한국야구위원회) 규칙위원에게 조언을 들어봤다.

조해연 위원은 1997년부터 일본 스포츠지 〈닛칸스포츠〉의 한국 통신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이야기 일본 프로야구〉, 〈조해연의 일본 야구〉등 다수의 일본 야구 관련 서적을 펴낸 대표적인 일본 야구 전문가다.

조 위원은 이승엽이 요미우리의 중심 타자로 뛸 것이 확실시 되지만 선수로서 피하기 힘든 슬럼프를 어떻게 빨리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글쎄요. 이승엽 선수가 요미우리의 중심 타자가 될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요미우리는 조금만 개인 성적이 떨어져도 가차없이 선수를 벤치에 앉혀 두는 구단이라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죠."

조 위원은 요미우리에서 관행처럼 굳어진 '4번 타자 죽이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4번 타자를 죽이는 것은 어쩌면 요미우리의 생리일지도 모릅니다. 다른 팀의 강타자를 많은 돈을 주고 요미우리가 데려오면 어쨎든 상대 팀의 전력은 약해지니까요. 실제로 다른 팀에서 요미우리로 와서 4번 타자로 성공한 예는 기요하라를 제외하면 그리 많지 않아요. 그만큼 배타적이라는 의미죠."

조 위원은 "이런 요미우리의 행태를 '가이고로시(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지 않고 고용해 둠)'라고 부른다"라고 덧붙였다.

조 위원은 "안타 제조기 장훈 씨도 요미우리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하려 했지만 롯데로 팀을 옮겼는데 이 이면에는 요미우리 구단의 배타적 태도가 있었다. 이승엽은 어차피 요미우리와 1년 계약이라 이런 염려는 그래도 덜한 편이기는 하지만 나는 사실 이승엽이 롯데에 남기를 바랬다"고 웃었다.

조 위원은 이어 "요미우리에서는 감독이 아무리 선수를 기용하고 싶어도 구단 프런트나 팬들의 압력에 굴복하는 경우가 많다. 이승엽이 장타를 '뻥뻥' 쳐줄 때는 이런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만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요미우리 구단과 팬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퍼시픽 리그와 센트럴 리그의 차이점도 이승엽이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모든 면에서 센트럴 리그는 일본 야구의 특징인 '스몰 볼(도루, 수비, 작전 등 세밀한 부분을 중시하는 야구 스타일)'을 지향한다는 의미다.

"이승엽이 지난해까지 뛰던 롯데 마린스는 퍼시픽 리그죠. 하지만 요미우리가 속한 센트럴 리그는 퍼시픽 리그와 다릅니다. 센트럴 리그는 전형적인 일본 야구라고 할 수 있죠. 공격, 수비, 투수 모두 퍼시픽 리그보다는 세밀한 성격이 강합니다. 퍼시픽 리그는 그래도 사람 냄새가 묻어 나는데 센트럴 리그는 인정이 메마른 곳이죠."

조 위원은 "이승엽이 중심 타자로 꾸준히 기용된다면 지난 시즌 30홈런, 80타점의 기록은 넘어설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요미우리에는 니오카 등 1, 2번 타자들이 뛰어나 이승엽이 타점을 쌓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만 이승엽이 타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센트럴 리그 투수들의 변화구에 조금 더 적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승엽은 그 누구보다 강한 승부욕을 지닌 선수다.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그저 무표정하게 있는 것 같지만 경기에서 뭔가 미진한 부분이 있는 것 같으면 남 모르게 철두철미한 훈련을 한다.

이승엽은 22일 경기가 끝난 뒤 "센트럴 리그 상대 투수들의 투구 패턴을 파악할 때까지 선구안에 중점을 두고 짧은 스윙을 하겠다. 센트럴 리그 투수는 퍼시픽 리그 투수보다 변화구를 많이 구사하고 제구력이 빼어나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의 4번 타자로 좋은 성적을 낸 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겠다는 이승엽의 도전은 이제 막이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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