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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학작가회의 명칭 변경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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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학작가회의 명칭 변경 보류

일부 문인들 "'민족' 포기는 시기상조"

국내 진보주의 문학단체인 민족문학작가회의(이하 작가회의)의 단체 명칭 변경이 보류됐다.
  
  민족문학작가회의는 27일 오후 서울 대한출판문화회관 대강당에서 150여 명의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총회를 열고 단체 명칭에서 '민족'을 빼는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국 다수 회원들이 격렬하게 반대하면서 안건 표결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날 총회 사회를 맡은 정희성 이사장은 4시간에 걸친 열띤 찬반토론이 끝난 뒤 "일부 회원들이 안건 내용에 대해 사전에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하는 등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했다"며 "명칭 변경 안건 표결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작가회의는 총회에 앞서 열린 이사회를 통해 '단체명칭 변경안'을 확정하고 총회에서 참석 회원들의 찬반 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막상 총회에서 다수 회원들이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잇따라 문제를 제기, '명칭 변경안'이 아닌 '명칭 변경 연기안'이 긴급 상정돼 다수 의견(62대 38)으로 통과됐다.
  
  정 이사장을 비롯해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은 "앞으로 젊은 작가들을 포괄하기 위해서라도 단체명을 변경할 시기가 왔다"며 명칭 변경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 이사장은 총회에 앞서 "'민족'이라는 이름 때문에 외국에서는 극우단체로 오해받고 국내에서는 좌파 단체로 인식되고 있다"며 "수십년간 이어 온 단체명은 신성시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명칭 때문에 젊은 문인들을 포괄하고 단체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변경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백 교수도 "회원들에게 안건 내용을 충분히 알리지 못한 점은 지도부가 반성해야 한다"면서도 "작가회의는 명실공히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단체로 굳이 '민족'이라는 깃발을 들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6.15민족문학인협회'와 같은 '민족'이라는 이름을 걸고 문학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작가회의는 더욱 열린 조직, 더욱 유연한 조직으로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며 적극적인 찬성 의견을 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거셌다. 오인태 경남지회장은 "단체명칭 변경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회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려는 집행부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준태 시인도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을 돌아다녀 봤지만 '내셔널(national)'이라는 말이 들어간 단체의 회원이라는 점에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며 "문학을 포기하더라도 '민족'을 포기할 수는 없다. 아직은 '민족'이라는 깃발을 내려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회원은 "총회를 알리는 엽서에 안건 내용이 전혀 명기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정관을 명백히 위반한 사항"이라며 반발했다.
  
  특히 일부 회원들은 "'명칭 변경'이 마치 기정사실처럼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임원들이 언론플레이를 한 것 아니냐"며 집행부에 강한 불만을 터뜨리고 회원들 간에 "독재적 안건", "선정발언", "끼리끼리 한다" 는 등의 원색적 공방이 오가며 소란스런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오래 전부터 논의돼 온 안건을 각 지회ㆍ지부에서 몰랐다는 것은 회원들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반박하면서도 추후 '소위원회' 등을 구성해 다시 논의하기로 결정하고 총회를 마무리 지었다.
  
  작가회의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하겠지만 임시이사회를 소집하는 문제가 결코 쉽지 않다"며 명칭 변경 문제가 장기간 표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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