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교도관 성추행 피해자 12명…피해자 독방 방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교도관 성추행 피해자 12명…피해자 독방 방치"

천정배 법무 "용서받을 수 없는 일…진심으로 사죄"

여성 재소자 김모(35) 씨의 자살기도로까지 이어진 서울구치소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교도관 이모(56, 분류심사과 분류사) 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여성 재소자가 김 씨 외에도 11명이나 더 있는 것으로 9일 알려졌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하는 동시에 재발방지 대책을 약속했다.

이날 법무부 진상조사단의 발표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달 1일 오후 2시께 가석방 분류심사를 받던 김 씨를 자리에서 일으켜 세워 벽쪽으로 밀면서 끌어안고 손으로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는 한편 옷 안으로 손을 넢고 김 씨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비비면서 입맞춤을 하려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는 특히 "이 씨가 서울구치소에서 재직 중이던 2005년 7월 25일부터 2006년 1월 31일까지 이 씨로부터 분류심사를 받았던 여성 재소자들 가운데 김 씨 외에 최소한 11명의 피해자가 더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1명의 피해자 중 5명은 서울구치소, 군산교도소, 원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며, 4명은 현재 인적사항을 확인 중이고, 나머지 2명은 이미 출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석방 조건으로 사건은폐 시도, 피해자 독방에 방치**

김 씨에 대한 성추행 사건 발생 이후 구치소 측의 대응도 가관이었다. 서울구치소 분류심사과장은 사건발생 직후 김 씨에게 "이 교도관의 정년이 1년 남았는데 용서해달라. 자세히 쓰면 이 교도관이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하며 진술서에 성추행 사실을 기재하지 않도록 유도했다.

서울구치소 보안관리과장은 한 술 더 떴다. 직원들에게 가해직원과 피해자가 합의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지시했고, 직원들은 피해자의 가족을 수 차례 방문해 "합의가 안 되면 가석방이 늦어질 수 있다"며 사실상 가석방을 조건으로 합의를 종용했다.

반대로 피해자에 대한 보호는 뒷전이었다. 사건 직후 피해자는 정신적 불안 증세, 불면증, 요실금 등의 고통을 호소했으나 구치소 측은 병원 및 가족의 입원치료 요청을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를 독방에 방치해 자살기도에 이르게 했다. 피해자가 독방에서 각종 회유에 시달리고 있는 동안 가해자 김 씨는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법무부는 성추행과 자살시도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성추행 및 그 이후의 적절치 못한 사후 조치가 자살 기도의 원인으로 보여진다"면서도 "다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 다른 원인도 자살 결심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건 발생 후 끊임없이 은폐·축소 시도**

사건 보고과정에서도 '은폐와 축소'의 책임을 면치 못할 일이 있었다. 사건발생 직후 김 씨는 성추행 사실을 직원에게 알렸으나 구치소 측은 사건을 즉시 서울지방교정청이나 법무부에 보고하지 않았고, 사건 발생 닷새가 지난 6일 보고할 때도 "직원이 분류심사과정에서 피해자를 껴안으려고 한 사실이 있을 뿐"인 것처럼 사건을 축소하여 서울지방교정청과 법무부에 보고했다.

이후 언론의 보도에 의해 성추행 사건이 알려진 뒤에도 서울구치소 보안관리과장은 지난달 22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담중 김 씨가 출소 후 갈 곳이 없다고 하소연해서 교도관이 김 씨의 손을 잡으면서 위로하려 했다"고 말했고, 23일 법무부 교정국도 "이를 성적 괴롭힘으로 속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해명자료를 배포하는 등 사건축소 시도는 계속됐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서울구치소 가해 교도관 이 씨를 검찰에 수사의뢰해 처벌받게 하고, 서울구치소 분류심사과장, 보안관리과장에 대해 직위해제 후 징계에 회부하기로 했다. 또 전 서울구치소장에 대해서는 경고, 현 서울구치소장에게는 피해자 방치의 책임을 물어 경고 후 인사조치하기로 했다. 현 서울구치소장은 사건 발생 닷새 후인 지난달 6일 부임했다.

이밖에 서울지방교정청장에게는 지휘·감독 소홀 책임으로, 법무부 교정국장에 대해서도 사건 축소발표를 이유로 각각 주의조치를 내렸다.

법무부는 다만 이번 사건 이외의 여성 재소자에 대한 성추행 여부에 대해서는 "서울구치소와 인천, 광주 교도소의 여성 재소자 53명을 면담한 결과, 현재까지 이 씨 외에 다른 교정시설에서 추가적인 성추행 의혹은 발견되지 않은 상태"라고 해명했다.

***천정배 법무 "참으로 용서받을 수 없는 일. 진심으로 사죄"**

한편 천정배 법무장관은 "교정행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피해자와 그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아울러 국민 여러분께 커다란 실망과 충격을 안겨 드린 데 대하여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사과했다.

천 장관은 "참으로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하였음에도 초기에 피해자를 보호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자살에까지 이르게 한 것은 어떠한 질타를 받아도 할말이 없는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며 "법무부는 이번 사건의 진상에 따라 책임자들에게는 응분의 책임을 지우고, 나아가 여성 재소자에 대한 처우 개선, 성추행 감시 예방활동 및 교육 강화, 교정시설 환경 개선 등 제반대책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에 따라 유사사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여성인권단체가 참여하는 '교정시설 성폭력 감시단'을 설치·운영하고, 여성 수용자에 대한 분류심사, 상담, 진료, 접견 등 모든 처우는 여성 직원이 전담하도록 여성 교도관을 확충해 나갈 방침이다.

법무부는 또한 이달 안에 전국 교정시설의 분류상담실 출입문 전체를 투명 유리문으로 교체하고 상담실, 조사실 출입문도 순차적으로 투명 유리문을 교체하는 한편, 여성 재소자 출입시설에는 비상신고벨 등을 설치하며, 직원식당에 취업 중인 여성 수용자를 철수시켜 남자 직원과의 접촉기회를 차단할 방침이다.

***구금시설 내 성추행 사건 친고죄 조항 폐지 추진**

법무부는 특히 구금시설 내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는 친고죄 조항을 폐지해,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아도 즉시 검찰에 수사의뢰해 전문적인 수사기관에 의해 조사해 범법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형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이밖에 ▲성폭력 예방 및 대처 교육 강화 ▲여성 재소자 인권보호 강화 입법 ▲전국 교정시설 실태조사 및 공청회 ▲교정공무원에 대한 정신질환 검사 강화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