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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사형제 폐지 논의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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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사형제 폐지 논의 재점화

'절대적 종신형'에 무게…연구결과 주목

"나 때문에 사형제 폐지가 어렵게 된 것 같다." 2004년 7월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자신의 변호를 위해 접견 온 변호사에게 한 말이다. 유영철을 찾아간 변호사는 오랜 기간 사형제 폐지 운동을 하며 유영철의 변호를 자청한 인물이었고, 당시 국회에서는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을 중심으로 사형제 폐지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중이었다.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나 사람들의 머릿 속에서 유영철에 대한 끔찍한 기억이 희석될 무렵 유 의원 등은 다시 사형제 폐지 논의를 공론화하시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성폭력 전과자가 초등학생을 성추행한 뒤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유영철 "나 때문에 사형제 폐지 어렵게 됐다"**

이런 와중에 법무부도 '사형제도의 개선'을 내걸고 나섰다. 표면상으로는 사형제도에 대해 연구하겠다는 것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사형제 폐지'에 무게가 실려 있다. 2005년 5월 천정배 법무장관이 취임하면서부터 지시해 준비해 온 '변화전략계획'의 일부이기는 하나, 흉악범죄가 일어난 때라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법무부는 21일 "사형제 폐지 주장이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가 우리나라를 사형제도 폐지 캠페인 집중 대상국(Target Country)으로 선정한 상황을 깊이 인식하고, 사형제도 존폐 문제와 함께 제도 개선 방안에 관하여 보다 근본적이고 심층적으로 연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에 따라 사형제 폐지 국가의 강력범죄 발생 추이 분석 등을 통해 사형제가 보유한 범죄 억지력 유무 및 사형제 폐지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절대적 종신형 도입국의 제도운영 실태를 분석해 절대적 종신형 도입의 타당성 여부를 연구한다. '절대적 종신형'이란 가석방 없이 죽을 때까지 영원히 교도소에서 나올 수 없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또한 사형제도 존폐 논의와는 별도로 현행법상 사형규정의 개별적 타당성을 검토하고 충실한 사실·양형 심리를 전제로 신중한 사형선고가 이루어 지도록 재판시스템을 개선할 필요성은 없는지 등을 연구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특히 "연구 성과를 토대로 2004년 유인태 의원 등이 발의한 사형특별법안의 국회 심의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혀 사실상 '절대적 종신형'을 지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사형제보다 가혹"**

하지만 사회적 분위기는 아직까지 사형제 유지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지적이 많다.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유영철 등 엽기적인 흉악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사형제 유지' 목소리가 높았고, 법원 등도 과거 사형제 폐지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대법원은 1969년과 1987년 사형제에 대해 "사회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위해 국가 형사정책상 사형제 존치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합헌 의견을 내놓았고, 헌법재판소도 1995년 사형제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7대2의 의견으로 합헌 판결을 내렸다.

검찰도 일부 흉악범죄에 대해 꾸준히 사형을 구형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유영철을 비롯해 사형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반면 천주교인권위원회를 비롯한 인권단체들은 끊임없이 사형제 폐지 운동을 해 왔다. 이들은 인간의 생명은 절대권리로 국가에 의한 합법적 살인이 정당한가에 대해 묻고 있다. 또한 오심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형제도는 권리구제의 마지막 희망까지 짓밟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유신시절 대법원 사형확정선고 하루도 채 지나 지 않아 사형을 집행한 '사법살인'의 역사를 갖고 있고, 미국에서는 사형 집행 후 진범이 나타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곤 했다.

또한 사형제보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절대적 종신형)이 범죄 예방 효과 측면에서 뛰어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 사형제는 '응보'에 그칠 뿐, 사회적으로 범죄예방 효과는 뒤떨어진다는 것으로, 사형제 하에서도 끊임없이 흉악범죄가 발생하는 것이 그 증거라는 주장이다.

***사형제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관심**

국제엠네스티에 따르면 현재 사형제 폐지국가는 112개이고, 83개 국가에서는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고, 미국은 기본적으로 사형제를 법정최고형으로 두고 있으나 14개 주에서는 사형제를 폐지했다. 유럽의 경우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모두 사형제를 폐지했다.

우리나라는 김대중 정부 출범 직전인 1997년 12월 23명의 사형수에 대해 사형을 집행한 뒤 한 번도 사형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보통 정권 말기 다음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사형집행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막판에 몰아서 사형을 집행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사형수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를 마치면서도 결국 사형집행을 하지 않았다. 지난 8년여 동안 사형집행이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현재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 등 여야 의원 154명은 2004년 12월 사형제를 폐지하는 대신 가석방이 불가능한 절대적 종신형으로 대체하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법사위를 통과한 상태고,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4월 사형제 폐지 의견을 내놓은 바 있는데다, 법무부까지 가세하고 나서 과연 '사형제 폐지'에 대한 국론이 어떻게 모아질지 주목된다.

'최근 흉악범죄가 일어나 여론이 한 쪽으로 형성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법무부 관계자는 "오히려 이럴 때 사형제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가 돼야 진정한 국론을 모을 수 있는 것 아니냐. 하루아침에 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앞으로 연구 결과를 토대로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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