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사냥 중 총기오발 사고를 일으켜 친구인 해리 위팅튼 변호사(78)에게 부상을 입힌 사건으로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연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냥 당시 체니 부통령이 조류 사냥 허가증도 없이 사냥했던 사실을 백악관이 시인했는가 하면, 미 언론들도 "우리는 빈 라덴은 못 잡았지만 78세 늙은 변호사는 잡았다"며 그를 조롱하고 있다.
***국내 현안 빗대 체니 사고 조롱…"WMD는 딕 체니다"**
백악관은 13일 체니 부통령이 오발 사고를 일으켰을 당시 메추라기 사냥 허가증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사냥에 앞서 체니 부통령은 텍사스주 당국으로부터 125달러의 비거주자 사냥 허가를 받았으나 꿩과 조류를 사냥하는 데 필요한 7달러짜리 소인을 받지 못했다. 이같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자 텍사스 주 당국은 "경고장은 발부하겠지만 벌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오발 사고에 이어 부통령이 조류 사냥 허가증도 없이 사냥에 나섰던 사실은 이번 사고의 파문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미 언론들은 부통령의 처신 문제 등을 제기하며 체니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토크쇼 진행자들은 부통령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조롱을 쏟아내고 있다.
〈CBS〉 '레이트 쇼'의 진행자인 데이비드 레터맨은 "마침내 대량살상무기(WMD)의 위치를 찾아냈다. 그것은 딕 체니다"라고 공격했다. 체니 부통령은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주역으로 이라크가 WMD를 보유하고 있으며 테러리스트들과 연계돼 있다고 조지 부시 대통령을 설득한 바 있는 대표적인 '네오콘'이다. 레터맨은 이어 "우리는 빈 라덴은 못 잡았지만 78세 늙은 변호사는 잡았다"고 비꼬기도 했다.
〈NBC〉 '투나잇 쇼'를 진행하는 제이 레노는 "체니는 변호사를 쏘고 나서 '누가 또 국내비밀도청이 불법이라고 하나?'라고 소리쳤다"며 비웃었다. 미국내 이슈가 되고 있는 불법도청 문제에 대해 체니 부통령이 법률적 근거가 있는 합법적인 도청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한 비판인 셈이다. 제이 레노는 또 미군이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포로들을 학대ㆍ고문하고 있다는 증언과 조사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과 이번 사고를 연결시켜 "당신은 딕 체니가 위팅턴을 쏘기 30분 전에 그를 고문했던 것도 알고 있냐"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코미디 센트럴〉의 '데일리 쇼' 진행자인 존 스튜어트는 "여러분의 아이들이 부통령과 사냥을 함께 가도록 허락하지 마라"며 "그들이 어떤 수지맞는 계약을 따내려고 하는지, 에너지 규제를 없애려고 하는지 나는 관심없지만 그렇게 할 가치가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사냥 할 때는 동반자의 위치를 반드시 파악하라" 사냥 안전수칙 제시까지**
방송과 신문도 체니의 오발 사고를 질타했다.
〈CNN〉은 전문가들까지 동원해 사냥을 할 때는 "당신의 동반자가 어디 있는지 알아야 한다"는 사냥 안전 수칙을 전하기도 했으며, 〈워싱턴 포스트〉는 환경단체 대표들의 말을 빌려 "사냥보다는 국사에 충실하라"고 일침을 놓았다.
〈뉴욕 타임스〉는 체니 부통령과 위팅튼 변호사 간의 관계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으며 〈타임〉은 "위팅턴이 부통령에게 맞은 것을 웃어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체니에게 다행"이라며 "아무리 공화당원이라고는 하지만 변호사로서 이는 결코 쉽지 않은 공적"이라고 비꼬았다.
〈뉴욕 데일리 뉴스〉는 부시 행정부가 카트리나에 늑장 대응한 데 이어 이번 사고도 18시간 이상이나 공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고 〈뉴욕 데일리〉는 "엎드려, 그건 딕이야(Duck, It's Dick)"이라는 제목으로 오발사고를 조롱하기도 했다.
언론들뿐 아니라 환경단체와 동물 보호단체들도 체니 부통령의 총기 오발 사고를 비판하며 "사냥 취미를 바꾸라"고 충고하고 있는 데다, 체니 부통령의 오발 사고로 산탄총알을 맞은 해리 위팅튼 변호사가 산탄 몇 알이 심장 근육에 박히는 바람에 가벼운 심장 발작을 일으켰다는 소식도 14일 잇따라 보도되면서 파문은 당분간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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