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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주목받는 금산법…금주부터 '개정입법'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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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주목받는 금산법…금주부터 '개정입법' 논쟁

삼성 '낮은 포복' 앞에서도 정치권 '알아서 길까'?

국회 재정경제위원회가 이번주부터 '금융산업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한다. 최근 삼성그룹이 금산법 개정과 관련해 "국회에서 결정하는 대로 무조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직후여서 국회의 입법 수위가 관심을 끈다.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대목은 삼성의 '낮은 포복' 앞에서 입법부가 과연 강도 높은 규제책을 마련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특히 칼자루를 쥔 열린우리당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금산법 개정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우리당은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25.64%) 중 5% 초과분은 일정 유예기간 내에 의무적으로 처분하도록 하되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7.2%) 중 5% 초과분에 대해서는 의결권만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분리대응 방안을 '권고적 당론'으로 채택해 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서는 사실상 '삼성 봐주기'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삼성의 태도 변화로 달라진 상황에서의 본격적인 논쟁은 14일 재경위가 주최하는 금산법 공청회에서 시작될 전망이다. 이 공청회에 참석하는 외부 전문가들조차 금산법 개정방향에 대한 찬반론이 극명하다.

***"적대적 M&A 위협론은 민족주의 정서 악용해 개혁 막으려는 시도"**

공청회에 앞서 미리 배포한 발제문에서 유종일 KDI 교수는 금산법의 내용 강화를 주문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생명의 초과지분까지 매각처분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지분 중 금산법상의 한도초과분을 매각하면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에 대한 경영권이 외국으로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원칙을 무조건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잘못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지배권이 제3자나 외국인에게 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유 교수는 또 "현재의 주식보유 상태가 변동될 경우 지배권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자체가 역설적으로 현재의 주식보유가 금융기관을 이용한 계열사 지배 목적에 이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 교수는 이어 "현실적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자본의 적대적 M&A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록 외국인 투자자의 삼성전자 지분이 60%에 이른다 해도 이들 외국인 투자자는 대부분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는 수십 개의 포트폴리오 투자 펀드들로서 이들이 경영권을 탈취하기 위해 일시에 담합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결론적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자본의 적대적 M&A 위협론은 우리 사회의 민족주의적 정서를 악용해 개혁을 가로막으려는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유 교수는 "금산법 24조는 소유에 대한 규제이기 때문에 그 위법상태를 해소하는 것은 소유관계를 종결하고 초과분을 처분할 때 비로소 달성되는 것"이라며 "의결권 제한만으로 금산법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고동원 건국대 교수도 "1997년 금산법 시행 이전에 이미 소유가 허용된 주식에 대해서도 금산법상의 한도를 초과하는 경우 의결권 및 처분 명령권이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금산법을 위반해 초과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행위는 계속 진행과정에 있는 사실관계(부진정소급)이지 종결된 사실관계(진정소급)라고 보기는 어렵다. 헌법의 소급입법 금지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 교수는 "의결권 제한만으로는 금산법의 취지를 달성할 수 없으며, 처분명령권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외환보유액 세계 4위 국가에 금산법이 필요한가"**

반면 황정근 변호사는 "금산법 개정안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주식 취득의 자유와 취득한 주식에 수반되는 의결권 행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위헌성을 주장했다. 그는 "위헌성이 의심스러울 때는 기본권 보장의 방향으로 입법형성권을 행사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황 변호사는 "1997년 3월 1일 이전에 취득한 기존 주식은 금산법 24조 위반이 아니므로 그에 대해 의결권 제한이나 처분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진정소급효 입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황 변호사는 "금산법 24조의 규정은 그 자체로 몇 가지 헌법적 문제가 있으므로 폐지되거나 대폭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변호사는 또 "지배력은 의결권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의결권 제한만으로 입법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매각처분 규정 도입에 반대했다.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는 "금산법 24조는 법의 원래 취지와 다른 '삼성그룹 견제 법안'으로 변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며 "실익 없는 소모전적인 논쟁"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최근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의 발언으로 논란이 된 금융-산업 분리 원칙에 대해서도 "경제적으로 실행되기 어려운 '은행과 산업의 분리'를 기준으로 내국인은 배제하고 외국계 자본에게만 거액의 이익을 안겨주는 은행 소유에 대한 역차별을 시정해 '은행과 산업의 결합'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도 "금산법 개정안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가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고 있지만 유럽의 대부분 국가는 산업자본의 금융산업 진출을 허용하고 있고 금산분리를 원칙으로 하는 미국에서조차 금융자본을 제1금융권(은행)으로 한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외환보유액 세계 4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1997년 당시 IMF 극복을 위해 제정된 금산법이 아직도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종률 "금산분리가 언제나 최선의 정책인지 검토해봐야"**

이런 가운데 열린우리당 김종률 의원이 "금산분리 원칙을 어리석은 일이라고 한 것은 과한 표현 같지만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김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 에 출연해 "금산분리 정책이 경제여건이나 환경의 변화에 관계없이 언제나 최선의 정책인지, 이 시점에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는 게 아니냐는 윤증현 위원장의 주장에 상당히 공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데 동의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일부에선 우량 금융회사들이 외국 투기자본의 사냥감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점 때문에 윤 위원장의 주장도 금산분리 원칙의 일부를 좀 완화하고 기준을 변경하더라도 국부유출을 막자는 데 진정한 뜻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경위는 14일 금산법 관련 공청회를 거쳐 16일과 17일 양일간 열리는 재경위 소위에 다른 법안들과 함께 금산법 개정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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