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엔 '이회창 후보 5대의혹 진상조사위원회'가 있다. 그 밑에 ▲세풍사건 ▲안기부자금 전용사건 ▲이정연씨 병역면제 비리 ▲호화빌라 거주 ▲최규선씨 2억5천만원 수수 등 5개 소위원회가 활동중이다.
한나라당엔 '김대중 일가 부정축재 진상조사특위'가 있다. 그 밑에 ▲대통령 세아들 부정축재 ▲친인척 부정축재 ▲아태재단 비리 ▲재산 해외도피 ▲무기도입 비리 ▲공적자금 비리 조사 등 6개 소위가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스코어 6:5다. 한나라당이 1점 앞섰다.
아니다. 한나라당엔 따로 '이 후보 음해공작 진상조사특위'도 있다. 그럼 2점 앞선 건가? 혹시 빼먹은 건 없나?
아무튼 현재 스코어가 맞다면 민주당 분발해야 겠다. 빨리 조사위원회든 진상조사특위든 몇 개 더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문건 공방' 제발 그만 두자**
난데 없이 '이회창불가론' 문건이 나왔다. 한나라당은 전가의 보도를 만난 양 공세를 퍼붓는다. 하지만 민주당은 "당 외곽조직 실무자 개인이 만든 것일 뿐, 보고된 적도, 검토한 적도, 채택된 적도 없다"고 딱 잡아뗀다.
이번엔 '신한국당 97대선기획서'다. 분량도 어마어마해서 4백쪽이 넘고, 발췌본만 44쪽이란다. 프레시안이 지난번 '이회창불가론' 전문을 보도했으니, 형평성 차원에서 적어도 발췌본 정도는 전재해야겠기에 이 기사 만드는 기자가 아주 '죽어났다'.
민주당은 '공작정치 표본'이라며 한나라당을 맹공한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미 4년9개월전에 첫 보도된 출처불명의 문건이며 재탕 삼탕일 뿐"이라고 웃어 넘기려 한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문건들이 터져 나올까? 그때마다 정치권은 또 얼마나 시끄러울까?
한가지만 분명히 해 두자. 정치권엔 하루에도 수십, 수백개의 문건이 만들어지고 유통된다. 문건 생산처 역시 너무도 많다. 대부분 쓰레기통 행이다. 최고위층에 전달되는 것은 그중 몇 개 안된다. 설령 전달된다 해도 문건 그대로 정치가 흘러가는 경우는 결코 없다. 이걸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바로 정치인들이고 기자들이다.
그런 정치인들이 상대방의 문건 하나만 구하면 엄청 대단한 것인 양 호들갑을 떤다. 기자들 역시 별 게 아니란 걸 너무 잘 알면서도 '할 수 없이' 혹은 '의도적으로' 크게 기사를 써 댄다. 사정을 잘 모르는 독자들이 보기에 일단 그럴 듯 하니까.
또 하나 상식이 있다. 정치권에선 힘이 쎈 사람일수록 문건을 안 만든다. 누구든 직접 만나 얘기할 수 있기 때문이고, 나중에 꼬투리 잡힐까 우려해서다. 그래서 '문건정치'는 '하급정치'에 속한다.
문건 하나만 나오면 온통 난리법석을 떠는 정치. 이제 제발 그만 좀 하자.
***'개싸움' 중단하고 '일하는 정치'가 보고 싶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대선 앞두고, 재보선 코앞에 두고 속이 타긴 타는 모양이다. 해도 너무들 한다.
자고 깨면 싸움이요, 상대방 욕하기다. 뭔가 새로운 사실을 확실히 잡아내 폭로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이러저러한 의심이 든다는 공격일 뿐이다. 양당의 대표가 직접 나서 싸움을 진두지휘한다. 후보들도 가끔씩 거든다.
이런 게 바로 국민들의 정치환멸증을 만드는 주범이란 걸 그렇게 모를까?
상대방이 계속 공격해 대니 지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어느 쪽이든 좋다.
누구든 먼저 이 '개싸움'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라. 의심가는 대목들이 있다면, 뭔가 새롭고 확실한 증거를 잡았다면 검찰이나 해당 기관에 통보하는 선에서 그쳐라.
어느 당이든 좋다.
'통상외교 발전대책 위원회' '농업구조조정 추진 특별대책위원회' '주5일근무제에 따른 정책대안 검토위원회' '세계경제 변화 대응책 추진위원회' 등등 이런 위원회 좀 만들라. 이미 있다고? 그럼 당의 힘 있는 중진들이 여기 모여서 공청회도 하고 세미나도 하고, 당력을 집중시켜 활동하라.
무슨무슨 위원회 숫자로 겨루려면 이렇게 겨뤄라. 그럼 재보선에서도 대선에서도 이길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일하는 모습, 정말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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