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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림은 '거물 브로커'? '엽기 브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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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림은 '거물 브로커'? '엽기 브로커'!

전과자와 돈 거래한 판사, 경찰, 정치인들

'마당발' 법조 브로커 윤상림 씨에 대한 수사가 양파껍질 벗기기처럼 진행되며 법조계는 물론 정관계까지 그와 '돈 거래'로 얽힌 고위급 인사들의 이름이 거명되는 가운데 이 사건은 '게이트'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검찰 주변에서는 이 사건의 규모보다도 조사 과정에서 윤 씨가 보인 엽기적 행각이 화제에 오르고 있다. 한 수사팀 검사는 윤 씨를 가리켜 "거물 브로커요? 엽기 브로커예요"라고 말할 정도다.

***윤상림, 구속기간 2달…큰소리 떵떵치다 점점 엽기행각**

윤 씨가 잡히는 과정에서부터 그의 엽기성이 발현됐다. 검찰은 대검에 접수된 첩보에 따라 은밀히 내사를 진행해 왔고, 몇 가지 혐의를 잡아 윤 씨에게 소환 통보를 내렸다. 그러나 윤 씨는 이를 무시하고 제주도에 골프를 치러 가던 길인 지난해 11월 김포 공항에서 체포됐다.

체포 과정에서 윤 씨는 졸도해 이에 놀란 수사관들이 급히 의료진을 불렀으나, 의료진의 간단한 확인 결과 '꾀병'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그를 체포한 뒤 압수수색 등을 통해 그의 수첩을 확보해 살펴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그의 수첩에는 이름만 보면 알만한 인사들부터 시작해 법조계, 경찰, 정치인들의 명단이 빼곡히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윤 씨는 수첩에 견출지를 이용해 직업 분류까지 했을 정도였다.

천정배 장관도 사석에서 "장관이 되기 전 의원회관에서 우연히 마주쳤는데 윤 씨가 갑자기 '어이 천 의원, 잘 지내나'라고 친한 척 하기에 지구당 부위원장쯤 되는 줄 알았다. 징그러운 사람이다"고 말할 정도였다. 윤 씨는 의원회관에 한번 들르면 인사를 하고 다니느라 서너 시간씩 걸리기도 했다는 얘기다.

다만 그의 수첩 속 인물들은 인사 한번만 하고도 기록해둔 경우가 있어 100% 친분이 있는 인사들로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윤 씨를 접한 인물들은 윤 씨에 대해 "허풍과 자기 과시가 심했다"고 전했다.

그런 그였기에 수사 초기에는 "판을 엎어버리겠다"고 검사들에게 '협박'까지 하는 등 고압적인 자세로 나왔다. 하지만 수사가 장기화되고 구속기간이 늘어나며 윤 씨는 조금씩 태도를 바꿔, 본격적인 엽기 행각을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구치소에서 '전국노래자랑'과 '칭기스칸'을 봐야 한다며 TV를 설치해달라고 떼를 쓰고, 검사에게 탁상 달력을 들어보이며 "숫자에서 전화벨이 울린다"고 말하는가 하면,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 성경을 줬더니 중요한 대목마다 "할렐루야"를 외친다는 것이다.

이밖에 윤 씨는 조사를 받다가 벽에 머리를 박고 바닥에 드러누워 "고문을 당했다.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영화에서 봤음직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들어간 돈은 있는데, 나온 돈은 어디로?"**

그러나 이러한 윤 씨의 엽기적 행각보다 검찰을 더 애태우는 것은 윤 씨에게 들어간 돈만 나오고 윤 씨에게서 나온 돈이 어디로 갔는지는 오리무중이라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검사 생활 18년에 이렇게 희안한 사건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난 윤 씨에게 입금된 돈은 현직 판사 2명이 1억3000만 원, 고검장 출신의 K 변호사가 1억 원, 판.검사 출신의 변호사 10여 명이 각각 1000~2000만 원, 이번에 문제가 된 최광식 차장이 친구를 통해 입금한 돈 2000만 원, 전병헌 열린우리당 의원이 5000만 원 보낸 것 등이다.

이들은 모두 윤 씨에게 준 돈에 대해 "돈을 빌려달래서", "사업 자금으로", "단순 채권.채무"라고 해명하고 있을 뿐이다. 중간간부 이하의 하위직 경찰관 5~6명만 '인사청탁' 목적으로 줬다고 시인해 범죄 혐의가 입증됐다.

문제는 이들이 윤 씨에게 선뜻 돈을 빌려줄 정도로 윤 씨가 '거물'에 해당하거나 '신용'이 높았거나, '돈 불리기'에 특출한 재능이 있었을 것으로 보는 것이 상식이겠으나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윤 씨가 실제 재력이 있는 것처럼 행세했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에도 막강한 인맥이 있는 것처럼 과시하고 다녔기 때문에 얼핏 봐서는 쉽게 믿을 수도 있었다"며 "그러나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정치인, 법조계, 경찰관들이 그와 쉽게 돈 거래를 한 것은 보다 적극적인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최광식 차장의 경우에도 "급전이 필요하다"는 말에 윤 씨에게 돈을 빌려줬다지만, 자신에게 여유가 없음에도 친구를 통해서까지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해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사기 전과자에 놀아난 고위 인사들**

게다가 윤 씨는 '전과자'다. 그것도 자신의 인맥을 과시하며 각종 청탁을 받는 수법이 최근 혐의와 대동소이하다. 윤 씨는 90년대 초반, 폭력조직 조직원들을 상대로 "검찰이 내사하고 있는데 무마해주겠다"거나 "구속된 동생을 석방시켜주겠다"는 등 감언이설로 적게는 500만 원에서 많게는 5000만 원까지 뜯어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검찰 인맥'을 과시하고 다녔다.

윤 씨는 또한 육류 도매업자들을 상대로 군 인맥을 과시하며 "군납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꼬드겨 수천만 원의 향응을 제공케 하고 자신도 '인사비' 등을 받아 챙기는 등 '마당발' 브로커의 면모를 보여준 바 있다.

윤 씨는 당시 기소돼 1998년 1심에서 피해자와의 합의를 이유로 형량이 줄어들어 징역 1년 6개월에 추징금 1000만 원을 선고 받았으나, 곧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었다.

윤 씨는 풀려난 뒤에도 여전히 '거물' 브로커 활동을 계속했고, 현대건설의 영종도 공사 군장성 로비 의혹 수사에 덜미를 잡혀 검찰에 체포됐다. 윤 씨는 경찰 인맥을 활용해 군 상대 로비 의혹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현대건설 측으로부터 수억 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윤 씨를 수사했던 양부남 광주지검 부부장검사는 윤 씨가 다시 검거되자 "그 때 실형을 선고했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윤 씨는 현재 드러난 각종 인사청탁 외에도 택지개발 지구 관련 불법 로비 단서까지 포착되는 등 혐의 내용만 해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24일엔 윤 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만 해도 공갈, 변호사법 위반, 사기 혐의 등 백화점 양상이다. 윤 씨가 법정에서 또 다시 어떤 엽기적 행태를 선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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