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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가 된 청와대, 어떤 결과 낳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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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가 된 청와대, 어떤 결과 낳을까?

"국민과 직접소통 노력" vs "권력이 언론 될 순 없다"

'블로거'가 된 청와대. 한 국가의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가 권위를 벗어던지고 말 많고, 탈 많은 네티즌 세상에 뛰어드는 모습은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임에 분명하다.

전 세계적으로 처음 있는 일이고, 아직 다른 나라에선 시도조차 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권력이 스스로 언론이 되고자 하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지 논란이 분분하다.

***'대항 언론'을 만들고 싶은 청와대**

어찌보면 이런 논란은 노무현 정부 들어 계속돼 온 것이다. 기존 언론매체의 보도에 강한 불만과 불신을 갖고 있는 현 정부는 끊임없이 언론을 매개하지 않는 직접 홍보 수단을 강구해 왔다.

그래서 취임 전 대통령 인수위 시절의 〈인수위 브리핑〉을 잇는 청와대 소식지인 〈청와대 브리핑〉을 집권하자마자 만들었다. 또 노무현 대통령 지시로 2003년 9월 국정홍보처에서 발행하는 인터넷 뉴스사이트인 〈국정브리핑〉을 창간했다.

대국민 직접 홍보에 대한 청와대의 욕망은 지난해 여름 '대연정 정국'을 거치면서 더욱 커졌다. 현 정부의 '개혁 정체성'에 대한 일정 정도의 포기를 전제로 한 노 대통령의 파격적인 대연정 제안은 보수매체뿐 아니라 진보매체로부터도 강도 높은 비판을 받았다. 이런 언론의 비판이 국민들의 대연정 반대 여론에 큰 영향을 미쳤고, 결과적으로 대연정 제안이 좌초할 수밖에 없었다고 노 대통령은 보고 있다.

그래서 청와대는 지난해 10월 청와대 홈페이지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수석.보좌관들이 블로그를 개설해 조금 덜 딱딱한 형식의 글을 통해 언론이나 야당의 공격에 대응하게 했다. 또 '대통령의 요즘 생각' '클릭@노무현' '희망채널' 등 다양한 코너를 마련하고 플래시, 동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노 대통령의 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애썼다.

또 노 대통령은 직접 지난해 11월 이후 국정홍보처가 발행하는 〈국정브리핑〉 기사에 수십 개의 댓글을 달아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청와대는 홈페이지 등 일종의 공간적 '한계'를 뛰어 넘어 지난해 11월28일에는 포털사이트인 파란닷컴과 업무 제휴를 맺기도 했다. 청와대는 파란뉴스의 '청와대 섹션'에 청와대 홈페이지 기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청와대는 16일 포털사이트에 '1인 미디어'로 여겨지는 '블로그'를 직접 개설하기에 이르렀다. 청와대는 이날 네이버, 다음, 파란닷컴 등 국내 포털사이트에 '대통령의 요즘 생각'이란 이름의 블로그를 열기에 이른 것이다.

***"왜곡보도에 대응하면서 시간 허비하지 않고 직접 홍보"**

이처럼 정부가 직접 '언론'이 되고자 하는 시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지적하고 있다.

우선 긍정적인 측면은 어쨌든 정부가 국민과 직접 소통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희완 인터넷 정보부장은 16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노 대통령이 집권 초기를 지나서는 인터넷 매체를 소외하고 도외시한 채 기존 매체와 '힘 겨루기'에 매몰된 측면이 있다"며 "오히려 잘못된 보도를 갖고 실랑이를 하면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뒤늦게나마 이런 방향으로 전환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재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긍정적으로 보면 국민과 좀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권력이 언론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부정적인 평가도 만만치 않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는 "청와대 홈페이지와 달리 블로그는 다분히 미디어적인 성격이 있다"며 "기존 언론에 대한 불만 때문에 직접 미디어 기능을 하겠다는 것인데 이게 바람직한 방향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우선 실효성의 문제를 들었다. 그는 "한 사안에 대해 대다수의 매체에서 'A'라고 하는데 청와대 블로그에서만 'B'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이런 주장이 독자들의 신뢰를 얻기는 힘들 것"이라며 "청와대의 의도대로 성공하기는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재진 교수도 비슷한 맥락에서 "〈국정브리핑〉이 처음 만들어질 때 이를 '언론'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며 과연 이같은 일련의 시도가 미디어로서의 '공정성'을 갖출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기존 인터넷 신문의 포맷을 그대로 본딴 〈국정브리핑〉이 처음 만들어질 때 '과연 이를 언론으로 볼 수 있는가'를 놓고 논란이 일었으나 현재 〈국정브리핑〉은 '언론'이라기 보다는 '종합 국정홍보사이트' 정도로 인식되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이희완 부장도 '긍정성'을 좀더 높이 평가했지만 "자칫 일방적인 정치 홍보나 정책 홍보의 장으로 '제2의 청와대 홈페이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최영묵 교수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책임성'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청와대 블로그는 청와대 홈페이지보다 훨씬 자유로운 접근이 가능한 공간"이라며 "지난 번 청와대 홈페이지의 '박근혜 패러디' 사건처럼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는 콘텐츠가 게재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권력이 전례 없이 언론이 되고자 하는 이 시도가 과연 어떤 결과를 빚을지는 시간이 증명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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