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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법 개정안 통과 늑장에 국민만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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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법 개정안 통과 늑장에 국민만 피해

서울행정법원 연금수혜의 '남편 역차별' 조항 위헌제청

2004년 4월 문모(43) 씨의 아내가 출산 도중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문 씨의 아내는 직장에 다니고 있었고, 직장에 소속돼 꼬박꼬박 국민연금을 납부하고 있었다. 문 씨는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유족연금을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 측은 "국민연금법상 유족연금 지급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문 씨의 유족연금 지급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유는 현행 국민연금법에 '유족의 범위'에 대해 "유족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유족은 가입자 또는 가입자이었던 자의 사망 당시에 그에 의하여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다음의 자로 한다"고 규정돼있고, 남편의 경우는 '60세 이상이거나 장애등급이 2급 이상에 해당하는 자'(제63조 제1항 1호)로 한정돼있기 때문이었다.

***남편은 60세 이상이거나 장애등급 2등급이어야 유족연금 수령은 '남성 역차별'… 위헌제청**

공단 측은 다만 문 씨가 국민연금법상 유족연금 수급대상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가입자의 유족이 없을 때 지급되는 사망일시금 1176만 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문 씨는 '유족연금'의 지급기준이 불합리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내는 한편, 한국납세자연맹과 함께 재판부에 "남편과 아내의 연금 수급권을 차별하는 것은 전근대적 가족제도를 전제로 한 명백한 성차별로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 침해"라며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했다.

1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권순일 재판장)은 문 씨의 이와 같은 신청을 받아들여 아내와 달리 남편의 유족연금 수급권을 제한한 국민연금법 제63조 제1항 1호 단서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제청을 했다.

재판부는 "배우자가 남편인 경우 60세 이상이거나 장애등급 2등급 이상으로 제한한 것은 합리적인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는 과거 우리 사회에서 가족생계를 유지하는 주된 책임이 남성에게만 있다는 '성 역할' 고정관념에 기초한 것으로 비합리적인 차별"이라고 제청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남편의 수급권만을 제한한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고, '모든 국민의 재산관은 보장된다'는 헌법 조항에도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남자만 돈 벌던 시대의 법률, '맞벌이 시대'의 법률로 개정해야**

이에 대해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이미 관련 법규정에 대한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기 때문에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남녀구별 없이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단에 따르면 해당 법 조항은 1986년 제정된 것으로 당시에는 남성의 경우 여성에 비해 배우자의 사망으로 인해 소득상실에 따른 경제적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당시만 해도 가정에서 돈을 버는 사람이 주로 남편이었기 때문에 남편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아내의 경제력을 고려해 여성을 두텁게 보호할 필요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 남성과 여성의 경제활동 및 경제력 격차가 상당 부분 해소돼 관련 조항이 실효성을 잃은데다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국회에 관련 조항에 대한 개정안이 상정됐다.

***국회 개정안 통과 늑장 부리는 사이 국민들만 피해**

2004년 7월 한나라당 박성범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과 같은 해 10월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는 문제의 제63조 제1항 1호 단서조항이 삭제돼있다. 그러나 다른 국민연금법 개정 논의에 묶여 해당 조항은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돼도 이번에 위헌제청을 신청한 문 씨는 유족연급을 받지 못한다. 국민연금관리공단 관계자는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안이 통과돼도 이번 위헌제청을 신청한 문 씨는 유족연금 수급대상으로 소급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관련 법 조항에 대한 차별성과 불합리성을 여야 모두 인식하고 법 개정안까지 제출했으면서도 다른 이유로 늑장을 부리는 사이에 국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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