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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노 대통령은 왜 '유시민 임명'을 강행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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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노 대통령은 왜 '유시민 임명'을 강행했나?

여당에 분명한 메시지…정치적 승부수 던져

재신임, 탄핵정국, 대연정 제안 등 노무현 대통령의 파격적 정치행보엔 늘 '왜'라는 물음이 따라붙게 마련이다.

열린우리당 대다수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4일 전격 임명한 이번 결정에도 당연히 '왜'라는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유 의원에 대한 신뢰가 워낙 돈독해 임명을 강행하리라는 것은 익히 예상된 일이었지만 5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만찬회동이 잡혀져 있는 상태에서 이 회동이 끝난 뒤 발표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유 의원과 관련된 반발도 문제지만 비상집행위원 체제에서 임시 당의장을 맡아 당을 이끌고 있는 정세균 의장의 갑작스런 입각도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적어도 당의 위신을 좀 살려주는 모양새를 취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번에도 '예상 밖'의 선택을 했다.

***노대통령, 당내 조직적 움직임 보이자 4일 인사 전격 발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런 갈등 상황으로 사흘을 끌면 대통령, 당, 유 의원 가운데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노 대통령이 인선을 서두른 이유를 밝혔다.

전날 당의 반발 기류를 감안해 "유시민 의원의 입각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청와대가 한발 물러선 듯한 모양새를 취한 것에 대해 노 대통령은 참모진들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내 재선그룹 등을 중심으로 한 조직적 반발 움직임이 4일 일제히 조간신문의 주요 뉴스로 보도되자 노 대통령은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이날 아침 관저에서 이병완 비서실장, 문재인 민정수석, 황인성 시민사회수석, 조기숙 홍보수석, 김완기 인사수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조찬을 겸한 정무관계 수석회의를 가졌다. 이 회의가 끝난 뒤 노 대통령은 이병완 실장에게 이날 오후에 유 의원 임명 발표를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3시 김완기 인사수석이 "대통령의 각료 임명권은 고유권한으로 통치권의 기본"이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와 함께 유 의원 임명 사실을 발표했다.

노 대통령이 이처럼 인선을 서두른 것은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분명히 보여줌으로써 레임덕 조짐을 차단하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대통령, 여당 버렸나?**

노 대통령이 이처럼 여당 지도부와 만찬을 하루 앞두고 유 의원 임명을 강행하는 초강수를 두자 유 의원을 반대하던 의원들 사이에선 당연히 "노 대통령이 당을 버렸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노 대통령이 유 의원 임명에 반대하는 일부 의원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만은 틀림없다. 김완기 수석은 "지금처럼 당내 정파적 갈등이 감정적 대립과 반목으로 비화되고 있는 현상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유 의원 입각을 둘러싼 갈등을 당내 계파간 갈등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노 대통령이 유 의원 입각에 집착하는 이유와 관련해 김 수석은 지난 2일엔 "유 의원이 우리 사회의 일정 계층을 대변하고 있는 한 정파의 대변자로 상당한 지지 계층이 있다고 봤을 때 국무위원으로 들어와 내각에서 일하는 데 큰 문제가 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유 의원의 손을 들어준 것은 결국 유 의원이 대변하고 있는 정파의 손을 들어준 셈이며, 여당 내 다른 계파에겐 '노심(盧心)'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준 것이다.

이런 점에서 노 대통령의 이번 결단은 여당 내 일부 세력을 버렸음을 뜻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시민 키워 정동영과 김근태 견제?**

또 일각에선 노 대통령의 이번 결정인 차기 대선구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연초 개각으로 2명의 40대 장관이 탄생하게 됐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 내정자와 유시민 복지부 장관 내정자가 그 주인공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뒤를 잇게 됐으며, 노 대통령이 키운 노 대통령의 사람들이다.

이 내정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으로 현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실질적인 실세이며, 유 내정자는 스스로 '노빠 주식회사 대표이사'라고 밝히는 당내 '친노(親盧)' 직계 의원의 대표 주자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이 정동영 김근태 전 장관 후임으로 40대 장관을 앉힘으로 두 대권주자를 견제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유 의원의 경우, 노 대통령과 정치적 '코드'가 완벽히 일치한다는 점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키우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유 의원 임명을 반대해 온 한 재선의원은 4일 "노 대통령이 유 의원을 대권주자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야당 내에서도 이같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정동영 김근태 두 사람을 내각에 불러들여 '행정 수업'을 할 기회를 줘서 대권주자로 공인받게 한 것처럼 아직은 의정 경험이 3년밖에 안되는 1.5선의 유 의원에게도 동일한 기회를 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게다가 유 의원은 '참정연' 등 지난 대선에서 '노풍(盧風)'을 일으켰던 주역이라고 자임하는 정치세력에게는 아직도 절대적 신뢰를 유지하고 있다.

4일 유 의원의 입각 발표를 앞두고 "심사숙고했다"는 노 대통령이 과연 어느 수준까지 염두에 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노 대통령이 향후 정계개편까지 촉발시킬 수 있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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