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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사퇴해도 노대통령은 침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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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황우석 사퇴해도 노대통령은 침묵할 것인가?

〈기자의 눈〉"청와대도 국민 인내 시험하지 말아야"

"현 정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공직자들이 지나치게 뻔뻔해졌다는 것이다."

황우석 서울대 교수 파문과 관련한 '정부 책임론'에 맞서 "서울대 조사결과 등 진상 규명이 우선돼야 한다"며 버티고 있는 현 정부의 모습을 보고 1980년대 이후 여러 정권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아 온 한 현직 기자가 내린 평가다.

비단 '황우석 사태'만이 아니다. 부동산 투기 의혹, 행담도 개발 사업 의혹 등 각종 비리 의혹과 관련해 고위 공직자들의 사퇴 여론이 들끓을 때마다 청와대는 "분위기 쇄신용 개각은 하지 않겠다"며 민심 수습 차원에서 섣불리 경질하지 않을 것임을 공언하곤 했다.

서울대는 23일 "황 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 고의로 조작됐다"는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고, 황 교수는 이에 책임을 지고 교수직을 사퇴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서울대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한다"며 오명 과학기술부총리, 박기영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등에 대한 '책임론'을 일축해 온 노 대통령이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하다.

***"분위기 쇄신용 개각 없다"는 의미는?**

지난 20여 년간 장관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13.9개월에 불과하며, 장관 4명 중 3명은 업무 책임이나 스캔들 등 장관 개인의 귀책 사유가 아닌 '정치 논리'에 따라 물러났다.

이런 문제를 바로 잡고 국정의 연속성을 높이기 위해 노 대통령은 첫 조각 때부터 "장관 임기 2년"과 "분위기 쇄신용 개각은 없다"는 원칙을 밝혔다. 조각 당시 4명의 여성장관을 기용하면서 여성을 많이 중용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나 이 원칙들이 지금까지 꼭 잘 지켜져 온 것은 아니다. "5년 임기를 함께 하고 싶다"던 교육부총리 자리는 윤덕홍, 안병영, 이기준 전 부총리에 이어 현 김진표 부총리까지 가장 많이 바뀌었다. 인선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제일 많았다. 여성장관도 정치인 출신 장관을 대거 기용하면서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만 남았다.

또 분위기 쇄신용 개각도 없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지난 1월 개각에서 안병영 전 교육부총리를 경질하면서 "시끄러운 곳은 희생양을 준비해 두기도 하고 국민들 정서를 좀 달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당시 허상만 전 농림장관도 함께 교체하면서 "농민들 반발을 달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놓고 보면, '민심수습용 개각을 하지 않겠다'는 현 정부의 인사 원칙은 오히려 "장관 거취 문제와 관련해 여론에 밀리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 표명이었다고 보는 게 옳을 것 같다. 물론 그런 의지가 경우에 따라선 실현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선 여론에 밀려 관철되지 않은 적도 있지만 말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3월 초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해일처럼 밀려온 여론 앞에 장수를 떠내려 보내는 심정"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했었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 중요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유임을 고집했으나, 여당 내에서도 경질론이 제기되자 마지 못해 사표를 수리했었다.

그에 앞서 서울대 총장 재직 시절 판공비 유용, 부동산 투기 등 문제로 임명된 지 사흘만에 낙마한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 인선 과정에서도 노 대통령은 똑같은 태도를 보여줬었다. 내정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부실 검증 의혹과 자질 시비가 강하게 일었으나, 노 대통령은 "대학도 산업"이라고 주장하면서 임명을 강행했다. 노 대통령은 이기준 전 부총리 사태와 관련해 당시 정찬용 인사수석과 박정규 민정수석을 경질하면서도 "국민들이 누구에겐가 책임을 물으라는 분위기라서 부득이 하게 책임을 물었다"며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었다. 노 대통령은 이 전 부총리와 오랜 친구이며 그를 천거한 것으로 알려진 김우식 전 비서실장은 끝까지 감쌌다.

또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부동산 투기만은 반드시 잡겠다"며 대통령이 직접 부동산 투기 근절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홍석현 전 주미대사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었을 때, 청와대는 그를 적극 감쌌다. 홍 전 대사는 "위장전입은 사실"이라며 불법 사실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부동산으로 돈 번 적은 없다"고 해명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황우석 교수 사퇴에도 노대통령은 '침묵'?**

이번 황우석 사태와 관련해서도 노 대통령은 마찬가지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황 교수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와 관련된 논문이 조작됐음을 시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조사'라는 기준을 제시하면서 "진상 규명이 우선 돼야 한다"고 오명 부총리 등에 대한 경질 요구를 일축해 왔다.

그러나 일말의 희망을 품었을지도 모를 서울대 조사위원회(위원장 정명희)가 23일 오전 11시 "연구가 조작됐다"는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황 교수도 책임을 지고 이날 교수직을 사퇴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연구 진위 문제는) 이후 황 교수의 연구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증명될 것"이라며 재검증 여론을 일축했던 노 대통령으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결단을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올 한해만 300억 원에 가까운 국가 예산을 지원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데에 일조한 오명 부총리, 박기영 보좌관, 김병준 실장 등 정책 책임자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핑계로 뒤로 미룰 것인가.

황 교수가 소위 '잘 나갈 때' 서로 친분을 강조하기에 바빴던 이해찬 국무총리,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 대권주자들, 황금박쥐(황우석 김병준 박기영 진대제) 멤버들과 마찬가지로 "청와대가 어떻게 알았겠냐"며 모든 책임을 황 교수에게 뒤집어 씌울 것인가.

만약 노 대통령이 결단을 미룬다면 이는 사학법 문제로 정국 주도권을 잡은 상황에서 야당과 주도권 다툼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이라는 의구심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불행히도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가 오늘 별도의 입장을 밝힐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서울대의 '최종' 조사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사실상 모든 의혹이 근거 있는 것이었음이 드러나고 논문 역시 조작되었음이 밝혀진 마당에까지 '중간' 조사결과 정도로는 책임론을 제기할 수 없다는 얘기인 것이다.

바로 전날 호남지역의 폭설 피해에도 불구하고 장외투쟁으로 국회를 열흘 가까이 파행시키고 있는 한나라당에 대해 청와대는 "입만 열면 '민생 우선'을 외쳐오던 한나라당이 국민의 인내를 시험하겠다는 것이냐"고 강도높게 비난한 바 있다.

청와대도 더 이상 국민의 인내를 시험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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