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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유지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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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미동맹, 유지될 수 있을까"

[대화]〈11〉피터벡 & 정욱식, 한미관계와 한반도 평화

***피터 벡 이야기**

'개인의 성격이 운명을 결정짓는 게 아닐까.' 기자 일을 하면서 가끔 이런 생각을 했다. 피터 M. 벡(38) 국제위기감시그룹(ICS) 동북아시아 사무소장. 그와 대담을 하면서 2미터 가까운 장신, 파란 눈에 짙은 금발 머리를 한 전형적 미국인의 외모를 가진 이 사람이 한국전문가가 된 것은 이름 탓인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벡 선생, 벡 소장…. 한국인으로 착각하기에 딱 좋은 이름이다.

85학번인 '386 지한파(知韓派)'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벡 소장은 강압적인 상하관계였던 한미관계의 부당성을 한국인들이 처음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는 시점에 한국과 한국인들을 만났다. 한국은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에 둘러싸인 세계의 유일한 분단국으로 여전히 전쟁의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는 국가라는 지정학적 위치는 변함 없지만 한국 사회는 정치.경제적으로 압축 성장했다.

그래서 그는 브루스 커밍스, 리온 시걸, 샐리그 해리슨 등 윗세대의 진보적 지한파와도 분명 차별성이 있는 듯하다. 그가 보는 한국은 '시혜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때론 그의 주장은 선배 지한파들보다 냉정하다. 또 그는 지한파 중에서도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그는 국내에 널리 알려진 지한파 학자에게 한겨레신문의 '한겨레'가 무슨 뜻인지 가르쳐준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가 한국을 처음 찾은 것은 지난 1987년 5월. 그해 6월 항쟁을 정점으로 한 역동적 한국의 모습에 매료돼 한국 전문가가 되기로 했다. UC 버클리를 거쳐 UC 샌디에고에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 문정인 연세대 교수, 로버트 스칼라피노 교수, 스티븐 해거드 교수 등이 자신에게 한국학을 가르친 선생이라고 한다.

그는 또 대학을 졸업하고 2년, 대학원을 마치고 2년 등 약 4년 정도 한국에 살면서 연세대, 서울대, 외국어대 등에서 한국어와 한국 정치를 배웠다. 학위를 마치고 그는 1997년부터 7년 동안 워싱턴의 한미경제연구소(KEI)에서 일했다. 지난 1982년 한국 정부가 세운 비영리법인인 한미경제연구소는 뉴욕의 코리아소사이어티(TKS)와 함께 미국에서 한국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기관이다.

그는 현재 일하고 있는 국제위기감시그룹이 지난 해 8월 서울에 동북아사무소를 내면서 다시 한국에서 살게 됐다. 벨기에 브뤼셀에 본사가 있는 국제 비정부기구(NGO)인 국제위기감시그룹이 한국에 사무소를 낸 이유는 미국의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핵 위기가 다시 고조되는 등 잠재적인 위기국가가 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 유학 시절 아르바이트로 영어학원 강사를 하면서 만난 이혜란 씨와 결혼해 예쁜 딸까지 둔 것을 보면 그에게 한국은 운명의 나라인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정욱식 이야기**

정욱식(32) 평화네트워크 대표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당황하곤 한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젊은 탓이다. 정욱식 대표와 대화가 진행되면서 처음의 당황스러움은 곧 놀라움으로 바뀐다. 국제정치와 한반도 문제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과 냉철한 분석에 우선 놀라고,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대한 그의 열정에 다시 한번 놀란다.

정욱식 대표는 분단국이라는 어려운 조건 속에서 평화운동을 확산시킨 몇 안 되는 운동가 중 한 사람이다. 특히 북한에 대한 무관심과 혐오감을 변화시키고, 북한과 평화와 통일에 대해 기존의 통일운동을 넘어서는 새로운 운동의 전형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그의 존재는 더욱 도드라진다.

그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반이던 1998~99년 북한 식량난과 지원 활동에 관심을 가지면서, 평화운동 단체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결국 그는 1999년 9월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어 5년째 꾸려오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의 대표적 평화운동 단체로서 평화네트워크가 이뤄낸 성과는 눈부시다. 평화네트워크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MD)'가 가진 문제를 2000년 초부터 최초로 공론화하는 등 미 부시 정권의 등장 이후 한미관계, 북미관계, 남북관계가 급변하는 가운데 평화를 향한 지혜를 벼리고 실천을 이끌어 왔다.

특히 남북 화해 협력·탈냉전 시대에 걸맞는 외교·안보 전문가를 찾아보기 드문 현실 속에서 정욱식 대표는 평화운동가이자 '시민 전문가'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운동가는 곧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진 그는 평화네트워크 활동과 언론 기고를 병행해 왔고, 〈2003년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 : 부시의 예방전쟁과 노무현의 예방외교〉, 〈미군 없는 한국을 준비하자〉(이상 이후 펴냄), 〈한반도의 선택 : 부시의 MD 구상 무엇을 노리나〉, 〈전쟁과 평화, 21세기를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동맹의 덫〉(이상 삼인 펴냄), 〈MD 미사일 방어체제〉, 〈한반도 시나리오〉(이상 살림 펴냄), 〈북핵, 대파국과 대타협의 분수령〉(창해 펴냄) 등의 책을 펴냈다.

지난 연말 한 신문사가 뽑은 '미래의 한국을 이끌어나갈 100인'에 선정되기도 한 그는 "한반도에서 또 세계에서 반평화의 상태가 지속되는 한 더욱 강력한 반전·평화운동을 벌여 모두가 평화를 만드는 당당한 주체가 되길 소망한다"고 소감을 밝힌 적이 있다. 챙겨야 할 일이 너무 많은 것이 가끔 큰 어려움이라는 정욱식 대표의 일손을 덜어주는 일은 바로 우리의 책임이다.

***피터벡-정욱식 이야기**

이날 대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최근 경주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이 화제에 올랐다.

벡 소장은 "아무리 불국사 가고 노력해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고이즈미 일본 총리처럼 불알친구가 될 수 없다"는 상당히 과격한 표현(?)으로 한미 정상간 관계를 말끔히 정리했다. 텍사스 크로포드 목장에 초대 받기도 했던 고이즈미 총리와 부시 대통령의 끈끈한 우정은 미국 일변도의 일본 외교노선에 기인한 것도 있지만 강대국의 '보수파 정치인이라는 '기본 색채'가 동일하다는 점도 주요인이라는 설명이다.

9.11 테러를 기점으로 급격히 보수화된 미국과 조금씩 진보적으로 변하고 있는 한국.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두 나라 사이의 동맹은 정말 굳건한 것인가? 아니 정말 굳건해야 되는 것인가?

최근 한국은 〈국방백서〉에서 주적개념을 삭제했다. 미국과 함께 북한을 공동의 적으로 삼을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부시 행정부 들어 북핵 문제를 놓고 한국과 미국은 종종 '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동북아 기동군 개념을 도입하는 게 목표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서도 한국과 미국의 이익은 서로 엇갈린다. 한국에게 이런 전략적 유연성을 받아들이라는 것은 중국과 적대적 관계에 서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양국간의 엇갈리는 이해관계 외에도 세계 유일의 '슈퍼 파워'인 미국이 이라크 전과 같은 세계인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는 일들을 계속 감행한다면 한국은 어찌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민족인 북한, 이웃국가인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을 어느 누구도 전적으로 신뢰하기 힘든 상태에서 가장 믿을 만한 미국과 손을 잡고 가야하는가, 아니면 과감히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이날 대담은 지난 2일 광화문에 위치한 국제위기감시그룹 서울사무소에서 박인규 프레시안 국제에디터의 사회로 2시간 가량 진행됐다. 다음은 대담 전문.

***"美, 부시 행정부 초기처럼 강경파가 다시 득세하나"**

프레시안 : 이번 대담에는 한반도 전문가 두 분을 모셨다. 피터 벡 소장, 정욱식 대표 모두 한반도 평화 문제에 관심을 갖고 평화운동을 하는 분들이다. 우선 북핵문제에 대해 얘기해보자. 얼마 전 북핵 5차회담이 별다른 성과 없이 다음 회담 일정도 잡지 못한 채 끝났다.

정욱식 : 제4차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이 나왔지만 뜻밖에 금융제재 문제가 불거지면서 5차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났다. 제2기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대사 등 한반도 정책라인이 정비가 되면서 실용주의적인 협상론이 강해지지 않을까 했는데 최근 진행되는 양태로 보면 여전히 한반도 관련 정책이 정리되지 않을 것 같다.

북한이 위조지폐를 찍어내고 마약을 거래하는 것을 근절해야 하는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시기의 문제가 있다. 회담을 앞두고 이런 문제를 제기하고 또 강압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은 북한으로선 공동성명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힐 차관보가 주도하고 있는 6자회담 프로세스에 대해 일정 정도 제동을 걸려는 미 강경파들의 의도가 반영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벡 : 거의 동감이다. 4차 6자회담으로 이제 대화가 시작됐다, 미국 측에서 유연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회의적이다. 진짜 대화하고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이 시점에 금융제재 못한다. 지난 10월 중순 평양에 갔을 때 노동당 고위 간부가 '대화하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계속 얘기했었다. 그래서 5차 6자회담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끝난 것을 보고 별로 놀라지 않았다.

4차 6자회담 끝나고 힐 차관보가 평양을 간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체니 부통령이 못 가게 막고 있다고 들었다. 라이스 국무장관에게도 강경한 태도를 주문하고 있다. 한국 정부에도 북한이 핵을 완전 포기한 다음 보상을 얘기하자고 압력을 넣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가 어떻게 풀리겠냐. 북한도 별로 핵 문제를 해결할 마음이 없는 것 같다. '핵 카드'밖에 없는 북한은 한번에 하나씩 던지고 싶은데 미국이 전부 다 달라고 하니까.

최근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침략에 실패하고 카트리나 관리에도 실패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취약한 상태다. 그래서 정부 내 강경파 입장이 약해진 측면이 있는데 북한에서 이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오기 전에도 미국은 북한을 침략 못하고 대화밖에 할 수 없었다.

미국도 북한도 해결의 의지 없이 그냥 만나는 척, 대화하는 척만 하고 있다. 서로 붕괴되는 것 원하지 않고 협상할 마음이 없는 것 같다.

프레시안 : 그 말씀은 북한이 태도를 바꾸면 쉽게 풀릴 수도 있다는 얘기인데 동의하나?

정욱식: 물론 북한이 경직된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북한이 정말 핵을 포기할 의지가 있냐'는 식으로 북한의 의도를 검증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문제다. 그건 결국 협상에서 합의한 부분을 이행하는 과정을 통해 검증되는 것이다.

북한은 핵 포기에 상응하는 조치가 맞아 떨어져야만 포기한다는 것인데 과연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에 대해 얼마나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는가. 북한이 실제로 핵을 포기하려고 하는지, 아니면 협상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더 많은 지원을 받으려고 하는지, 지금 이 시점에서 단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다만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조건이 타당하냐에 대해 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요구가 100%는 아니지만 70-80%는 타당하다, 이렇다면 미국이 그 70-80%를 채워주려고 노력했는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후계체제 고민하는 북한, 교착 상태 유지할 수도**

프레시안: 어쨌든 4차 6자회담에서 대원칙이 만들어졌으나 좀처럼 진전이 없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이런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미국과 북한이 아닌 한국, 중국, 일본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나.

벡 : 최근 6자회담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미국 방문이 무산됐다.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북한과 미국이 자주 만날수록 신뢰감이 조금씩 생길텐데….

정욱식 : 북한의 몇몇 관리들의 워싱턴 방문은 금융 제재와 관련해 북한은 협상을 원하는데 미국은 우리가 상황을 브리핑은 해줄 수 있지만 협상할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 무산됐다. 부시 행정부 초기 때 북한과 대화는 하지만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는데, 그게 반복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일본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 있다고 본다. 일본이 북한과 납치문제 때문에 지난 2년 동안 대화가 안 되다가 최근에 다시 시작했다.

벡 : 북한과 일본이 연말까지 다시 만날 생각이 있지만 아직 신뢰감은 전혀 없다. 납치문제 해결이 쉬울 것 같지도 않다. 중국도 북미간 대화를 중재할 수는 있지만 협상시킬 능력은 없다. 한국 정부도 북한에 '중대 제안'을 내놓았는데 6개월째 답장이 없다. 이 교착 상태가 어떻게 풀릴 수 있는지 큰 수수께기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북한이 위기 고조를 또 한번 시도하지 않을까?

정욱식 : 북한 입장에서는 지금과 같은 상태로 끌고 나가는 게 괜찮다. 어차피 부시 행정부를 통해 자기들이 얻을 수 있는 게 한계가 있는 거 같으니 때론 위기를 고조시키고 때론 협상 국면으로 가면서 말이다.

북한은 이른바 후계체계를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권이양기로 갈 때 중요한 국면이 후계체계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여기엔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하나는 반미 이데올로기를 통해 국민들에게 위기의식을 고조시켜 통제하는 방식이 있을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과의 관계를 극적으로 개선시키는 것이다. 북한이 현재 선군정치를 앞세우고 있지만 그건 언제든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지금 그것을 고민하고 있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제가 평양에 가서 미국과 관계만 좋아지면 자신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건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 북한 내에서도 가장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게 미국과의 관계다. 미국과의 관계만 좋아지면 여러 가지 문제를 풀어 가는 데에 자신 있다는 건 북한이 반미국가에서 변화할 여지가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벡 : 전 지난 10월 평양에 갔을 때 이렇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미제놈입니다."(웃음) 북측 사람들이 깜짝 놀라 웃으면서 "아니, 아니 미제인"이라고 고쳐주더라. 일부러 그렇게 인사했다. 북한사람한테 그게 얼마나 웃기는 말인지 보여주려고. 이번에 방북했을 때 BBC와 함께 갔었는데 평양 근교에서 농부들과 잠시 이야기 할 시간이 있었다. 왜 경제상황이 어려워졌냐고 묻자 "미국 때문이다", 어떤 할머니 "미제놈 때문에"라고 큰 소리 치더라.

프레시안 : 조금 전에 정욱식 씨가 일본의 역할이 혹시 있을 수 있다고 했는데 고이즈미 총리는 납치 문제만 아니라면 북일 관계를 정상화하고 싶어 하고 있다. 약간 엉뚱한 발상인지 모르겠지만 고이즈미 정부가 우정국 민영화를 하게 되면 3조 달러의 여유 돈이 생긴다. 이게 결국 풀려나가면 갈 곳이 결국 미국밖에 없고, 이런 점을 고이즈미 총리가 이용하지 않을까 하는 관측도 있다.

벡 : 북한이 납치 문제에 대해 증거를 보여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어느 정도 풀어야 한다. 일본 정부가 아무리 협상하고 싶어도 납치 문제를 어느 정도 풀지 않으면 일본 국민들이 인정하기 어렵다.

정욱식 : 지난번 요꼬다 메구미의 가짜 유골문제 문제 때문에 양국 사이에 갈등이 고조됐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 메구미의 가짜 유골 얘기를 양측이 모두 안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고이즈미 총리는 하고 싶으면 하는 캐릭터다. 자신의 임기 내에 북일 수교를 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임기가 내년 9월까지인데, 이런 상황 때문에 한일관계가 좀 아쉽다.

동북아 문제를 참 풀어가기 어려운 게 미일 관계는 가깝지만 미국은 북한에 기본적으로 강경한 입장이다. 또 한일 간에 여러 가지 현안이 있어서 한국 정부가 나서서 일본 정부에 '북한과 관계를 풀라'고 얘기하기도 굉장히 힘들다. 한국 정부가 부시 행정부를 설득해서 북핵문제 해결에 전기를 만들기도 힘들다. 이런 한미일 삼각관계에서 가능성은 보이는데 이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북한인권법, 미국의 자기만족 위한 법?"**

프레시안 : 최근 북한 인권 문제가 북핵 문제의 변수가 되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 게 좋다고 생각하나.

벡 : 북한 인권은 심각하지만 큰 소리 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핵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문제는 북한 인권이 한미 양국의 진보세력 간의 갈등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월에 스티븐 해거드 UC 샌디에고 교수가 마커스 놀랜드와 함께 북한인권위원회 보고서를 냈다. 최근에 해거드와 연세대 문정인 교수가 한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했었다. 두 사람은 25년간 친구인데, 북한에 대한 시각이 너무 틀리니까 세미나에서 막 싸웠다. 미국에서 진보, 보수 구별 없이 북한 인권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작년에 미 의회에서 100% 찬성으로 북한인권법이 통과됐다. 근데 북한인권법에 책정된 예산이 2400만 달러다. 북한 사람 1인당 1달러다. 그 1 달러로 무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또 웃기는 게 법이 통과된 지 1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1달러도 쓰지 못했다. 이틀 전에 미국의 '아시아 자유 방송(Radio Free Asia)' 보도국장이 우리 사무실에 왔다. 이 방송은 지금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루 4시간 방송하고 있는데, 북한인권법이 통과되면 예산 지원을 받아 방송 시간을 늘리기로 돼 있었다. 근데 아직도 1달러도 못 받았다고 한다. 이게 진짜 무엇을 위한 법인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서로 기분 좋기 위한, 자기만족을 위한 법이 아닌가.

프레시안 : 주제를 바꿔서 한미관계를 얘기해보자. 한미관계는 자주냐, 예속이냐, 결코 바람직하다고 보진 않는데 다소 양분법적인 시각으로 평가되는 측면이 있다. 지금 시금석처럼 놓여 있는 문제가 이라크 파병과 주한미군 재배치다. 이라크 자이툰 부대 파병 재연장 문제가 불거졌는데 어떻게 보는가.

벡 : 저는 이라크 침략을 반대했지만 한국의 파병 결정은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동맹관계가 아직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파병할 수밖에 없었다.

정욱식 : 이른바 파병 국익론인데 찬성하지 않는다. 지난 2년 반 가량의 파병 논란을 보면서 우리가 적어도 정신적으로 여전히 미국에 강하게 예속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라크 파병을 얘기하면서 이라크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는 완전히 부차적인 문제였다. 이는 파병 반대론자들도 반성해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국익은 애매모호한 측면이 있다. 나라 전체의 이익인지, 정권의 이익인지, 아니면 정권 일부분의 이익인지.

노무현 정부에서는 이라크 파병과 북핵 문제를 일종의 거래의 대상으로 삼았던 측면이 크다고 본다. 미국이 어려울 때 도와주면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지 않을까. 윤영관 당시 외교부 장관이 파월 국무장관에게 그런 얘기를 해서 면박 당한 일도 있었다.

벡 : 사실 한국군 파병은 상징적인 것이다. 지금까지 부상자도 거의 없었다. 일본군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쿠르드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쿠르드족은 이란, 이라크 등 주변 강대국 간의 싸움 속에서 자기네 나라가 없어진 민족이다. 국제 사회의 도움을 받을 만한 민족이다.

정욱식 : 한국은 파병을 해도 손해고, 파병을 안 해도 문제가 있다. 다만 어떤 문제가 더 큰 것이냐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라크 파병은 한국이 갖고 나아가야 할 정체성, 즉 국가 브랜드에 치명적인 손상을 줬다. 파병 논란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이 굉장히 이익 중심적인 사고방식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얼마 전에 경북 상주에서 대규모 공연을 하는데 관중이 한꺼번에 밀려 밟혀 죽는 일이 발생했다. 유가족들은 사고의 원인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면서 농성을 하고 있다. 근데 상주시가 지금 혁신도시를 유치하려는데 유가족들의 농성이 장애가 되고 있다는 여론이 일고 기자들이 유가족들에게 면박을 주는 일이 발생했다. 무엇이 정의인가라는 생각들은 실종되고 당장 눈앞의 이익, 실리들만 쫓아가는 경제동물이 돼가는 건 아닌지.

***"전략적 유연성, 틈새는 없는가"**

프레시안 : 주한미군 재배치는 크게 보면 동북아에서 한반도가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이냐는 문제다. 그런 측면에서 '동북아 균형자' 얘기도 나오는 것 같다. 한국의 외교적 위상과 관련해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를 어떻게 보는 게 합리적이고 바람직한가.

벡 : 중국, 일본과 비교해보면 한국은 인구.경제적 측면에서 균형자가 될 가능성이 없다. 일본이 한국보다 인구가 3배인데, 미국에 완전히 잡혀 살고 있다. 메이지유신 시절의 탈아입구(脫亞入口 : 아시아를 벗어나 구미에 속하자)를 주장할 때와 마찬가지다. 일본은 중국과 한반도를 믿지 못하니까 미국하고 같이 간다는 입장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누구를 믿을 수 있는지 결정해야 한다. 북한을 믿을 수 있으면 민족끼리 해결하고 민족끼리 살면 된다. 일본, 중국을 믿을 수 있으면 그렇게 가면 된다. 그러나 네 나라 중에 제일 믿을만한 나라가 현재로선 미국이다. 15년 동안 협상했는데도 평택 미군기지 이전 문제는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를 받아들일 것인지를 국민들이 결정해야 한다.

정욱식 : 한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보면 한반도의 역사가 있으니까 일본이나 중국과 함께 갈 수 없는 측면이 있고, 북한도 아직은 정상국가라고 보기 힘든 부분이 있고, 미국에 편승해 갈 수도 없는 문제고….

벡 : 그래서 균형자론이 나왔다. 믿을만한 나라가 없으니까. 균형자 되고 싶지만 그럴 능력이 없으니까 답답할 수밖에 없다.

정욱식 : 주변국을 믿지 못하니까 미국과 손잡고 가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균형자가 되기 위한 힘이 물리적인 힘일 필요는 없다. 한류라든지 문화적.학문적 힘, 아직은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이런 부분을 통해 주변 국가들의 이해와 신뢰의 폭을 넓혀갈 수 있는 부분을 만드는 게 한국의 미래가 돼야 한다. 한국은 분단과 전쟁을 겪으면서 한미간에 지나치게 밀착돼 있다. 그러다 보니까 다른 나라와 관계를 개선시킬 여지를 별로 갖지 못했다.

벡 ; 최근 들어 밀착 좀 없어지지 않았나.

정욱식 : 그건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한미관계는 지나치게 유착된 상하관계였다. 이런 부분이 냉전이 해체되고 남북관계가 좋아지고 한국 국민들의 의식이 성장해서 개선될 필요가 있었다. 이런 부분을 자연스럽게 이해해야지 자꾸 한국이 반미 쪽으로 간다, 아니면 탈미친중(脫美親中)으로 간다는 식으로 성급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오히려 한국의 입지를 좁힐 수 있다.

또 한미와 일미관계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일본은 미국이 북한과 전쟁을 해도 망하지 않는다. 미일 동맹은 북한을 공동의 적으로 갖고 가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한국은 북한과 같은 민족이라는 것도 있지만 북미간 전쟁이 일어나면 국가의 존망까지도 생각해야 한다.

그건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중국과 적대관계에 빠져도 엄청난 국가적 손실까지 겪지 않아도 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한국이 중국을 적대국가로 삼으면서 과연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면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는 것을 전략적 목표로 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한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가.

벡 ; 받을 수 없으면 주한미군을 보내야 한다.

정욱식 : 이걸 받으면 중국과 적대관계가 된다. 우리가 못 받는다는 게 주한미군이 나가라는 게 아니라 그 중간 지점은 없는가. 미국이 과연 쉽게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을끼. 쉽게 철수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은 일종의 이와 잇몸의 관계다. 주한미군이 철수한 가운데 주일미군의 지위가 지금처럼 튼튼할 수 있겠는가. 주일미군도 흔들릴 수 있다. 그러면 미국이 주일미군도 철수시킬 수 있을 것이냐. 그건 아니다.

벡 : 가능성이 있다.

정욱식 : 가능성은 있지만 미국이 주한미군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을 못 얻는다고 해서 철수시킬 것이라는 건 너무 먼 얘기가 아닌가,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는 앞서 말한 측면에서 한국에겐 굉장히 큰 딜레마다. 미국이 한국의 동맹국이라면 한국의 딜레마를 이해해야 한다.

***"보수적 한국 언론, 미국의 반한 감정 부추겨"**

벡 : 그렇게 기대하는 건 솔직히 어렵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수십 년간 일방적인 짝사랑 관계였다. 또 현재 미국은 세계의 유일한 슈퍼 파워로 다른 나라에 대해 신경 안 쓴다. 이라크전 문제 때문에 독일과 프랑스와도 사이가 안 좋다. 오직 영국과 일본만 꽉 잡고 가는 셈이다.

지금 미국 고위관리자들은 한국을 잘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의 언론이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측면도 있다. 지난주 알렉산더 버시바우 미대사가 연세대에서 특강을 했는데, 학생 100여 명이 참석했고 별다른 일이 없었다. 다만 강의실 밖에서 5-6명의 학생이 '우리가 진짜 동맹이냐', 이런 포스터 만들어 붙였는데, 〈조선일보〉 기자가 버시바우 대사가 그 포스터 앞을 지나는 사진을 찍어 보도했다. 한국 사람이 봐도 '연대 학생들 아직도 반미감정이 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사진이다. 그러니 미국 사람들도 오해할 수밖에 없다. '맥아더 장군 동상도 철거하고 싶어 하고, 우리가 얼마나 피 흘렸는데…. 주한미군 철수해야 한다'는 식의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프레시안 : 언론이 반한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벡 : 100명의 학생들이 조용하게 버시바우 강연을 듣는 건 재미있는 사진이 아니겠죠.

프레시안 : 정욱식 대표가 주한 미군 재배치와 관련해 한국 측의 필요와 미국 측의 필요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대안이 없냐고 문제를 제기했는데 어떻게 보나? 한국이 여지를 만들 틈새는 전혀 없는가?

벡 : 그런 틈새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특히 부시 행정부는 '흑'과 '백'밖에 모르니까. 또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공화당, 민주당 떠나서 상당히 중요한 개념이다. 특히 이라크 전과 관련해 국내에서 비난 여론이 높아지니까 강경파들이 마음대로 행동 못하니까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주한미군 철수를 현실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고 보는가. 럼스펠트 장관 같은 경우 주한미군 철수를 일종의 '위협용'으로 얘기하고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 학자들이니까 현실적이진 않지만 찰머스 존슨도 한국 정부가 철수를 요구하라고 하고 브루스 커밍스도 주한미군이 북한의 남침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 지상군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정욱식 : 평화운동을 하면서도 주한미군 철수를 한번도 주장한 적이 없다. 주한미군 문제는 고차 방정식인데, 이를 일차 방정식으로 이해하려는 경향 때문에 문제가 더 안 풀린다고 생각한다. 지금 같은 조건에서 주한미군을 철수한다면 북한이 가장 반대를 할 것이라고 본다. 북한과 미국 간에 서로 전쟁을 할 가능성이 없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미군이 빠져나간다는 것을 북한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미국이 전쟁을 결정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자국의 군인, 국민들의 피해를 얼마만큼 줄일 수 있느냐는 것인데 한국 땅에 주한미군이 한 명도 없는 상태에서 양국 사이에 갈등이 증폭된다면 전쟁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은 상태라는 얘기다. 역설적으로 한반도는 주한미군이 철수하면서 전쟁위기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된다.

또 미국의 참여가 없는 상태에서 한반도 평화체제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있다. 북한과 미국 사이에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이 있다. 미국이 평화협정에 서명하지 않는데 북한이 남북평화협정을 받아들일 것인가. 지금처럼 안 받아들일 것이다. 또 테러지원국과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실질적 권한은 미국이 갖고 있다. 미국이 경제제재를 풀어줘야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편입될 수 있다. 미국이 '너희들끼리 잘해 보라'며 팔짱을 끼면 한반도에 평화가 올 수 없다.

근데 제가 걱정하는 것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 한미동맹 문제를 재정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냐.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한국이 동맹의 미래상에 대해 합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해 논의할 수 없다고 미국이 나올 수 있다. 그럴 경우 한국에겐 상당히 골치 아픈 문제가 된다.

***"미국의 강경보수화, 계속될 것인가, 변화할 것인가"**

프레시안 : 체니, 럼즈펠드 등을 '미친 매파'라고 비난했는데, 이런 미국의 강경보수 기류가 일시적 현상인가, 아니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가?

벡 : 모르겠다. 지난 대선에서 미국 국민들에게 크게 실망했다. 이라크에서 대량 살상무기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졌다가 이제 40%대로 다시 올라가고 있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야스쿠니 신사를 가든지 말든지 고이즈미를 지지하는 일본 사람들이나 이라크를 침략하든지 말든지 재선시키는 미국 사람들이나 똑같다.

문제는 공화당의 파워가 워낙 막강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에 대항할만한 지도자가 없다. 공화당과 부시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왜 민주당은 이라크에서 미군 철수 계획을 못 만드냐, 왜 꼼짝도 못하냐.

내년에 의원 선거가 있는데 435명 중에서 20-30개만 경합을 벌이는 선거구다. 10% 미만인 셈이다. 나머지는 이전에 했던 사람들이 계속하는 것이다. 90% 이상 재선되면 구소련이 부럽지 않은 정도 아닌가. 그런 면에서 한국의 역동성은 놀랍다.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 결과는 미국에선 상상도 하기 힘든 것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미국 민주주의보다 한국 민주주의가 더 활발하고 생생하다.

정욱식 : 미국이 워낙 큰 나라라서 쉽게 얘기할 수는 없지만 이라크 문제에 대해선 이해하기 힘든 나라다. 지난 대선이 미국인들의 이성을 회복해 가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보여주는 중요한 징표였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재선이 되는 걸 보면서 과연 미국에 희망이 있는가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됐다. 미국이 앞으로 어떻게 갈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만 이성을 회복해서 좀더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면 한국도 손을 잡고 갈 수 있지만 미국이 계속 이런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벡 : 저도 걱정한다. 문제는 이라크전에 대해 미국 사람들의 60% 정도가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부시에 대한 신뢰도 떨어졌는데 민주당에 훌륭한 지도자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미국 사회는 계속 보수화되는데 한국 사회는 조금씩 진보적으로 가고 있다. 두 나라가 같이 가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펜타곤에선 주한미군의 철군을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는 거 같다. 4-5년 전까지 철군은 생각도 못했는데 이젠 염두에 두고 있다. 돈 오버도퍼 교수가 며칠 전에 연설했는데 그 제목이 '동맹 관계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Can the relationship survive?)'였다.

***"Can the relationship survive?"**

프레시안 : 한미관계의 앞날에 있어 바람이 있다면 얘기해달라.

정욱식 :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아름다운 이별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맨날 같이 살다가 헤어져 봐야 서로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 미국으로부터 절대 버림받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앞으로 미국이 어떻게 갈지 모르는데 잘못가고 있는 미국에 편승했다가 정말 큰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것은 또 국가나 민족의 존망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국익 차원이나 이익 차원의 문제를 떠나서 보편적인 가치의 문제를 미국에서 요구하고 이것을 거부한다고 해서 미국이 나간다고 한다면 '환송회'를 해주는 것도 좀 고민해야 할 필요도 있다.

동맹은 국가 대 국가의 관계이기 때문에 인간 관계와는 다르지만 한국이 갖고 있는 고민과 딜레마를 미국이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그 동맹은 더 이상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국의 젊은이들이 미국을 맹목적으로 따라갈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들다.

벡 : 미국 사람들은 한반도에 대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미국은 소련과 60년전 한국이 원치 않는데도 한국을 분단시켰다. 그래서 미국은 한국 사람들이 원하는 데까지 도와줘야 한다. 이런 주장을 강의할 때마다 하고 있는데 수십 명씩, 수백 명씩 교육시키는 게 쉽지는 않다. 군사적, 경제적으로 보면 한국이 발전했고 한국 사람들은 미국이 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은 아직 그렇지 않다. 동등한 파트너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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