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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군사기지에 땅을 내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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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군사기지에 땅을 내줄 수 없다"

'평택 평화를 위한 공동행동 토론회'…'국제연대'도 모색

한강 이북에 있는 주한미군 기지 대부분이 경기도 평택 지역으로 대거 이전할 예정인 가운데 미군기지 확장으로 인해 농지와 주거지를 잃고 강제이주 위기에 처한 평택 팽성읍 주민들에게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평택 주민들에게 군사기지에 의해 피해를 입는 민중은 비단 평택 주민들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줬다.

지금은 폐교가 돼 평화교육관으로 이용되고 있는 평택 팽성읍 대추리 대추초등학교에서는 9일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의 주최로 '평택 평화를 위한 공동행동 토론회'가 열렸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는 세계적 농민운동가인 조제 보베 등 프랑스 농민단체 회원, 브라질 농민단체 회원,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는 주일미군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일본 시민단체 회원 등 14명이 참석해 자신들의 경험을 소개하는 한편 '평택 평화 공동행동을 위한 제안서'를 채택하고 국제적 연대를 다져나가기로 했다.

***조제 보베 "우리 마을도 군사기지 건설계획에 맞서 싸워"**

이번 토론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조제 보베다. 그는 트랙터를 몰고 맥도널드 체인점을 공격해 세계적 명성을 얻은 프랑스 농민운동가다. 그런 그가 미군기지를 반대하는 평택 주민들의 활동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조제 보베는 자신의 고향인 프랑스 라르작 마을 주민들의 프랑스 군사기지 건설 반대운동 경험을 소개하고 "전세계적으로 "전세계적으로 군대에 의한 강제 토지수용이 있을 때마다 그곳 주민들이 쫓겨나거나 저항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맞서 싸우려면 주민들이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베와 함께 대추리를 찾은 프랑스 농민연맹의 장 마르크 씨는 "대량으로 쌀을 생산하는 미국인들은 평택에 이런 조그만 쌀 농지와 마을공동체가 있다는 것을 절대로 상상하지 못할 것"이라며 "나는 이번에 한국에 와서 평택 사람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땅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국제적인 연대만이 싸워 이길 수 있는 길"**

'오키나와-한국 민중연대'의 토미야마 마사히로 씨는 주일미군 기지의 75%가 몰려있는 일본 오키나와도 평택과 상황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오키나와에서는 헤노코 해상기지가 해양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기지 건설 반대 운동이 한창"이라며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 일본 정부는 육상기지를 포함한 절충안을 내놓았지만 미국은 이마저 거부하고 바다와 육지가 접한 연안에 기지를 짓기로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라틴아메리카의 농민들도 미군을 바라보는 시각이 평택의 농민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브라질에서 온 MST(무토지농민연대) 활동가인 일마 마리아 씨는 "3년 전 박스보큰 지역에서 미군기지를 확장하려는 계획에 맞서 싸워 승리한 적이 있다"며 "전 세계 미군기지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동일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사람들의 국제적인 연대만이 우리가 싸워 이길 수 있는 길"이라며 국제적인 연대를 호소했다.

라틴아메리카에는 브라질을 비롯해, 우루과이, 과테말라, 아르헨티나 등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사기지에 맞서 땅 지키는 국제연대 활동 강화할 것**

이들은 평택 촛불시위 500일을 맞는 내년 1월 14일 각자의 나라에 있는 한국 대사관과 미국 대사관 앞에서 동시에 촛불시위를 벌이는 '세계 미군기지 확장 저지 국제행동의 날' 행사를 개최하기로 하는 등 군사기지 문제에 공동대응하기로 다짐했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의 김용한 위원장은 "한국의 작은 땅 평택을 넘어 군사기지에 의해 고통 받는 전 세계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한 평택을 만들기 위해 전 세계 활동가들과 함께 토론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이날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11일 오후 평택역에서 열리는 '제2차 평택평화대행진'에 참석한 뒤 일부는 홍콩에서 열리는 WTO 각료회의에 반대하고 세계화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홍콩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박스〉-----------------------------------
***지금 평택 팽성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일본군이 평택에 비행장을 건설하며 평택의 외국군 주둔이 시작됐다. 해방 후 6.25를 거쳐 1952년 미군기지가 크게 확장됐고, 현재 평택에는 서탄면 일대에 218만 평 규모의 K-55(오산 공군기지), 팽성읍 일대에는 151만 평 규모의 K-6(캠프 험프리) 기지가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은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GPR)'에 따라 한강 이북의 서울 용산 주한미군 사령부 및 의정부 일대의 미 2사단을 후방인 평택으로 이전하기로 했고, 평택의 349만 평(팽성 285만 평, 송탄 64만 평)에 추가로 미군기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등 평화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주한미군 재배치는 신속기동군화를 통한 대북 선제공격 전략의 일환으로 한반도의 전쟁 위험을 고조시킬 뿐 아니라 한미상호방위조약과 대한민국 헌법 제5조의 평화주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주장하며 미군기지의 확장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특히 미군기지 예정지역에 편입돼 강제수용당할 처지에 놓인 팽성읍 대추리, 도두리 등의 주민들은 "지금까지도 미군기지로 인한 피해를 입고 살아 왔는데, 힘겹게 일구고 가꾸어 온 땅을 또다시 내줄 수 없다"며 토지수용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시민단체들과 팽성읍 주민들은 2003년 '미군기지 확장 반대 팽성대책위원회'를 세워 '미군기지 이전 공청회 거부', '토지수용을 위한 측량 거부' 등의 활동을 해왔고, 2004년 9월 1일부터는 하루도 빠짐없이 '우리땅 지키기 촛불행사'를 열고 있다.

하지만 정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지난달 23일 협의매수를 거부한 확장예정지 토지에 대한 수용을 의결하고 토지 강제수용 및 강제철거 준비에 돌입함으로써 팽성읍 일대에서 정부와 주민들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책위 김용한 위원장은 "정부가 공탁을 통해 수용을 거부하는 주민들에 대한 행정대집행(강제철거)의 길을 열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농사철에 강제철거를 하면 농작물이 뭉개지는 모습이 방송될 수도 있고 그러면 여론이 악화될 것이 뻔하니 정부는 아마도 이번 겨울(12월~2월)에 행정대집행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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