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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대통령 되면 세상 바꿀 것처럼 했는데 할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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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대통령 되면 세상 바꿀 것처럼 했는데 할말 없다"

"하도 괴로워 안 받을 줄 알면서 연정 제안"

노무현 대통령은 이해찬 총리에 대해 "천생연분이고, (그래서 나는) 참 행복한 대통령"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지난 9일 있었던 신임 사무관을 상대로한 특강에서 이해찬 총리에 대해 "이 총리와 저는 문제를 놓고 답을 쓰라고 하면 거의 비슷한 답을 쓴다"며 "이것은 천생연분이고, (그래서 나는) 참 행복한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의 '희망채널' 코너를 통해 동영상으로 공개됐다.

노 대통령은 이미 여러 차례 이 총리의 업무 능력에 대해 극찬했었으며, 내년 초 부분 개각 이후에도 일을 함께 할 것이라며 유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대통령 되면 세상 바꿀 것처럼 했는데 할말 없게 됐다"**

노 대통령은 또 자신의 국정운영에 대한 불만이 큰 이유에 대해 "(지난 대선에서) 나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뭐가 달라졌냐 불만"이라며 "내 처지에서 보면 많이 달라졌고, 그들의 처지에서 보면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인식을 밝히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저출산 문제를 언급하면서 사회복지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가 가지고 있는 활용할 수 있는 돈과 서비스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진보를 꿈꾸는 많은 이 땅의 사람들이 유럽을 바라보면서 우리 사회의 안전 수준에 대해서 많이 모자람을 느끼고, 그래서 불만이 많은 것을 나도 이해하고 듣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제 큰 틀을 바꾸지 않으면 이 문제 해결이 안 된다"며 "사회 안전망 분야에 예산을 늘리고 다른 분야를 아끼도록 했는데 더 짜낼 게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완전한 결론을 안 냈지만 (전체 예산의) 9-10%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세상을 바꿀 것처럼 했는데 할 말도 없게 됐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딱 하나 양극화 지수는 나빠지고 있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지수들은 다 좋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동정부하면 그 정부 석달도 못 가"**

노 대통령은 이어 "그래도 지난번 (대통령) 선거는 대중적 민주주의의 실험장이었다. 그 선거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의 정치의식, 정치참여 행태가 얼마만큼 고양됐나. 그 때 (정치개혁을) 어느 정도는 하지 않았느냐"며 자신의 당선의 의의를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적어도 나는 당선보다 원칙을 선택했다. 그 일관성을 잃지 않았다"며 "대선 일주일도 안 남은 절박한 상황에서 (정몽준 후보의) 공동정부의 제안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내 주변에 있는 사람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공동정부 받으라고 압력을 넣었다"며 "그때 나는 '공동정부 하면 정부가 석 달도 못간다. 명분에 멱살을 잡힌 사람은 아무 것도 못하고 약속을 저버릴 수밖에 없는데 안된다. 차라리 이회창 씨가 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건 절대로 거짓말이 아니다"고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성공의 비결이 뭐냐, 사즉생(死卽生)이다. 죽는 길로만 갔는데 대통령이 됐다"며 "그러나 아무 때나 본보기로 하지마라. 진짜 죽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행운이 내 편에 있을 때만 하라"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지금은 역지사지 자세 배워야…하도 괴로워서 연정 제안"**

노 대통령은 "지금 내가 추구하는 것은 역지사지를 배우는 것"이라며 최근 한나라당에 연정을 제안하게 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투쟁의 역사 속에서 성립된 것이지만 성숙해 가는 과정에서 변한다"며 "지금도 투사는 밤낮 '투사의 노래'만 불러대지만 지금은 역지사지의 자세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내가 하도 괴로워서 그것을 받지는 않겠지만 (한나라당에) 연정을 제안했다"며 "그러나 내 정성이 부족해서 상대방이 그 말 뜻을 못 알아들었다. 또 '정치적 꼼수 아니냐', '저 사람 어수룩해 보여도 완전히 정치 9단이야', 이러니까 안 통했다. 내 딴에는 정성들여 했는데 절차가 부족했던 게 아닌가"라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 민주주의도 온건과 극단 사이 대결 나올 수 있어"**

노 대통령은 "역사는 언제나 과도기적 질서로 서로 모순되고 충돌하는 위에 서 있다"며 "모든 대책이 깔끔하게 논리적으로 정리 안 된다는 것을 우리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한국 정치가 지역 대 지역의 대결 구도에서 진보와 보수의 구도로 가면 '1차(1단계) 진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진보와 보수 가운데서도 극단주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타협없이 자신의 주장만을 관철하고, 상대방이 무너질 때까지, 전 국민이 나를 지지할 때까지 오로지 타협하지 않고 상대의 문제점만 지적하고 타도를 외치는 정치, 이것이 극단주의"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 프랑스와 독일의 사례를 들었다.

노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지난번에 시라크 대통령이 1위, 극우파가 2위를 했다"며 "그때 좌파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이 시라크 대통령을 지지했는데, 왜냐하면 (정권이) 극우파한테 가면 안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노 대통령은 최근 독일 대연정에서 사민당이 좌파 연합을 버리고 우파와 대연정을 수립한 사실에 대해서도 "독일의 우파 정당은 사회적 시장경제 제도를 만들어낸 사람들로, 서로 이념이나 정책수단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지만, 대화를 통해서 절충과 조절이 가능한 사람들"이라며 "그러나 좌파 연합은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하니까 좌파끼리 손을 잡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도 온건 노선과 극단 노선 사이의 대결이 나올 수 있다"며 "이것을 내다봐야 정치를 읽을 수 있고 유권자로서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친일과 항일, 좌·우익, 독재·반독재 대립구도 등 우리 역사를 언급하면서 "'나는 아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우리의 사고 유전자 속에 이 같은 대결주의가 흐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성찰이 필요한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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