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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장들 '도청 근절' 지시 다음날도 도청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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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장들 '도청 근절' 지시 다음날도 도청 보고"

김은성 "원장이 구체적 도청 지시는 안 해"

김은성 전 국정원 국내담당 차장(2차장)이 두 번째 공판에서 "임동원, 신건 전 원장들은 불법도청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었다"고 진술했다. 김 전 차장은 그러나 "그래도 도청은 계속됐고, 도청 근절 지시 다음날도 도청 정보를 보고했다"며 국정원장들의 묵인 하에 도청이 계속됐음을 주장했다.

***"국정원장들, 1년에 1~2차례 도청 근절 지시. 그래도 도청은 계속"**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철 부장판사의 심리로 28일 열린 김 전 차장에 대한 속행공판에서 김 전 차장은 "1년에 한두 차례 국정원의 도청 의혹으로 시끄러워지면 국정원장이 직원들에게 '정치사찰 하지 말라', '불법감청 하지 말라',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월권하지 말라'는 등의 지시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형식적인 지시였느냐, 실질적 의도를 가진 지시였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김 전 차장은 "실질적으로 (도청 근절에 대한) 철학을 갖고 지시를 한 것 같지만, 수십 년간 해 온 도청을 없애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고 답했다. 김 전 차장은 "중앙정보부에 입사한 1971년부터 도청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시 재판장이 "국정원장이 실질적으로 도청 근절 지시를 했음에도 차장, 국장들이 도청을 계속 실시했으면 '명령위반'이 아니냐"고 따지자, 김 전 차장은 "죄송합니다. 정확한 답변이 어렵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김 전 차장의 변호인이 "지시를 어겼다면 피고인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라며 국정원장의 도청 근절 지시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구체적으로 답변할 것을 요구했고, 김 전 차장은 "30여 년 전 중앙정보부에 들어온 이후 도청 및 정치사찰 근절 지시를 한 달에 한 번은 들었다"며 "어느 원장도, 차장도 '도청기를 때려 부숴라', '도청하면 감찰하겠다'는 등의 구체적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김 전 차장은 이어 "도청 근절 지시 다음 날 바로 도청 보고서가 올라갔다"며 "이런 상황을 뭐라 할 수 있겠나"라고 답해, 국정원 직원들은 원장의 도청 근절 지시를 형식적인 것으로 여겼고 국정원장들도 사실상 도청 사실을 묵인했음을 시사했다.

***"'도청 지시는 도둑 지시와 마찬가지' 구체적 사안 도청 지시한 적은 없다"**

김 전 차장은 "국정원장에게 보고되는 통신첩보는 8국에서 올라가는 것으로 보고서 내용이 대화체로 돼 있고, 8국은 통신 감청만을 전담으로 하는 부서이기 때문에 통신첩보를 본 사람들은 누구나 도청에 의한 정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의 진술에 따르면 8국의 통신첩보는 알파벳으로 '배포선'이 표시돼 A라고 적혀 있으면 국정원장에게, C라고 적혀 있으면 1차장에게 보고되는 등 보고 대상이 표시돼 있고, 봉투는 매우 강력하게 봉인돼 함부로 열어볼 수 없게 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차장은 "국정원장 등은 보고서를 본 뒤 지시를 하거나 즉석에서 파쇄기로 폐기처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 전 차장은 그러나 "'도청을 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도둑질을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국정원장들이 구체적 사안에 대해 일일이 (도청 등의) 지시를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차장은 "정보기관은 융통성과 재량권으로 알아서 움직이는 기관"이라며 "원장이나 차장급에서 포괄적으로 지시를 내리면 8국은 통신첩보를, 대공정책실은 대민정보를, 대공수사국은 미행을 하는 등 실국장들이 자기 부서의 기능과 역량을 총동원해 알아서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라고 진술했다. 즉 국정원장 및 차장급에서는 구체적인 도청 또는 정치 사찰을 지시하지 않아도 실무진에서 알아서 각종 정보를 수집했다는 주장이다.

다음 공판은 12월 5일 열리며, 검찰은 구속중인 임동원, 신건 전 원장에 대해서도 조사를 마치고 조만간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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