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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단체, 명동성당에 쌀 1000가마 쌓고 농성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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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단체, 명동성당에 쌀 1000가마 쌓고 농성 돌입

"마을 이장 젊은 농군 자살…이것이 농촌의 현실"

정부 여당이 오는 16일 쌀개방 비준안 처리를 강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농민단체들의 분노가 격화되고 있다.

***농민단체, 명동성당에 쌀 1000가마 쌓고 농성**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14일 서울 명동성당 입구에 쌀 1000가마를 쌓고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혹시 모를 경찰의 저지를 피하기 위해 새벽 4시부터 기습적으로 쌀 가마를 쌓았다. 전농은 전국적으로 시.군.도청 앞에 쌓인 쌀만 70만 가마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농은 쌀을 적재한 뒤 오전 9시경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쌀 협상 국회비준 강행처리를 중단하고 쌀값 보장을 비롯한 근본적인 농업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금 농촌에서는 쌀개방 협상에 따른 개방 위기와 정부의 실패한 쌀정책으로 인해 작년대비 20-30% 이상 떨어진 쌀가격 때문에 농민들의 한숨이 날로 커져가고 있다"며 "정부에서는 떨어진 가격의 일부를 보전해 준다고 하지만 농민들의 현실은 생산비는 고사하고 물가인상률도 반영이 안 된 가격 때문에 1조6000억 원을 고스란히 손해보아야 하는 기막힌 처지에 놓여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특히 "지난 11일 전남 담양에서는 마을 이장과 농협 이사로 활동하며 뒤늦게 대학에 진학해 만학의 꿈을 불태우던 38살의 젊은 농사꾼이 암울한 농촌현실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운명을 달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이러한 상황은 현 정부의 개방농정과 농업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식량자급률이 25% 이하로 떨어진 우리 농업농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명동성당 벼 야적 농성이 사전에 충분한 양해를 얻지 못해 성당측과 여러 형제자매분들께 본의 아닌 불편을 끼치게 된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하지만 농민들의 이 절박한 현실에 대해 충분히 헤아려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APEC 기간 농민 시위 우려, 쌀 비준안 강행처리 연기될 듯**

한편 전농 회원 20여 명은 이날 오전 "한나라당은 쌀 협상 비준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며 서울 강서구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의 저지로 실패하기도 했다.

전농 관계자는 "정부 여당은 '국익을 위한 일'이라면서 어쩔 수 없이 쌀 비준안을 강행처리한다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지만, 과연 국익이 무엇인지, 이 땅의 농민들을 위한 이익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오는 12월 WTO 각료회의 이후 관세화율이 결정되는 것을 지켜본 뒤 비준안을 처리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한나라당은 겉으로는 쌀 비준안 처리를 아펙 이후로 연기한다고 하지만, 한나라당 안에서 북한인권법과 쌀 비준안을 연계해 처리한다는 얘기가 들려오는 것을 보면 농업에 대한 한나라당의 정책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이날 한나라당 당사 앞 시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한 "국회에서 쌀 비준안이 강행 처리되면 전국적으로 쌓여 있는 70만 가마의 쌀이 활활 불타오를 것"이라며 "계속해서 농민들을 죽음으로 내 모는 현실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당초 정부 여당은 오는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쌀 비준안을 표결 처리한다는 방침이었으나, APEC정상회담을 앞두고 농민들의 시위가 과격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쌀 비준안 처리가 정상회담 이후인 다음 주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농민단체들은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전국농민대회를 개최하며, 18일 APEC이 열리는 부산에서도 농민대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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