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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말 바꾼 것 맞지만 시대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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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말 바꾼 것 맞지만 시대가 다르다"

국회 법사위 답변..."국보법 위반 구속률 55%"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18일 오후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강정구 교수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의 정당성을 거듭 주장했다.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이념적 접근에 대해선 공세적인 반격을 가했으나, 자신의 '말 바꾸기 논란'과 관련해선 장황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수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왜 강정구 사건인가?**

천 장관에 따르면 강 교수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 판단의 배경에는 강 교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불구속 수사 원칙을 세우기 위한 일반적 취지와 함께 이 사건이 일반 형사사건에 비해 월등히 높은 구속률을 보이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이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천 장관은 "이 사건은 강정구라는 한 국민의 사건이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불구속 수사의 원칙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정구든 아니든 우리 국민은 누구나 소중한 인권을 가지고 있다"며 "강 교수는 사회 전체로 보면 소수인데, 헌법 원리나 법률 원리 어느 곳에서도 소수자라서 인권이 보장돼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천 장관은 또 "나는 이 사건에 관해 실체적 판단, 자세한 파악을 일부러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법무장관으로서 강 교수 주장 자체에 관해선 '백지상태'이며, 따라서 이번 불구속 수사 지휘도 선입견에 의한 조치가 아니라는 해명이다.

천 장관은 이어 "국가보안법에 대해 나는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개인 천정배의 입장"이라며 "김종빈 총장과의 협의과정에서도 국보법 위반의 실체 문제를 판단할 일이 아니라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느냐는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강조했다.

천 장관은 그러나 "공안사건은 이념적 요소가 있기 때문에 훨씬 큰 여론의 압력을 받게 되고 그로 인해 공안사건으로 구속이 남발될 우려가 많다"고 강 교수 사건이 국보법 관련 사건이라는 점도 일정 부분 감안됐음을 인정했다.

그는 특히 "여론의 부당한 압력이 가장 많이 작용할 수 있는게 국보법 사건"이라며 2.7%에 불과한 일반 형사사건 구속률에 비해 55%에 달하는 국보법 위반 구속률을 거론하기도 했다.

천 장관은 "여기 계신 의원님들이 구속은 '국민여론에 따라 하라'고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면 따르겠다. 여론에 따라 재판하라고 명령한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왜 소신을 바꾸었나?**

천 장관은 우선 수사지휘권 폐지가 명시된 참여연대의 입법청원안을 소개한 전력에 대해 "참여연대의 청원을 소개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 동의해서 그랬다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당시에는 입법청원안의 전체적 취지가 옳아 청원을 소개했고, 내가 소개 의견을 낸 것은 검사동일체 폐지,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실시, 인사위원회 강화 등 세가지를 거시하며 청원을 했다"고 주장했다.

천 장관은 또한 과거 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에 참여한 것과 관련해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공동정권 당시 양당의 당론으로 발의해 전원이 서명했던 것"이라며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과 입장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1996년 국정감사 당시 수사지휘권과 관련한 8조의 폐지를 주장한 데 대해선 "법안을 발의한 게 사실이고 그런 주장을 한 것도 사실이어서 말을 바꾸었다고 할 수밖에 없지만 왜 내가 당시에 그랬는지 맥락을 짚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천 장관은 국회 속기록에 남은 당시 자신의 발언을 자세히 읽으며 "12.12 사건, 5.18 사건 등에 대해 검찰이 '성공한 내란은 처벌할 수 없다'고 해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가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전두환-노태우 처벌을 촉구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전-노를 구속한 사건을 언급하며 '수사지휘권'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당시 나는) 우리 검찰이 독재권력에 의해 하수인이 돼서 장관의 지휘권에 의해 권력의 시녀가 된 역사를 청산하겠다는 것으로 그렇게 얘기했다"며 "그러나 9년의 세월 동안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인권, 검찰은 환골탈태할 만한 발전을 이루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천 장관의 '시대가 바뀌었다'는 취지의 해명은 "당시 천 장관은 '사악한 정권이든 선량한 정권이든 검찰 독립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지금 검찰이 잘하고 있다, 못하고 있다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한나라당 김재경)는 재반박 앞에 그다지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천 장관은 결국 "9년이 지난 오늘 신념을 바꿨다고 말한다면 비판을 달게 받겠다"고 인정하면서도 "1996년 당시 독재권력에 대한 초선의원으로서의 분노와 지금 장관으로서의 각오는 동일선상에 있다. 건방지다고 말할 지 모르겠지만 내 의지는 확고하다"고 말했다. '말바꾸기' 공세로 인한 입장변화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색깔공세 자꾸하면 용납 못한다"**

한편 이날 오후 2시께 시작된 국회 법사위는 천 장관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날선 대립과 여당 의원들의 '천정배 구하기'가 뒤엉켜 시작부터 '현안 보고' 내용을 둘러싼 첨예한 신경전이 전개됐다.

천 장관은 "미사여구와 교언영색으로 강정구 구하기를 하고 있다"는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의 비난에 대해 "터무니 없는 색깔론이자 정치공세"라며 "그런 발언을 자꾸 하면 용납할 수 없다. 장관을 비롯한 공직자의 최소한의 인격을 지키는 표현을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은 "부적절한 업무처리로 온 나라가 시끄러워 안타깝다"고 비난했다. 주호영 의원은 "역사에 남는 장관 되겠다고 했는데, 역사에 남는다는 바람은 최초로 구체적 사건에 지휘권을 발동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반면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일반 형사범들의 인권은 아름다운 가치이고 공안사범의 인권은 더러운 가치냐"면서 야당 의원들의 공세를 적극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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