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장관이 12일 '6.25는 통일전쟁'이라고 주장한 강정구 교수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구속' 수사 지휘를 한 것은 헌정사상 최초의 일이어서 파장이 일고 있다.
게다가 강정구 교수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은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사이에 구속이냐, 불구속이냐를 둘러싸고 대립을 빚어 오던 민감한 사안이어서 국가보안법 개폐논쟁을 더욱 가열시킬 것으로 보인다.
***천 장관 "구체적 수사 지휘", 김 총장 "비합리 지휘 거부" 예고편 실현**
우선 천 장관의 '수사 지휘'와 관련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강정구 교수에 대해 당초 경찰과 검찰은 '구속' 의견을 냈으나, 천 장관은 검찰총장에게 보낸 공문을 통해 '불구속' 지시를 내렸다.
천 장관은 지난 8월 대상그룹 수사에 대한 검찰의 예비감찰을 보고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못 하면 법에 따라 구체적 사건에 지휘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이에 김종빈 검찰총장은 천 장관의 발언 다음날 바로 "검찰청법에는 장관의 수사 지휘는 검찰총장을 통해 하도록 돼 있다"며 "비합리적 지휘까지 승복할 필요가 없다"고 맞받아치며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결국 2개월 뒤 당시의 '예고편'이 구체적 사건을 통해 실현된 셈이다. 김 총장은 천 장관의 '불구속 지휘'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 총장은 13일 오전 천 장관의 수사 지휘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검찰 독립성 훼손 우려" vs "민감한 사안에 검찰 부담 덜어"**
강정구 교수에 대한 구속, 불구속 여부에 대한 논란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천 장관이 불구속 지시를 내린 것은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 하지만 검찰은 그 동안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 외에도 '사안의 중대함'을 따져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될 때는 관행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해 왔다는 점을 볼 때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게다가 법원도 검찰의 구속영장을 대부분 수용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천 장관의 '불구속 지휘'는 검찰뿐만 아니라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형태에 대한 논란까지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용훈 신임 대법원장도 '불구속' 원칙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천 장관의 '불구속 지휘'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는 두 가지 반응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첫째는 "이번 사건의 경우 검찰이 자문위원회까지 거쳐 결정한 사안을 장관이 쉽게 뒤집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장관의 검찰에 대한 구체적 수사 지휘는 검찰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소를 위해서는 문제의 강 교수 칼럼 외에도 공소사실을 뒷받침해야 하는 다른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데, 100% 증거인멸 우려가 없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반면 "이렇게 보혁 대립이 뚜렷한 민감한 사안에 대해 결과적으로 천 장관이 결론을 내림으로써 이후 모든 책임이 천 장관에게 넘어간다는 측면에서 검찰로서는 오히려 홀가분할 수도 있다"는 반응과 함께 "구속 사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보혁 논쟁에 이어 국보법 존폐 논쟁 재점화될 듯**
한편 천 장관의 '소신'에 의해 강정구 교수를 둘러싼 보혁 갈등이 더욱 첨예화될 것으로 보인다.
강 교수의 칼럼이 개제된 이후 일부 보수 언론과 보수 세력들은 강 교수에 대한 '엄한 처벌'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보혁 갈등'의 양상이 나타난 마당에 강 교수 문제에 대해 침묵해 오던 여당이 최근 '불구속' 의견을 공식화 함에 따라 '정치 갈등'으로까지 이어져 왔다.
게다가 지난해 갈등만 남기고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한 국가보안법 개폐에 대한 논란이 이번 정기국회를 계기로 다시 점화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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