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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금산법 내사'…결론은 '태산명동에 서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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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금산법 내사'…결론은 '태산명동에 서일필'

"부처 협의 미진했지만 개정안 내용 문제 없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안에 대한 청와대의 조사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금산법 개정안에 대한 '삼성 봐주기' 의혹을 직접 언급하면서 법률안 마련 과정에 대한 조사를 직접 지시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4일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부처도 제대로 지목하지 않은 채 모호한 '주의' 조치를 내리는 데 그쳤다.

문재인 민정수석은 이날 금산법 개정안 내용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법리상 타당하다"는 청와대의 입장을 밝혔다.

***노대통령 "문책 어려워"…징계.문책 아닌 '주의' 조치**

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금산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입법 협의과정에서 절차상 문제는 있었지만 정부안은 선택가능한 정책 중 하나로 선택된 것이고 그 과정에서 행정적으로 책임질 사안이나 정실 등 다른 의도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문책은 어렵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관련 부처간 협의가 충분치 못했던 점에서 주의 조치를 하는 것으로 이 부분은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여러 대안들이 입법정책적으로 검토 가능하므로 국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최종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공을 '국회'로 넘겼다.

노 대통령은 "정부안을 제출한 후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추후 당정협의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한 후 결정하도록 하는 게 좋겠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국민의 법감정이나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타협안이 만들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이날 '주의 조치'에 대해 문 수석은 "특별히 징계나 문책의 차원이 아니다"며 "실제적인 협의가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 주의를 환기하고 실질적인 협의를 하도록 촉구했다"고 의미를 부연 설명했다. 전해철 민정비서관도 "특정 부처를 지칭하면 징계의 의미이므로 특정 부처에 국한된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재경부.공정위 협의과정 다소 미진"**

한편 문재인 민정수석은 이날 오후 민정수석실 조사 결과를 밝혔다.

우선 개정과정에서 관련 부처 공무원들의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문 수석은 "재경부, 공정위 등 부처간 협의과정에서 협의가 다소 미진했던 측면이 있지만 삼성측의 로비가 작용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문 수석은 참여연대가 "입법 예고안에 부칙 내용이 빠져 있었다"고 문제제기한 것에 대해 "부처협의 과정에서 부칙 부분이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니고 처음부터 입법안에 있었지만 재경부가 부처협의 때 쟁점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관계부처에 송부하면서 자세한 배경설명을 하지 않아 실질적인 부처협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문 수석은 "공정위는 이를 쟁점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등 법안 검토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문 수석은 그러나 "일반적으로 입법과정에서 (부칙이) 그런 식으로 다뤄지는 게 보통"이라며 재경부가 의도적으로 이 부분을 배제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참여연대 등이 문제삼고 있는 금산법 개정안 부칙 4조 2항은 '1997년 3월 금산법 발효 당시 금산법 또는 설립 근거법에 의해 승인 없이 한도를 초과하여 보유한 것에 대해서는 그 당시의 주식소유 비율을 24조 1항에 의한 한도로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금산법 24조는 "동일계열 금융기관이 특정 회사의 주식을 20% 이상 소유하거나 5% 이상 소유하면서 계열사들과 함께 사실상 지배하는 경우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재인 "유예 기간 부여후 처분 명령 방안 적극 검토했으면 좋겠다"**

문 수석은 또 금산법 개정안 내용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우선 삼성생명이 제24조 신설(97년 3월) 이전에 5%를 초과해 취득.소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처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문 수석은 "97년 이전에 초과취득.소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해서는 97년 부칙의 해석상 승인 받은 것으로 인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문 수석은 "다만 97년 당시 소유비율인 8.55%까지 모두 의결권을 인정할 것인지, 또는 현재 보유비율인 7.25%까지만 인정할 것인지는 논란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24조 신설 이후 규정을 위반해 한도를 초과 취득.소유하고 있는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 20.6%에 대해 "일정한 유예기간을 부여한 후 처분명령을 내리는 방안까지 국회에서 적극 검토했으면 좋겠다"며 "다만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충분히 참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삼성카드가 보유한 주식에 대해 신설되는 매각명령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소급입법이라는 이유로 불가능하다며 의결권을 제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 수석은 "여러 대안들이 입법정책적으로 검토 가능하므로 국회에서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최종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태산명동에 서일필?**

결과적으로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한덕수 경제부총리, 윤증현 금감원장 등을 직접 질타하면서 촉발된 금산법 개정안 관련 조사는 "해당 부처에 면죄부를 주는 차원에서 그쳤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 것으로 보여진다.

이날 "재경부가 금산법 개정안 마련 과정에서 삼성의 법무법인, 참여연대 등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었다"는 점을 문 수석도 시인했다. 이런 과정을 거쳤는데도 핵심 쟁점이 될 수밖에 없는 부칙 내용을 재경부가 '실수'로 관계부처와의 협의과정에서 심도 있게 논의하지 못했다는 설명은 수긍하기 힘들다.

문 수석은 "일정한 유예기간을 부여한 후 처분명령을 내리는 방안까지 국회에서 적극 검토해줬으면 좋겠다"며 열린우리당에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개정안에 대한 지지 입장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그러나 "삼성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으로 잔뜩 힘 받았던 여당의 개정안은 "정부안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청와대의 이날 발표로 원상태로 돌아간 셈이다.

태산이 울고 요동하게 하더니 겨우 쥐 한 마리를 잡았다는 '태산명동에 서일필(泰山鳴動鼠一疋)'이란 말이 떠오르는 조사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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