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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날치기건 강행처리건 한 뒤 정치 그만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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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날치기건 강행처리건 한 뒤 정치 그만둬"

與 선거제도 개편 '강공 드라이브'의 '배후'도 盧 대통령?

열린우리당이 선거제도 개편작업 추진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당 정개특위가 각종 제도개편 방안에 대한 시뮬레이션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정세균 원내대표는 12일 '선거법 강행 처리' 카드까지 시사했다.

과거 선거법 개정작업은 '밀실야합'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합의처리'를 관행으로 여겨 왔다는 점에서 여권이 이례적으로 강행처리를 시사한 데에는 무엇보다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盧대통령 "선거제도 유지되면 부산에서 다시 출마해야 할지도…"**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의지는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노 대통령은 지난 8일 중미 2개국 순방 및 유엔총회 참석차 출국하는 특별기 내에서 연정론에 대한 수위를 크게 낮춘 대신 "선거제도에 대한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선거법 문제에 대한 노 대통령의 좀 더 적나라한 집착은 지난달 25일 KBS '국민과의 대화' 녹화 후 참석자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는 자리에서 확인됐다.

참석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지금 선거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나는 대통령에서 물러난 후에 부산에서 다시 출마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는 것. 현실적인 가능성이라기보다는 반어적 표현이었지만, '지역구도 극복'을 자신의 정치인생의 최종 목표로 삼고 있음을 확실하게 드러낸 발언이었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또 "(선거법을) 날치기건 강행처리건 해버리고 내가 정치를 그만 두는 게 낫겠다"는 말도 했다. 이 또한 '넋두리' 차원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여당의 '느닷없는 강공책'이 도대체 어디서 연유한 것인지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그 뒤 열린우리당은 통영 워크숍을 통해 '선거제도 개편논의 착수'를 결의했고, 곧바로 당 정개특위의 닻을 올려 개정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연정론 대신 선거제도 개편 문제가 부각된 현재의 흐름 역시 노 대통령 주도로 이뤄져 왔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우리당, 16대 국회 말엔 선거법 개정 '육탄저지'**

따라서 정세균 원내대표가 12일 '선거법 강행처리' 가능성을 내비친 대목은 단순한 '엄포용'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노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투영된 것으로, 상황에 따라선 실제로 '선거법 밀어붙이기'에 나서겠다는 '예고편'으로도 해석된다.

오영식 부대표도 이날 "한나라당이 반대를 하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냐"며 "우리당의 진지한 노력과 제안에 대해 한나라당이 끝끝내 거부하고 외면한다면 우리당은 국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이 문제를 풀어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표결 처리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열린우리당도 16대 국회인 지난 2003년 12월 말 선거법 '강행처리'를 물리력으로 저지한 경험이 있어 야당에게 역공의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당시 의석의 절대다수를 차지했던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지역구 의석수를 16석 늘리는 선거구 획정안을 정개특위에 기습 상정해 날치기 처리하려 했을 때 열린우리당이 육탄방어로 이를 무산시킨 것.

이처럼 선거법 개정은 그때마다 극심한 진통을 겪으며 정국 파행의 고질적인 원인이었지만, 그렇다고 다수당의 일방적 강행처리가 성공한 적도 없었다는 점이 우리당에게는 부담되는 측면이다.

***여론 호응-盧대통령 귀국후 메시지 주목**

하기에 열린우리당이 정말로 이번 정기국회 내에 선거법 강행 처리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일단 우리당의 선거제도 개편 드라이브는 여론의 호응 여부와 귀국 후 노 대통령이 각종 기회를 마련해 밝힐 추가 메시지의 내용에 따라 속도와 강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개특위 간사인 민병두 의원은 법안처리 스케줄과 관련해 "아직 우리당 안도 마련되지 않았는데 처리 시기와 방법을 말하기는 이르다"며 "정 대표의 발언은 정기국회 내에 법안을 상정하겠다는 정개특위의 입장과 다른 것이 아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관행을 뛰어넘겠다'는 정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도 민 의원은 "한나라당이 정개특위 구성에 끝내 반대한다면 선거법을 정개특위에서 논의해 온 관행을 깨고 행자위에 법안을 상정해 추진하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우리당은 당장은 선거법 협상에 적극적인 민주노동당을 끌어들여 정당성을 확보함으로써 부정적 여론의 극복을 모색하고, 동시에 한나라당을 압박해가는 정공법을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귀국 후 '속도전'을 주문할 경우에는 '정기국회 내 강행처리'라는 무리수를 둘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연정론과 선거제도 개편논의에 '피로감'을 보이고 있는 여론의 반전이 쉽지 않아 보이고, 한나라당은 정개특위건 행자위건 법안 상정에서부터 '물리적 저지' 방침을 선언해 여권의 구상대로 일이 진행되기 어려운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만일 여론이 충분히 숙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섣부른 밀어붙이기가 진행될 경우 여권은 정국 파행의 주범으로 낙인찍힐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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