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언 회고록'이 폭발력 있는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특히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자당 결성을 전후해 40억원 이상의 돈이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당시 김영삼 총재에게 전달된 의혹을 중심으로 한나라당에 대한 십자포화가 쏟아지고 있다.
***문희상 "이번 사건은 또 하나의 X파일"**
열린우리당은 '박철언 회고록'이 불법 도청 문제를 둘러싼 팽팽한 일진일퇴의 균형추를 무너뜨릴 '호재'라고 보고 대대적인 공세를 퍼부었다.
문희상 의장은 12일 우리당 시도당위원장 회의에서 "이 사건은 또 하나의 X파일 공개"라며 "3당 밀실야합, 정치자금 수수, 불법도청 등 의혹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진실을 밝히고 국민적 심판을 기다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문 의장은 "우리당이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것도 바로 이렇게 꼬리를 무는 의혹을 국민적 합의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고자 하는 노력에서 연유한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불법도청 관련 특검법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기에 앞서 국민 앞에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병헌 대변인도 "차떼기의 원조당인 한나라당이 그 모태인 3당 밀실야합조차 차떼기 정치공작 자금으로 출발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공작과 검은 돈 거래를 통해 3당 밀실야합이 이뤄졌고 오늘날 한나라당이 있는 것"이라며 "박근혜 대표, 강재섭 원내대표, 김무성 사무총장으로 이어지는 지금의 3각 체제는 아이러니하게도 3당 합당의 상징적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불법도청 공작처럼 피해자에게 엉뚱하게 덮어씌워 본말을 전도시킬 수도 없는 일"이라며 "3당 밀실야합의 실체와 정치공작금의 전모, 불법도청 공작에 관해 국민 앞에 고해성사 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민노 "한나라당에는 부패 3대가 공존"**
민주노동당도 "한나라당의 팔목에는 부패의 전자팔찌가 채워져 있다"고 맹공했다.
심상정 수석부대표는 "6공의 황태자라는 박철언 전 의원의 회고록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이 건네진 것은 구국의 결단이라는 민자당 탄생이 사실은 야합이었음을 보여준 것으로, 부정한 거래에 사용된 돈은 모두 국민의 피와 땀을 빨아서 만든 것"이라고 비난했다.
심 부대표는 "검은 돈으로 기초를 다지고 그 이후에는 도청과 정-경-언 유착이라는 공작정치로 뼈대를 만들어 '차떼기'로 지붕을 덮은 3대(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가 현존하는 당이 한나라당"이라며 "당사를 이사하고 양자를 들이고, 집(천안 연수원)을 팔아도 한나라당의 팔에는 부패의 전자팔찌가 채워져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부패 3대의 돈과 권력유착, 도청을 비롯한 공작정치, 재벌과의 이권 거래에서 남는 것은 우리 국민들의 가난과 고통, 설움 뿐"이라고 덧붙였다.
민노당은 이에 따라 민자당 탄생 과정에 대한 국회 청문회 등을 추진해 진상규명에 나서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심 부대표는 "나라를 바로세우고 역사를 바로세우기 위해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검은 돈 정치를 확실하게 뿌리뽑는 것"이라며 "정치 바로세우기의 틀을 만들기 위해서 대대적인 정풍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번 불법자금을 받으면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명문화하기 위해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대한 공소시효 문제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이와 관련한 종합적인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 "과거사 전문당이 진상규명 해보라"**
가뜩이나 'X파일' 문제로 뒤숭숭한 한나라당은 '박철언 회고록'이 또다른 악재로 작용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식 반응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전여옥 대변인은 "공식논평 낼 일이 아니다. 팩트가 확인되지 않은 자기 주장일 뿐인데 우리가 사람 내는 책마다 논평할 이유는 없지 않느냐"고 말해 당분간 '무시 전략'으로 일관할 것임을 시사했다.
전 대변인은 "하지만 열린우리당에서 무슨 호재라도 만난 양 호들갑을 떠는데 열린우리당은 과거사 전문당이니 과거사 차원에서 철저한 규명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며 "우리는 경제도 챙겨야 하기 때문에 과거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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