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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이건희, 홍석현 소환조사 신중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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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이건희, 홍석현 소환조사 신중 검토"

이학수 부회장 9일 오후 소환 '참고인.피고발인' 조사

안기부 도청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9일 오후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을 소환 조사함에 따라 조사 내용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홍석현 주미대사에 대한 소환조사를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져 '도청 테이프 내용'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검찰, 이학수 부회장 소환 조사**

검찰은 일단 이학수 부회장을 상대로 불법 도청 테이프를 근거로 협박을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전 안기부 비밀도청팀인 '미림'의 공운영 씨로부터 삼성 관련 도청 테이프를 건네 받은 재미교포 박인회 씨는 지난 99년 9월 이 부회장을 찾아가 녹취록을 보여주며 5억원을 요구한 공갈미수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검찰은 따라서 이 부회장을 상대로 당시 박 씨가 찾아오게 된 경위 및 실제 금품 요구가 있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하지만 초미의 관심사는 '테이프 내용'에 대한 수사다. 이 부회장은 도청 테이프에 나타난 대화 내용을 근거로 참여연대로부터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도청 테이프에는 지난 1997년 대선 때, 이 부회장과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이 이회창 후보 캠프에 100억 원대의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하겠다는 내용 및 전.현직 검찰 간부 10명에게 '떡값'으로 500만~2000만 원을 제공할 계획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따라서 이 부회장을 상대로 당시 대화의 주인공이 본인인지 확인하는 한편, 대화 내용이 사실인지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검찰의 한 관계자는 기자들로부터 '이 부회장 외의 피고발인인 이건희 회장과 홍석현 주미대사는 소환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피고발인은 원론적으로 소환을 검토할 수 있는 대상"이라면서 "그러나 언제 어떻게 조사할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고 덧붙였다.

***"불법도청 테이프 증거로 쓸 수 없어…다른 증거는 확보 어려워"**

그러나 검찰의 수사가 쉽지만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도청 테이프 자체가 불법적으로 제작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에서 테이프 내용을 바탕으로 혐의 사실을 인지해 수사를 하더라도 별도의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이 부회장이나 홍석현 주미대사가 당시 대화 사실 자체를 인정하더라도 실제 건네진 금품이 없다고 주장할 때는 증거 확보를 위해 상당한 수사력을 동원해야 하는데 이미 97년에 벌어진 일이라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힘든 상태다.

게다가 이 부회장 등이 대선자금을 제공한 사실을 인정해도 '정치자금'이라고 주장한다면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 착수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뇌물이나 횡령, 배임 등의 혐의를 입증해야만 한다.

***"대가성 없는 정치자금…회장님 개인 재산…회장님 모르게 집행"**

하지만 삼성 측은 지난 2002년 대선자금 수사에서도 385억 원이라는 거액의 불법 자금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처벌의 범위를 최소화 한 바 있다.

당시에도 이 부회장은 검찰 수사에서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불법임을 알고도 대선자금을 제공할 수밖에 없었고, 건네진 돈은 모두 이건희 회장의 개인 재산으로 이 회장 몰래 자금을 집행했다"고 주장해 뇌물이나 배임, 횡령 등의 혐의를 모두 비켜간 바 있다. 이 부회장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으나 그마저도 집행유예로 실형을 면했다.

검찰 관계자는 "뇌물이나 정치자금 같은 은밀한 범죄에 대한 수사는 보안과 기초 수사가 매우 중요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언론에 먼저 공개됐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고발 내용'에 대한 수사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국민적 의혹을 밝히는 것도 검찰 수사 목표 중의 하나"라며 "수사를 하다 보면 새로운 단서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수사 결과를 예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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