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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경선 '짝짓기'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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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주당 경선 '짝짓기'로 들어간다

다급해진 이인제, 느긋해진 노무현

"1등 노무현, 7등 이인제, 나머지는 마음대로."
노무현 캠프가 제주, 울산 경선 당시 지지자들에게 내려보낸 오더였다. 김근태, 유종근 후보가 중도사퇴함에 따라 이젠 '5등 이인제'로 바뀌겠지만.

"1등 이인제, 2등 유종근, 나머지는 마음대로."
이는 이인제 캠프측 오더였다. 유종근 후보의 사퇴로 이제 오더 내용은 바뀔 것이다. 어떻게 바뀔까.

"1등 김중권, 2등 한화갑."
이는 김중권 캠프측 오더였다. 명분은 동서화합을 위해서, 그러나 실제 이유는 한화갑의 당권 선회를 염두에 둔 구상이라 한다.

한화갑, 정동영 캠프측은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는 자세다.

***민주당 경선결과 후보연대에 달려**

민주당 경선 결과는 '선호투표제를 겨냥한 후보간 연대'에 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제주, 울산 두 곳 합해 아직 3% 남짓 밖에 진행되지 않았지만 경선 시작전의 예측이 크게 빗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인제 대세론' 위축, '노무현 대안론' 부상, 김중권 한화갑의 예상밖 선전, '정동영 돌풍' 위축. 지금까지의 결과다.
하지만 1위 노무현 25.1%, 2위 이인제 23.4%, 3위 김중권 20%, 4위 한화갑 17.3%로 치열한 접전이다.
그래서 경선 결과 누구도 40% 득표를 넘기 어려울 것이고, 선호투표제가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후보간 연대, '짝짓기'가 어떻게 이뤄지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다. '짝짓기'를 통해 "1등은 나, 2등은 너" 식의 조직적 오더가 승패를 가를 것이란 전망이다.

아직 구체적인 연대 움직임은 없다. 하지만 3월 16 17일 광주 대전 경선을 거치고 나면 후보간 연대를 위한 본격적 협상이 진행될 것이란 예측이다.

***다급해진 이인제의 파트너 찾기**

가장 다급해진 것은 이인제 후보 측이다.
캠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사실 그동안 연대를 모색해 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광주경선에서 단 1표 차로라도 1위를 하지 못하면 연대에 나서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누구와 해야 할지 고민이다"라며 '대세론' 위축 이후의 캠프 분위기를 털어놨다.

그간 이인제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로 이루어진 '대세론'에 안주했다. 대의원 대상 여론조사에서도 2위와 3대1에 달하는 압도적 차이가 나오자 연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연대론은 이인제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보아 "하위 주자간 연대는 안된다"는 반대입장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그 결과 이인제 후보는 여타 모든 후보의 공격대상이 되었다. 이른바 '공공의 적'이 되고 만 것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모든 후보들이 "2등에 이인제는 찍지 말자"는 공동전선을 구축하게 될 지도 모르는 형국까지 왔다. 만에 하나 그렇게 된다면 투표 결과 과반수를 넘지 못하는 한, 예컨대 45%를 넘는 득표를 했다 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경선 초반 '대세론'이 무력해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과반 득표 목표 달성이 어렵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방법은 후보간 연대뿐인 것이다.

하지만 이미 '공공의 적' 위치에 올라 있는 상황에서 연대 파트너를 찾기가 대단히 어렵다. 이인제 캠프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개혁연대론'으로 연대논의 우위에 선 노무현의 여유**

상대적으로 느긋해진 쪽은 노무현 후보 측이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지금 이 정도로 가는 게 좋다"는 표현을 썼다. 너무 압도적인 우위로 올라서 이인제 후보 대신에 여타 후보 측의 집중공격 대상이 되는 것을 경계하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후보간 연대에 있어서도 조기에 노무현 후보로의 연대가 가시화되면 여타 주자들의 '역(逆)연대'를 부추길 우려가 있기에 조심스러울 수 있다는 자세다.

노 캠프쪽 계산은 간명하다. 경선지역을 수도권, 영남권, 기타로 나눴을 때 "수도권에선 이인제 후보 측에 지지 않는다, 영남권에선 선호투표를 포함 과반수를 차지한다, 이인제 후보가 앞선 기타 지역에선 한화갑 후보가 선전해 주면서 이 후보 측 표를 잠식해 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1위를 하든지, 적어도 1위와 접전을 펼치는 2위권만 유지하면 선호투표에서 역전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김근태 후보의 사퇴가 표를 직접 몰아다 주지는 못했을지 몰라도 소장 개혁파 의원들을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게 하는 효과는 크다"는 계산도 작용하고 있다. 노무현 쪽으로 세를 모으고, 최소한 2등은 노무현을 찍게 만드는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대안론'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 그리고 개혁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일찍부터 '개혁연대'의 대표주자로 손꼽혀 온 상황이 주는 노무현 캠프의 여유다.

***당권-대권 연합의 계산법이 핵심**

김중권, 한화갑, 정동영 세 후보 가운데 드러내 놓고 연대의사를 밝힌 곳은 김중권 캠프 뿐이다. '동서화합'을 명분으로 2등은 한화갑을 찍는다는 것이다.

나머지 두 후보 측은 "중반전 이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문제"라며 아직 때가 아니라는 자세다. 다들 자신이 선두권에 진입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반전 이후에도 세 후보가 선두권으로 진입하지 못한다면 그때는 선택을 해야 할 상황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선두권의 누구와 손잡고 어떤 반대급부를 받을 것인가의 계산이다. 이 지점에서 당권의 향배가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한화갑 후보 본인은 '당권 선회'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대의원 상대 여론조사에서 당권에는 한화갑 후보가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중반 이후 한 후보가 선회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한 후보가 파트너로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김중권, 정동영 후보 역시 본인 스스로 선두권에 진입하지 못한다면 당권이든 당내 지분이든 서울시장이든 뭔가 경선 이후의 몫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들에게도 파트너 찾기는 역시 큰 과제다.

중반전까지의 우열다툼, 그리고 후보간의 연대협상, 동시진행될 이 두 국면이 민주당 경선결과를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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