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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에 '박근혜 폭탄' 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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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가에 '박근혜 폭탄' 터져

전격 탈당으로 정계개편 중심에 몸 던져

정가에 박근혜 폭탄이 터졌다.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는 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경선엔 불참하되 탈당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가의 일반적 관측을 깬 전격 탈당이다.

박 부총재는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거부한 채 어떻게든 집권만 하겠다는 기회주의적 생각에 더 이상 동참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제 한나라당을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은 책임 있는 민주정당, 국민정당으로 거듭나 국민의 신뢰를 받느냐, 아니면 총재 1인의 정당으로 남느냐 하는 기로에서 국민적 여망을 외면하는 불행한 선택을 하고 말았다"며 이회창 총재와 주류 측을 맹비난하고, "정당보다는 나라가 우선이라는 소신으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정계개편의 중심에 서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

27일 한나라당은 중앙위 운영위원회를 열어 국민참여 50%를 포함한 국민경선제, 대선후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준위'의 전당대회 초안을 최종 확정했다.

이에 대해 박 부총재는 "대선 전 정당개혁을 이뤄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진정한 수권정당으로 거듭나야 정권교체의 의미가 있다는 확신 아래 대선 전 총재직 폐지와 상향식 공천제 도입, 투명한 당 재정운영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으나 결과는 1인지배체제의 틀 안에서 국민참여경선의 모양새만 갖추는 것이 되고 말았다"고 비난했다.

'정당개혁 요구 좌절'이 탈당 이유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러나 정가의 관측통들은 박 부총재의 탈당은 치밀한 정치적 계산에 의한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회창 총재의 압도적 우위가 명확한 한나라당 경선에 '들러리 참여'를 하는 것보다는 '영남후보론', '제3후보론', '반(反)이회창 연대론' 등 지방선거를 전후해서 불거질 것으로 보이는 각종의 정계개편 움직임의 중심에 자신을 위치시키는 것이 이번 대선국면에서 더 얻는 게 많다는 계산을 끝낸 것이란 해석이다.

특히 "이번에는 경선 불참 선언만 하고 탈당은 6월 지방선거 이후가 될 것"이란 정가의 관측을 깨고 전격 탈당을 선언한 것은, 그간 수동적으로 정계개편 움직임을 지켜보던 박 부총재가 상황이 여의치 않자 이젠 능동적으로 정계개편을 추동해 가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천한 경력, 폭발적 대중인기**

그렇다면 문제는 이제 박 부총재의 '진짜 힘'이 어느 정도인가에 달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이인제에 이어 대통령감 3위를 기록하고 있는 박 부총재의 '인기'가 단순한 '인기'인지 표를 긁어 모을 수 있는 '지지도'인지의 문제이다.

박 부총재는 한마디로 '일천한 경력, 폭발적 대중인기'라는 기묘한 조합으로 요약된다.

1952년생, 서강대 전자공학과 졸업(74년), 걸스카웃 명예총재(74년), 사단법인 새마음봉사단 총재(78년), 사회복지법인 경로복지원 이사장(79년)을 거쳐 현재 한국문화재단 이사장(93년), 정수장학회 이사장(94년)을 맡고 있다.

정계입문은 97년 대선직전인 12월 10일 이회창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부터다. 98년 4월 재보선을 통해 대구 달성 지역구에서 당선, 작년 4월 16대 총선에서 재선.

대통령감으로 꼽히기에는 경력이 초라하다. 육영수 여사 피살 이후 5년간 퍼스트 레이디 역할, 그 과정에서 몇몇 사회봉사단체 책임을 맡았다. 80년대의 공식 경력은 전무하고, 93년 이후에도 문화재단과 장학회를 이끌고 있을 뿐이다. 정치경력도 재선에 불과하다.

그러나 박 부총재는 정치 입문부터 폭발적인 대중적 인기를 몰고 다녔다. 98년 4월 재보선에서는 유세 마다 구름처럼 사람들을 몰고 다니며 상대인 엄삼탁 후보를 24.4% 차이로 가볍게 눌렀다. 당시 여론조사는 3.6% 차이의 접전을 예상했다.

국회의원이 된 직후 치러진 6월의 지자체 선거와 7월의 재보선에서 박근혜 의원은 가장 인기 있는 찬조연사였다. "그녀가 가는 곳마다 이긴다"는 신화를 만들어 낼 정도였다. 7월 재보선의 경우에는 7곳 선거구 모두에서 박 의원의 찬조연설이 있었다.

이렇게 한나라당 최고 인기 의원자리에 오른 박 의원은 그 여세를 몰아 98년 11월 전당대회에서 부총재 경선에 도전, 최병렬 의원에 이어 2위로 부총재 자리를 차지했다.

***대중적 인기, 허상이냐 아니냐**

이런 폭발적 인기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우선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후광을 꼽는다. 게다가 정치경제적 상황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IMF 사태 이후 경제적 어려움이 계속되면서 우리 국민 사이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강해졌다. 또한 김영삼 집권기와 김대중 집권기 9년을 거치면서 소위 '민주화세력'에 대한 실망감이 확산된 점 역시 유리하게 작용한다.

그러나 이는 '후광'일 뿐 박 부총재 자신의 것은 아니었다. 그간 정치과정에서 독자적 이미지를 구축해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가에서는 박 부총재의 인기가 '허상이다 아니다'라는 논란이 계속된 것이다.

자민련, 민국당, 민주당 일각 등 정계개편 추진파들은 박 부총재가 실제 영남표를 분산시킬 수 있다고 기대한다. 반면 한나라당 이 총재 측은 "박 부총재의 인기는 한나라당에 있을 때 인기다. 탈당하면 '제2의 이인제론'이 확산되면서 거품이 꺼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과연 어느쪽 해석이 맞는지, 박 부총재의 탈당이란 첫 승부수로 인해 자신의 '진짜 힘' 실측에 들어간 셈이다.

지금까지 3자대결을 가상한 여론조사 결과 박 부총재는 이회창, 이인제에 이어 3위를 기록했고, 이회창 총재의 지지율을 크게 잠식하지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중앙일보 조사는 이회창 46% 이인제 30.6% 박근혜 20.3%, 올 1월 한국일보 조사는 40.5% 28% 18.6%, 지난 4일 한겨레신문 조사는 38.2% 30.8% 17.4%였다. 박 부총재의 지지율은 거의 비슷하고, 이회창-이인제 사이의 격차만 다소 줄어든 결과다.

***정계개편 추진파들 다시 한번 힘 얻어**

그러나 지금까지의 추세만으로 상황을 단정짓기는 어렵다. 박 부총재의 탈당으로 대선구도 전체에 큰 지각변동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장 자민련, 민국당, 그리고 중도개혁포럼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 정계개편 추진세력들은 다시 한번 힘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균환 중도개혁포럼 회장은 27일 자신의 후원회 행사에서 "낡은 정치제도를 개선하고 통합의 정치지형을 창출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며,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정치형태를 바꾸는 데 앞장 서겠다"며 권력구조 개편, 정계개편 논의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연초 한차례 불거졌다 수면 아래로 잠복한 정계개편 논의가 다시금 불거질 개연성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경선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움직이이 조기에 가시화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민주당 후보가 결정되고 지방선거 결과를 지켜본 이후 만약 민주당이 대패할 경우 바로 그 시점이 정계개편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몽준 의원이 27일 일본 마이니치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월드컵이 끝나면 시간이 별로 없지만 축구처럼 논스톱 슛을 쏠 수도 있다"며 대선도전 의사를 피력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박근혜-정몽준 연합을 통한 신당 창당의 시나리오가 가시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덕룡 의원 탈당, 이부영 부총재 경선 출마 여부 주목**

또한 한나라당내 비주류의 움직임도 관심사이다. 당장 김덕룡 의원, 이부영 부총재, YS의 대변인격인 박종웅 의원 등의 거취가 주목된다.

김덕룡 의원의 행보에 대해서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박 부총재처럼 경선불참과 탈당의 수순을 밟을 것이란 예측이 있는가 하면 정반대로 박 부총재가 빠졌기 때문에 오히려 홀가분하게 경선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 부총재까지 포함된 경선을 치룰 경우 박 부총재에게 2위 자리를 내 줄 우려가 크지만, 이제 그런 부담에서 벗어나게 되었다는 해석이다.

김 의원의 한 측근은 27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당분간 더 당내투쟁에 주력하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관측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도 박 부총재의 탈당을 예상치 못한 전망이었다. 이제 새로운 상황에서 김 의원은 다시 한번 선택의 고비에 서게 된 셈이다.

이부영 부총재는 최근 이회창 총재 쪽에 많이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박 부총재와 김덕룡 의원에게 경선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또한 오랜 재야민주화경력을 감안할 때 '박정희 전대통령 후광과 영남 지지'를 기반으로 하는 박 부총재를 뒤따라 탈당하기에는 논리적 모순이 심각하다.

따라서 이 부총재의 경우는 탈당이냐 아니냐 보다는 경선 참여냐 아니냐는 선택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 부총재는 26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박 부총재나 김 의원,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이 있는지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경선 참여 문제를 심사숙고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워낙 이 총재 지지가 원사이드해서 경선 참여 자체가 남사스런 일이 될 수도 있다"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박근혜 폭탄'으로 대선구도 예측불허**

박종웅 의원의 거취도 관심사다. 박 부총재는 대선 전 집단지도체제 도입 요구가 좌절된 직후 박종웅 의원과 만나 밀담을 나눠 주목을 끌었다. 박종웅 의원의 행보는 YS가 정계개편에 동참하는지 여부, 즉 정가 일각의 관측인 신3김연대가 성사될 것인지 여부에 관한 중요 가늠자가 될 것이다.

이처럼 박근혜 부총재 탈당 이후 정치권엔 일파만파의 파장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이총재 측은 탈당 파문 수습에 나섰고, 민주당 경선주자들 역시 영남표 분산이란 어부지리를 얻게 될까 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박근혜, 정몽준, 이수성, 김윤환 등의 영남신당의 조기 가시화, 자민련까지 포함되는 내각제 신당 창당, 더 나아가 민주당 동교동계와 김덕룡 의원 등 한나라당 상도동계 일부까지 포함되는 대연합 등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도 많다.

'박근혜 폭탄'으로 대선구도 전체가 예측불허 상태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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