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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가 방상훈을 면회한 사연은?

"친구의 친구, 방 사장이 면회 와달라고 요청했다"

21일 MBC 대선주자 토론에 나선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은 “지난 해 수감중인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을 면회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한 패널의 질문에 대해 “개인적인 친분 때문”이라고 답했다.

흘려 지나갈 수도 있는 대목이지만 '김근태'와 '방상훈'의 상징성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30년 재야 민주화투쟁으로 ‘진보’의 상징처럼 인식되어 온 김근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인 논조를 대변해 온 조선일보 사주 방상훈.

이 둘이 친하다?

***“‘친구의 친구’로 ‘친구’가 되었다”**

21일부터 김 고문과 직접 연락을 시도했지만 22일 오전에야 통화가 이뤄졌다.

“어제 TV토론에서 방 사장과 친하다고 했는데, 기자들은 이런 게 궁금하거든요”라며 슬쩍 운을 뗐다. 지극히 개인적인 프라이버시에 해당될 수도 있는 사안이어서 아예 대답을 하지 않거나 얼버무려 버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예상 외로 소상한 대답이 나왔다.

“방 사장은 내 동기동창들과 친한 친구다. 고교 동창인 서울의대 신희철 교수와 방 사장이 동서지간인데, 방 사장은 경복고 1년 후배지만 신 교수에겐 손윗동서가 된다. 그래서 둘이 맞먹는다. 또 나와 경기중학 동창이고, 재수를 해서 고등학교로는 1년 후배가 되는 중앙산업 조규영 회장과 방 사장은 서로 집안 내력도 있고, 고등학교로는 학교는 다르지만 서로 동기여서 친하다. 또 신 교수와 조 회장도 친한 친구다. 그래서 함께 자주 어울려 만나 온 사이다. 다른 사람들도 함께 만난 적도 있고.”

“신 교수와 조 회장은 학교 동창이라 재야 시절에도 여럿이 모이는 자리에서 자주 만났다. 국회의원이 된 후 따로 만나기도 하다가 방 사장까지 일종의 접점이 만들어져서 4-5명이 어울리게 된 것이다.”

간단히 말해 방 사장이 김 고문 ‘친구의 동서’이자, ‘친구의 친구’인, 그래서 ‘친구’가 된 사이라는 얘기다.

***“방상훈 사장이 면회 와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면회는 어떻게 해서 가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방 사장이 조 회장을 통해 면회 와 달라고 부탁해서 가게 되었다”는 대답이 나왔다.

수감 중이던 방 사장이 김 고문의 면회를 요청했다? 왜 그랬을까?

“감옥살이가 힘들지 않느냐. 그 힘든 감옥살이를 하다 보니 옛날 내가 얼마나 고생했을까 생각이 났나 보다.” 김 고문의 추측이다.

“여러 번 감옥에 들어가 봐서 감옥살이가 어떤 건지 너무도 잘 안다. 그런데 갇힌 사람이 면회 와 달라고 부탁까지 했는데 그걸 외면하면 사람이 너무 협량해지지 않느냐. 게다가 우리 사회에서 술 몇 번 같이 먹으면 일종의 ‘공범자’가 되는 건데, 그런 사이에 면회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갔다.”

“면회 가서는 서로 감방생활 얘기 했다. 감옥에선 커피를 마실 수 없는데 자판기 커피 뽑아서 함께 마시고, 방 사장이 어떤 운동하는지, 무슨 책 읽는지 자기 감방생활 얘기하면서 내가 과거 얼마나 고생했겠는지 실감한다는 얘기를 했다. 서울 구치소는 내가 두 차례나 오래 수감생활을 해서 거기 교도관들을 웬만하면 다 안다. 그 사람들과 인사하면서 여기가 김근태의 ‘제2의 고향’ 같다는 얘기 나누고 웃기도 했다.”

얘기는 간단했다. 중고교 동창들을 통해 ‘친구’ 사이가 된 방 사장이 감옥에 갇혀 고생하면서 면회 한번 와달라는 부탁을 해 갔다는 것이고, ‘감방 선배’로서 수감생활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는 말이다.

***'주류와 비주류의 대통합' 가능할까?**

21일 TV토론에서 김근태 고문은 “주류와 비주류를 대통합하겠다”고 말했다.

경기고ㆍ서울대라는 이른바 ‘KS’ 주류 출신으로 과거 민주화투쟁할 때부터 친구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 왔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하지만 평생을 민주화투쟁 하면서 비주류로 살아 온 점 역시 강조했다. 그래서 자신이 주류와 비주류를 통합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김근태 고문과 방상훈 사장 사이의 친분, 둘의 면회에 얽힌 사연, 이런 것들이 어쩌면 김 고문이 주장하는 ‘주류와 비주류 대통합’의 단초가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볼 문제다.

한편 의심도 들었다.

지난 해 언론개혁이 시대의 화두로 떠올랐을 때 김 고문은 같은 개혁적 색채를 갖고 있는 민주당 노무현 상임고문과 자주 비교되었다. 노 고문이 언론개혁을 적극 옹호하며 특히 조선일보와 정면 승부를 거는 모습을 보인 반면, 김 고문은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이것이 혹시 방 사장과의 개인적 친분 때문은 아닌지, 이것이 주류 출신으로서의 한계는 아닐지 의문을 품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김 고문에게 직접 물었다. 김 고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언론개혁에 대해 특정 언론사를 대상으로 말한 적은 한번도 없다. 원칙적으로 언론사의 세무 투명성, 그리고 동시에 언론 자유 모두 중요하다는 점은 분명히 밝혔다”는 것이다.

그 자신의 표현을 빌자면 ‘주류 출신이지만 비주류로 살아 온’ 김근태 고문. 앞으로 그가 ‘주류와 비주류의 대통합’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주류의 기득권 품에 안주하게 될 것인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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