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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속의 주자들 <1> -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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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속의 주자들 <1> - 김근태

"주류와 비주류 대통합하겠다"

21일 오후 12시 5분부터 약 1시간 50분간 방영된 MBC의 대선 예비주자 토론 프로‘선택 2002 예비후보에게 듣는다'에 김근태 민주당 고문이 출연했다.

김 고문 선거캠프는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18일에 있었던 SBS 토론회에 이어 이번 토론회에서도 김 고문이 첫 주자가 된 것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였다.

양 프로그램에서 첫 토론자로 나서면서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김 고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낮은 인지도를 높여 줄 것이라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셔츠와 넥타이 즉석 교체**

김고문은 이번 토론회를 위해 1시간 반 정도 일찍 촬영장소인 여성개발원에 도착한 후 차 안에서 20여분간 측근들과 토론을 위한 마지막 조율을 했다.

차에서 나온 김 고문은 1층에 대기중인 방청객들에게 인사를 건넨 후 3층에 있는 대기실로 가지 않고 2층 국제회의실에 마련 된 MBC 스튜디오로 먼저 들어갔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이 방송 때 앉을 좌석과 동선을 미리 체크한 후, 10여분에 걸쳐 준비해 온 인사말을 수차례 반복해서 연습했다.

이때 김 고문이 매고 온 넥타이가 화면에 잘 받지 않는다는 스탶들의 의견이 있자 예비로 준비했던 셔츠와 넥타이들을 수행원이 자동차에서 급히 가져 와 일일이 카메라에 비춰보며 테스트를 했다.

그 중 방청객들이 제일 좋다고 반응을 보이는 빨간 넥타이를 맨 후 김 고문은 책상을 세 번 두들기며 “여러분 가결됐습니다"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리허설을 마치고 3층 대기실에서 분장을 하는 동안 미디어정치에 대해 기자들이 질문하자 “전에는 콘텐츠(내용)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내용을 전하는 매체나 전달방식에 더 큰 힘이 있는 시대가 된 것 같다”고 말하고 미디어를 통한 왜곡이나 조작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토론의 패널을 맡은 연대 이두원 교수, 참여연대 박원순 사무총장, 이대 조기숙 교수, 세종연구소 이종석 박사 등은 별도의 대기실에서 김 고문에게 할 질문들을 마지막으로 점검했다.

패널들과 방송국 관계자들은 주로 점심식사를 하러 나온 직장인들이 식당이나 공공장소에서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후보들을 가늠하는 데 이번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고문은 토론이 시작되기 직전에 중간 브레이크타임이 언제인지를 물었다가 쉬는 시간 없이 2시간동안 진행된다는 방송국 측의 대답을 확인한 후 난감한 듯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중간에 휴식시간이 있는 것으로 김 고문 측에 전달이 돼서 토론 준비에 약간 차질이 온 듯했다.

이 외에도 토론 중에 후보가 추가 자료나 정확한 수치가 필요하면 수행원들이 카메라가 패널들을 비추는 동안 메모로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방송이 끝난 후에 알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재산 2억 증식 이유 설명 못해**

토론은 정치현안에 관한 질문으로 시작됐다. DJ정권의 실정과 인사정책에 대한 질문에는 인사, 지역주의 타파, 국민신뢰 획득에 모두 실패했다고 인정하고 특히 그 원인으로 정권초기의 동진정책(영남포용)과 후기의 동교동 중심 비선조직 활용이 모두 실패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당 개혁을 주장하고도 실제행동에서는 소극적인 행보를 보인 것이 아니었나"라는 질문에는 자신은 특정인의 퇴진을 문제삼기보다는 당의 시스템과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는 점을 계속 주장했다고 강조했다.

정치자금의 투명성과 과다한 선거비용 문제에 대해서는 “이번 경선에도 후보들간의 결의를 통해 불법적으로 과도하게 돈을 쓰는 후보는 사퇴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히고 “법을 개정해 선관위가 경선을 관리 감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가 질문으로 2000년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서 김 고문이 쓴 “끔찍한 양의 정치자금”이 얼마인지 구체적인 액수를 밝혀 달라는 질문에는 다음 기회에 경선후보간에 정치자금에 관한 논의가 있을 때 확실히 밝히겠다며 끝내 언급을 회피했다.

자신의 재산이 1년 동안에 약 2억원 가량 늘어난 내력을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도 결국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 부분은 토론이 끝난 후 후원금 계좌가 자신의 이름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임을 밝히는 해명서를 언론에 배포했다.)

대북지원과 햇볕정책에 대해서는 계속 지지하며 지속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하더라고 초기투자단계에서의 비용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화투쟁, 훈장은 아니지만 냉소의 대상도 결코 아냐"**

김고문의 재야경력을 문제 삼아 일부에서 ‘자기 손으로 밥벌이 한 적 없는 사람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일시적인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박정희 전 대통령을 추앙하는 세태가 아쉽다”고 말하고 남아공 만델라 전대통령을 예로 들며 “민주화의 가치와 의미를 다시 자리매김 할 때가 되면 권위주의와 독재에 맞서 싸운 것이 결코 훈장은 아니지만 야유되거나 냉소의 대상으로 비하돼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 질문에 대답할 때는 김 고문의 목소리가 잠시 격앙되기도 했다.

김 고문이 오랜 재야생활을 했지만 경기고 서울대 졸 이라는 학벌로 따지면 우리 사회의 흔히 말하는 주류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나는 우리 사회의 주류(명문대출신)와 비주류(재야경력)를 대통합 할 수 있는 위치”라고 주장하고 주류에 있는 많은 친구들이 민주화운동과정에서도 자신을 정신적, 물질적으로 도와줬다고 밝혔다.

이런 대답은 이제까지 언론 인터뷰에서 김 고문이 학벌 등으로 보면 주류가 아니냐는 질문에 30년 가까운 재야경력을 들어 반발하던 모습과는 차이를 보여 이례적이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할 대안에 대해서는 정·부통령제와 중임제를 계속 주장했지만 관철되지 않아 아쉽다고 답하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중임제만이라도 꼭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문제와 관련해서는 주 5일제 근무는 합의 과정을 거쳐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혀 지지입장을 보였고, 재벌문제에 대해서는 “강제적인 해체 등은 반대하지만 선단식 경영, 과다차입 등은 시장에서 공정하고 정당한 규칙을 통해 시정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문제와 관련해서 호주제는 폐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패널들, 질문수위 조절에 고심**

김 고문은 마지막에 인터넷을 통해 뽑힌 질문은 자신이 자유롭게 정견을 발표할 기회를 주기 위한 의도로 마련 된 것임을 방송 후에 전해 듣고 미리 인지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토론회에서는 답변에 2분간의 시간제약이 있어서 후보 자신이 길게 설명할 필요를 느낄 경우 2차례까지 4분간 발언할 수 있었으나 김 고문은 이를 이용하지 않았고 시간제약을 많이 의식한 듯 30초 남았다는 방송국 측의 싸인이 갈 때마다 하던 발언을 정리하는 듯한 인상을 자주 보였다.

김 고문 선거캠프의 언론담당인 장세환 특보는 토론에서 질문이 나온 최고위원 경선 때 선거자금과 관련해서는 “지난 전대의 선거자금 등에 대해서는 조만간 강한 의견과 대안을 당과 각 후보들에게 제시하려고 준비 중인 단계라 토론회에서 밝히지 못 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참가한 패널들에 따르면 김 고문의 이념성향 등을 묻는 ‘색깔론’에 관련된 질문들도 있었지만 질문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모두 배제했다고 밝혔다.

“김 고문의 '깨끗한 정치가'라는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정치자금과 재산에 관련된 질문을 했는데 구체적인 대답을 회피한 것이 아쉬웠다”고 한 패널은 언급했다

사회와 패널을 겸한 MBC 이인용해설위원은 “본선 후보간의 토론회가 아니라 예비후보 1인 씩이 나오는 토론회라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히고 “무거운 주제에는 후보가 단순한 비전 제시나 추상적인 원론만 답하고 디테일한 질문을 하면 시청자들이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적절한 질문의 무게를 잡기가 힘들었다”고 첫 토론회를 마친 소감을 말했다.

지난 97년 대선에서 지지율 4%대의 후보가 방송토론을 거치면서 20%가 넘는 지지도를 보인 전례 때문에 대부분의 경선주자들은 이번 후보경선과 대선에서 TV 토론을 통한 지지율 상승을 장담하며 많은 시간을 TV토론 준비에 할애하고 있다.

특히 국민경선을 통해 대선후보투표의 50%가 결정되는 민주당의 경우 앞으로 TV토론 결과는 다른 어떤 선거운동보다 후보결정에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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