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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DJ 新黨化’가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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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脫DJ 新黨化’가 대안

"3대 게이트만으로도 민주당 이대로는 못 간다"

정대철 민주당 상임고문은 몹시 신중해져 있었다. 1977년 정치를 시작한 이래 호방함을 주무기로 삼아온 그다. 하지만 19일 늦은 오후 약수동 자택에서 마주 앉은 정 고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극도의 신중함이 배어 있었다.

97년 봄 DJ에 맞서 총재와 대선후보 경선을 벌였던 그다. 작년 4.13총선에선 96년 불의의 낙선 고배를 마시게 했던 박성범 전 의원에게 설욕의 승리를 거둬 의사당에 복귀했다.

이런 전력으로 보아 지금 민주당에 거론되는 어떤 대선후보보다 앞선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지금 내년 대선과 관련해서 정 고문을 주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수뢰사건으로 지난 7월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고법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내년 1-2월경 대법원 최종판결이 내려질 예정이다.

그 결과가 나와 봐야 훗날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인지 정 고문은 이날 “두고 보자”는 말이 유난히 많았다. ‘한참 뛰어야 할 정치시즌’에 조심스런 행보를 할 수밖에 없는 답답함이 말 한마디, 행동 하나 마다 배어 나왔다.

그래서인지 스스로 앞날의 계획을 피력하기 보다는 변화의 가능성을 내다보는 발언이 많았다.

지난 10일 있었던 여야 5인 중진의원의 대통령 4년중임제 개헌 등 정치개혁 성명, 그리고 그날 발표된 내년 1월4일 ‘정치쇄신 선포식’ 계획에 대해서도 “무슨 구체적인 정치구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음의 수순에 대해 언급하길 꺼렸다.

하지만 “여야 비주류 중진이 방향을 제시하고, 세력을 규합해 정계개편을 도모하고, 차기 혹은 차차기까지를 내다보는 구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라는 식으로 전면 부인은 하지 않았다.

자신이 나서서 당장 일을 만들어 가지는 않지만, 일이 만들어질 개연성은 충분하다는 취지로 들렸다.

***"3대 게이트로 민주당 이대로 안 간다"**

“우리 당이 이대로 안 갈 거다.” 정 고문이 인터뷰 끝머리에 조심스레 내비친 발언이다. 앞서 정계개편 등 정치적 변화 여부에 대해 여러차례 물었지만 계속 “별로 가능성 없다”며 부인하다가 막판에 마지못한 듯 한마디 했다.

“지금 이인제가 제일 앞섰다고 하는데 장담하지 못한다. 국민 여론은 얄팍해서 금방 뒤집어지니까... 그래서 두고 보자고 한거다... 지금 세 게이트만 가지고도 당이 이대로 가겠는가. 동교동과 김대통령이 크게 변모하지 않고 되겠는가. 아주 혼란 속에 들어 갈 것 같다.” 정 고문의 말이다.

확대일로로 치닫는 비리게이트로 인해 김 대통령과 동교동 구파에게 엄청난 타격이 가해질 것이고,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민주당이 환골탈태를 하는 대변화가 있을 것이란 얘기였다.

“민주당이 과거를 다 떨어버린 거의 신당화된 상태에서 민주적으로 경선하고 그러면 해볼만하지 않는가. DJ하고 손 딱 떼고 젊은 사람이 나오면. 국민들에게 ‘아 그래도 뭔가 새로운 것을 해 보려는 구나’ 이런 인식을 심어주면 가능성이 있고, ‘이건 김대중 아류구나’ 이렇게 되면 100% 안 되고.”

정 고문이 생각하는 민주당 변화의 방향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동교동계는 가능하면 꼬리를 내리려는 분위기다. 지금 후보가 될 사람들은 조금만 현명하다면 동교동계하고는 거리를 둬야겠다고 생각하지 않겠나. 어디 국민적 지지를 받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주류, 비주류가 무너졌다. 가면 갈수록 더할 거다. 새롭게 주류를 만드는 과정이다. 다행이다.”

97년 경선도전 이후 당내 비주류로 완전히 내몰린 그다.

최근 각종 비리 게이트가 터지면서 기존 주류였던 동교동 구파는 이제 뒷전에 물러설 수밖에 없고, DJ와 동교동으로부터 완전히 탈피한 새로운 세력이 중심이 되어 민주당을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것이 정 고문의 구상인 듯 싶었다. 내년초 재판결과에 따라서는 스스로 그 중심을 자임할 생각이 있는 것도 분명해 보였다.

이 과정에서 ‘개헌과 정치개혁’ 슬로건으로 여야를 넘나드는 더 큰 변화를 만들 포석 한자락을 깔아 놓은 것이 지난 10일의 ‘5인 모임’ 아니었을까.

***"월드컵 이후 경선해야"**

그래서인지 현재 현안이 되어 있는 민주당의 지도체제나 경선방식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경선시기에 대해서는 “월드컵 끝난 이후에 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정 고문은 민주당 쇄신연대를 만드는 산파역할을 했고, 이번 쇄신연대의 ‘중앙집행위원회와 개방형 국민경선제 안’에도 서명을 했다. 하지만 “특대위 안은 절대 안된다는 입장은 아니다. 절충할 수 있고, 유연하게 할 수 있다”며 최근의 당내 갈등을 대수롭지 않게 평가했다.

하지만 3월 경선은 안된다는 입장은 확고했다. 정 고문이 내세운 세가지 이유다.

“이용호 게이트 특검이 3월까지고, 진승현 게이트는 언제까지 갈지 모른다. 이런 스캔들 정국에 경선이 국민적 관심을 끌겠는가.”

“6월에 월드컵이 있어 3-4월에 경선을 하면 다 잊어버린다. 월드컵 끝나고 국민들이 허전해할 때, 그때부터 만들어 가는 거지.”

“지방자치선거에서 잘못되는 경우 어떡하겠어. 이거 완전히 잘못 됐으니까 새로 일으켜보자, 이렇게 동정심이라도 불러일으켜야 된다.”

그의 말대로 될까.

민주당에 어떤 변화가 생길는지, 정 고문은 내년 봄부터 어떤 행보를 보일는지 지켜보자.

19일 오후 5시부터 약수동 정 고문의 자택에서 정관용 정치에디터가 진행한 인터뷰는 1시간 가량 계속되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프레시안 : 정 의원은 지난 10일 김덕룡, 이부영 한나라당 의원, 김근태, 정동영 민주당 의원과 함께 모임을 갖고 정치개혁안에 대해 발표했다. 정 의원은 80년대 말 정발연 모임도 주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게 정 의원의 전공인가.

정대철 : 그렇게 물으면 할말이 없는데(웃음). 우리 정치가 파행적이고 바로 서지 않았으니까 일관성 있게 정치가 제대로 서자는 주장을 해왔다. 1인 보스정치로 정치가 민주화되어 있지 않고 정당이 민주화되어 있지 않은 것, 즉 붕당이나 사당화되어 있는 정당을 벗어나려는 노력이 전공이라면 전공이다. 정당이 민주화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에는 정치가 없다고 본다.

프레시안 : 여야를 넘나드는 모임을 만든 것인데..

정대철 : (질문이 끝나기 전에) 여야를 넘나드는 것이 아니라 여야가 같이 해야 한다. 1인 보스정치는 여당이나 야당이나 마찬가지다. 이승만 박사 이래 우리나라 정당이 모두 그랬다. 보스 이외에 다른 사람들은 들러리였다. 국회의원들은 권한과 능력은 없고 보스들의 고무도장 노릇, 첨병 노릇만 하는 사람들이었다. 극심하게 이야기하면 그렇지.

그래서 우리나라 정치가 제대로 되려면 정치개혁이 필요하고 거기서 핵심은 정치의 민주화이고 정치의 민주화의 핵심은 정당 민주화다.

***"지금은 정치개혁의 호기"**

다행히 김대중 대통령이 당 총재를 사퇴한 이후 우리 당에서 그런 몸부림이 시작됐다. 여야 5명 중진의원들의 모임이 그런 뜻이거든. 지금이 정치 개혁의 호기다.

두 번째 이유는 여야가 함께 정치개혁을 위해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고 했다. 박수를 치려면 한쪽 손으로는 안 된다. 여당이 민주화를 시작했으니까 야당도 같이 하자는 뜻이다. 심하게 말하면 김덕룡, 이부영 의원을 꼬셨다. 하하... 내가 주로 꼬셨는데.

이부영, 김덕룡 의원 모두 동의했는데 개헌은 우리 주장에서 주가 아니다. 이김에 개헌을 통해 4년 중임제, 부통령 제도도 하자는 것이지... 더구나 선거나 2002년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 2004년 국회의원 선거,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통령선거, 2008년 국회의원 선거까지 만 6년 동안 6번 있다. 선거 망국론이 나올 만하다. 이것을 개헌을 통해 2개로 정리하자는 거다.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같이 하자, 의원 선거끼리 모으자 등 어떻게 합칠지는 아직 논란이 있다.

프레시안 : 5명 의원모임은 정 의원이 주도한 것인가. 쉽지 않은 만남인데.

정대철 : 누가 주도하고 그런 것 없었다. 원래 다들 친했다. 자연스러워야 될 것이 어색해졌을 뿐이다. 지금은 여야로 갈리면 평상시 의원들끼리 만나 밥먹는 거, 대화하는 것마저도 금기시되는데, 정치 분위기가 이러니 뭐가 되겠는가. 정치인들끼리 사적인 의견을 조율하고 얘기들을 종합해보고 이 것이 공식채널에서 수용되고... 이런 것들이 자연스런 정치 과정인데 자꾸 생략돼 간다. 나는 유신 때부터 정치를 시작했는데 그때도 이렇지 않았다. 갈수록 더 경직화된다. 원래 박근혜 부총재도 오기로 했었는데 처음에는 좋다고 하다가 나중에 나한테 전화를 걸어 ‘사사건건 이회창 총재와 엇나가는 것으로 보이는 건 좀 그렇다’며 안 나오기로 했다.

프레시안 : 김근태, 정동영 의원은 자천타천이든 대선주자고, 김덕룡, 이부영 의원도 아직 명확치는 않지만 언론에서 대선 주자를 말할 때 이름이 나오는 사람들이다. 왜 정 의원만 그런 얘기가 없는가.

정대철 : 난 DJ하고 경선을 한 사람인데, 재판받고 그런 통에...(정 의원은 지난 99년 경성그룹으로부터 4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지난 7월 2심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추징금 4천만원을 선고받았다. 편집자) 이제 재판이 거의 다 끝나간다. 잘될 거라고 기대한다. 심사숙고 하고 있다.

프레시안 : 심사숙고한다는 말은 이번 대선 경선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말인가.

정대철 : 더 생각해 보겠다.

프레시안 : 언제쯤...

정대철 : 1-2월. 재판이 1-2월선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니까.

프레시안 : 중임제 개헌이 여야중진 개혁의원 모임의 핵심 주장이 아니라고 했는데 핵심은 무엇인가.

정대철 : 정당 민주화다. 1인 보스정치를 없애는 것이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상향식 공천제, 또 논의구조의 민주화 등. 의원총회기능을 활성화시키고 의결기관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 지금 최고위원회나 총재단 회의는 심의기관도 아니라 단순한 자문기관일 뿐이다.

프레시안 : 그런데 언론에서는 다섯 의원이 모임 결과를 발표하자마자 개헌론에 초점을 맞췄다.

정대철 : 처음 하는 소리니까. 분명히 하는데 그건 종이다. 지금이 정치개혁의 호기이며, 한참 논의 중이니까 이김에 개헌을 해 선거 시기도 맞추고, 중장기적인 국가목표를 설정해 나가고, 레임덕 현상도 해소하고, 중간 심판도 받고.

***"정치개혁 하는 김에 개헌도 하자는 것"**

4년 중임제가 더 바람직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번 월간조선에도 나왔듯이 76%의 의원이 찬성한다. 개헌 시기는 여야가 합의되면, 이회창씨만 마음먹으면 국회에서 쉽게 통과할 수 있다. 그 다음에 6월 지방선거와 개헌국민투표를 같이 하면 된다.

다만 국민들 눈에 민생문제나 국민생활하고는 아무 관계없는 정치인들의 문제만 신경쓴다고 비춰질까 걱정이다.

프레시안 : 정계 개편의 노림수라는 지적도 있지 않나.

정대철 : 사람이 왔다갔다 하는 정계 개편은 직접 연관이 없을 것이다. 다만 정치개혁을 원하는 사람과 원치 않는 사람들, 또는 정치개혁이 된 쪽과 안 된 쪽 사이에서 사람들이 저절로 왔다갔다 할 수 있다. 여당은 특별히 정치개혁을 목표로 한 신당의 출현에 관심을 둘 필요가 없지 않나. 지금 하고 있으니까. 야당은 모르겠다.

프레시안 : 정. 부통령제를 부정적으로 본다면 부통령 제도를 통해 권력 나눠먹기, 이합집산을 허용하는 구조가 생기지 않나.

정대철 : 부통령에겐 사실상 권력이 없다. 대통령 유고시 권력을 승계할 수 있는 권한 정도만 있을 뿐. 다만 부통령제가 지역 구도를 깨는데 도움을 줄 수 있겠지. 대통령은 동쪽에서 나왔는데 부통령은 서쪽에 준다던가.

프레시안 : 차차기 정도를 생각한다면 부통령은 대권에 도전하기 위한 좋은 루트가 된다.

정대철 : 그것도 부인 못하지.

프레시안 : 5명의 여야중진의원들이 혹시 그것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대철 : (어이없다는 듯) 허, 그렇게 본다면야 할말 없지. 그런 의도가 있는지도 모르지.

프레시안 : 정 의원은 그런 의도가 없었나.

정대철 : 난 그런 생각 없었다.

프레시안 : 이것을 계기로 해서 정계개편에 대한 포석도 깔고..

정대철 : (질문이 끝나기 전에) 그 정계개편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가. 우리가 정치개혁을 해놓으면 야당이 좀 넘어온다는 뜻인가. 그것밖에 생각을 못하겠는데, 우리가 야당으로 넘어갈 리는 없지 않나. 야당도 별로 그런 생각은 없을 것 같은데.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안 일어날 거다.

프레시안 : 좋다. 개헌론이 주가 아니라 정치개혁, 정당민주화가 중심이라는 말인데, 현재 정당민주화 방안에 대해 민주당은 양론이 나와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고...

정대철 : (말을 가로채며) 뭐, 양론이라고까지 할 건 없다. 시기와 방법에 좀 차이가 있지 비슷하다. 쇄신연대안도 결정적으로 다른 게 없다고 생각한다. 특대위안은 대체로 괜찮다고 본다.

***"민주당 경선 7-8월에 해야 한다"**

그러나 경선은 7-8월에 해야 한다. 솔직히 말해 3-4월에 하면 진승현 게이트, 이용호 게이트 등 게이트 정국 때문에... 이용호 게이트 특검제가 3월까지다. 진승현 게이트는 시작해 언제까지 갈지 모른다. 이런 스캔들 정국에 경선이 국민적 관심을 끌겠는가.

두 번째 이유는 6월에 월드컵이 있어 3-4월에 경선을 하면 다 잊어버린다. 월드컵 끝나고 국민들이 허전해할 때, 그때부터 만들어가는 거지.

세 번째는 지방자치선거에서 잘못되는 경우 어떡하겠어. 이거 완전히 잘못 됐으니까 새로 일으켜보자, 이렇게 동정심이라도 불러일으켜야 된다. 우리나라 정치는 선택 성향적 정치가 아니라 반대급부 수용적 정치다. 쉽게 얘기해 ‘요 녀석이 잘해서 지지한다’기보다 ‘요 녀석이 나쁘니까 다른 녀석을 지지한다’는 게 지금까지 많았다. 난 지금도 차악이나 차선책을 선택하는 게 현실이라고 본다.

하여간 월드컵 이후에 해야 한다. 그전에 하면 국민적 관심에서 벗어나고 지방선거 패배 책임 문제도 발생한다.

프레시안 : 내년 1월4일날 ‘정치쇄신선포식’을 한다던데.

정대철 : 글쎄, 이부영 의원이 그랬는데, 뭐 거창한 것은 아니고. 정치개혁과 쇄신에 뜻을 같이하는 여야의원들이 신년모임을 겸해 한번 모이자 이렇게 얘기했는데 특별한 의미는 지금까지는 없다. 한번 모여보자. 정치인들은 모인다는데 의의가 있으니까.

여야 초재선 의원들 모임인 ‘정치개혁을 위한 의원들의 모임’도 있고 ‘화해와 전진포럼’도 있고 우리당의 ‘쇄신연대’도 있는데 다 모이면 대략 40여명 정도 될 거다. 아직 구체적으로 연락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지만.

오는 28일날 다섯이 모여 망년회를 하기로 했는데 쇄신 선포식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논의하겠지.

프레시안 : 너무 앞질러서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5명의 중진의원들이 방향제시를 해놓고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을 규합해 내년 1월4일날 선포식을 한다는 것은...

정대철 : (완강하게 부인하며) 선포식이라고 구체적으로 얘기된 것도 아니고, 뭐 어떤 정치적 음모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날 하자고 해서 얘기가 나왔을 뿐이지, 특별히 생각이 깊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프레시안 : 양당에서 다섯 분이 모두 비주류 아닌가. 특히 정 의원은 지난번 경선에 나갔던 이후에...

정대철: (말을 가로채며) 지금 우리 당은 주류, 비주류 이런 구분이 없어졌다. 총재가 없어졌으니까.

프레시안 : 그래도 여전히 민주당에서 동교동계가 주류 아닌가.

정대철 : 동교동계는 가능하면 꼬리를 내리려는 분위기다. 지금 후보가 될 사람들은 조금만 현명하다면 동교동계하고는 거리를 둬야겠다고 생각하지 않겠나. 어디 국민적 지지를 받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주류, 비주류가 무너졌다. 가면 갈수록 더할 거다. 새롭게 주류를 만드는 과정이다. 다행이다.

프레시안 : 어쨌든 이번 모임과 내년초 선포식 계획을 기존 비주류들이 뭔가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보기 위한 연대라고 보는 것은 너무 앞서나간 것인가.

정대철 : (잠시 생각한 뒤) 글쎄, 비주류라고 얘기하는 것도 크게 틀리지는 않지만 뭔가 정치판을 바꾸려는 간절한 염원이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고 이런 움직임에 대해 힘을 실어주려는 모임이라고 봐야 한다.

프레시안 : 그러면 1월 4일 개혁성향들의 의원들이 모인 후에 계속 모임을...

정대철 : 그렇게 쉽게 모임이 구체화되겠는가. 서로 양당에서, 당을 초월해서 개혁적인 움직임을 갖자고 의기투합하는 정도지. 난 쉽게 세력화되지 않으리라고 본다. 그렇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계획을 갖고 시작하지 않았다.

프레시안 : 그날 모이면 정 의원이 먼저 앞으로 이렇게 모이자는 제안을 할 생각은 없는가.

***"민주당, 의외의 변수 나올 가능성 높다"**

정대철 : 당장은 없다. 쇄신연대도 내가 먼저 하자고 했는데, 처음에 나와 김원기 의원은 처음부터 모임으로 만들 의도는 없었다. 근데 강경파들이 나와서 금방 모임이 만들어지더라구. 그러나 이건 여야가 같이 모이는 거니까 금방 잘 안 될 거다.

프레시안 : 정 의원이 쇄신연대를 처음 시작했나.

정대철 : 조세형, 김원기, 조순형, 장을병, 정대철이 6월부터 계속 모임을 가졌다. 여기에 김기재, 김근태, 정동영도 가끔 오고. 그러다가 DJ가 물러난 뒤부터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하고 우리 방에서 한 7-8회 모였다. 그렇게 시작했다. 이게 후보들의 후원모임으로 비춰지면 곤란하니까 내 방에서 주로 모였다.

프레시안 : 당지도체제로 중앙집행위원회를 주장하는 쇄신연대 독자안에 서명했는가.

정대철 : 서명했다. 그러나 난 특대위안은 절대 안 된다 이런 입장이 아니다. 절충할 수 있다고 본다. 근데 특대위안에서 원내총무와 정책위의장은 당연히 최고위원이 되고 거기는 역할과 임무가 있는데 당 대표는 역할과 임무가 없다는 게 문제다. 이건 어렵게 전당대회 해서 뽑아놓고 임무는 하나 없는 완전히 고무도장이더라구. 하하. 이런 부분을 고치면서 우리 것을 가미할 수 있고... 유연성 있게 할 수 있다.

이 정도로도 난 혁명적이라고 본다. 당에 보스는 없어지니까. 후보와 당대표가 갈라지고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당하고 갈라지고.

프레시안 : 이런 구도로 민주당 내에서 경선이 치러지면 어떻게 되리라고 예상하나.

정대철 : 아직은 전혀 모르겠어. 정말 짐작 못하겠어.

프레시안 : 그래도 신문에서 가장 앞선 사람 누구누구, 이렇게 거명되지 않나.

정대철 : 글쎄, 나는 의외의 변수가 나올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본다.

프레시안 : 예컨대 어떤 변수가 있는가.

정대철 : (잠시 생각하다) 글쎄, 예를 들면 지금 이인제가 제일 앞섰다고 하는데 난 그렇다고 장담하지 못하겠는데. 하여간 좀더 두고 봐야 돼. 음...지역적 편중도 있고...예비선거가 어느 지역에서부터 시작해오느냐에 따라 그렇게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지만 국민적 공감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뭔가 큰 변화가 있을 거란 얘긴데, 시기적으로 좀더 있어야 할 것이란 말인가.

정대철 : 내 생각은 그렇다. (잠시 침묵) 내가 왜 그렇게 얘기하는지 알게 될 거다. 우리 당이 이대로 안 갈 거다. 난 요새 하루 아침 자고 나면 깜짝깜짝 놀라니까. (웃음) 아침에 신문보면 뭐...

***"탈DJ, 세대교체하면 희망 있다"**

지금 이 세 게이트 가지고도 당이 이대로 가겠는가. 동교동과 김대중 대통령이 크게 변모하지 않고서는 되겠는가. 아주 혼란 속에 들어갈 것 같다. 거기서 어떻게 버텨낼 것인가.

뭔가 대응책을 내놓을텐데 그때 또 저항이 없겠는가. 거꾸로 구렁텅이에 박힐 지도 모르고. 국민 여론은 얄팍해서 금방 뒤집어지니까... 그래서 두고 보자고 한거다.

그래도 난 희망이 있다고 본다. 이렇게 해서 많이 자빠져야 돼. 국민들이 새싹이 나는 것을 봐야 해. 그래서 한번 해볼만 하다고 본다.

지금 상황에서도 이인제와 이회창이 비슷비슷한데 민주당이 과거를 다 떨어버린 거의 신당화된 상태에서 민주적으로 경선하고 그러면 해볼만하지 않는가. DJ하고 손 딱 떼고 젊은 사람이 나오면. 민주당은 누가 나와도 50대지만 야당은 대통령이 되면 70이다. 그러면 15년 이상 터울을 가진 집단과 싸움을 하면 해볼만 하다 이 말이다.

국민들에게 ‘아 그래도 뭔가 새로운 것을 해 보려는 구나’ 이런 인식을 심어주면 가능성이 있고, ‘이건 김대중 아류구나’ 이렇게 되면 100% 안 되고.

프레시안 : 3대 게이트가 사실 YS가 김현철 구속시킬 때와 비슷한 상황이 아닌가.

정대철 : 내용을 자세히 모르겠는데 불안하다. 근데 그때보다는 액수가 크지 않더라구. 신광옥도 2백-3백만원 받은 거고. 최택곤씨한테 받았다는 게.

프레시안 : 그러면 정계개편의 가능성은 봄철이나 돼야 윤곽이 드러나겠다.

정대철 : 그건 좀더 두고 보자. 지금 야든 여든 혼돈의 시기니까. 한국정치가 변화가 무쌍하니까.

프레시안 : 바쁜 와중에 시간 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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