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한 목소리로 "이제는 실용노선"

워크숍서 강경파 반발 자제, 임채정 "너무 싱겁게 넘어갔다"

4일 열린 열린우리당의 의원워크숍은 실용주의로 돌아선 집권여당의 정책기조를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지난해 연말 당내 '실용파'와 큰 대립각을 그었던 일부 강경파 의원들도 이날 목소리를 한층 낮춰 무난한 분위기에 일조했다.

***임채정-정세균, "급할수록 돌아가라"**

임채정 의장은 이날 "2월 국회가 민생경제의 디딤돌이 돼야 한다"며 "분초를 다투는 민생법안이 국회에서 지체되거나 발목이 잡혀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임 의장은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다'는 굴원의 '어부사' 구절을 소개하며 "획일적 대응을 피하고 현실적 조건에 따라 지혜롭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원내대표도 "나부터 당정청간 원활한 협의와 조율, 당내 참여확대와 단결 그리고 야당과의 합리적 타협을 이끌어내기 위해 '조정과 통합'의 리더십을 실천할 것"이라며 "2월 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상임위를 중심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그런데도 시간만 흐르고 진전이 없을 때는 여야 정책협의회를 가동하고, 그렇게 해도 타결이 안되고 쟁점사항이 남아있으면 여야 원내대표 회담을 통해 협상이나 타협을 시도하고, 그렇게 해도 안되면 정당지도자 회의를 통하는 등의 단계계적으로 절차를 밟아 일을 해야 한다"며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떠올리면서 성과있는 국회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분임토론도 '실용주의 채택' 한목소리**

지도부의 이같은 '실용주의' 노선은 이날 분과별 분임토론에서도 큰 반발 없이 관철됐다.

분임토론 후 제3정조위원회는 "경제회복의 불씨를 살려 본격적인 경제회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법안을 조속히 처리하고 경제 주체가 자신감을 회복하는데 당이 주도적 역할을 해달라"고 보고했다.

제1정조위는 "정치는 상대가 있는 것"이라며 "힘있는 여당이 양보해 가면서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제4정조위는 "최근 우리당과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간 이유는 실용주의 때문"이라며 "올해는 보다 세련된 국회운영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제5정조위도 "실용과 개혁은 동전의 양면으로 어떤 국면에서는 실용이, 어떤 국면에서는 개혁이 강조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참여정부가 올해 정책목표로 제시한 것을 결사적으로 지지하자"고 역설했다.

다만 제6정조위에선 "실용노선이 개혁의 후퇴로 가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지난 원내지도부가 사퇴한 것은 개혁입법을 약속대로 처리못했다는 것이었으므로 지금 지도부는 더 강한 의지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는 의견이 보고되기도 했다.

이 외에 각 분임조는 국가보안법과 과거사법, 사립학교법 개정안 등 쟁점법안의 처리에 대해선 "지난 연말 여야 합의대로 2월 국회에서 다루거나 처리돼야 한다"며 상임위를 통한 접근 방식을 재확인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임 의장은 워크숍 정리 발언을 통해 "솔직히 오늘 무슨 사단이 터질지 몰라 긴장했었는데, 너무 싱겁게 넘어갔다. 이것은 또 무슨 속셈인가하고 두려워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해찬, "행정수도이전대책 2월 국회서 반드시 처리해야"**

한편 이해찬 국무총리는 이날 인사말에서 "정부는 2월 국회에서 신행정수도이전 후속대책 마련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다"며 "2월말까지 여야간에 협의해 후속대책을 발표하기로 합의됐는데 최근 그런 기조가 흔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2월 국회에서 후속대책이 확정안되면 3월에도 기관들의 지방이전 계획 발표가 힘들어진다"며 "따라서 2월 말까지는 매듭을 짓도록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이를 위해선 법안을 2월5일가지는 제출해야 3월2일 통과되는데 한나라당에서 아직 당론을 제시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리는 이어 "2월 국회에서 법안들의 통과가 마무리되고, 진도 나가고, 경제가 활성화 되면 참여정부 3년차도 완성되고 앞으로도 잘 될 것"이라며 "정부가 종합투자대책을 가지고 경기를 활성화시키면 2006년, 2007년은 비교적 좋은 상황으로 참여정부의 남은 임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김부겸 원내 수석부대표는 "한나라당이 아직 당론을 정하지 못하고 있어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2월 임시국회에서 특별법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의사일정을 감안할 때 지금까지 합의된 내용만을 토대로 내일 법안을 발의할 수 밖에 없다"며 "특별법을 5일 단독으로라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한편 "자갈밭을 옥토로 만들어 다음 정부로 넘기고 다음 정부도 우리 집권여당이 다시 집권하면 그 기반을 가지고 선진국가로 가는 큰 기여를 하는 의미를 띄고 있다"며 "새로운 시대에 호흡하면서 당의 일치된 모습과 사회겨혁의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주면서 2007년까지 하면 재집권에 대한 국민적 평가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