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7일 교육계 및 여론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 초대 경제부총리였던 김진표 열린우리당 의원(58)을 교육부총리로 결정했다.
***"김진표, 교육에 대한 식견 탁월해"**
김완기 인사수석은 이날 김 의원 발탁의 경위와 관련, "이해찬 국무총리가 오늘 오전 지방 출장을 가기에 앞서 김진표 의원을 교육부총리로 제청한다는 의견을 공식 문서로 전달해왔다"며 "청와대 인사추천위에서도 총리의 제청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쪽으로 문제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김 수석은 이날 인사추천회의에서 노 대통령에게 교육부총리 최종 후보로 3명을 압축해 올렸으며, 노 대통령은 총리의 제청 등을 감안해 김 의원을 최종적으로 낙점했다고 전했다.
김 수석은 이어 "(이날 인사추천위원회 쟁점은) 교육행정수장을 종래와 같이 교육계에서 발탁할 것이냐, 아니면 경제, 산업계 등 시장수요에 맞는 교육으로 개혁할 수 있도록 비교육계에서 경제를 잘 아는 분을 발탁할 것이냐였다"고 밝힌 뒤, "김 의원은 정관계 주요 직위를 두루 역임한 경제전문가로 경제사회 전반과 교육에 대한 식견이 탁월해 재계와 산업계의 수요에 부응하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 책임자로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김 의원은 경제부총리로 재직하던 시절 경제관료이면서도 교육개혁에 대해 수차 건의하는 등 관심이 많았다"며 "당시 교육부총리와 교육문제에 대해 토론도 하고 별도의 페이퍼를 만들어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김 부총리는 교육계의 여러가지 이기주의에 휘둘리지 않고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교육정책 수립이 가능한 적임자로 판단된다"며 "김 의원이 교권단체 등 여러 단체와 접촉해 이런 이해관계를 잘 조정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 "우리나라 도의.윤리교육 잘 돼 있다" 주장도**
김 수석은 이날 인사 배경을 밝히는 과정에 "그간 우리 교육이 도의교육, 윤리교육은 잘 해왔다고 본다"며 "현 경제발전 추세를 감안할 때, 특히 대학생들에게 경제 관점과 인식을 확고히 고취시키는 교육이 미흡하지 않았나 싶다"고, 세간의 민심과 동떨어진 주장을 펴 빈축을 자초하기도 했다.
세간 민심은 지난해말 수백여 학생들의 핸드폰 집단 수능부정, 대리시험 파문, 연초의 현직교사의 검사아들 시험 대필 및 성적조작, 현직교사들의 자녀 위장전입 등 연이어 터지는 충격적 교육비리로 '교육 윤리'의 근간이 뿌리채 썩은 게 아니냐는 울분이 폭발직전 상태다.
김 수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화 시대에 경쟁력을 갖춘 인재 육성을 위해 대학교육을 통해 경제마인드를 갖춘 인재를 배출해 내야만 우리가 지금 세계적으로 12위권 내의 경제대국이라 하지만 2만불 시대를 향해 인적기반을 보다 더 확충하고 좋은 인재로 뒷받침 할 수 있지 않냐는 관점이 많이 참작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노 대통령이 부총리 임명 전에 김 의원에 대한 '장관 면접'을 했냐"는 질문에 대해 "김 의원은 대통령직인수위 부위원장으로 대통령을 모시고 일해왔을 뿐 아니라 출범 초에 경제부총리로 호흡을 잘 맞춰오신 분"이라며 별도의 면접 과정은 없었다고 밝혔다.
***김진표 경제부총리 시절 '판교 학원단지' 구상**
"김 부총리의 교육관은 탁월하다"는 청와대의 강변에도 불구하고, 경제관료 생활만 일관되게 해온 김 부총리의 교육관이 어떤 것인가는 알려진 바 없다. 그러나 그의 교육관의 일단을 감지할 수 있는 사례가 있다.
김 부총리는 아파트투기가 극성을 부리던 2003년 9월 이른바 '9.4 주택시장 안정대책'이라는 투기대책을 내놓았다. 이 대책에서 문제가 된 것은 강남이 아파트 투기의 진원지가 된 것은 강남에 유명학원들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라며, 새로 지을 판교 신도시내에 1만평 규모의 학원단지를 건설해 강남의 아파트값을 떨어트리겠다는 것이었다. 이같은 구상은 당연히 국민 다수 및 교육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비난여론이 비등하자 2003년 9월27일 당시 고건 국무총리는 김진표 부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에서 "판교 신도시에 학원 집적단지 1만평을 계획해 강남지역의 유수학원을 유치키로 했으나, 공교육 정상화를 추진하면서 학원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여론을 고려해 백지화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처럼 국무회의에서조차 배척된 재경부의 판교 학원단지 구상은 초기 발상단계부터 교육주무부처인 교육인적자원부를 배제하고 마련된 것으로, 윤덕홍 당시 교육부총리가 "신문을 보고 처음 알았다"고 공개리에 불만을 토로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직후 김진표 부총리는 윤덕홍 교육부총리에게 "비전문가가 교육정책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앞으로는 교육문제를 거론하지 않겠다"고 공개사과해 간신히 파문을 진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판교 학원단지에 대한 거센 여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김광림 재경부차관은 막판까지 "백지화된 게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등 재경부는 학원단지에 집착했었다.
***재임기간중 아파트값 150조 폭등**
김 부총리는 또 경제부총리 재임기간 십수차례 아파트투기대책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아파트 분양권 전매는 금지하되 타워팰리스 등 주상복합아파트 전매는 허용하는 등 구멍뚫린 대책으로 도리어 아파트값 폭등을 부채질했다는 거센 비난을 샀었다. 실제로 김 부총리 재임기간인 2003년 아파트 시가총액은 1백50조원어치나 폭등, 다수 국민에게 분노와 박탈감을 느끼게 했다.
김 부총리는 또한 국민 90%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하던 무렵인 2004년 2월6일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분양원가 공개는 주택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돼야 하는 시장원칙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반대입장을 밝히며 "지난해 10.29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에도 분양가 규제 문제를 검토했지만 원가 공개로 인해 오히려 수급이 불안정해지고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상식밖 주장을 펴, 여론의 거센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김 부총리는 이밖에 이라크파병 찬반 논란이 한창이던 2003년 9월29일 국회에서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이 "이라크 파병을 지나치게 늦출 경우 국내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신속하게 파병여부가 결정되고 그것도 파병쪽으로 결정 되는 것이 경제에 도움이 된다"며 "이같은 주장을 몇 차례 관련회의에서 나름대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국방장관을 제외하곤 각료 가운데 최초로 파병찬성론을 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또한 LG카드 사태가 발발하자, 근원적 책임자인 LG그룹 오너들에게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LG카드 부실을 떠맡게 돼 지금까지 반년마다 금융시장 혼란을 야기하는 미봉책적 대응으로 금융계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각종 여론조사 "김진표, 최하위 낙제점"**
이처럼 각종 정책실패로 인해 노대통령의 절대신임에도 불구하고, 경제부총리 재임시 그에 대한 여론의 평가는 한마디로 '최하위 낙제점'이었다.
한 예로 참여연대가 지난 2003년 11월 연말개각을 앞두고 '가장 시급히 교체돼야 할 장관'에 대한 네티즌 여론조사 결과,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랭킹 1위를 차지했다.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아파트값 폭등 조기에 잡지 못해 거품을 양산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심화시킨 대목을 경질 이유로 꼽았다. 2위는 이라크 추가파병에 적극적이었던 조영길 국방장관, 3위는 김 부총리와 마찬가지로 아파트투기를 조기에 잡지 못한 최종찬 건교부장관이 꼽혔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여론조사전문기관인 TNS에 의뢰, 2003년 12월1일 개각이 가장 시급한 부처에 대한 여론을 물은 결과 김진표 부총리가 이끌던 '경제분야'(52.0%)가 압도적이었고, 그 다음이'교육분야' 22.3%, '노동복지분야' 16.3%, '외교안보분야' 5.6% 순이었다.
또한 경실련이 2003년 12월1∼11일 학계,언론계,시민단체 소속 전문가 1백97명을 대상으로 21개 부처장관의 추진정책과 업무수행능력을 종합 평가한 결과도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5점 만점에서 2.04점으로 21명의 각료 가운데 최하위를 차지했다.
과연 교육계 및 다수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총리에 발탁된 김진표 부총리가 앞으로 어떤 교육행정을 펴나갈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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