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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는 집권 불능", 한나라 '노선갈등'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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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는 집권 불능", 한나라 '노선갈등' 시동

[현장] 의원총회서 개혁-중도-보수 '3각갈등' 표면화

한나라당에 백가쟁명식 노선갈등이 불붙었다. 한나라당은 20일 열린 새해 첫 의원총회를 열어 어떤식으로건 노선 재정립이 불가피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2월 초 의원연찬회를 계기로 본격적인 의견수렴에 나서기로 했다.

***김덕룡, "무조건 반대로는 수권정당 어렵다"**

이날 의총에서 박근혜 대표는 "새로운 노선을 정하고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이냐를 새로 정립해 그에 대해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당 선진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당명개정에 대한 당내 각 계파의 반발에 대해 "당명을 개정해서 새로운 모습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새출발 하자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무마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무조건적인 반대로는 노무현 정권의 실정에서 오는 반사시익을 얻을지는 몰라도 수권정당이라는 측면에서 국민의 지지를 얻기는 어렵다"며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비젼과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당 개혁의 당위를 역설했다.

김 대표는 특히 "행여 우리가 개혁 발목잡는 정당이라는 오해, 시대에 뒤떨어진 정당이라는 오명을 써서는 안된다"며 '개혁노선'으로 2월 임시국회에 대한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과거의 타성과 안일한 태도 버리지 않고선 정권창출의 길은 멀 것이기에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며 "올해는 당 체질개선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도부의 일치된 노선논쟁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일단 박 대표가 "(노선 논쟁은) 논의할게 많아서 오늘 토론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의견은 의원연찬회에서 논의해 뜻을 모아달라"고 당부해 이날 의총은 비교적 '조용히' 넘어갔다. 하지만 2월 초로 예정된 의원연찬회를 시발로 본격적인 노선갈등이 표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장파, 김덕룡 견인해 '개혁' 박차**

당 안팎에서 예상되는 한나라당의 노선 갈등은 크게 세 갈래로 분류된다. 영남권 보수성향 의원들의 강경 보수론, 수도권 소장파 중심의 개혁적 중도보수론, 그리고 그 사이에 비주류 그룹의 중도론이 자리잡고 있다.

우선 소장파들의 움직임은 김덕룡 원내대표가 "우리의 길은 어디까지나 개혁적 중도보수이며 이를 보여줄때만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당내 개혁세력의 구심을 자임하고 나서면서 활발해졌다.

특히 박 대표의 '우경화'에 불만을 표해온 원희룡 고진화 남경필 등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은 "개별적인 불만 형식이 아니라 지도체제, 당내 민주주의, 당의 환골탈태 등과 관련해 종합적인 노선투쟁을 펴겠다"고 집단대응 방침을 천명한 상태다.

하지만 이들은 당직개편을 통해 전진배치된 박세일 정책위의장, 유승민 비서실장 등 '정책적 매파' 그룹을 상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간 '수구꼴통'이라고 치부해버리면 그만이었던 영남권 보수파와의 말싸움과는 비교할 수 없는 노선투쟁의 알맹이와 테크닉을 갖춰야 할 과제를 안게됐다.

이에따라 소장파들은 김덕룡 원내대표를 매개로 당내 개혁 블록을 형성하고, 앙금이 가시지 않은 이재오 김문수 의원 등의 '국가발전전략연구회'와도 사안에 따른 전략적 연대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파, 소장파 및 박근혜 친위부대에 맹공**

또다른 한 축은 영남권 보수의원들의 모임인 '자유포럼'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 역시 '박근혜 2기 체제'에서 철저히 배제돼 쇠락의 문턱에 접어들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자유포럼' 대표인 이방호 의원, 이상배 의원 등이 연일 한나라당의 발전적 해체와 민주당, 자민련을 포함하는 '범보수연합'을 주장하고 나선 것도 "당의 정체성을 바로세우기 위해선 박 대표가 좀 더 분명한 입장을 견지해야야 한다"는 강경보수론의 일환이다.

김용갑 의원은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이제와서 부인할 이유도 없거니와 새삼스레 당의 노선이 무엇인가를 놓고 논쟁을 할 이유도 전혀 없다"며 "지난 연말 4대입법 투쟁에서 당의 정체성을 망각한채 의원들의 동의도 없이 서명을 하고 왔던 그 지도부의 입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심각한 일"이라고 김덕룡 대표를 직격하기도 했다.

물론 '보수연대론' 등 이들의 주장은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은 탓에 당내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에는 '박근혜 친위부대'의 전면부상에 따른 소외감, 몰락의 위기감이 집결돼 있어 한나라당이 중원으로 가는 길에 적지않은 걸림돌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중도파, "보수-소장파 모두 배제해야"**

한편 소장파와 영남권 보수파를 싸잡아 비판하고 있는 '국민생각', '푸른정책모임' 등은 중도론을 주도하며 세확산에 나서고 있다.

'국민생각'의 회장인 맹형규 의원은 "극우파들도 나름대로 애국심을 갖고 있지만 대선 승리에 걸림돌이 있고, 소장파들도 인기영합주의를 자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웠다.

'국민생각'은 의원 39명이 참여하고 있는 당내 최대 모임이고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서 모임의 좌장격인 강재섭 의원의 출마가 점쳐지고 있어 이들의 활동반경 넓히기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박진, 임태희 의원 등이 주축이된 '푸른정책모임'도 소장파와 영남보수파 사이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중도 성향의 의원들을 적극 흡수하며 박근혜 친정체제에 대한 잠재적 비판 세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노선갈등, 대권 경쟁으로 고착화 수순**

이같은 3각 갈등은 '박근혜 2기 체제' 출범과 맞물려 당의 주도권 다툼 성격이 짙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차기 대선에서도 집권이 어렵다는 불안감이 기저에 깔려있어 통상적인 체제정비기의 계파간 신경전과는 의미가 사뭇 다르다.


전날 "한나라당이 우경화되고 있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박 대표의 연두기자회견에 대해서도 소장파와 중도파에게서는 "아직도 박 대표가 문제의 본질을 모르고 있다"는 반응이 나왔고, 보수파측에선 "한나라당의 좌경화 세력이 더 문제 아니냐"는 상반된 불만이 터져나왔다.

결국 대권 잠룡들 간 경쟁의 신호탄이기도 한 한나라당의 3각 노선갈등은 2월초 의원 연찬회를 통해 증폭돼 임시국회로 고스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4월 국회의원 재보선과 5월 원내대표 경선 등 굵직한 일정을 거치면서 본격적인 대선 경쟁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당 내의 일치된 관측이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를 정점에 두고 그룹별 이합집산도 거듭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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