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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식 그냥두는 것 보면 아직 정신 못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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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식 그냥두는 것 보면 아직 정신 못차려"

[인터뷰] 손호철교수 "경제올인, 양극화만 확대" "한나라 대선패배할 것"

이기준 파문으로 시작된 노무현 정부 집권 3기의 불안한 출발, 여야 각당의 당권투쟁 등을 지켜보는 정치 전문가집단의 시선은 그 어느때보다 싸늘하다. 그간 노무현 정부와 여야 정치권에 거침없는 비판을 가해온 서강대 손호철 교수도 11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비판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

***"군사정부는 무식했어도 오만하지는 않았다"**

손 교수는 우선 이기준 교육부총리 사태와 관련, "노무현 정부의 구세주병, 세례병"에 의한 "오만과 오기의 정치"라고 혹평했다. "이기준씨가 수많은 문제로 서울대에서 도중하차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정통성이 있는 내가 쓰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의 오만과 오기의 전형적인 표현"이라는 것이다.

손 교수는 "그런 오만이 김영삼-김대중 정부를 거쳐 노무현 정부로 오면서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다. 군사정부는 무식했지만 적어도 오만하지는 않았다"고 비꼬면서, "김우식 비서실장을 그대로 두는 것을 보면 아직도 정신 못차린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청와대의 '김우식 감싸기'와 관련해서도 "김 실장의 보수인맥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 역시 오만과 오기일 수밖에 없는 것은 보수세력과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사람이 김우식 실장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특히 "노 대통령이 연세대 운동권 등 비공식 이너써클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김 실장이 연대 총장 출신이고, 노 대통령의 특정 386에 대한 의존이 이번 결정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는가 하는 얘기도 들리더라"며 "만약 그렇다면 위험스런 징후라고 볼 수 있다"는 의혹을 던지기도 했다. 손 교수는 결국 "최소한 김우식 실장까지는 책임을 져야할 것 같다"고 경질을 촉구했다.

***"보수장관 5명 써도 저급스러운 말한마디면 날아간다"**

손 교수는 이어 김우식 실장에 대한 애착, 홍석현씨의 주미대사 임명 등 최근 청와대의 인사정책에서 엿보이는 보수세력과의 채널 구축 노력에 대해서도 "개혁적인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 개혁세력이 사회적 소수로 고립돼 있어서 보수세력의 반발을 중화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보수 인사를 쓰는 것은 있을 수 있다고 보지만, 그것이 아니라 개혁을 버리기 위한, 우경화된 전략이라면 매우 잘못이다"고 우려했다.

그는 "홍석현씨도 개인적으로는 자유주의적인 면이 있다지만, 언론시민운동 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세무조사 문제 등에 관련된 사람이다"며 "어떤 보수세력을 써야 하느냐는 관점에선 홍석현씨 역시 물음표다"라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따라서 우익적인 인물을 쓰기보다 우익에 대한 불필요한 말싸움을 하지 말기를 먼저 권한다"고 지난해 이해찬 총리의 특정언론과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발언을 꼬집은 뒤, "장관 5명을 보수인사로 써도 그런 말 한마디면 효과는 다 날아가버린다. 한쪽에선 불필요하고 저급스러운 보수세력 공격을 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인사 기용을 하는데 도대체 뭐하는 것인지 일관성을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손 교수는 김 실장과 함께 이기준 사태의 책임논란에 휩싸인 이해찬 총리에 대해선 "이 총리가 인사 과정에 얼만큼 개입했는지 자료가 없어 아직 책임여부는 물음표로 남겨두겠다"면서도 "이 총리는 교육정책과 관련해서 민교협이나 전교조 같은 개혁적인 교육단체들에서부터 교총까지 반대했던 인물이다. 그런 이해찬씨가 이기준씨를 높이 평가해 추천했다는 것은 책임소재와는 다르게 의문점을 던져야 할 부분이다"고 꼬집었다.

***"우리-한나라-재계 한통속 될 것"**

손 교수는 또 노무현 정부가 올해 국정운영 키워드로 제시한 '경제올인'에 대해선 "보수세력이나 재계가 요구하는 경제살리기, 즉 친기업적 경기부양책으로 나아가려 한다"며 "여기에 손을 들어주면 사상 초유의 경제적 양극화는 전혀 해결될 수 없다"고 비관했다.

그는 특히 사회적 양극화의 주범인 친기업정책은 서민 경제의 붕괴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국가보안법 등 정치적 개혁과제 추진의 악재가 되는 악순환 구조에 비판의 주안점을 뒀다.

손 교수는 요컨대 "많은 국민들은 먹고살기가 급하다면서 4대법안 등을 반대했는데, 이는 단순히 경기를 부양하라는 소리가 아니라 사회적 양극화를 얘기하는 것"이라며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의 부재가 정치적 민주주의 진전에도 장애가 되고 있다는 것으로 노무현 정부의 지지기반이 돼야 할 서민층이 경제적으로 가장 고통을 당하고 있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의 정치개혁에 반기를 들고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을 버리지 않는 한 사회적 양극화를 해결할 수 없고, 양극화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나 진단이 없으면 정치개혁은 이로 인해 발목을 잡히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손 교수는 "집권 1, 2기는 민주개혁도 신자유주의 개악도 교착됐었지만, 집권 3기에 접어들면서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재계가 한통속이 돼서 노동계와 서민을 공격하는 양상을 띨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우려했다.

***"대체입법 할 바에야 차라기 국보법 그냥 둬라"**

손 교수는 "집권3기에 정치적 민주개혁은 후퇴하고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은 과감하게 추진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걱정"이라며 국보법 등 개혁과제 추진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관측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지난해 개혁입법 처리 무산과 관련, "핵심적 이유는 전략의 부재였고, 그 중심에 노 대통령과 이해찬 총리가 있다"며 "개혁법안을 밀어붙일 자신이 있었다면 법리적 접근을 통해 대화와 설득으로 풀어갔어야 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대통령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선전포고 하듯이 했고, 이 총리도 그런식으로 가세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화와 설득의 절차 없이 이념적으로 시비걸어 상대방이 강경할 수밖에 없도록 몰아세우니 국민들은 양비론을 갖게됐고, 결국 시간에 쫓겨 강행처리가 불가능해진 것"이라며 "폼을 잡았으면 힘을 가지고 밀어붙이던가, 그럴 자신과 실력이 없으면 차라리 폼도 잡지 말았어야 했다"고 비꼬았다. 그는 또 "온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어서 1천4백명이 단식까지 하게 됐는데, 정작 싸움을 시켜놓은 자신들은 이제 '세상이 하루아침에 바뀌겠느냐'며 철수하는 코미디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국보법 폐지를 방어해) 단기적으로는 전투에서 승리한 것처럼 보이지민, 다음 대선에선 패배할 수밖에 없는 길을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철우씨 간첩 논란때 하다못해 조선일보까지 심하다고 할 정도로 갈수록 탈냉전세대가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 교수는 이어 2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다뤄질 국보법 문제에 대해 "대체입법을 할 바에는 안하는 게 좋다"고 주장했다. 대체입법은 "사문화된 국보법을 없애고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으로 헌칼을 버리고 새칼을 드는 것"이라는 논리에서다. 그는 "국보법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법리의 문제라는 차원에서 첫단추를 새로 끼워야 한다"며 "만약 대체입법으로 간다면 민중단체가 반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당, 재보선-지방선거 참패해도 대선은 유리할 것"**

손 교수는 이어 올해 정치권 전망과 관련해선 "청계천이 복원되는 10월부터 모든 것은 대선국면으로 들어갈 것"이라며, 여야 내부의 대권 경쟁의 조기화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그는 한나라당 대권주자 3인방을 차례로 거론하며 "손학규씨는 신자유주의, 이명박씨는 박정희 개발주의적인 모습, 박근혜씨는 냉전적인 정치적 칼라만 보인다"고 혹평했다. 상대적으로 여권은 "4월 재보선에서 과반의석 유지에 실패할 것이고 내년 지방선거도 고전하겠지만 대선은 후보가 누가되든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남북정상회담의 국내정치화 등을 우려하며 "인기를 높이고 전세를 반전시키는 것은 노 대통령과 여권의 승부사들이 너무나 잘 안다"면서 "남북정상회담이나 남북관계 진전을 추구하되 국내정치와 관련된 성과주의, 대권 주자들 간의 경쟁카드로서의 한건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손 교수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전문.

***"노무현 정부, 구세주병-세례병 심각"**

프레시안 : 이기준 부총리 사태를 어떻게 지켜봤나.
손호철 : 노무현 정부의 구세주병, 세례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민주투사이고 개혁인사이기 때문에 아무리 문제가 있는 사람도 자기가 세례를 주면 죄가 사해진다는 식의 사고방식이다. 수많은 문제로 서울대에서 도중하차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정통성이 있는 내가 쓰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오만과 오기의 전형적인 표현이다. 그런 오만은 김영삼 김대중 정부를 거쳐 노무현 정부로 오면서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 군사정부는 무식했지만 적어도 오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다행이었던 것은 이기준씨가 너무 문제가 많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정부가 3일만에 항복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만약 이기준씨의 결격사유가 어정쩡했고, 노무현 정부가 오기의 정치로 버텼으면 더 큰 타격을 받았을텐데, 너무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 정부가 항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다행이다. 그럼에도 오만의 정치는 아직 버리지 않은 것같다. 김우식 실장을 그대로 두는 것을 보면 아직도 정신 못차린 것 같다.

프레시안 : 이번 사태의 책임소재는 어디까지로 봐야하나. 김우식 실장의 유임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는 여론이 높고 일부에선 이해찬 총리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손호철 : 책임소재를 따지자면 인사과정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조사에 기초해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언론보도를 중심으로 보자면, 최소한 김우식 실장까지는 책임을 져야 할 것같다. 이해찬 총리의 책임 여부는 아직 물음표로 남겨두겠다. 얼만큼 이 총리가 인사과정에 개입했는지에 대한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해찬씨는 처음부터 총리로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었다는 측면에서는 문제제기가 유효하다고 본다. 이 총리는 교육정책과 관련해서 민교협이나 전교조 같은 개혁적인 교육단체들에서부터 교총까지 반대했던 인물이다. 그런 이해찬씨가 이기준씨를 높이 평가해 추천했다는 것은 책임소재와는 다르게 의문점을 던져야 할 부분이다.

프레시안 : 이 총리의 성향상 이번 사태는 예고됐다는 측면의 평가인 것 같은데.
손호철 : 이해찬씨를 총리로 둔 것은 정략적인 인사였다. 심하게 표현하면 당내 경선에 떨어지면 총리되는거냐는 말도 성립할 법하다. 어떻게 당내 국회의원들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떨어뜨린 사람을 일주일만에 총리로 앉힐 수있나. 그것은 오만의 극치이고, 당에게 엿먹으라고 하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왜 그렇게 했나. 당시 정국 속에서 판단해 볼때 이해찬씨는 향후 국정을 운영하는데 적합한 인사라고 판단해서 기용한 것은 아니었다. 철저하게 권력 메커니즘의 측면에서 정략적 판단이었다. 하나는 당을 장악하기 위함이다. 청와대와 여권의 많은 사람들이 이해찬씨가 원내대표가 되기를 바랐지만, 초선의원들에 의해서 천정배씨가 되면서 당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두 번째는 정치공학적으로 절묘한 카드였다. 차기 대권경쟁의 조기가시화 위험이 있었고, 민청련 활동으로 맺어진 김근태씨와 이해찬씨의 관계, 서울대 동기인 정동영씨와의 관계를 이해한다면 '너희들 까불지 말라'고 견제할 수 있는 카드는 이해찬이었다.

마지막으로 스타일 면에서 적합하지 않았다. 노대통령이 전투적이고 공격적이기 때문에 총리는 화합형이 돼야만 팀웍이 잘 맞는다. 닮은꼴인 총리를 발탁해 결국 그 후 한나라당과 일부언론에 대한 이해찬씨의 발언이 나왔다. 그것은 이해찬씨 스타일로 볼 때 예고된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노무현 정부 2기의 경우, 과반의석을 가지고 개혁을 할 수 있을것처럼 했는데, 4대 법안을 가지고 1기와는 다르게 개혁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2기도 빈수레의 개혁, 요란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빈수레 개혁의 연장이었다.

프레시안 : 김 실장의 경우 이번 인사파동의 핵심에 있었는데, 그럼에도 노 대통령이 유난히 김우식 살리기에 나선 이유는 어디 있다고 보나.
손호철 : 복합적이다. 하지만 핵심은 첫째는 오만이고, 둘째는 오기다. 그리고 세번째가 여러군데서 나오는 김 실장의 보수인맥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으로 본다. 그렇더라도 세번째 역시 오만과 오기일 수밖에 없는 것은 보수세력과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김우식 실장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말 보수와의 채널이 필요하다면 다른 보수적 사람을 앉히면 되지 않나. 대한민국에 사람이 그렇게 없나. 나는 오만과 오기가 큰 요인이라고 본다.

또 다른 가능성은 노 대통령이 비공식 이너써클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연세대 운동권에 의해 좌우된다는 소문도 있지않나. 김 실장이 연대 총장 출신이고, 노 대통령의 특정 386에 대한 의존이 이번 결정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는가 하는 얘기도 들리더라. 만약 그렇다면 위험스런 징후라고 볼 수 있다.

***"우익인사 쓰기보다 우익에 대한 불필요한 말싸움이나 하지 말아라"**

프레시안 : 인사정책에선 노무현 정부가 집권 3기로 넘어오면서 사회적 화합을 이유로 보수 끌어안기가 두드러지는 것 같다. 이런 변화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손호철 : 인사정책이나 지지기반 확대의 측면에서 보수를 끌어안는 통합 전략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그것과 정책노선이 바뀌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인사정책은 수단이다. 그 수단이 본말을 전도해서 꼬리가 몸체를 흔드는 결과가 된다면 문제가 될 것이다.

즉 개혁적인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 개혁세력이 사회적 소수로 고립돼 있어서 보수세력의 반발을 중화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보수 인사를 쓰는 것은 있을 수 있다고 보지만, 그것이 아니라 개혁을 버리기 위한, 우경화된 전략이라면 매우 잘못이다.

따라서 우익적인 인물을 쓰기보다 우익에 대한 불필요한 말싸움을 하지 말기를 먼저 권한다. 이해찬 총리의 발언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아무리 장관 5명을 보수 인사로 쓰더라도 그런 말 한마디면 효과는 다 날아가버린다. 한쪽에선 불필요하고 저급스러운 보수세력에 대한 공격을 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인사기용을 하는데 도데체 뭐하는 것인지 일관성을 알수가 없다. 정말 보수세력을 끌어안으려고 한다면 왜 말을 그렇게 하는 것인지, 또 보수세력을 끌어안아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정체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홍석현씨의 주미대사 임명이 대표적인 사례가 될 듯하다.
손호철 : 보수세력이면 어떤 보수세력인지가 중요하다. 김우식씨 같은 경우 사실 문제점이 있는 사람인데 그 사람을 꼭 써야 하나. 홍석현씨도 개인적으로는 자유주의적인 면이 있다지만, 언론시민운동 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세무조사 문제 등에 관련된 사람이다. 어떤 보수세력을 써야 하느냐는 관점에선 홍석현씨 역시 물음표다.

거꾸로 볼 필요도 있다. 홍석현씨와 김우식씨는 노무현 정부가 왜 이사람들을 썼느냐가 아니라, 그 사람들이 왜 노무현 정부에 들어왔느냐도 중요하다. 대한민국에서 손꼽힌다는 명문대학의 총장과 주요 언론사의 발행인이 스스로 대학과 언론의 사회적 공기로서의 임무, 공적인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노무현 정부는 짧다. 이 사람들을 기용해 정권은 단기적으로 플러스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대학과 언론이 갖고 있는 좋은 의미의 불편부당함, 중립성, 권위의 상실이 깨지는 측면에서는 실이 크다고 본다.

예컨대 하바드대 총장이 부시정부나 클린턴 정부의 비서실장으로 간다면 어떻겠나. 워싱턴포스트의 발행인이 부시정부나 클린턴 정부의 대사로 임명된다면 언론이 가지고 있는 불편부당성 문제에선 타격을 입게된다. 그 이후 사태를 어떻게 감당하겠나. 이것은 군사정권을 지나면서 우리사회의 주요 제도와 기관이 권위를 잃어버린 것이다. 언론은 언론으로서, 대학은 대학으로서, 사법부는 사법부로서 정당한 권위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모두 사쿠라를 만드는 것이다.

***"친기업적 환경조성, 양극화만 심화시킬 것"**

프레시안 : 경제적으로는 노무현 정부가 실용주의를 기조로 올해 핵심과제를 경제살리기에 둔 것 같다. 경제올인이라는 말이 대표적인데, 문제는 방법의 적절성과 서민경제에 실질적인 효과를 미치겠느냐에 대한 판단이 필요할 듯하다.
손호철 : 노 대통령은 지난해 경제위기 논쟁에서 현상황은 경제위기가 아니라고 했다. 논쟁 자체는 잘못됐지만, 일정부분 노 대통령의 말이 맞는 측면이 있다. 수치로 보면 아시아 국가중에서 성장이 낮기는 했지만 위기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재벌기업들은 사상 초유의 흑자들을 내고 있다. 따라서 문제의 본질은 단순히 경제가 나쁘냐는게 아니라 사상 초유의 경제적 양극화에 있다.

그럼에도 보수세력이나 재계가 요구하는 경제살리기, 즉 친기업적 경기부양책으로 나아가려한다. 여기에 손을 들어주면 사상 초유의 경제적 양극화는 전혀 해결될 수 없다고 본다. 낡은 60년대의 '떡고물 효과', 혹은 김대중 정부 시절의 '윗목 아랫목 효과'와 동일한 주장인데, 이미 김대중 정부에서 그렇지 않다는게 보여지지 않았나.

프레시안 : 노무현 대통령도 양극화를 중요한 문제로 지적했다. 그럼에도 지금같은 경기부양책으로는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말인가.
손호철 : 경제를 살리자, 민생을 살리자는 것은 옳다. 그러나 경제살리기가 기업과 수구언론의 논리에 의한 친기업적 환경조성으로 몰고가면 사회적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구분하자면 4대법안은 자유주의적 정치개혁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많은 국민들은 먹고살기가 급하다면서 이를 반대했다. 국민들의 소리가 틀리지 않다. 그러나 먹고살기 힘들다는 것이 단순히 경기부양하라는 소리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 사람들은 사회적 양극화를 얘기하는 것이다.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의 부재가 정치적 민주주의 진전에도 장애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지지기반이 돼야 할 서민층이 경제적으로 가장 고통을 당하고 있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의 정치개혁에 반기를 들고있는 형국이다.

좀 더 근원적으로 살펴보자면, 노무현 정부는 두개의 전선을 가지고 있다. 국보법 폐지 등 정치적 개혁의 전선이다. 또 다른 하나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하려고 한다. 즉 파견근로제 전면화 등이 신자유주의 정책이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구하는 한 사회적 양극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고, 이것이 정치적 개혁을 못하게 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를 전면화하면 양극화가 확대되니까, 국민들은 못살겠는데 무슨 정치개혁이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을 버리지 않는한 사회적 양극화를 해결할 수 없다. 양극화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나 진단이 없으면 정치개혁은 이로 인해 발목을 잡히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걱정되는 것은 정치적 민주개혁은 후퇴하고,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은 과감하게 추진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집권 1, 2기는 민주개혁은 못했지만 신자유주의 개악도 교착됐었다. 그러나 이제는 경제가 워낙 어려우니까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게 아니냐는 여론을 이용해 경제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친기업정책을 펴고 노조와 서민을 궁지에 몰아넣으려 한다. 집권 3기에 접어들면서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재계가 한통속이 돼서 노동계와 서민을 공격하는 양상을 띨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노무현 정부가 반기업적이라고 하지만, 이 논리로는 사상 초유의 대기업 흑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경제올인은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키를 맞춰야지, 단순히 기업이 투자를 하도록 하겠다는 것에 맞춰서는 안된다.

프레시안 : 집권2기에 처리못한 국가보안법 등 정치개혁의 과제는 처리전망을 대단히 비관하는 것 같다.
손호철 :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전략의 부재다. 그 중심에 노 대통령과 이해찬 총리가 있다. 한나라당이 반대할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게 예상됐었음에도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개혁법안들을 밀어붙였다. 만약 이에 대한 자신이 있었다면 법리적 접근을 통해서, 대화와 설득을 통해 풀어갔어야 했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대통령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선전포고 하듯이 해버렸다. 이해찬 총리도 그런식으로 가세했다. 그렇게 큰 소리치고 폼을 잡았으면 힘을 가지고 밀어붙이던가, 그럴만한 자신과 실력이 없으면 차라리 폼도 잡지 말았어야 했다. 그렇게 시비걸어서 온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어서 1400명이 단식까지 하게 됐는데, 정작 싸움을 시켜놓은 자신들은 이제 '세상이 하루아침에 바뀌겠느냐'면서 철수하는 코메디를 벌이고 있다.

결국은 민주노동당, 민주당과 함께 강행처리하더라도, 명분쌓기로라도 한나라당과 설득하고 대화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그런 절차 없이 이념적으로 시비걸어 상대방이 강경할 수밖에 없도록 몰아세우니 국민들은 양비론을 갖게 되는게 당연하고, 싸움만 하다 시간에 쫓겨 강행처리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따라서 4대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도록 하는데 가장 기여한 사람은 노 대통령과 이 총리라고 본다. 특히 이 총리는 매우 불필요한 발언으로 개인적으로는 정치적 기반을 만들고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다졌는지 모르지만, 총체적으로는 전반적인 전략부재를 드러냈다. 시끄럽게 만들어 상대방을 똘똘뭉치게 만들고, 정작 내부의 힘은 잃게 만든 행동이었다.

프레시안 : 이 총리 개인의 자질과는 무관하게 총리의 권한을 강화하고 역할을 점차 증대해나가는 시스템 변화에 대해선 어떤 견해인가.
손호철 : 그 자체는 바람직하다. 권력의 집중을 분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문제에 비하면 부차적인 것이다. 해야 할 문제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게 중요하다. 심하게 비유하면 이쪽에선 암이 커지고 있는데, 암 놔두고 종기 고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 대선 패배의 길을 가고 있다"**

프레시안 : 17대 국회 첫해를 어떻게 봤나. 인적 구성이 달라졌고 보스정치도 해소됐다고 시스템의 변화를 주목했지만, 결과만 놓고봐선 똑같았던 것 같다. 왜 그렇게 된 것인가.
손호철 : 아직도 한국의 국회가 당론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정당민주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노 대통령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국보법에 대해 말한 것은 한나라당용으로는 부적절했다. 수구세력을 단결시키고, 불필요한 적개감과 대립전선을 강화시켰기에 그렇다. 또다른 효과가 있었다면, 최소한 열린우리당 전체를 폐지론자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직도 대통령 말에 의해서 당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연말에 온건노선으로 입장을 바꾸자 열린우리당 강경파라는 사람들도 따라서 변하지 않았나. 이것을 보면 정당민주화는 아직까지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보여진다.

프레시안 : 열린우리당 나름대로 당정분리를 강조했고, 과반의석이라는 힘도 바탕에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표가 제대로 나오지 않은 이유를 당 내 메커니즘에서 찾자면 어떤가.
손호철 : 국보법을 예로들면 당론 자체는 폐지노선이었기 때문에 당내의 역학관계 자체가 이를 통과시키지 못하게 한 핵심변수는 아니었다고 본다. 보다 중요한 것은 대야 관계에서 전략을 잘못세웠다고 본다. 대통령이 나서서 첫단추가 잘못끼워지니까 강경파들이 온건파들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을 잃어버렸다. 처음부터 차분하게 야당을 설득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고, 마지막에 강행을 했다면 우리당 온건파도 다르게 행동했을 것이다. 대야 전략을 잘못 세웠기 때문에 그 다음 당내 역학관계도 변했다고 본다.

프레시안 : 한나라당의 강경태도는 반작용이라는 해석인데, 그렇더라도 한나라당의 우경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를 간과할 수 없다.
손호철 : 사실 한나라당도 자살수를 택했다. 국보법 폐지에 대해 국민 다수가 반대하고 있다고 하지만, 탈냉전적인 분위기는 지배적인 사회 분위기가 됐다. 이철우씨 간첩 논란 때는 하다못해 조선일보까지 심하다고 할 정도아니었나. 갈수록 탈냉전세대가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어떤 의미에선 노 대통령과 이 총리의 전략이 성공했는지도 모른다. 강하게 자극을 해서 한나라당이 극우적인 행동을 취하게 함으로써 결국 변화하지 못하게 만들고 다음 대선도 패배하게 만드는 고도의 전략이었다면 성공한 것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스스로 덫에 빠진 것이다. 노 대통령과 이해찬씨의 발언이 당내 강경파의 발언을 강화시켰고, 다시 냉전적 태도로 돌아섰다. 단기적으로는 전투에서 승리한 것처럼 보여지지만, 다음 대선에서는 패배할 수밖에 없는 길을 가고 있다.

사실 탈냉전이라는 문제를 빼고나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무엇이 다른가. 냉전적 반공주의를 버린다면 양당의 차이는 없는 것이다. 17대 총선 후 한나라당이 중도 개혁적인 노선을 걸으면 한나라당이 살아남고, 열린우리당은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 사이에 끼어서 공중분해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었다. 그러나 냉전적 반공주의를 쥐고 있으면 끝내 소수정당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변화해야 열린우리당의 지지기반을 끌어갈 수 있는데 그렇게 못한 것이다. 결국 패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단기적 전투에선 승리했지만, 한나라당도 사실은 누구 못지않게 패자가 됐다.

프레시안 : 국보법 등은 2월 임시국회에서 어떻게든 다시한번 논의가 될 것같다. 현실적인 방안으로 대체입법이 거론되는데.
손호철 : 노무현 정부가 완전히 개혁적 전선으로 돌아가 전투를 한다면 폐지할 수 있지만, 지금 봐선 타협, 포용, 통합 노선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국보법으로 대립을 긋지는 않고 싶을 것이다. 첫단추가 잘못끼워졌기 때문에 당분간은 어렵고, 이럴바에야 2월에도 손 안대는게 좋다고 본다. 일부에서 얘기하는 대체입법을 할 바에는 안하는게 좋다고 본다. 그것은 개악이기 때문이다. 지금 국보법으로 구속돼 있는 사람은 13명 밖에 없다. 다분히 상징적인 의미만 남은 것인데 사문화된 국보법을 없애고 실질적인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은 헌칼 버리고 새칼을 드는 것이 된다. 때문에 오히려 무력화된 국보법을 갖고 있는 게 낫다. 그 뒤 국보법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법리의 문제라는 차원에서 첫단추를 새로 끼워야 한다. 만약 대체입법으로 간다면 민중단체가 반대할 것이다.

***"여당 후보 누가 나와도 대선은 유리"**

프레시안 : 여야가 지금은 체제정비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여야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나.
손호철 : 여당이 재보궐 선거에서 패배할 것은 자명한 것이고, 10월이면 청계천이 복원이 된다. 그 순간 모든 것은 대선국면으로 들어갈 것이다. 한나라당이 그렇게 되면 불가피하게 열린우리당도 대선국면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난 정기국회가 개혁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는데, 못해서 아쉽다. 개혁 초기도 힘이 있을 때 못했고, 작년에도 과반을 차지하고서도 못했다. 보궐선거에서 패배하고 대선국면으로 넘어가면 뭐가 되겠나. 너무 걱정스럽다.

프레시안 : 열린우리당의 내부 선거일정이 즐비하다.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보고 있나.
손호철 : 차기 당권의 문제는 단순한 당권의 문제가 아니라 차기 대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여진다. 미국이나 선거정치가 자리잡은 나라의 경우를 보면 예선 즉 경선의 경우엔 좌경화 전략, 본선은 우경화전략으로 갔다. 예선은 지지기반 극대화가 중요하기 때문에 개혁적 노선이 목소리를 갖게 되고, 본선에 가면 중간세력이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가운데로 가는 양상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하기에 당장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정치엘리트 그룹에선 중진이나 온건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국민경선제라는 측면에서 아래로부터의 지지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프레시안 : 한나라당은 내부경선보다는 이미 대권경쟁을 축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같다. 누구를 칭하지는 않겠지만 보수를 대표할 만한 리더십이 창출되고 있다고 보나.
손호철 : 본인들은 개혁적 보수를 추구한다고 이야기 해왔지만 정체성이 불분명하다. 이명박씨, 손학규씨의 경우 내셔널 아젠다, 즉 대북관계나 국보법 문제 등 전국적인 의제에 대해 정치적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그 사람들로 판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박근혜씨의 경우 냉전적 보수로 굳어지는 것같다. 당의 지지기반, 역학관계도 그런 식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박근혜 개인의 칼라와 상관없이 그런 식으로 가는게 아닌가 싶다. 당내에 그나마 개혁적 보수에 가까운 원희룡이나 고진화가 소수화되고 있는 것이다.

손학규씨는 경제살리기, 세계화 등 신자유주의 적인 모습에선 적극적이지만 민주개혁에선 입장이 불분명하고, 이명박씨는 환경친화적인 뉴패러다임 스타일이지만 뒤집어진 내용은 신개발주의다. 손학규씨는 신자유주의, 이명박씨는 박정희 개발주의적인 모습, 박근혜씨는 경제적 패러다임이나 칼라는 나타나지 않고 냉전적인 정치적 칼라만 보인다.

프레시안 : 여권에선 포스트 노무현 시대를 준비할 맹아가 싹트고 있다고 보나.
손호철 : 노무현 정부가 큰 틀에서 보면 비관적이지만 정치공학적으로 보면 다르다. 4월 재보선에서 과반의석 유지에 실패할 것이고 내년 지방선거도 고전하겠지만, 대선은 후보가 누가되든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인기를 높이고 전세를 반전시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노 대통령과 여권의 승부사들이 너무나 잘 안다는 것이다. 난리치다가도 전선을 단일하게 만들어버리면 다른 것은 다 뭍혀버리게 된다. 한달이면 전선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치공학적인 접근을 하는 것 같다.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힘 중의 하나가 의제 설정력인데, 경제 호전 등 다른 호재가 없으니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문제 카드를 가지고 정세를 반전시킬 수 있다는 그림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것 같다.

프레시안 :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도 국내정치용으로 활용될 우려와 맥을 같이하는 것같다.
손호철 :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같이 있다. 좋은 점은 김대중 정부 햇볕정책은 과정에 대한 투명성이 취약해 퍼주기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었지만, 노무현 정부는 그런 부분들을 보완한 측면이 상당히 있다. 투명성을 높이려 했고, 일방적인 퍼주기 비판을 안들으려고 노력한 측면이 보인다.

그러나 무언가 남북관계의 진전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의할 것은 김대중 정부의 남북정상회담이 가졌던 부작용이나 오류를 반복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국내정치와 관련된 성과주의다. 대표적인게 김대중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얘기를 총선 며칠 전에 터뜨린 것이다. 또다른 우려는 차기 대권주자들 간의 경쟁카드에서 한건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이나 남북관계 진전을 추구하되 그런 부분을 주의하길 바란다. 여기에는 국민과 반대세력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또한 그 문제가 6자회담이나 대미관계와 분리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대미관계, 국제관계와 연동한 지혜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연초에 나온 여러 언론의 한해 정국전망을 살펴보면 정계개편 가능성도 포함돼 있었다. 작게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합당에서, 크게는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의 분화를 점치기도 하더라. 이에 대해선 어떤 생각인가.
손호철 :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이념적으로 보면 차이가 없다고 본다. 구성원들 간의 감정의 골이 얼마나 이를 용이하게 만드느냐가 문제로 남는다. 하지만 합친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기도 하다. 지역연합으로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하지만 분당과정을 봤듯이 오히려 그것이 지역정치를 자극할 우려도 있다.

큰 틀의 정계개편은 한나라당, 열린우리당이 정치적 노선과 관계없이 지역적 기반에 처해있기 때문에 얼마나 현실가능한지 모르겠다. 이념적으로도 한나라당에 강경파가 있고, 열린우리당에도 강경파가 있고 그 사이에 중도파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이 세부류로 나뉘어질 만큼 이념의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 보다는 당론이 아니라 자유투표 등의 제도적 방법을 통해서 여야가 초당파적인 입장을 견지해서, 불필요한 여야의 당쟁을 막고 중립적 완충지대를 구성하고 대화의 채널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여야정치권에 대한 제언을 부탁한다.
손호철 : 노 대통령이 초기에 검사와의 대화를 하고 토론 공화국을 말했는데, 그동안 그런 것이 없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기준씨가 갑자기 나와서 "대학도 산업이다"고 하고 대통령은 여러분들이 나를 찍었으니 내 철학이 국가정책이라는 식으로 오기를 부릴 게 아니라, 21세기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 한국적 발전모델에 대한 합의와 국민적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 한쪽에선 사회가 양극화되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문제에 대해서 차분하게 논의해야 한다. 나는 옳으니 따라와라가 아니라 세상이 이러니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이냐고 국민과 논의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들이 필요한게 아닌가 싶다. 정치권이 중심이 돼서 왜 우리 사회에 이런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대중적인 논의를 조직화하고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가는게 필요하다. 갈갈이 찢기는 이념논쟁이 아니라 차분하게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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