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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巨野 힘자랑..국회 파행

민주당, '小數 열세' 핑계 여당 역할 포기

10.25 재보선 이후 국회의 판도가 명실상부한 여소야대(與小野大)로 재편된 뒤 교원정년 관련법안과 검찰총장의 상임위 출석요구 등을 둘러싸고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소야대 이후 한나라당이 보여준 것은 과반수에 육박하는 수적 우세만으로 밀어붙이는 거야(巨野)의 힘자랑 뿐이고 여전히 국회는 변하는 것이 없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거야에 편승한 자민련의 철저히 기회주의적이고 이율적인 행태는 국민에게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배신감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정치권에 대한 비난에 여당인 민주당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거야에 대항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설득하기 보다는 수적 열세와 소수정당이라는 핑계로 사실상 여당의 역할을 포기하며 수수방관하는 것 아니냐는 힐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1일 국회 교육위에서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교원정년을 62세에서 63세로 다시 늘리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정치권의 구태를 반복한 것이었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교원정년 연장법안을 상임위에서 통과시킨 뒤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민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표결로 강행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여론반대 교원정년 연장 강행**

이러한 거야(巨野)의 교원정년 관련법안 강행은 곧바로 참교육학부모회 등 학부모 단체와 전교조 등 여론의 역풍으로 이어졌고,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갔다.

교원정년 문제는 이미 지난 98년 국회에서 표결로 결정된 것으로 이후 정년 감축에 따른 행정적 조치도 다 끝나 향후 교원수급을 위한 절차가 시행된 사항이다.

더구나 대상 교원들은 이미 퇴직한 마당에 불과 1년을 다시 연장한다 해도 당장 혜택을 볼 교원들은 1천명 내외로 많지 않고 그나마도 교원수급에 도움이 될 교사는 4백여명에 불과하다. 오히려 교대생들은 교원임용 문호가 넓어졌다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고, 학부모들은 젊은 교사를 적극 선호하고 있다.

교사들의 자존심을 되살리는 조치라고는 하지만 진정한 교원사기를 높이는 것은 정년연장이 아닌 교육의 진정한 개혁에서 찾아야한다는 것이 전교조 등 젊은 교사들의 주장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가운데 60% 이상이 교원정년의 감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 일반국민들도 교원정년 재연장에 반대하고 있다.

이렇게 한나라당이 국민여론도 반대하며 행정적으로도 실효성이 없는 문제를 구태여 여소야대의 첫 시험대로 삼은 것에 대해서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 대다수의 시각이다. 거야(巨野)의 힘자랑이자 오만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참여연대, 경실련 등 29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기구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27일 성명을 발표, '당리당략을 위해 교육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반교육적인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난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처럼 역풍이 거세자 한나라당은 25일 '교원정년 연장법안의 본회의 처리에 대해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26일 오전 다시 '강행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고, 이날 오후에는 ‘여야협의를 거쳐 처리하겠다’고 하는 등 오락가락 갈피를 잡지 못했다.

결국 한나라당은 26일 저녁 단독 처리를 강행하지 않고 여야협의를 거쳐 처리하겠다는 입장으로 일단 한발 물러났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여전히 교원연장 관련법안의 회기내 처리를 고집하고 있어 일단 여론의 움직임을 지켜본 뒤 향후 처리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러한 한나라당의 입장에 대해 일부에서는 '한나라당이 한국교총에 발목을 잡혔다'고 보고 있다.

지난 10일 정치참여를 선언한 한국교총의 여의도 대회에 한나라당 대표가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함께 참석해 교원 정년연장을 약속하는 바람에 후퇴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분석대로라면 한나라당은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겨냥해 교총의 '표'를 얻는다는 다분히 정략적인 이유로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교원정년 연장을 강행하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자민련의 행태에 대해서는 더욱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자민련은 교원정년 연장이 애초부터의 당론이라고 했지만 지난 98년 교원정년 단축안이 9대7로 상임위를 통과할 때는 정년 단축에 찬성표를 던졌었다. 그러다 이번엔 거꾸로 교원정년 연장안에 찬성한 것이다.

***검찰총장 국회출석요구 전례없어**

자민련 스스로 통과시킨 교원정년에 대한 정책을 스스로 뒤집어 버린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또 다른 사안인 검찰총장 국회 출석요구 역시 전례없는 무리한 것으로‘거야(巨野)의 힘자랑’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검찰이 이용호 게이트 등 3대 게이트에 연루되어 많은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이 분명하고 이 점에서 대다수 국민들이 검찰을 비난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여론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나라당이 검찰총장의 법사위 출석을 요구하는 것은 법리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통상적인 국회의 관례로 본다면 검찰의 문제는 검찰총장의 출석보다는 법무장관의 출석을 요구하는 것이 법리에 맞는다는 것이다. 관련 법에 의하면 국회에 출석해야 하는 당사자는 행정 각부의 장이나 국무위원이고 검찰총장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수사중인 문제에 대해 그것도 국회의원들이 관련 혐의를 받고 있는 문제에 대해 수사당국의 책임자를 출석토록 요구하는 것은 수사에 영향을 주자는 의도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이 검찰총장의 출석을 요구한 것은 진승현 게이트에 야당의원 관련설이 보도된 뒤 ‘검찰이 물타기를 한다’는 비난과 함께 대두되었다.

이 때문에 26일 검찰은 일반 검사들 대부분이 검찰총장의 국회출석에 대해 반대하는 공식입장을 표명하면서 정치권에 대해 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라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70% 이상의 검사들이 검찰총장의 출석을 반대했다는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현재 ‘의혹과 게이트 정국’의 상황이라 할 지라도 수사 중인 상황에 대해 법무장관이 아닌 검찰총장이 국회에 출석해 설명한 예는 지난 60년대 말 이후 한번도 없었다.

그것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명분으로 검찰총장의 국회출석 관행을 없앤 것이다.

***거야(巨野) 힘자랑에 비판여론 일어**

더구나 검찰총장의 시한부 사퇴를 요구하며 거부할 경우 탄핵안을 제출하겠다는 한나라당의 주장 역시 통상적인 법 절차를 무시한 협박이라는 일부의 비판이 일고 있다. 탄핵안을 제출하면 그만이지 사퇴시한을 정해 요구한다는 것은 행정부에 대한 과도한 월권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한나라당에서는 한때 검찰총장 출석요구를 정기예산 심의와 연계시키겠다는 방안까지 발표했었다.

이러한 한나라당의 검찰총장 출석요구에 대한 집착은 그동안 강력히 추진해왔던 특검제에 대한 최근의 무관심에 비추어보면 더욱 설득력을 잃고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3대 게이트의 실체를 밝히려는 노력이 검찰총장을 국회에 불러 국회의원의 권위와 야당의 수적 우위를 과시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행히 한나라당은 26일 오후 검찰총장 출석요구 문제가 논란이 되고 여론의 눈총이 심해지자 여야협의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으로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여전히 교원정년 관련법안과 마찬가지로 검찰총장의 사퇴시한과 국회출석에 대해 일시적으로 유예했을뿐 철회하지 않고 있다.

10.25 재보선 이후 여야 정치권은 '겸허하게 민의를 수렴하고 국민에 가까이 가는 정치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한나라당은 10.25 재보선 승리 이후 논평을 통해 '과반수에 가까운 의석을 보유한 제1당으로서 한시바삐 정국을 안정시켜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데 최우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면서 '국민우선 정치'를 표방했다.

한나라당이 이러한 '국민우선 정치'를 위해 선택한 첫 무대가 여론이 반대하는 교원정년의 재연장이고 전례가 없는 무리한 검찰총장 국회출석요구였다.

그동안 정권의 실정에 대한 비판으로 여소야대를 만들어 준 국민에 대한 보답이 국회의 주도권 다툼과 힘겨루기 뿐이라면 국민의 정치불신은 더욱 심화될 것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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