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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권영길 대표 "2016년엔 집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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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노당 권영길 대표 "2016년엔 집권하겠다"

신자유주의 반대세력 다 모여라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는 몹시 바빴다. 그는 당 대표이자 동시에 창원을 지구당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작년 4월 총선에서는 1위와 5천여표 차이인 36,579표(38%)를 얻어 2위로 낙선했다. 프레시안과 인터뷰가 있었던 23일도 바로 전날 창원 지구당에 내려갔다가 언론노련 창립기념일 행사 참석차 하루 만에 올라오는 길이었다.

오후 5시에 언론노련 사무실에서 만났고, 행사 준비차 사람들이 북적거리자 같은 프레스센터 건물 내에 있는 대한매일신문사 노동조합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그곳 회의실에서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두 곳 모두 권영길 대표에겐 친정 같은 곳이다. 대한매일신문의 전신인 서울신문 노동조합 위원장을 거쳐 1988년부터 언론노련 위원장을 지냈기 때문이다. 1995년부터 민주노총 위원장, 그리고 97년 대통령선거 후보, 현재 민주노동당 대표가 그의 간략한 이력이다.

권영길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이 시대 진보의 기준은 신자유주의 반대”라며 “민주노동당은 진보세력 총결집을 위해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재창당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현재 민주노총, 한국노총, 전농, 전국연합, 한총련, 사회당 등과 통합 및 재창당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최근 창당 논의가 진행중인 녹색당에 대해서는 “우리 현실에서 녹색당이 내걸 정책과 우리 민주노동당 정책은 전혀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지금 이 시점에서 과연 녹색당을 만들 필요가 있나 묻고 싶다”고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권 대표는 또 “지난 총선에서 의석 확보가 되면 2004년 원내교섭단체, 2008년 제1야당, 2012년 집권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실패했다. 이제 4년씩 늦춰져 2016년에는 집권하겠다”고 앞으로 진보정당의 전망을 밝혔다.

내년 지방선거에 관해 권 대표는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울산시장 당선이 목표이며 기초단체장은 10여명 당선 시킬 것”이라고 목표치를 제시하고, 대통령선거에는 “당원들에게 받아들여진다면 출마할 수밖에 없다”고 출마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현 DJ정권에 대해 권 대표는 “남북 긴장을 완화시킨 역사적 성과가 있지만, 그 성과를 넘어서는 과오가 있다”며,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를 과도하게 흔쾌히 받아들여 한국경제의 틀을 완전한 예속경제로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또한 최근 정권의 난맥상에 대해서는 “비리 의혹의 한복판에 김홍일 의원이 서 있다”며, “김대중 대통령은 자기 아들 문제에 대해 특별검사제를 실시해야 나라를 구하고 아들을 구하고 본인도 역사적으로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 대해서는 “금권, 부패, 보수, 지역주의 정치에 기반한 3김정치를 그대로 답습해서는 표 못 얻는다”며, “운이 좋아 대통령이 될지 모르지만 역사적으로 평가받는 대통령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권 대표는 “오랫동안 민주화 운동한 개혁인사들이 보수정당에 가서 이미 그 단 맛을 충분히 보아 그 단 맛을 버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른바 ‘개혁신당설’이 불가능할 것으로 평가하고, “민주노동당이 양당의 개혁그룹들과 함께 할 용의는 있지만, 그들은 신자유주의를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함께 못 한다”며 노선차이를 분명히 했다.

23일 오후 5시부터 정관용 정치에디터가 진행한 인터뷰는 1시간 20분 가량 계속되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프레시안 : 언론운동을 하다가 노동운동을 거쳐 지금은 정당운동을 하고 있는데, 어떤 것이 가장 힘든가.

권영길 : 어떤 것이라고 꼬집어 이야기 하기는 힘들다. 사실 모두 힘들다. 하지만 내가 언론노조 위원장을 40대 말에 맡았고 이제 60이 넘었는데, 인생정리기라고 볼 수 있는 시기에 새롭게 할일을 가졌다는 점에서 힘은 들지만 복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민주노동당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어려움은 우리 당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제때에 알릴 수 없다는 점이다. 민주노동당은 제도언론의 소외지대에 있다.

프레시안 : 제도 언론으로부터의 소외는 제도 언론과 진보정당, 양쪽 모두에 원인이 있지 않나.

권영길 : 객관적으로 보면 양쪽에 다 있겠지만 나는 언론 쪽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물론 진보정당이 제도언론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사업들을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제도언론들이 수용할 수 있는 활동들을 하다보면 진보정당의 본질적 면을 소홀히 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의 딜레마이다.

또 제도언론이 받아들일 수 있는 활동을 해도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작년 중요한 국민적 관심사 중에 하나였던 부패방지법 제정을 예로 들자면, 민주노동당은 결성될 때부터 부패추방운동본부를 설치하고 본부장으로 이문옥 전 감사관이 활동을 해왔다. 이문옥 전 감사관은 민주노동당의 부대표 겸 민주노동당 부패추방운동본부 본부장이다.

***“기성 언론에서 민주노동당 의도적으로 배제한다”**

작년 부패방지법 제정이 국민적 관심사가 됐을 때 이문옥씨가 모든 언론의 집중적 인터뷰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모든 기사나 TV인터뷰에서 ‘이문옥 민주노동당 부대표’가 아니라 ‘이문옥 전 감사관’이라고 나갔다. 일부 언론에선 ‘부패추방운동본부 본부장’이라고 표기하기도 했는데, 이 경우에도 우리 당이 만든 본부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이라는 이름만 쏙 빼고 보도했다.

프레시안 : 그걸 의도적이라고 보는가.

권영길 : 우리는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생각한다. 또 일선 기자들이 노력하는데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프레시안 : 데스크에서 짜른다고 생각하나.

권영길 : 그런 면도 없잖아 있다고 생각한다. 제도언론에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의도적 배제와 무의식적 배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회에 의석을 갖지 않은 정당이기 때문에 정치부 기자들에게 무의식적으로 배제된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인터뷰나 기획 취재를 하는데 반영이 안 되는 건 의도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프레시안 : 그 의도가 뭐라고 생각하나.

권영길 : 옛날처럼 권력의 중심으로부터 시달된 방침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데스크 급에는 은연중에 개인 또는 집단의 이익에 반할 수 있다는 反민주노동당 인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말로는 진보정당이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노동당 중심의 진보정당이 성장해서 집권 정당이 되는 것은 개인 또는 집단의 이익과 상충된다는 인식말이다.

프레시안 : 정치란 말로 하는 것이고, 그 말을 언론이 보도해 줘야만 이루어지는 것인데, 언론이 의도적으로 민주노동당을 배제한다면 그건 정말 심각한 문제 아닌가.

권영길 : 우리는 현재 이 문제를 가장 원시적이며 저효율적인 방법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올해 ‘민생 살리기 10만 킬로미터 대장정’이라는 이름 하에 전국을 순회했다. 지방에 가서 재래시장 거리에서 행인들을 대상으로 연설을 했다. 투자하는 노력에 비해 성과는 정말 미미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당을 알릴 방법이 없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 좀더 체계적으로 준비해 전국 순회를 한다면 의외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재래시장에서 처음에 연설을 하면 거부감을 갖는다. 정치인은 다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계속 붙잡고 이야기를 하면 반응이 오기 시작한다. 민주노동당은 이런 세상을 만들어가려는 거다 이야기하면, ‘그건 꿈같은 세상 아니냐. 그러나 다음번에 한명이라도 국회의원 만들어서 다른 정당들과 정말 다르다는 모습을 보여주면 믿겠다’고 말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런 것이 현장정치구나 생각돼 내년에는 좀더 체계적으로 전국순회를 할 계획이다. 이 같은 활동은 민주노동당만이 할 수 있다.

프레시안 : 민주노동당은 내년 양대 선거에 대한 방침을 정했나.

권영길 : 올 2월에 있었던 대의원 대회에서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중앙위원회 회의를 거쳐 선거기획단도 꾸려졌다. 부산시는 이미 부산대 김석준 교수를 후보로 결정, 오는 29일 출정식을 가질 예정이다. 대선 후보는 내년 2월까지 결정할 예정이다.

***진보세력 총결집 재창당 추진**

일주일 전에 민주노동당 재창당추진위원회, 민주노총 정치위원회, 전국연합 진보정당특별위원회가 ‘진보정당과 2001년 양대 선거’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그 토론회 석상에서 민주노동당은 재창당추진사업을 추진하면서 진보세력 내에서 모든 기득권을 다 버린다고 밝혔다.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모든 진보세력이 보여 내년 대선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함께 이야기하기로 합의했다.

프레시안 : 자체적으로 지방선거 후보들을 결정하고 대선후보도 결정하는 작업을 하되 민주노총, 전국연합과의 제휴 내지는 통합된 재창당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말인가.

권영길 : 그렇다. 재창당 사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기 때문에 당 차원에서 후보선출을 미뤄둘 수는 없지만.

지방선거 후보 문제도 범진보진영이 모여 상충되는 지역이 있는지 논의하고 있다. 만약 후보가 중복되는 지역이 있다면 2차적으로 논의해야 하는데 지금으로는 충돌되는 지역이 거의 없다.

프레시안 : 지금까지 원칙적인 이야기를 했는데 권 대표가 가진 진보세력의 통합에 대한 복안은 없는가.

권영길 :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을 발족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지금까지 정기적인 협의회가 있어 논의에 별 문제가 없다. 한국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이 민주노동당 재창당 사업에 있어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세력이다. 진보정당은 노동자, 농민의 정당이어야 하는데 현재 농민의 결합도는 극히 미약하다. 따라서 재창당 사업에서 농민의 결합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지만 솔직히 쉽지는 않을 것 같다. 1-2년 이내에 풀어야 할 문제다.

오늘(23일) 한국노총, 민주노총, 전농, 민주노동당, 전국연합, 한총련이 모여 2차 간담회를 가졌다.

프레시안 : 사회당은.

권영길 : 지난번 구로을과 동대문 지역 재보궐선거에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이 후보를 냈다. 현재 진보정당이 두쪽으로 나눠져 각종 선거에서 충돌하는 것은 진보정당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사회당에 이러한 문제를 강력히 촉구하고 통합을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프레시안 : 사회당의 반응은.

권영길 : 아직 공식적으로 통합을 제의하지는 않았다. 재창당추진위 차원에서 여타 진보진영과 사회당까지를 포함한 통합 논의를 할 것인지, 따로 사회당과의 통합만을 위한 대표단을 구성할 것인지 결정하지 못했다.

프레시안 : 또 하나의 흐름이 내년 지방선거에 참여하려는 시민운동 세력이다. 이들과의 연대도 준비하고 있는가.

권영길 : 시민운동은 시민운동으로서의 역할이 있다. 정당으로 함께 묶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선거에 참여하는 정치적 활동에 있어서는 연대해야 한다.

***“우리 현실에서 녹색당 따로 만들 필요 없다”**

일부 시민운동단체가 후보를 내겠다고 선언했고 후보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 과정에서 연대 논의를 진행중이다. 예컨대 환경운동연합과 민주노동당은 이미 연대하고 있다. 점검을 해보니까 후보가 중복되는 지역이 없다. 공동기구를 형성할 수 있느냐의 문제만 남아있다.

프레시안 : 녹색당을 만들겠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권영길 : 솔직히 우리나라 현실에서 녹색당이 민주노동당과 어떤 정책적 차이가 있을까 의문이다. 민주노동당도 환경문제가 중요한 정책 중 하나이며 환경운동 출신들도 많다.

독일 녹색당은 성장배경이나 정책을 볼 때 사민당보다 훨씬 진보적인 좌파 정당이다. 이런 정책들을 우리나라에서 녹색당을 만드려는 사람들이 내걸 수 있는가. 나는 어렵다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녹색당이 내걸 수 있는 정책은 우리 민주노동당과 전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 이 시점에 과연 녹색당을 만들 필요가 있나 질문하고 싶다.

프레시안 : 진보세력 재편이 남아있지만 현재상태에서 내년 선거에 어느 정도 당선될 수 있다고 보는가.

권영길 :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한 곳, 구체적으로 울산에서 당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레시안 : 후보가 결정됐는가.

권영길 :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나머지 지역에서는 의미 있는 득표를 하고자 한다. 의미 있는 득표란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에 기반한 민주노동당의 분명한 선거구호와 정책을 내걸고 선거에 임하며, 이를 지지하는 국민들에게 표를 얻는 것을 의미한다.

프레시안 : 좀더 구체적으로 기초단체장 당선은 몇 명이 목표인가.

권영길 : 기초단체장은 이미 울산의 동구청장과 북구청장을 하고 있다. 이외에 열 곳 정도가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

프레시안 : 광역의원은.

권영길 : 지금 우리 단계에서 광역의원 몇 명, 이렇게 계산 안 해봤다.

***“2016년엔 집권하겠다”**

프레시안 : 민주노동당에는 공천제도가 없는가.

권영길 : 우리는 공천이 없고 해당지역에 있는 당원들이 선거를 치룰 것인가 결정해 각 지구당에서 비밀, 무기명 투표를 통해 후보를 선출한다. 중앙당은 그 후보를 인준할 뿐이다. 지역에서 후보로 선출된 이후 새롭게 결정적인 하자가 발견되었다든가 하는 사정이 아닌 한 거의 그대로 인준된다.

프레시안 : 민주노동당도 대선 후보를 낸다고 했는데 내년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는가.

권영길 : 당원들에게 받아들여진다면 출마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지난 대선에서 몇 표를 얻었나.

권영길 : 지난 대선에서는 극히 적은 표를 얻었다. 득표수가 30만표 정도.

프레시안 : 이번에는 얼마 정도 예상하는가.

권영길 :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당선될 거냐, 몇 표를 얻을 거냐는 질문은 상당히 곤혹스런 질문이다(웃음). ‘당선 안 될 거다’라고 대답하는 것은 후보의 자격 요건에 맞지 않는 것이고, 그렇다고 ‘당선 된다’거나 과장된 목표를 내세우기도 뭣하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2004년 총선에 발판이 될 수 있는 득표를 얻어야만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현재 우리는 다음 총선이 가장 큰 목표다.

프레시안 : 지난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후보를 낸 지역에서 13.1%의 득표를 얻었다. 2004년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표를 얻을 수 있다고 보는가.

권영길 : 물론이다. 나는 지난 총선에 임하면서 민노당은 2000년에 국회에 진출하고, 4년 뒤인 2004년에 원내교섭단체를 결성하는 정당이 되고, 2008년에 제1야당이 되고, 2012년에 집권한다고 이야기 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2000년에 국회에 진출을 못했다. 그래서 지금은 4년씩 늦춰졌다. 2016년에 민노당은 집권 정당이 될 것이다.

2016년에 집권한다니까 사람들이 너무 엉뚱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데, 영국 노동당은 1900년에 결성돼서 1923년에 집권했다. 대만의 민진당은 결성된 지 14년 만에 집권했다. 대만에는 노동운동, 민족민주운동도 없었다.

***“전국 단위 1인2표 정당명부제 해야”**

프레시안 : 월드컵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 시기에 대해 논란이 있다. 이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입장은.

권영길 : 우리는 예정대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지방선거 이전에 선거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권영길 : 지방선거 이전에 선거법 개정이 거의 완결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 당의 입장이다.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선거법 개정은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지금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은 지방선거 이전에는 지방선거와 관련된 부분만 개정하자고, 국회의원 선거법은 다음 총선 이전으로 미루려고 하는데, 미룰 이유가 뭐가 있나.

프레시안 : 선거법 개정에서 민주노동당의 핵심 요구사항은.

권영길 : 전국단위의 1인2표제, 정당명부제이다. 민주당은 지난번에 광역단위의 정당명부제를 당론으로 정했는데, 광역단위로 할 때 지역감정의 골을 더 깊게 만든다. 전국단위로 해야만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다.

프레시안 : 정치권에서 정계개편설이 난무하는데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권영길 : 나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에 오랫동안 민주화 운동한 개혁인사들은 보수정당에 가서 이미 그 단 맛을 충분히 본 사람들이다. 그 단 맛을 버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프레시안 : 이른바 개혁신당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인가.

권영길 : 그렇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대선 과정에서 쪼개질 가능성은 있다고 보고, 그 과정에서 양당의 개혁세력이 합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정치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공격적이고 공세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양당의 개혁세력들이 공격적으로 당을 깨고 나와 한데 합친다면 큰 정치발전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여야의 개혁의원들 노선 달라 함께 못 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민주노동당에게 민주당, 한나라당에 있는 개혁그룹들과 함께 할 수 없냐고 질문한다. 그들과 함께 할 용의가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이 우리와 노선을 같이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이 시대 진보의 기준은 한마디로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가의 문제다.

그러나 지금 기성정당의 개혁의원들, 혹은 개혁인사로 일컬어지는 사람들은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신자유주의를 수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함께 할 수 없는 것이다.

프레시안 : ‘신자유주의에 반대해야 한다’가 원칙이라면 반대만 말고 뭔가 대안이 있는가.

권영길 : 나는 신자유주의의 핵심은 노동시장의 유연화라고 본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곧 대량해고이다. 나는 오히려 해고의 규제가 대안이라고 본다. 프랑스에는 조스팽 정권이 들어서면서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나누기에 성공해 실업률도 낮아졌고 국가 경쟁력도 높아졌다.

우리나라는 지금 60% 이상이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내수 진작이 안 된다. 노동시장 단축으로 일자리를 나누고 해고규제책을 만들자는 것이 우리의 대안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이 속에서 노동자들이 책임성을 다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만 답이 찾아진다고 본다.

프레시안 : 민주노동당의 입장에서 DJ 정부의 잘잘못을 평가해 달라.

권영길 :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 간의 긴장관계를 완화시키고 통일의 문을 열어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길을 닦은 역사적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그 역사적 성과를 넘어서는 역사적 과오를 범했다. 그 과오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신자유주의를 한국 발전의 중심과제로 설정한 것이다.

***“DJ, 김홍일 의원 사건 특검제 지시해라”**

DJ정부가 IMF의 요구사항을 거부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 IMF의 요구를 너무 과도하게 흔쾌히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한국 경제의 틀을 완전한 예속경제로 빠뜨려 버렸다.

IMF를 맞았을 때 우리는 10-20년 고난의 길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백년 이상 예속의 길을 택할 것인가 기로에 있었다. DJ정부는 여기서 너무도 흔쾌히 예속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IMF도 이미 한국에게 너무 과도하게 요구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미국 월가의 초국적 금융 자본가들이 인정하는 바이다. 초국적 금융자본의 야전사령관인 조지 소로스 조차 2년전 다보스 포럼에서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화의 방향을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는 세계화로 바꾸지 않으면 체제가 위험하다는 것, 그리고 IMF가 한국에 저지른 과오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레시안 : 왜 김대중 정부가 신자유주의를 과도하게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생각하는가.

권영길 : 김대중 대통령이 어쩔 수 없었다고 보는 사람이 있고, 다른 한편 대통령이 신자유주의 지상론자들에게 포위됐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나는 김대중 대통령 스스로가 시장주의자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지금 DJ가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하는 등 정권이 심각한 상황이다. DJ에 대한 평가를 한마디로 한다면.

권영길 : DJ는 스스로 과오를 인정해야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금 실패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지만 본받을 것이 하나 있다. 김영삼 대통령의 재임 중에 자신의 집사가 감옥 갔다. 아들도 감옥 갔다. 김대중 대통령도 지금 그런 부분들을 재임 중에 정리해야 한다. 그걸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프레시안 : 조금 구체적으로 말하면 자기의 최측근과 아들의 비리가 있으면 지금 임기 중에 정리하라는 뜻인가.

권영길 : (목소리를 높여) 왜 본인이 수사하라고 지시 못하나. 김영삼 대통령은 가식이었든 뭐든 간에 자기 아들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지금 떠도는 비리 의혹의 한복판에 김홍일 의원이 서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라는 말을 김대중 대통령은 왜 못하나. 자기 아들 문제에 대해 특별검사제를 실시하라고 왜 얘기하지 못하나. 그것이 나라를 위하는 길이고, 아들을 구하는 길이고, 본인이 역사적으로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남는 길인데.

프레시안 : 그렇게 할 것으로 보는가.

권영길 : 바라고 있는데 어렵다. 시기가 자꾸 지나가면 몰려서 어쩔 수 없이 했다고 비판받는다. 실제 김홍일 의원이 미국에 가서 신병치료를 받아야할 만큼 몸 상태가 좋지 못하고. 그 이후에 어떻게 되겠는가.

미국에 가면 ‘기술적 도피다’, ‘교묘한 망명이다’, ‘가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이런 온갖 이야기가 나돌 것이다. 이런 풍문들이 정치개혁을 발목 잡을 것이다.

***“이회창 총재, 3김정치 답습으론 표 못 얻는다”**

프레시안 : 이회창 총재가 이끄는 한나라당에 대해 평가해 본다면.

권영길 : 이회창 총재는 이렇게 해 가지고 표 못 얻는다. 지금 이회창 총재가 가장 가능성 있는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 총재는 왜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지 잘 생각해야 한다. 이 총재는 금권정치, 부패정치, 보수정치, 지역주의 정치에 기반한 3김정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 상태로는 이회창 총재가 운이 좋아 대통령이 될지 모르겠지만 역사적으로 평가받는 대통령은 되지 못할 것이다.

프레시안 : 당 운영에 있어 또 힘든 것이 자금 문제가 아닌가.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가.

권영길 : 철저하게 당비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당비만 가지고 일상적 사업을 해결하기는 좀 힘들다. 연말에 후원회나 특판 사업을 하고 있다. 후원회를 한번 열어봤는데 민주노동당을 후원할 사람은 아직은 많지 않다.

프레시안 : 당대표인데 봉급을 받는가.

권영길 : 중앙당의 위원장급 이상은 활동비를 못 받도록 되어 있고 중앙당의 상근자만 액수를 밝히기 부끄럽지만 6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하고 있다. 중앙당의 상근자들은 잠깐 틈내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거나 부인이 직장을 가지고 있거나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이게 오늘날 진보정당의 현실이다.

프레시안 : 위원장급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권영길 : 대부분 부인이 직업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프레시안 : 권 대표는.

권영길 : 지금까지는 팔아먹을 수 있는 것을 다 팔아 먹었다(웃음).

프레시안 : 당비는 얼마인가.

권영길 : 모든 당원은 한달에 만원 이상이다. 학생들과 실업자는 5천원씩. 당비를 삼 개월이상 연체하면 투표권과 피선거권이 없다.

프레시안 : 현재 당원 수는.

권영길 : 이제 2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실제 2만명 전부가 꼬박꼬박 당비를 낸다고 보기는 힘들다. 1만 8천명 정도가 선거권, 피선거권을 가지고 있는 당원이라고 보면 된다.

프레시안 : 많은 어려움을 딛고 큰 성과 있기 바란다. 오늘 긴 시간 내줘 감사한다.

권영길 : 프레시안에도 큰 발전 있기를 바란다.

프레시안 : 프레시안도 크게 성장해서 민주노동당 보도 안 해주면 어떻게 하나(웃음).

권영길 : 그렇게 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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