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20일 육군 장성진급 비리의혹 수사 담당 군 검찰관 3명을 보직해임하며 수사를 조기종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해당 군 검찰관들이 이에 강력반발하며 그동안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증거 공개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자료 공개시 제2의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이들이 확보한 자료에서 진급대상자들은 '체력''도덕성' '품성''지휘능력' 등 진급을 결정짓는 핵심항목에서 '올 A'를 받은 반면 이들과 경쟁상대였던 탈락대상자들은 대부분 'D'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강한 의혹을 낳고 있다.
***군 검찰 "육군 진급대상자 올 A, 탈락대상자 올 D"**
군 검찰 내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21일 <프레시안>과 만나 "진급대상자들에 대한 심사평가지나 다름없는 '전산기록지'를 보면 진급 대상자와 탈락자 사이의 점수 차이가 너무나 확연해 상부의 지시가 개입됐을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산기록지는 지난달 22일 군 검찰이 육군본부 인사참모부 압수수색 당시 확보한 진급계장 A중령의 금고에서 나온 것으로, 이는 심사위원들의 부당한 심사 내용을 입증할 수 있는 중요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전산기록지는 상부에서 진급대상을 지시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인 '수첩'과 함께 발견됐다.
이 전산기록지에는 '체력' '지휘능력' '도덕성' '품성' '청렴성' 등 5개 항목을 A~E로 채점해 총 15점 만점으로 평가돼 있다.
전산기록지를 직접 보았다는 이 관계자는 "진급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은 모두 올 A를 받아 15점 만점을, 진급대상자와 경쟁관계인 탈락대상자들은 올 D로 6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B와 C 점수가 간혹 있긴 하지만 경쟁대상자는 대부분 B와 C조차도 부여되지 않았으며 진급대상자를 제외한 90%는 모두 D를 받았다"고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렇게 점수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은 진급 대상자와 탈락자 사이의 확연한 차별이 의도적으로 행해졌음을 입증한다"며 "예컨대 사람마다 다른 '체력' 항목을 정상적으로 측정했다면 50명이나 되는 진급대상자 중에는 B와 C 점수도 당연히 적당한 비율로 나와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군 검찰단은 이에 앞서 지난 6일 중간수사상황을 발표하며 "우리가 확보한 '임관 부문별 유력 경쟁자 현황'에 따르면 사전에 진급 대상자로 내정돼 있는 사람이 있고 그런 사람들이 최종 선발됐다"고 강한 의혹을 제기했었다.
***체력, 지휘 능력 등 잠재역량평가, 진급심사서 가장 중요**
이번에 문제가 된 '육군 장성 진급심사'는 4개의 위원회 심사를 거쳐야 하기에 흔히'4심제'로 불린다. 이 육군 장성진급 심사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선발위원회는 서로 독립적인 갑.을.병 선발위원회로, 이 선발위원회에 올라오는 진급대상자 심사자료는 그동안의 실적을 평가한 '근무평점'과, 군 지도자의 잠재역량을 평가하는 '잠재역량평가' 등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1백점 만점에 85점을 차지하는 '근무평점'의 경우 근무평정, 교육성적, 경력평가, 상훈평가 등 4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으나, 이 부분에서는 심사대상자들이 거의 모두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 거의 차이가 나지 않고 있다.
반면에 체력, 지휘능력, 도덕성, 품성, 청렴성 등의 5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는 '잠재역량평가'는 1백점 만점에 15점밖에 차지하지 않고 있으나, 이 항목이 탈락과 진급을 가르는 결정적 기준이 되고 있다. 이 평가에는 심사관의 자의성이 개입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군 검찰이 확보한 전산기록지는 바로 이 '잠재역량평가' 자료로, 군 검찰은 이 부분에서 인사비리가 작용한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렇게 확정된 점수들은 갑.을.병 위원회에 올라가며 이들 위원회는 독자적으로 심사해 선발대상자 50명을 각각 최종 선발심의위원회에 추천한다. 갑.을.병 위원회가 모두 추천한 대상자는 1순위가 돼 진급이 거의 확정되며 3개 위원회 중 1~2개 위원회에서만 추천된 사람은 선발심의위가 다시 심사를 벌여 이런 과정을 거쳐 50명이 최종 추천된다. 이들 추천 명단은 육군참모총장과 국방장관을 거쳐 최종적으로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진급자로 확정되며, 대통령의 재가를 받기 이전에 미리 비공식적인 조율 과정을 거친다.
***"군 검찰의 준장-소장-총장 연루여부 조사계획 알려지자 제동"**
군 검찰 내부에 정통한 이 관계자는 이같은 전산기록지외에 "군 검찰이 확보한 '수첩'에는 원스타(준장)와 대령 급에서 진급 대상을 지시했음을 명백히 알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면서 "지시자와 진급대상자가 모두 실명으로 기록돼 있다"고 주장했다. 즉 준장급까지의 혐의 물증은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군 검찰단은 당초 직상급자 라인을 따라 올라가며 원스타(준장)를 구속수사하고, 투스타(소장)를 물고늘어져, 종국에는 남재준 육군 참모총장의 연루여부를 밝혀내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나, 계획이 알려지면서 국방부의 조치가 취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 검찰관 3명은 지난 17일 이 모 준장과 장 모 대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윤광웅 국방장관에 의해 결재되지 않자 이를 이유로 보직해임요청서를 군 검찰단장에게 제출했었고, 국방부는 이를 '항명'으로 규정해 20일 이들 3인을 모두 보직해임했다. 이어 이해찬 국무총리, 윤광웅 국방장관은 잇따라 '수사 조기종료' 방침을 밝혀, 사실상 수사가 연내에 조기종료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하지만 보직해임된 검찰관들은 이같은 조기종료가 정치적 외압에 따른 수사중단으로 규정한 뒤 확보한 자료공개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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