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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ㆍ야ㆍ정 타협 시험대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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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ㆍ야ㆍ정 타협 시험대 올라

쟁점법안 '일단 국회내 논의' 합의

여야가 교사 정년연장과 남북관계 등 쟁점 법안에 대해 국회 상임위에서의 논의를 거쳐 처리하겠다는 입장의 일치를 보임에 따라 관련 법안에 대한 여야타협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 법안에 대한 타협여부는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 이후 국정운영방식에 대한 시험대이고, 그 결과에 따라 여권이 향후 국정운영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여ㆍ야ㆍ정 정책협의회’의 위상이 결정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현재 여야간에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교육공무원법과 남북협력기금법ㆍ남북교류협력법 등 남북관계법 개정에 대한 문제이다.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은 현 정부들어 65세에서 62세로 단축된 교원 정년을 63세로 늘리는 문제가 핵심이다.

한나라당과 자민련 등 2야는 당초 한나라당은 '65세로 환원', 자민련은 '63세로 연장'이라는 개정안을 냈다가 63세안에 전격 합의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교원정년 단축은 이미 국민적 합의사항이고 기존 퇴직 교원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들어 반대해 왔다.

남북관계법은 대북지원에 대한 국회의 동의를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 쟁점이다.

한나라당과 자민련 등 2야는 12일 자민련 안을 공동발의로 국회에 제출한 뒤 관련 상임위 심의과정에서 공통안을 절충키로 했다.

개정안의 내용은 통일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교류협력위원회를 설치하여 남북교류 업무를 관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위원은 모두 15명으로 하며 이 가운데 10명은 각 정당이 의석 수에 따라 추천토록 한다는 것이다. 그간 정부의 일방 독주로 진행되어 온 남북교류 사업에 국회, 특히 야당의 발언권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또 남북협력 기금의 운용계획안을 회계연도 8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해 의견을 받도록 하며, 주요 항목 지출금액 가운데 20% 이상을 변경하거나 5억원 이상 현금을 지원하는 경우 국회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는 것이다.

이 안에 대해 민주당은 ‘남북협력기금의 운영은 탄력성과 자율성이 생명이며 일일이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햇볕정책의 발목을 잡으려는 의도’라고 반대하고 있다. 행정부도 행정권의 침해이며 정치적 악용의 소지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DJ 총재 사퇴 이후 '충돌'에서 '협상'으로**

그간 양대 쟁점법안 처리문제에 대해 2야는 국회내 과반수 의석을 내세워 ‘정기국회내 개정 관철’을 다짐하며 일방처리 강행 움직임을 보여 왔고, 여당은 ‘절대 반대’를 주장해 물리적 충돌 마저 예상돼 왔다.

그러나 지난 8일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을 내놓은 뒤 탈정치와 초당적 국정운영 방침을 밝힌 이후 여야관계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이 양대 쟁점 법안에 대해 ‘상임위내 논의 수용’이라는 입장으로 변화함에 따라 타협 가능성이 생겨난 것이다.

민주당은 12일 신임 당직자 간담회를 갖고 교육공무원법 개정에 대해서는 공청회를 열어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국회에서 심의할 것을 제안했다. 또 남북관계법 개정에 대해서는 ‘해당 상임위인 통일외교통상위에서 더 논의하자’고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어 한광옥 민주당 대표는 13일 ‘여ㆍ야ㆍ정 정책협의회’의 대상을 경제분야 외에 국정 전반으로 확대하는 정책협력 활성화 방안을 제안함으로써 쟁점 법안에 대한 협상 가능성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여당의 입장 변화에 앞서 한나라당의 김만제 정책위원장도 11일 “민생과 경제문제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지 정부와 한나라당은 잦은 접촉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나라당은 쟁점법안의 개정안 처리에서 물리적 충돌을 되도록 회피하기 위해 처리방식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한나라당의 움직임은 김 정책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이 총재직을 내놓고 민생과 경제문제는 야당의 협조를 받겠다는데 이것마저 거부하면 발목잡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면서 “원내 제1당으로서 정책협의회를 안 할 수도 없고, 잘못 할 경우 정부측 의도에 말려든다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어서 고심중”이라고 말한 대목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여야의 사정으로 인해 그동안 충돌가능성이 예측되어 왔던 양대 쟁점법안은 ‘일단 국회내 논의’라는 타협점을 찾아낸 것이다.

***타협 성공 여부는 미지수**

이러한 양측의 타협에는 행정부의 대국회 관계 변화라는 배경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대통령의 탈정치선언으로 인해 앞으로 행정부가 정책결정은 물론 예산 및 법안처리에 있어서 야당과 긴밀한 협의를 할 여지가 많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일부 정부관계자들은 야당에 대한 행정부의 정책보고 등 협조체제가 긴밀해 질 가능성도 높다고 점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한나라당으로서는 행정부를 도외시한 법안처리 강행의 명분이 약해지게 되고, 민주당으로서는 행정부와의 관계가 느슨해진 대신 법안처리에서 후퇴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쟁점법안에 대한 여야 타협이 성공할 것이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

여전히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수적 우위를 무기로 개정안 통과를 자신하고 있고, 민주당은 일단 국회내 논의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국민여론의 지지를 얻겠다는 복심(腹心)을 숨기지 않고 있다.

또한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관계자들은 이러한 타협가능성에 대해 아직은 큰 무게를 두지 않고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이 여러 상황으로 불리한 처지에 몰려 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후퇴하는 것일 뿐, 쟁점 법안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타협은 사실상 힘들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최근 민주당의 변화에 대해 일단 향후 움직임을 지켜본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는 쟁점법안에 대해 '일단 국회내에서 논의해 보자'는 단계일 뿐, 여야의 기존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기 때문에 쉽사리 타협 성공을 점칠 수 없는 것이다.

***'크로스 보팅 논의' 또 다른 변수**

그러나 다른 한편 현재 국회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유소신투표’ 논의가 여야 협상 가능성을 높히는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민주당의 이재정, 한나라당 김원웅 의원은 14일부터 자유투표를 보장하는 정당법 개정안 발의를 위한 서명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한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은 이미 건강보험 재정분리, 남북관계법 개정, 교원 정년연장 등에 대해 자유소신투표를 할 수 있도록 당론을 '강제 당론'이 아닌 '권유적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하는 당내 서명을 시작, 이부영 부총재와 김덕룡, 서상섭, 김부겸의원 등 9명의 서명을 받았다.

그리고 이와는 별도로 한나라당내 소장파 의원, 원외위원장 모임인 미래연대는 14일 오세훈, 이성헌, 김영춘 의원 등 의원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크로스 보팅제 실시를 적극 추진키로 했다.

이처럼 여야 모두에서 쟁점법안에 대한 당내 이견이 존재하고, 더 나아가 당론보다는 의원 개개인의 소신에 따르도록 하자는 '자유소신투표'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것은 여야 지도부로 하여금 극한 대치와 물리적 충돌보다는 협상과 타협 쪽을 선택하도록 하는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앞으로 양대 쟁점법안에 대한 국회내 논의가 어떻게 진전되느냐에 따라 향후 여ㆍ야ㆍ정관계는 물론 김대중 대통령의 탈정치 국정운영 방식이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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