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공정거래법 처리 '불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공정거래법 처리 '불발'

우리-한나라 '물밑 빅딜'에 민노-민주 등돌려, 우리당 '궁지'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어 논란이 돼 온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사전 조율을 위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에 3차례의 펼쳐진 원탁회의와 양당 대표회담이 결렬되고, 자신들을 배제하고 물밑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려고 한 우리당의 행태에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이 강력반발하면서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끝내 본회의 개의조차 못하고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오는 9일 회기 종료일을 앞두고 쟁점법안 처리의 전초전 성격이 짙었던 공정거래법 처리에 우리당이 실패한 데다가 민노-민주당과의 관계까지 악화됨에 따라 기금관리기본법 등 '뉴딜3법', 국가보안법 등 '4대입법' 처리에도 도미노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리당 본회의 단독개최 실패, 등돌린 민노-민주**

양당은 2일 오전 1차례, 오후 2차례에 걸친 마라톤 원탁회의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한나라당의 요구사항을 일부 반영해 통과시키는 대신 기금관리기본법, 국민연금법, 민간투자법 등 '뉴딜3법'의 처리에 한나라당이 협조하는 일괄타결 방안을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결렬됐다.

양당의 회담 결렬후 김원기 국회의장 주선으로 양당 원내대표간 최종 담판이 진행됐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일괄타결을 포기한 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당초 예정된 공정거래법 처리를 위해 '단독개최 불사'를 주장하며 본회의 소집을 요구했지만,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정무위와 법사위를 모두 여당 단독으로 처리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까지 단독처리해선 안된다고 거부했다. 김 의장도 "중요한 법안은 여야가 의사일정에 합의해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추가조율을 종용하며 사회봉 들기를 거부했다.

김 의장의 사회 거부가 아니더라도 애당초 열린우리당은 본회의 개의에 필요한 재적의원 과반수(1백50명)를 채우지 못해 단독개최는 불가능했다.

당 지도부는 1백51명의 소속의원 중 이해찬 국무총리,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까지 총동원령을 내렸지만, 해외출장중인 배기선 이미경 의원, 노무현 대통령을 수행중인 정동채 문광부장관의 불참으로 1백48석에 그쳤다.

여기에 우리당과 한나라당간 '물밑 빅딜협상'이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하는 결정적 실수를 범했다.

우리당 이종걸 수석부대표의 본회의 참석 간청에도 민주노동당은 단식중인 권영길 의원에 대한 허성관 행자부장관의 형식적 사과에 대한 불만에다가, 소수야당들을 배제한 우리당과 한나라당간 비공식적 일괄타결 추진에 대해 강력 반발하면서 본회의 불참을 결정했다.

심상정 원내부대표는 "기금관리기본법은 운영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중이고, 민간투자법은 상정조차 안됐는데, 원탁회의라는 비공식회의를 거쳐 일방처리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원탁이든 반탁이든 정당간 의견조율을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상임위를 허수아비, 통과의례로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비난했다.

민주당도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찬성하지만, 민주당을 들러리로 여기는 마당에 본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야4당의 불참으로 인한 정족수 미달과 김 의장의 사회거부로 이날 본회의는 개의조차 못하고 자정을 넘겨 자동 유회됐다.

***천정배 "배신에 대한 보복 받을 것" vs 김덕룡 "국회일정 파행될수도"**

본회의 유회 직후 김 의장은 "오는 8, 9일 본회의가 예정돼 있는 만큼 늦어도 7일까지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원만한 타협을 도출해 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여당의 주장이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나 1백% 옳지만 여야가 원만히 문제를 풀어가는데 있어 다시한번 대화의 기회를 갖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한나라당도 성의있는 자세로 다시 대화에 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천정배 대표는 "한나라당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대화의 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한나라당은 규탄받아야 하며, 분명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천 대표는 "3일부터 한나라당을 정상적인 정치적 동반자라고 인정할 수 없다"며 "어떤 정당도 국민에게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배신한 적이 없었으며, 배신 때문에 10배, 20배 보복을 받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반면 김덕룡 원내대표는 국회를 떠나며 "여당이 공정거래법을 단독처리하면 남은 국회일정은 모두 파행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남경필 수석부대표도 "여당이 법사위에 국보법 폐지안 상정을 강행한다면 내일부터 국회는 결말을 알 수 없는 대결양상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 국보법 법사위 상정 추진, 궁지몰린 우리당**

쟁점법안 처리의 시작인 공정거래법부터 심각한 파열음을 빚음에 따라 정기국회 종료일을 일주일 앞두고 예산안과 여당이 사활을 걸고 추진중인 '뉴딜3법', '4대입법'의 회기내 처리계획에도 연쇄 차질이 예상된다.

예산안 처리는 한나라당도 9일까지는 처리키로 합의한 만큼 상대적으로 수월한 상황이지만, 양당간 극단 대치의 파고에 밀려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금관리기본법 등 '뉴딜3법'과 국보법 등 '4대입법'은 입장차이가 워낙 커 협상 자체가 불가능해 보인다.

우리당은 공정거래법 처리 무산 이후 더이상의 협상은 무의미하다고 판단, 3일 법사위에 국보법 폐지안 상정을 시작으로 다른 쟁점법안 처리도 일방 강행하려는 분위기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에 대한 실력저지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정해 여권의 계획이 성사될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더욱이 우리당은 회기내 처리에 실패할 경우 오는 10일부터 곧바로 임시국회를 소집할 방침이지만 한나라당은 예산안만 회기내에 처리하고 임시국회 소집에 응하지 않을 태세여서 이조차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이에따라 특단의 돌파구가 모색되지 않는 한, 남은 정기국회 기간은 물론 그 후에도 정국 대치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주요법안 처리에 실패할 경우, 천정배 대표 등 우리당 지도부는 협상력과 돌파력 모두에서 심각한 리더십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현재로선 다급한쪽은 우리당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