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일각에서 1가구 3주택이상 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 시행시기를 탄력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나선 데 대해, 청와대가 "10.29 부동산 대책 골간을 흔들 수 있는 문제"라며 강력 제동을 걸고 나섰다.
'개혁 정체성'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정면격돌하는 양상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靑 "시행 앞두고 정책 신뢰성에 영향줄 사안"**
청와대는 29일 오전 김우식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현안 점검회의에서 열린우리당 김종률 의원 등이 내년 1월1일로 돼 있는 양도세 중과세 제도의 시행시기를 연기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오는 30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 논의를 갖고 이같은 입장을 모았다고 김만수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김 부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중과세 유예 문제는 청와대나 재경부에서 전혀 검토된 바 없다"며 "애초 명시된 대로 내년 1월1일 시행 방침에 전혀 변화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문제는 당 지도부에서도 논의되지 않은 것"이라며 "일부 의원들의 개인적 의견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또 이날 현안점검회의에서 여당 일각의 '연기안' 추진에 대해 "10.29 부동산 대책 골간을 흔들 수 있는 문제"라는 우려가 있었다고 전했다.
청와대 비서관들은 또 "1년전에 시행을 예고했고 내년 시행을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논란이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건 정책 신뢰성에도 영향줄 수 있는 사안"이라며 여당 일부 의원들의 움직임에 크게 불만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김 부대변인은 이 문제에 대해 "정책실에서 당 지도부와 정책위 차원 협의를 거쳐 조정하기로 결론을 내렸다"며 "조정한다는 것은 재검토가 아니고 이견을 가진 분들에 대해 설명이나 이해를 구한다는 의미"라고 말해, 청와대의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김진표-강봉균 등 개정안에 적극 찬성**
국회 재경위 소속인 열린우리당 김종률 의원(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은 국회 재경위와 행자위 소속 20여명의 서명을 받아 양도세 중과세 제도의 시행시기를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30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이 주도한 이 법안에는 김진표, 강봉균 의원 등 전직 재경부장관 등 우리당 재경위 소속 의원 대부분이 서명에 동참한 상태로 알려졌다.
김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양도세 중과세 시행시기를 법률로 정하지 않고 시행령에 위임토록 하고 있다. 이는 현행 소득세법에 따라 내년 1월1일부터 1가구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 보유기간에 상관없이 양도차익의 60%이상을 세금으로 부과하는 중과세 조치 시행에 배치되는 것이다.
김 의원측은 29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건설경기가 위축되는 등 경제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는 데다 종합부동산세 도입으로 세부담이 늘어나는 사람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제도의 시행시기 를 법률로 정하지 않고 시행령에 위임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마련해 여야의원 26명의 서명을 받았으며 30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 의원은 1가구 1주택(3년 이상 보유)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주택가격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높이는 방안도 공론화시킬 방침이다. 김 의원측은 이와 관련, "1가구 1주택의 비과세 기준을 높이는 것은 시행령 개정사항이지 국회가 결정권한을 갖고 있지 않지만 여론이 어떻게 돌아가느냐에 따라 정부에서도 걸맞는 판단을 할 것"이라며 "여론 조성 차원에서 거론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정우 위원장 "예정대로 시행돼야"**
청와대가 이처럼 이례적으로 열린우리당 일부의원의 소득세법 개정안 추진에 강력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사실상 이번 개정안이 '투기세력'임이 확실한 1가구 3주택 보유자에 대한 중과세의 '백지화'를 의미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진다.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시행령에 별도로 정하지 않으면 정부가 경기상황이나 부동산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시행시기를 임의로 결정할 수 있게 돼, 사실상 중과세 부과가 무기한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년 4월 재보선 결과 우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한나라당은 중과세에 반대하고 있어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사실상 중과세는 물건너가게 된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따라서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노무현정부의 아파트투기 억제대책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판단아래 강력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이같은 청와대 결단의 배경에는 이정우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헌재 재경부장관은 양도세 중과세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반발이 크자 지난 12일 "양도세 중과세 시행시기를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이정우 위원장은 지난 23일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며 청와대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으나, 우리당이 중과세 백지화를 강행하려 하자 청와대가 즉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가에서는 이번 당-청 갈등을 '개혁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으로 풀이하며, 결과에 따라 이헌재 장관과 이정우 위원장 중 한명의 경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며 귀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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