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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생존권 해결이 4대 개혁법보다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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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서민 생존권 해결이 4대 개혁법보다 시급"

70.80년대 민주화 원로들, 盧정권에 '쓴소리'

“국가보안법, 언론개혁법, 사립학교법, 과거사진상규명법 등 4대 개혁법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국민들을 끊임없이 설득하면서 공감대를 얻어내야 할 일들이다. 더욱 중요한 건 서민들 생존권 문제부터 먼저 집중해서 해결해 지지기반을 단단히 마련하는 일이고, 이게 전제다. 그래야 안정감 있고 길게 개혁과제를 추진할 수 있다.” (소설가 조정래)

비정규직 확산 등 사회적 양극화의 심화, 국가보안법 폐지 등 개혁과제를 둘러싼 극심한 사회적 갈등, 대북강경입장을 고수해온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 등 노무현 정권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은 앞길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의 짙은 안개가 낀 듯하다. 게다가 과거 비민주세력과 연합이나 합당없이 탄생한 노무현 정권은 집권 2년 만에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했다.

70-80년대 민주화운동을 이끌어온 원로들은 이런 현실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며 어떤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가. 강만길 상지대 총장, 전태일 열사 어머니 이소선 선생, 소설가 조정래 선생, 한완상 한성대 총장, 함세웅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등 민주화 원로들의 현 정국에 대한 진단이 지난 22일 발간된 월간 <말> 12월호에 실렸다.

***“盧정권, 정책 우선순위 조절 전략 없어 지지기반 스스로 잃어”**

소설가 조정래씨는 “노무현 정권이 정책 우선 순위를 조절하는 전략이 없어서 지지기반을 스스로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4대 개혁 입법 문제는 당장 밥벌이를 걱정하는 서민들한테는 추상적인 얘기들”이라며 “노무현 정부가 이 문제들 때문에 민중들 생존권 문제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있고 그 결과 개혁의 기반인 서민들 지지를 오히려 스스로 잃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 정국이 “과거 모든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된 사회에서 권력이 분산되면서 일시적으로 구심점이 없는 혼란스런 과도기”라며 “과도기 국면에서 수구 보수 세력은 얼마든지 재기할 수 있는데, 그 빌미를 노무현 정부 스스로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씨는 “누군가 ‘한줌도 안되는 보수 세력들’이라고 하지만 보수세력은 사회에서 실질적인 힘을 가진 세력”이라며 수구세력의 재기를 막기위해선 “노무현 정부가 건전한 보수 세력과 손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득권을 지키려는 수구와 달리 사익을 배제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이들을 활용해야 한다”며 “노 대통령이 너무 젊은 사람들한테만 둘러싸여 있는 것도 문제”라고 인재 활용의 범위를 넓힐 것을 제안했다.

***“4대 개혁법, 반대 논거는 하나같이 색깔론”**

최근 4대개혁법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에 대해 강만길 상지대 총장은 “20세기 낡은 세력과 21세기 새로운 정권의 갈등”이라고 규정했다.

한완상 한성대 총장은 “4대 개혁입법에 격렬히 반대하는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고 그들이 왜 이 시점에서 단결하는지를 살펴보라”며 “4대 개혁법안은 각기 다른데도 사립학교법을 반대하는 사람들, 과거사 청산에 반대하는 사람들,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여 하나같이 색깔론을 말한다”고 지적했다.

한 총장은 “4대 개혁입법을 반대하는 이들은 자기들의 기득권이 3차례의 권력이동과정을 통해 뿌리째 흔들린다는 두려움 때문에 거리로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386세대, 국가보안법 폐지 안하고 뭐하냐”**

4대 개혁입법에 대한 반대 여론을 수구세력의 저항이라며 현 정부의 개혁 정책에 힘을 실어주면서 이들 원로들은 하나같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해결해야할 과제 1순위로 꼽았다.

노동운동가 이소선 여사는 “국민들이 뽑아줬으면 제 역할을 한다”며 “국가보안법만 해도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민주당) 세 당에서 밀어붙여 폐지하면 누가 죽이냐”며 정치권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이 여사는 “4년 있다가 또 (국회의원) 하려고 하니까 못하는 것 아니냐”며 “김대중 정부 때 제일 먼저 폐지했어야 했는데 그걸 못했다. 그럼 386세대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 여사는 또 “노무현 대통령도 그렇게 국회에다 미루면 안 된다”고 주문했다. 그는 “사람이 할 때는 칼같이 하고 무를 때는 물같이 물러야 한다”며 “지금 세게 못하면 전부 놓친다”고 이번 회기 내에 국가보안법 등 개혁법안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함세웅 신부는 “국가보안법이 1948년 제정 때부터 공산주의를 반대하기 위한 게 아니라 정적을 처단하기 위한 악법으로 56년 동안 수차례 개악되며 집권자들의 독재수단으로 쓰였다”며 폐지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한편 사립학교법 문제에 대해 강만길 총장을 비롯한 원로들은 “어느 재단을 막론하고 학교를 설립하는 순간부터 학교는 사유재산이 아닌 공공재산이 되는 것”이라며 설립 정신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총장은 “학교를 사유재산으로 생각하고 이것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학교를 폐쇄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까지 있다는데 이들에게 도대체 학교를 운영하는 목적이 무엇이냐고 묻고 싶다”고 비난했다.

***“‘욕심많은 노동운동’ 반성해야”**

한편 비정규직 확산 등 정치적 민주화는 눈에 띄게 신장한 반면 경제적 민주화는 도리어 악화되는 상황에 대해 원로들은 노무현 정권 자체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만길 총장은 “세계사는 국가사회주의가 약화되면서 신자유주의로 강하게 흘러가고 있는 세계적 물결 속에서 노무현 정권도 크게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며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강하게 일고 있는 세계사적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은 두 정권의 불행인 동시에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제약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완상 총장은 “노 대통령을 탄생시킨 주요 동력은 1980년대를 역동적으로 관통해온 민족.민주.민중 세력의 힘이라고도 할 수 있고, 이 도식은 일정부분 김대중 정부에도 통한다”며 “이 두 정부의 공통점은 민중문제에 상대적으로 방점을 덜 찍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들은 비정규직 문제 자체의 해결 방안을 우선적으로 노동운동 내부에서 찾았다. 함세웅 신부는 “소유욕의 관점으로 진행되는 노동운동은 자제해줬으면 한다”며 “차라리 봉급 덜받기 운동을 하면서 비정규직과 실업자들에게 혜택을 주자는 식의 ‘영성 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함 신부는 “현재 노동운동이 노동자들 내에서 조차 평등한 구조를 버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욕심많은 노동운동’”이라며 “이젠 반성하고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래씨도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 노동자가 더 적극 나서야 한다”며 “정규직 노동자들이 우리가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대신 그 몫은 비정규직한테 돌아가야 한다고 적극 나서면 노동운동도 지금보다 국민들 지지를 더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소선 여사는 "민주노동당이 앞으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피땀 흘린 대가를 찾아주는 데 힘써야 한다"며 "민주노총도 애쓰지만 비정규직을 위해서도 노력해줬으면 좋겠다. 내 욕심인가 몰라도 그게 가장 급한 것 아닌가. 국민들을 보고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美, 북한은 이라크와 다른 나라라는 거 알아야"**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재선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평가가 다소 엇갈렸다.

강만길 총장은 “20세기의 세기를 지배해온 미국의 지위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 월러스틴은 미국이 월남전과 9.11 사태, 이라크 전쟁을 거치면서 패권이 점차적으로 무너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고 이런 관점에서 부시의 재선으로 더욱 공고해진 미국의 강경노선은 그들의 몰락을 더욱 재촉하고 있다”며 다소 낙관적 견해를 밝혔다.

반면 한완상 총장은 “부시 대통령이 기독교 우파.네오콘과 같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앞으로 4년간 ‘닫힌 체제’의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부시가 이들에게 ‘빚갚기’를 계속하는 한 미국과 유럽간 갈등, 미국간 아랍 간의 피 흘리는 전쟁, 이스라엘과 아랍 간의 반목은 종식되기 어렵다”고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원로들은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로 안된다”는 원칙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관점에서 이들은 ‘북한인권법’의 위험성을 일제히 지적했다.

한 총장은 “북한 인권문제 없다는 주장은 잘못이지만 인권문제로 북을 자극하는 것은 그들에게 더욱 문을 걸어 잠그게 만들고 극단적인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총장은 “북한 인권 문제를 미국 사람들이 안이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는데 이라크에서 후세인을 쫓아내듯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북한은 이라크와 다른 나라로 일종의 컬티스트 스테이트(cultist state. 종교국가)다”고 말했다.

그는 “초가 기독교 신자들이 예수의 부활을 믿고 카타콤베에서 온갖 박해를 이겨낸 것과 비슷하다”며 “외부에서 계속 북한을 고립시키고 목을 조르면 종교집단이 다락방에서 자살하듯 집단 자살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는 전쟁의 참화로 간다”고 주장했다.

강 총장도 “북한 인권 문제를 체제 붕괴와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북한 입장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강해진다면 문을 더 굳게 닫을 것”이라며 “만일 북한 체제가 붕괴된다 할지라도 그 빈자리는 남한이 아니라 중국이 채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함세웅 신부도 “북한인권 문제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를 해결하려면 우선 굶주린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북한이 최소한 중국 수준의 개방사회로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하긴 해야겠지만 이는 오랜 설득과 노력을 통해 이룰 일”이라고 말했다.

***“한.미간 특수관계 유지되는 한 평화통일 안된다”**

남북간 통일 문제와 관련, 강 총장은 “시야를 동북아로 옮겨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총장은 “한국과 미국이 정상적인 관계가 아닌 특수한 관계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이런 관계로 한반도가 미.일에 치우치게 통일된다면 과거에 마치 북진통일이 된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 초래된다. 중국이 불안해할 수밖에 없고 이런 맥락으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이유를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 총장은 “마찬가지로 한반도가 중.러에 치우치게 통일되면 일본이 고립될 수밖에 없는 처지로 일본이 자꾸 우경화하고 대미의존도를 높이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면서 “한반도에서 미.일과 중.러 중 어느 한쪽에 편중된 상태로는 평화적 통일을 이루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처럼 한미동맹만을 강조하는 특수한 관계를 가지고는 평화통일이 불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완상 총장은 “민족상생을 위한 마셜플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10년 후 중국은 경제대국이 될 것이고 이미 정치.군사적 대국이므로 곧 ‘세계의 슈퍼파워’가 된다. 일본은 이미 경제대국이고 10년 후 군사대국이 될 것이므로 또 하나의 슈퍼파워다. 자연스럽게 중국과 일본 사이의 갈등과 경쟁은 심화되고 세계 평화를 위협할 수도 있다. 운명적으로 한반도가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분단되어서는 평화와 번영을 위한 조정자가 될 수 없다”고 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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