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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2선후퇴' 구상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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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DJ, 2선후퇴' 구상 가동

실세형 대표가 대선경선에도 나설 듯

민주당이 쇄신파동에 대한 해법찾기에 골몰하는 가운데 대략적인 향후 민주당의 진로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8일 오후 민주당 당무회의를 통해 수습방안을 발표한다. 당 총재직을 사퇴하고 백의종군할 것이며, 후보결정 등은 당에서 알아서 논의하라는 뜻을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에 앞서 김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당 지도부 간담회를 통해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민주당 쇄신파동의 핵심사안은 인적쇄신과 당정개편의 시기 및 방법이다. 두 문제는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
  
‘선 인적쇄신 후 당정개편’을 강력히 주장하는 쇄신파 그룹 대표들은 이미 안동선, 이윤수의원 등 일부 중진들과 회동을 갖고 당정쇄신에 뜻을 같이하기로 했다.
  
중진들이 참여하고 여기에 대다수 최고위원들까지 동조하고 있어 쇄신주장은 더욱 가속도를 얻게 된 셈이다.
  
이들은 쇄신요구에 대한 결과가 미흡할 때는 강력한 행동을 개시한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하면서 권노갑-박지원씨 스스로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또 하나의 전선인 당정개편 문제는 차기 대권문제와 관계되어 있어 매우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 문제의 가장 핵심적 사안은 당 지도체제 개편의 시기와 방법이다. 즉 대권주자를 언제 선출할 것이냐는 문제이다.
  
선두주자라고 자처하는 이인제 최고위원은 지방선거전 대권주자 선출을 주장하는 반면 한화갑, 김근태 최고위원은 지방선거 이후를 선호하고 있다. 노무현 최고위원은 지방선거 이전 선출을 선호하면서 대권과 당권의 분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 문제를 우선 해결하지 않고는 다른 문제에 대해 한 발자국도 나설 수 없는 것이 DJ의 고민이다. 더 골치아픈 것은 이 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 당내의 여러 파벌들이 동의할 수 있는 게임의 룰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DJ, '탈정치'를 위한 해법찾기 고민**
  
8일 일단의 윤곽을 드러내겠지만 현재 가장 유력하게 나도는 해법은 민주당 당헌 규정대로 내년 1월 말에 전당대회를 열고 실세형 대표를 선출한 뒤 지방선거 이후에 대권주자를 선출하는 방안이다.
  
여기에서의 묘안은 1월 실세형 대표를 뽑는 데 있어 대선주자들도 참여토록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세형 대표도 차기 대선주자를 뽑는 지방선거 이후 전당대회에 나서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1월 전당대회에서 뽑히는 실세형 대표가 이후 대권주자로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해결책은 이미 김대통령 출국 이전에 1차로 제시한 방안이며 그동안에 이미 청와대측의 적극적인 접촉과정에서 일부 수정되어 상당부분 정리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DJ로서는 이번에 당정개편을 통해 민주당내에 자신을 대리할 수 있는 실질적인 2인자 리더십을 형성하여 당을 맡긴 뒤 2선으로 후퇴하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DJ로서는 이를 통해 남은 동안 국내정치로부터 한발 물러서 외교와 국방, 남북문제 등 통치문제에 전념하면서 퇴임 이후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현재 민주당의 세력분포로 보아 얼마든지 DJ의 권위는 유지할 수 있다. 또한 대선주자의 선출이 늦춰지므로 적어도 상반기 동안은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는 것같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최근 DJ의 당내 문제에 대한 언급을 눈여겨 보라고 말한다. “당내문제는 당에서 충분히 논의해서 건의하면 수용하겠다”는 것이 DJ의 일관된 입장이라는 것이다.
  
또한 DJ는 최근 당내의 내분 문제 등 국내정치 문제에 대해 매우 짜증스러워 한다고 한다.
  
***실세형 당대표 뽑아 2선후퇴**
  
이러한 복안대로라면 민주당은 당내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중립적 중진들의 임시 과도체제 또는 현 지도부 체제 아래 각 계파들이 참여하는 당 특별기구를 만들어 전당대회 등 구체적인 정치일정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치일정이 이미 어느 정도 가시화됨에 따라 민주당 대선후보들은 이미 전선을 구축하고 대접전을 준비하고 있다. 1월 전당대회를 겨냥한 세력 결집에 들어간 것이다.
  
이인제 최고위원 진영은 1월 전당대회 및 지방선거 이후 대선후보 선출 방안에 대해 '수상쩍은 일정'이라는 눈초리를 보내면서 반발했으나 실세형 대표 선출에 동의하여 정치일정을 명백히 제시하라는 선으로 후퇴했다고 한다.
  
현재 이 최고위원측이 불만스러워 하는 것은 이른바 反李전선의 형성이다. 노무현, 한화갑의원이 주축이 되고 김근태 의원도 동조하는 反李전선이 이인제 진영을 압박하고 청와대도 이를 방조한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反李전선은 불공정게임이라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실세형 대표 경선에 출마하는 안을 제시했고, 실세형 대표가 대선후보에도 출마하는 방안이라면 실질적인 경선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이 최고위원측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화갑 최고위원은 실세형 대표에 가장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 번 당정개편에서는 대표냐 후보냐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서 후보를 선택해야 했지만 이번에는 후보로 가는 지름길이므로 가장 바라던 구도인 셈이다.
  
노무현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취약한 당내 기반을 보강하면서 한화갑 최고위원 또는 동교동과 연합할 수 있기에 이 방안을 선호한다. 이 방안은 노 최고위원 스스로가 주장한 방안과 거의 같은 것이기도 하다.
  
내년 1월 전당대회에서 자신이 대표로 나서기보다는 특정인을 지원하고, 이후 지방선거 과정에서 국민지지도를 높여 대선후보로 나서면서 실세형 대표의 지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1월 전당대회, 한화갑 대 이인제 구도 유력**
  
다른 후보나 중진들은 이 기회에 대권주자들과 합종연횡을 통해 자신의 지분을 늘리고 차기 정치지형에서 유리한 지형을 점하자고 분주하다.
  
결국 점차 기정사실화되는 1월 전당대회를 앞둔 현 상태는 이인제 최고위원과 한화갑 최고위원의 대결로 압축되는 셈이다.
  
남은 문제는 전당대회 이전까지의 지도부를 어떻게 구성하는 가이다. 이 경우 한광옥 대표가 그대로 유지될지, 아니면 다른 인사들이 등장할 지는 점치기 어렵다. 자칫하면 한바탕 회오리가 불어닥칠 대목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청와대는 이미 각 계파의 이해관계로부터 한발 물러선 등거리 정책을 취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청와대 내부를 면밀히 살펴보면 박지원 수석과 동교동 구파의 미묘한 분화를 읽을 수 있다.
  
DJ 입장에서 동교동 구파는 이미 차기대권을 위한 전쟁에 뛰어든 하나의 세력으로 분류된다. 충성도가 가장 높다하더라도 당내 정치와 분류시켜 '통치'라는 차원에서 남겨둘 친위대는 아닌 것이다.
  
이는 동교동 구파 스스로의 선택이기도 하고 DJ 특유의 용인술이기도 하다. 이 점 때문에 동교동 구파는 이인제, 노무현 최고위원을 겨냥하며 자신의 지분을 넓혀가고 있다.
  
바로 이 점에서 동교동 구파 역시 이른바 ‘원심분리’과정을 거치고 있다. 동교동을 잘 아는 관계자는 “현재 동교동 구파라고 분류되는 사람들은 10여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동교동 '헤쳐모여' 시작**
  
다시 말해 정치적 ‘헤쳐모여’가 시작되었고 DJ 우산 아래 의리로 뭉치는 상황이 아닌 이상 차기 공천권을 상실한 동교동 구파라는 이름 아래 정치적 운명을 함께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윤수, 안동선 의원의 탈동교동 선언은 이를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한다면 청와대는 당분간은 모든 당내의 논의를 취합하는 형태를 취하는 조정자의 역할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골치아픈 당내문제는 당내에서 해결하도록 방치하는 것이 최상의 카드인 것이다.
  
그래서 청와대 주변에서는 ‘당에 모든 절차를 일임했음을 상기하라’, ‘DJ가 정치에 대해 별다른 뜻이 없는 듯하다’는 등의 발언이 부쩍 많아지고 있다.
  
정작 DJ의 고민은 당정개편이 아닌 인적 쇄신의 문제이다. 인적 쇄신문제야말로 DJ가 비켜갈 수도 없도 양보할 수도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적 쇄신의 핵심 대상자로 지목되고 있는 박지원 정책기획수석은 권노갑 전최고위원과 달리 DJ가 이른바 '통치' 차원에서 청와대에 남겨두려고 하는 핵심 친위인사이다.
  
DJ는 당내로 진입하고자 하는 박지원 수석에게 “임기 끝까지 함께 하자”며 묶어 두었다고 한다. 동교동 구파나 한화갑 등 가신그룹 대부분을 포스트 DJ를 겨냥하는 정치적 시험대로 내보낸 뒤에도 박지원 수석을 붙잡아 두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DJ가 박지원 수석에게 진 빚이며 내보낼 수 없는 이유라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쇄신파에서는 바로 그러한 점에서 오히려 권노갑-박지원 수석에 대한 인적 쇄신이 핵심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지원 수석이 DJ의 통치권을 제대로 보좌한다기 보다는 스스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것이다. 즉 동교동 구파와의 관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고 차기 유력주자들과도 모종의 거래를 하려 한다는 것이 바로 박지원 수석을 향한 민주당 쇄신파들의 불만이다.
  
DJ 최측근 인사들이 순수하게 DJ를 위한 충정에서 행동하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영향력을 미치면서 DJ 퇴임 이후 자신들의 몫을 챙기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이 강한 것이다.
  
이 점에서는 박지원 수석은 오히려 자신과 대척점에 서 있는 김한길씨가 쇄신파와 가깝다는 점에서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사실 쇄신파의 중심인 재선의원 그룹은 10.25 재보선에서 구로을 지역구에 출마한 김한길 씨를 전력 지원했다. 김한길씨가 원내에 진입하면 DJ와의 새로운 통로를 만들어 당 쇄신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청와대 등 측근인사 역할 재분담**
  
아무튼 여러 정황으로 보아 김대중 대통령은 이제 인적 쇄신에 대한 해답을 내려야만 하는 처지에 있다.
  
현재로서는 박지원 수석이 어떤 식으로든지 자리를 이동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권노갑씨에 대해서는 마포사무실 폐쇄, 장기 외유 등의 방안이 거론된다.
  
이 점에서 한 관계자는 “DJ가 당초 각 계파나 인사들에게 기대하거나 맡겨준 일정한 역할이 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을 보면 이 역할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거나 역할을 벗어나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모두가 ‘포스트 DJ’로 달려가는 상황에서 어떻게 통치권을 유지해 갈 수 있느냐가 DJ의 고민이며, 최근 사태에 대해 가장 실망하는 대목도 바로 이점이다. 그리고 이는 DJ가 새로운 역할분담을 결행할 것이라는 관측의 근거가 되고 있다.
  
문제는 그 역할 재분담이 환골탈태라는 쇄신파들의 요구에 부합하느냐 아니면 단순한 자리 바꿈이나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차원에 머무느냐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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