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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당근'만으론 한계. 대북압력 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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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盧, '당근'만으론 한계. 대북압력 가해야"

[릴레이 인터뷰] 박세일, "北핵폐기 안하면 개성공단도 멈춰야"

한나라당 박세일 의원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어떤 형태로든 압력을 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라며 우리 정부에도 대북정책의 '채찍' 강화를 주문했다.

박 의원은 12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부시대통령의 재선으로 북핵문제 해결에 훨씬 스피드가 붙을 것이다. 특히 북한이 결론을 내도록 압박을 받는 국면으로 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의원은 한나라당내 정책연구소이자 씽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소장으로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마친 당내 대표적인 미국통이다.

***"美, 비군사적 압력 안통하면 군사적 압력에 가까이가는 단계 거칠 것"**

박 의원은 "미국은 북한이 핵폐기를 하면 대폭적인 지원을 하고 모든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입장이지만, 이것이 안되면 북핵문제의 유엔안보리 상정, 경제봉쇄,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수순으로 진행된다"면서 "어떤 형태로든 압력을 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같은 수순이 반드시 군사적 대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지만 "다자틀 속에서의 협상과 비군사적 압력이 안통할 때는 군사적 압력에 가까이 가는 단계를 거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그러나 이같은 미국의 강경기조가 한반도 위기상황을 촉발하기 보다는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다소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북한의 외화수입이 20억불이라면 6억불 이상이 미사일이고, 6억불 이상이 마약일 텐데 이것을 차단하면 엄청난 압박이 되는 것"이라며 "김정일 위원장이 금년은 아니더라도 내년 초에는 핵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만들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버티면 남북관계 뿐 아니라 북한 체제유지와 자신의 리더십 유지도 상당한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핵폐기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고 부연했다.

***"盧정부 대북정책, '당근'만으로는 한계"**

이에 따라 박 의원은 우리의 대북정책 기조에서도 교류협력의 전제조건으로 핵포기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압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채찍을 쓰지 않고 당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비군사적 압력은 얼마든지 가할 수 있다. 압력은 절대 가하지 않고 대화를 통해서만 문제를 풀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북한이 핵개발과 비핵화를 안지킨다면 모든 비군사적 압력수단을 동원해 설득해야 한다"며 "이를 안지키면 개성공단 사업도 유보하겠다고 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우리가 세금을 더 거둬서라도 지원할 용의가 있음을 보여줘야겠지만, 핵개발을 계속하면 도저히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북한인권법과 관련해서도 박 의원은 "북한의 인권문제는 인류보편적인 가치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우리의 포용정책에 마이너스"라고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비인권적인 상황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 우리는 모든 관계를 재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확실히 세우는 것이 포용-교류협력 정책의 성공조건"이라고 덧붙였다.

***"NSC 구조적-인적 개편 검토해봐야"**

그는 또 "한국이 북핵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한미공조를 강화하는 방법"이라며 "'중재자'라는 말은 아주 위험하다. 미국은 우리를 불신할 것이고 북한은 이용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 의원은 "미국에 멀어지면 더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한미공조를 강화해야 미국의 오류나 잘못된 정책을 지적할 수 있고 북한과 미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중국을 통해 북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박 의원은 현재의 한미공조에는 "상호불신이 상당히 있다"며 외교안보라인을 총괄하고 있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박 의원은 "외교안보국방의 모든 정보가 NSC로 집중되는데, 여기에서 걸러져서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같은 구조적 문제와 함께 "NSC안에 대북 전문가들은 있지만 일본이나 중국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전문가들은 상당히 부족하다"며 "이는 국방관계에서 안보에 상당한 허점을 만들 수 있고 한미관계에 손해를 주는 행동을 생각없이 할 수도 있게 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NSC의 직접적인 인적 개편을 거론하기는 꺼렸지만, "노 대통령이나 최고 의사결정을 하는 핵심세력들이 남북간이나 한미관계에 어떤 구상을 갖고 있는지, 한반도 문제에 어떤 비전과 원칙, 철학을 갖고 있는지 다시 검토해 봐야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세일 의원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전문.

***“핵폐기 없으면 유엔안보리상정-경제봉쇄-PSI 수순으로 갈것”**

프레시안 : 전반적으로 미 대선이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박세일 : 북핵문제의 해결에 훨씬 스피드가 붙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재선이 됐기 때문에 그 동안의 정책기조가 가속화될 것이다. 북핵문제의 해결의 방향으로 속도가 붙을 것이다.

프레시안 : 6자회담이 지지부진하고 북한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모르는 변수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의 가속도는 무엇을 의미하나.
박세일 : 6자회담의 각 주체들인 미국과 중국 등이 빨리 결심을 내려야 될 것이다. 결단을 내려야 되는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과 중국, 특히 북한이 결론을 내도록 압박을 받는 국면으로 갈 것이다.

프레시안 : 북한의 선(先)핵포기 압박이 힘을 얻는다는 것인가.
박세일 : 북한의 주장은 핵폐기가 아니라 핵동결이다. 꼭 핵폐기를 전제로 한다면 그에 맞먹는 완전한 안보의 담보가 필요한데, 여기엔 주한미군의 철수가 들어가 있다. 미국이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를 원한다면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까지 포함한 담보를 원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걸리는 것이다. 그래서 동결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이게 안되면 계속 핵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 제안을 받기가 힘들다. 미국은 핵동결은 안된다는 입장이다. 과거에 1차 핵위기때도 비슷한 수순을 거쳤는데, 북한이 얼마든지 재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핵폐기를 주장하는 것이다. 핵폐기를 하면 대폭적인 지원을 하고 모든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6자회담에 참여하는 목표가 이것이다. 이것이 안되면 미국은 불가피하게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쪽으로 간다. 수순은 안보리-경제봉쇄-PSI 형태로 진행된다. 어떤 형태로든 간에 압력을 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이 두 가지가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구도이다. 이게 미뤄져 오다가 결단을 내려야 될 때가 빨리 오고 있다. 6자회담틀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데, 이를 위해선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북한도 종전의 입장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고, 부분적이지만 미국도 입장의 재조정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PSI쪽으로 가게 된다.

그러나 PSI가 반드시 군사적인 대결국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UN안보리 회부이후 경제 봉쇄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북한 체제에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다. PSI로 들어가서 외국에 팔던 미사일이나 핵물질, 기타 마약 등을 중간에 차단하게 되면 북한의 군사적인 면뿐 아니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 북한의 외화수입이 20억불이라면, 6억불 이상이 미사일이고 6억불 이상이 마약일텐데 이것을 차단하면 엄청난 압박이 되는 것이다. 이런 압박이 그대로 군사적인 대결로 간다고 보지 않는다. 대화로 못풀 때는 압력을 가한다. 6자회담을 성공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성공을 위해선 북한의 입장변화가 있어야 될 것이다. 1차 핵위기와 비슷한 문제해결은 이번에 불가능할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 버티게 되면 체제유지와 리더쉽 유지에 어려움 생길 수도"**

프레시안 : 그런 시나리오는 북한의 대폭적인 입장 전환이 전제가 되는 경우다.
박세일 : 김정일 위원장이 아마 결정을 해야 될 것이다. 결단을 내리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나. 금년까지는 안되더라도 내년 초에는 핵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만들 중요한 결정을 김정일 위원장이 해야 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상황이 굉장히 어려운 방향으로 갈 것이다. 핵에 대한 폐기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될 것이다.

북한의 핵폐기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김 위원장이 버티게 되면 남북관계 뿐 아니라 북한 안의 체제 유지와 리더쉽 유지에도 상당히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만약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을 경우에는 어떤가. 미국이 6자회담이라는 대화창구에만 그렇게 집착할 것인가라는 부분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박세일 : 기본적으로 미국은 6자회담 틀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다. 우선은 비군사적 압력을 강화하겠지만, 가능하면 6자회담의 틀은 지키지 않을까. 본인들이 협상의 수단을 취하지 않고, 압력의 수단을 취하더라도 국제적인 여론을 등에 업고 싶어할 것이고 특히 더 중요한 것은 북한의 변화가 있을 때 변화에 대해 공동대처할 수 있는 명분도 될 수 있다. 다자 틀 속에서 협상과 비군사적 압력이 안통할 때에는 군사적 압력에 가까이 갈 수 있는 단계를 거칠 것이다.

특히 다자틀을 유지해야 할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의 역할 때문이다. 중국이 과거보단 미국과 공조관계가 잘되고 있다고 보지만, 중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가 북한의 변화와 김정일 위원장의 결심에 결정적 영향을 기칠 수 있다. 대화를 통해 해결이 어렵다는 판단을 하게 되는 것도 미국의 독자적 판단이 아니라 상당부분 중국과의 교감, 공동된 상호인식을 통해 나오게 될 것이다.

프레시안 : 어쨌든 부시 행정부의 북핵해결 ‘가속화’는 한반도 위기와의 관련성을 무시할 수 없는 문제 같다.
박세일 : 케리가 됐으면 시간이 좀 지연됐을 것이다. 새로운 외교안보 팀도 구성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의 핵개발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기존의 핵 뿐아니라 앞으로의 개발 자체도 용납할 수 없다. 부분적인 허용 등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1차 핵위기와 2차 핵위기의 중요한 차이를 봐야 한다. 1차 핵위기는 핵확산의 방지나 동북아의 핵경쟁을 미리 막는다는 지역 이슈적인 측면이 많았는데, 2차 핵위기에서는 그 사이에는 9.11테러가 있었다. 미국은 2차 핵위기에서의 북한의 핵개발, 핵무기화는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안보 위협으로 여긴다. 한반도만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9.11이후 미국 정책입안자와 미국 국민들의 사고의 변화는 엄청나다. 냉전이 끝나고 세계 수권파가 됐다고 하는 순간, 권력의 핵심부에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보이지 않는 그룹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과 그 그룹이 핵에 접근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우리가 느끼는 것 이상으로 안보, 공포의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보기엔 오버 액션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 사람들 입장에선 민주당과 공화당의 차이가 거의 없다. 적어도 9.11이후 북한의 핵보유가 미국에 대한 안보 어젠다로 보게 됐다.

***"북한인권의 소극적 대응은 우리의 포용정책에도 마이너스"**

프레시안 : 부시당선은 곧 북핵 접근방법에서 주고받는 식의 일괄타결은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 아닌가.
박세일 : 상당부분 어려워 질 것이다. 1차 핵위기 경험하고 미국이 북한을 많이 알게 됐다. 미국은 과거에 자기들 스스로가 실수라고 생각하는 것은 반복하지 않을 테고, 한번 믿을 수 없다고 한데 대해선 미국이 과거 1차 핵위기와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공화당 집권은 안보문제도 대단히 중요했지만, 국내적으론 종교적, 도덕적 이슈, 기독교적인 윤리, 가치지향적인 부분이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커졌다. 따라서 미국의 세계 경영에도 도덕주의적, 종교주의적 요소가 상당 부분 드러날 것이다. 정책이 더 도덕적이면서 경직적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북한 정권의 성격 등을 규정하는데 있어서, 과거보다 전략 선택에 더 영향을 줄 것이다.

프레시안 : 북한인권법도 그 같은 도덕주의적 정책의 맥락에서 볼 수 있는 것인가.
박세일 : 그렇다. 자유민주적인 가치의 세계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자유나 인권을 외교-국제관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것이 앞으로 더 강조될 것이다.

프레시안 : 하지만 북한은 북한인권법을 현실적인 체제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이 부분이 앞으로 북미관계는 물론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상당부분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박세일 : 우리 입장을 확실히 세워야 한다. 미국의 인권법은 남한에서 시비할 수도 없고, 시비해서도 안된다. 북한의 인권문제는 인류보편적인 가치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우리의 포용정책에 마이너스다. 대북 포용-교류협력정책 성공의 몇 가지 조건 중 하나가 북한 인권부분에 확실한 입장을 정하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강요할 수는 없지만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대단히 중요한 이슈로 여겨야 한다. 비인권적인 상황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 우리의 모든 관계를 재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확실히 세우는 것이 포용-교류협력 정책 성공의 조건이다.

포용-교류협력 정책 성공을 위해선 우선 안보정책을 철저히 해야 된다. 교류협력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교류협력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교류협력이 안보의 약화로 나타나선 안된다. 이것을 확실히 알려줘야 된다. 두 번째로 다자간 구도를 짜나가야 된다. 일본-미국, 여러 나라가 교류 협력하도록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도와줄 때 우리가 갖고 있는 자원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자가 도와줘야 된다. 세 번째로 인권과 기본적 가치를 소홀히 하면 국내뿐 아니라 국외적으로 교류협력 정책의 진위를 의심받을 수 있다.

인권법도 사실은 부끄러운 일이다. 한국 국회에서 다뤘어야 될 일이다. 우리의 역량이 부족했다. 인권 문제 때문에 남북간의 여러 어려움이 생기지 않겠나는 접근은 올바른 접근이 아니다. 서독-동독 간의 관계를 봐도 알 수 있다. 인권문제가 너무 심하게 문제될 때는 경제원조를 연계시켰다.

***"김대중-김정일 남북 정상회담의 세 가지 문제점"**

햇볕정책은 남북관계에 많은 기여를 했고 전환점(turning-point)을 만들었지만, 끊임없는 한쪽에서 회의론이 나오는 것은 안보와 인권 문제 때문이다. 또 서로 약속을 지키는 것을 만들어 가야 했다. 김대중 전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역사적 사건이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지만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첫 째로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국정원장과 함께 간 것이다. 이것은 국가경영에서 굉장히 잘못된 것이다. 국가안보라는 것은 0.1%의 위험이 있어도 국가 안보정보의 최고 책임자는 항상 지하에 있어야 된다. 항상 바깥에 있어야 된다. 통일부 장관, 외무부 장관은 다 가도 좋다. 안보라는 차원에서 아주 잘못된 것이다.

두 번째는 김 전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반드시 제기해야 될 문제가 92년 기본합의서 부분이었다. 기본합의서는 양쪽 총리가 서명했고 비핵화선언을 했는데, 북한이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 반드시 사과를 받고 약속을 받았어야 했다. 이러저러 해서 못 지켰다는 사정을 들을 수도 있었다. 최고지도자라면 이 문제를 반드시 짚었어야 됐다. 내가 볼 땐 남북기본합의서와 비핵화선언은 엄청난 성과였다. 이것을 살려 나갔어야 되는데 이것을 다 무시하고 6.15공동성명을 했다. 따라서 6.15공동성명이 지켜질 아무런 보장이 없어진 것이다. 하나의 정치적 해프닝이고 이벤트가 돼 버렸다. 양쪽 다 지켜져야 될 강력한 의무감이 없어진 것이다.

세 번째는 한국에 돌아와서 서울공항에서 김 전대통령이 "이제 남북간 전쟁은 없다"는 말을 했다. 이것은 한국의 안보의식을 약화시키고 혼란스럽게 만드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대통령의 말은 국민이 경청하고 국민에 많은 영향을 준다. 그 이후에 서해 교전 등 얼마든지 있었다. 아직도 우리에겐 냉전 상황이 존재한다. 완전히 탈냉전의 시대가 아니고 그렇다고 과거처럼 냉전만 있는 것도 아니다. 냉전과 탈냉전이 공존하는 것이 우리 땅이다. 그래서 우리의 전략은 복합적일 수밖에 없다. 이 두 개를 동시에 양지시킬 수 있기 위해선 원칙이 있어야 된다. 이 세 가지부분이 굉장히 미흡했다. 그래서 이후 발전적으로 만들어 가는데 지장이 있지 않느냐는 생각을 한다.

***"북핵불용, 평화적 해결, 주도적 역할"**

프레시안 : 향후 남한이 주체적으로 북핵문제 해결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얼마나 된다고 보나.
박세일 : 우리의 입장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북핵불용이다. 북한의 핵을 용인하지 않는 입장이다. 두 번째는 평화적 해결이다. 세 번째는 주도적 역할의 원칙이다. 북핵불용과 평화적 해결은 경우에 따라 상당히 상호모순적이다. 소위 당근과 채찍이 있는데, 채찍을 쓰지않고 당근만으론 한계가 있다. 그래서 양립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런데 평화적 방법이 아니면 전쟁이냐. 난 그렇게 보지 않는다. 비군사적 압력은 얼마든지 가할 수 있다. 압력은 절대 가하지 않고 대화를 통해서만 문제를 풀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전쟁으로 가지 않는 비군사적 압력수단을 최대한 활용해야 풀 수 있다. 세 번째로는 주도적 역할을 할 수가 없다. 주도는 미국과 북한이 하고 있고 북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중국이 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주도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데, 한국이 북핵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길이 하나 있다. 한미공조를 강화하는 방법이다. 이게 포인트다. 한미공조를 강화할 때 북한과 미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한미공조가 강할 때 중국을 통해 북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우리가 메시지가 확실히 해야 된다. 한쪽으론 핵을 원하지 않는데, 평화적으로 해결한다고 말하면 북한이 혼란스런 메시지를 받는다. 또 이것을 자기들 외교에 최대한 활용하려고 한다. 옆에서 보는 미국과 일본은 어떻겠나.

얼마 전에 일본 외교관을 만나니 "한국과 동맹은 아니더라도 준동맹관계를 생각했는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더라. 왜 그러냐고 물으니 "북한을 보는 시각이 너무 다르다"고 말했다. 일본과 한국은 다를 수밖에 없지만 이 부분이 상대방이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가면 곤란하다. 따라서 우리의 목소리를 키우려면 한미공조를 확실히 해야지. 한미공조가 안되면 미국에 영향을 못 미치고, 미국과 우리가 상당히 깊은 공조를 하지 않는다면 중국이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북한에 대해서도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핵을 폐기해라. 그러면 모든 것을 정상화한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줘야 한다. 미국에 대해서도 미국 정책판단의 오류나 성급함이 있을 때 그 부분을 얘기하고 견제하기 위해선 미국과 상호 신뢰가 있을 때 가능하다.

중재자라는 말을 쓰는데 이것은 아주 위험하다. 핵문제 해결에서 북한과 미국의 중재자를 하겠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미국 입장, 북한 입장에서 중재자를 어떻게 보겠나. 미국은 불신할 것이고 북한은 이용하려 할 것이다. 중재는 양쪽에 얘기를 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우리는 남북간의 교류협력으로 얘기할 수 있는 채널이 있다. 한미공조가 확실하면 미국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 미국과 멀어지면 더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 북미간의 핵문제에 대해 우리의 역할이 굉장히 왜소하고, 우리의 운명이 걸려있는 문제인데, 우리 스스로가 힘을 약화시켜선 안된다.

***"6자회담 당사국들에게 대화를 통한 해결이 안됐을 때의 부담을 정확히 알려야"**

프레시안 : 군사적 제재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화 이후의 단계, 즉 ‘채찍’으로 넘어갈 수도 있음을 강력히 경고해야 한다는 말인가.
박세일 : 우리의 바람직한 정책방향은 세 가지이다. 한미동맹관계가 우선 기본이다. 한미간에 불신이 있거나 의견이 맞지 않으면 북핵문제를 상당히 어렵게 만드는데 기여한다. 두 번째는 당사자들에게 6자회담 틀안에서 평화적인 해결이나 대화를 통한 해결이 안됐을 때 일어나는 불행이 무엇인지 당사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에 알려주고, 중국에 어떠한 손해가 있는지, 미국에게는 어떤 부담과 희생이 생기는지 알려줘야 한다. 6자회담이라는 다자간 틀안에서 합리적인 해결 안됐을 때 각자의 부담 비용을 알려줘서 자기들이 과학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해야 된다. 이렇게 되면 각자가 합리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각자가 '내 공갈-협박에 넘어오겠지' 라는 생각으로 접근하게 해선 안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선 우리 입장이 뚜렷해야 된다. 한 쪽으론 핵문제 해결하자고 하고, 한쪽으론 평화적 해결, 한쪽으론 주도적 역할 한다면서 어느 하나 제대로 못하게 되는 것은 잘못이다. '북한 핵은 폐기'다. 폐기를 전제로 할 때는 앞장서서 일본과 미국의 협조를 끌어내야 된다. 핵폐기이후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로 만들어야 한다. 정상 국가로 만들기 위해 일본과 미국에서 결정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 우리가 중심을 잡아야 되는데, 내가 볼 때는 지금 정부의 정책은 상당히 혼란스럽다. 탈냉전과 냉전이 복합적으로 공존하고 있는데 정책은 균형잡혀 있지 않다.

프레시안 : 한나라당은 지금까지 노무현 정부와 부시정부의 사이가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라고 평가하는 것 같다.
박세일 : 상호불신이 상당히 있다. 결정적으로 대북포용정책과 교류협력정책 해나갈 때 안보, 인권 등 우리가 지켜야 될 것들을 수단화했다. 안보엔 아주 작은 위협만 있어도 철저히 막는 것은 국가적 의무이고 인권은 기본이다. 이런 것을 충분히 감안하면서 주장할 것은 주장하면서 교류협력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쪽이 하자는 것을 다 들어주면서 지켜야 될 가치나 원칙은 흔들어 놓으니 그런 식으로 보인다. 교류협력이 도리어 김정일 체제를 강화하는 것 아니냐. 변화가 목적이냐 체제강화가 목적이냐. 햇볕정책이 북한을 변화시켜 정상국가로 만드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되는데, 현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민족공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회의가 든다. 이런 오해는 국민 속에도 있고 해외에도 있는데, 이것이 단순 오해임을 정책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내가 만난 한국의 소위 보수라는 사람들이 북한과의 협력과 교류를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면 이 층을 설득하면서 할 수 있는데, 그러려면 기본적으로 왜 북한에 지원해야 되느냐,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들기 위한 민족공조이고 협조'라고 말해야 되고, 반대로 가면 그것에 대해 얘기하고 지적해야 된다.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도록 지적해야 된다. 깨진 약속을 가만히 두고 또 새로운 약속을 하자고 회의하면 무슨 의미가 있나. 장성급회담 같은 것 안 지키면 그 다음 회의에서 반드시 지적하고 약속하고 넘어가야 의미가 있지. 누구도 안 지키면 무슨 신뢰가 있고 그 다음 회의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냐. 심하면 도대체 무엇을 위해 정상회담을 했냐. 상을 타기 위해 했냐는 식의 오해가 생긴다. 국가적 어젠다가 개인의 어젠다가 되는 오해가 생기면 이같은 과정에서 원칙이 명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기 원칙이 서면 한국의 99%를 설득할 수 있다.

***"NSC안에 대북전문가는 있는데, 종합적인 전문가들은 상당히 부족"**

프레시안 : 최근 미국 쪽에서도 우리 정부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문제제기를 상당 부분 하고 있고,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도 부시 대통령의 재선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세일 : NSC가 대통령 자문기구인데, 지금은 외교안보통일의 집행기구로 돼 있다. 이것은 옳지 않다. 또 외교안보국방의 모든 정보가 NSC에 집중된다. 여기에서 걸러져서 대통령에 보고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국가의 최고 통수권자는 정보보고를 여러 군데에서 들어 스스로 크로스 체킹도 할 수 있어야 된다. NSC안에 대북전문가들은 있는데, 일본이나 중국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전문가들은 상당히 부족하다. 이런 모든 것들이 남북교류에는 큰 진전을 주고 있을 수는 있지만, 국방관계에서 안보에 상당한 허점을 만들수도 있고 한미관계에 손해를 주는 행동을 생각 없이 한다든가 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NSC라는 조직은 대단히 좋은 조직이고 활성화 시켜 본래의 기능을 가져야 되지만, 지금 상황이라면 대단히 걱정스럽고 우려스러운 인적구성을 갖고 있다. 또 자문기구가 70~80명이다. 사실상,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등 부처 차원에서 결정해야 될 일을 NSC에서 결정하는데, 그 부분의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결정하게 된다.

프레시안 : NSC가 구조상 갖고 있는 옥상옥 기능과 더불어 미국에서 NSC내부의 몇몇 인사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박세일 : 인사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다만, 외교안보국방은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종합적이고 균형적인 사고하고 판단하는 시스템이 돼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은 고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정권이 너무 집중돼 있다. 노 대통령이나 최고 의사 결정을 하는 핵심세력들이 남북간이나 한미관계에 어떤 구도와 어떤 구상을 갖고 있나, 한반도 문제의 어떤 비전과 원칙, 철학을 갖고 있는지를 다시 검토해 보는 게 어떤가한다.

***"부시2기가 아니라 새 정부가 들어섰다고 생각해야"**

프레시안 : 노무현 정부의 대북-대미 정책기조가 새로 재정립돼야 된다고 보는가.
박세일 : 그렇게 생각한다. 누가 "부시2기라고 생각하지 말고 새 정부가 들어섰다고 생각해라"고 말하더라. 우리도 새 정부에 새 정책 구상한다고 봐야 한다. 남북관계, 한미관계, 화해-번영 정책 등 핵문제도 깊이 보고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 동안에 잘 한 것도 많다. 다시 원칙을 세우고, 오해가 생겼던 부분은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

납북자 문제도 있다. 일본수상은 자기가 직접 가서 수상이 데리고 올 정도로 자국민에 대한 애정과 인권에 대한 존중이 있다. 우리는 정상회담에서 장기수 문제는 언급이 됐지만, 납북자 문제는 언급이 안됐다. 이런 것들이 설득력을 잃는 것이고, 너무 급하게 일방적으로 퍼주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납북자 문제는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 이런 부분에 굉장히 소극적이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우리가 이런 노력 하느냐. 우리 동포가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 이런 근본적인 질문들을 사회에서 하는 것이다. 나는 조정할 수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미국이 갖고 있는 북한에 대한 기본적인 정책 기조에 역행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인가.
박세일 : 북한이 핵을 가지선 안되는 이유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 흔히들 우리 민족이 핵을 가지면 어떠냐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핵 문제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오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가졌을 때, 핵을 무기화했을 때 생기는 남북관계부터 시작해서 동북아의 자체 변화 등을 생각해야 한다. 꼭 북한이 미국에 대한 본토 공격용으로 쓰여서 만이 아니라, 그것은 미국의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동북아에서 핵경쟁을 일으키고, 남북한 간의 군사적 비대칭성이 엄청나게 커진다. 군사적 위협 뿐 아니라 한국 경제에 주는 영향 등등을 생각하면서 북한 핵문제에 입장을 확실히 정해야 한다.

미국의 입장을 따르라는 것이 아니다. 굉장히 조심해야 되는데, 우리는 우리의 입장을 확실히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자주성을 갖고, 자기 나름의 자주적 세계화하는 말을 섰는데, 자기를 세우는 것이 급하다. 미국이 무조건 하자는 것이 우리의 원칙에 맞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이다. 자기를 세울 때 인류의 보편적 가치, 기본 원칙에 기초해서 자기를 세우면 강대국이라도 상당부분 협조하며 설득할 수 있다.

***"비핵화 안지키면 개성공단도 유보해야"**

프레시안 : 예컨대 개성공단 사업은 어떻게 해야 하나. 미국에선 대단히 부정적인 기류가 읽히지 않나.
박세일 : 미국의 반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중요하다. 북한이 핵개발과 비핵화를 안지키고 있는데, 모든 비군사적 압력수단까지 써야 되고, 그것을 갖고 설득해야 된다. 안 지키면 개성공단 사업도 유보하겠다고 해야 된다. 우리가 세금을 더 거둬서라도 지원할 용의가 있다는 파이가 큰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핵을 계속하면 도저히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이 원하느냐 문제는 그 다음 문제다. 인도적 NGO, 개별 기업 비용으로 하는 것은 논외지만, 정부의 프로젝트는 일관성이 있어야 된다. 핵개발을 반드시 포기하라는 메시지를 확실히 주고 그 다음에 얼만큼 지원하고 미국을 설득하겠다고 말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이 우선 남한을 어떻게 보겠나. 탈냉전 차원에서 북한에 교류 협력하는 것도 원칙이 있어야 된다. 당신들 이렇게 하면 곤란하다고 말해야지 미국이 반대해서 못한다고 하면 제3자가 봐도 말이 안맞는 것이다. 미국이 반대해도 우리가 하겠다면 설득을 해야 된다.

프레시안 : 부시 재선 이후에도 여권에서 남북정상회담 얘기가 흘러나오는데 비슷한 생각일 듯하다.
박세일 : 과거 김대중 전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만남은 몇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두 정상이 만났다는 자체가 크고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이제는 상징성과 역사적 의미를 위해서 만나는 것이 아니다. 구체적인 내용이 들어갈 때이다. 내용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만나야 된다. 지금까진 북한은 시간 연장을 위해 만난다는 이점이 있는 것 같고, 미국은 의심스러워 할 것이다. 그러나 여하튼 구체적인 내용이 있다면 만나도 좋다. 이러한 것 없이 만나면 양쪽에서 이용을 당하고 구체적인 얻는 것은 없게 돼 플러스보다 마이너스가 많다.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 내용과 그 가능성이 확실할 때 만나야지 그냥 만나서 얘기했는데 아무것도 안지키면 서로 불신만 쌓인다. 모든 것은 자기를 바로 세우는 것에서 시작한다.

프레시안 :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분위기 조성용으로 국보법 폐지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의혹을 한나라당은 제기하고 있는데, 동의하나.
박세일 : 햇볕정책이 불안한 부분도 있고, 그 이후 정책 집행도 불안하게 느끼는 층도 있다. 변화의 과정으로 긍정적으로 보는 층도 있지만, 냉전적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불안하게 느끼는 층도 있다.

프레시안 : 어쨌든 국가보안법은 이미 사회적 아젠다가 됐다.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가.
박세일 : 국보법은 냉전구조에 속하는 문제다. 나도 법학자들과도 검토를 했다. 국보법이 구 동안 부작용도 있었지만 나름대로의 순기능도 있었다. 순기능은 살리고,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식으로 법개정을 하는 것이 옳다. 인권침해의 요소가 1%라도 있으면 이번 기회에 다 개정해야 된다. 그러나 지금 형법 등으로 커버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국보법이 북한의 대남전략을 억제하는 기능도 있다. 아직도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으면 이번 기회에 확실히 고치면 된다. 그렇지 않고 이번에 우리가 튼튼해 졌으니 완전히 폐지하자는 주장도 일리는 있지만, 국민들이 이에 대해 불안해하면 그렇게 밀어붙일 이유가 없다. 상징성 때문이라면 누굴 위한 상징성인가. 다수가 불안해하면 합의처리해서 개정하든지, 이번에 덮고 국민 다수가 불안해하지 않으면 저절로 없어지지 않겠다. 현실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어지면 말이다. 6.25 이후에 생활로서 경험한 사람들이 불안해한다면 꼭 없앨 필요가 있는가. 여당이라도 그런 생각이 든다.

***"중도의 목소리가 서기 어려운 구도는 결정적으로 노 대통령이 기여"**

프레시안 : 행정수도 이전 헌재 판결 이후 보수세력의 집결이 눈에 띈다. 부시 재선으로 인해 보수화의 여파가 또 다른 상승작용을 일으킬 가능성도 매우 커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나라당도 너무 우경화되는 것 아닌가라는 비판도 있다.
박세일 : 한나라당이 우경화되고 과격 투쟁 노선으로 간다는 것은 이런 점이 있다. 총선 직전에 기자회견을 한 적이 있다. '선거 때 서로 비방하다보면 사회갈등이 생기니 이것을 봉합하자. 여야대표자회의를 하고, 화해하고, 교육과 경제를 논의하자. 이제는 한나라당도 당론 중심으로 안하고 자유투표할테니 합리적인 안으로 민생과 경제를 살리자'고 했다. 그 이후 정동영, 박근혜 대표가 회동도 했다. 그런데 민생과 교육에서 정치 아젠다로 변질되면서 이런 분위기가 경직됐다. 정치 이슈가 앞으로 나왔다. 여야 합의해서 풀자는 분위기면 괜찮은데, 지금은 중간의 목소리가 서기 어려운 구도로 가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결정적으로 대통령이 기여했다.

만약 대통령이 국보법에 대해 '과거에 역기능이 많았으니 정리됐으면 좋겠다. 국민 속에서도 안보불안 소지 있으니, 여야가 잘 해주시오'라고 했으면 양쪽에서 합리적인 얘기가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박물관에 보내야 한다고 하면 합리적인 상생이 될 수가 없다. 가능하면 나도 박 대표도 상생과 정책 경쟁하고자 하는 마음 가능한데, 구도가 저쪽에서 강경파 등장하면 이쪽에서도 강경파가 등장한다.

프레시안 : 노 대통령과 여권에 일차적인 문제가 있다지만 한나라당의 우경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당 내에도 있다.
박세일 : 과거보다 보수화되는 것은 없다. 정치적 상황이 자꾸 이런 쪽으로 가니, 그렇게 된 것이지. 한나라당은 보수와 중도 아우르는 정당이 될 것이다. 합리적, 발전적 보수로 거듭나려고 노력할 것이다. 아주 과거지향적인, 과거회귀적인 보수는 빼고, 전통적인 보수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들과 중도가 결합되는 형태가 한나라당의 위상이 되지 않겠나. 정치적 구도가 중간 목소리 커질 때가 있고, 양쪽 목소리 커질 때가 있는데, 지금은 4대입법도 그렇고 이것이 지나고 나면 중도 목소리가 커지지 않을까. 저쪽에서 합의처리 하겠다면 이쪽에서도 합리적 대안이 나오고 저쪽에서 강행처리하면 이쪽에서도 강경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정치 상황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우파의 결집이 눈에 띄고 있다.
박세일 : 색깔론이니 좌파라고 하지 말라고 하는데, 이 정부엔 좌파적 측면이 존재한다. 가장 드러나는 부분은 역사관이다. '해방 후의 역사는 기회주의 득세', '역사를 거꾸로 산 자가 승리하는 역사', '주류세력 교체' 이런 말들을 정치지도자가 얘기한다. 명백한 수정주의적 역사관이다. 이에 보수층은 굉장한 위기의식을 느낀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잘 모이는 사람이 아닌데 모인다. 보수가 그렇게 모이는 것 봤냐. 한국의 보수는 냉전구도 속에서 상당히 무임승차했다. 보수적 가치는 몸으로 지키지 않아도 구조적으로 주어진 측면이 있다.

어떻게 풀 것인가. 이쪽에서 포지셔닝을 바꾸면 된다. 좌파 아닌데 좌파라고 한다고 반발하는데, 말을 그렇게 하지 않나. 누가 봐도 좌파적 역사관이다. 4대법안도 시대가 요구하는 합리적인 정책이 아니라 주류를 바꾸려고 하는구나라는 식으로 보게 된다. 그런 부분에서 더 격화된다. 역사 정리할 것 많은데, 합리적인 절차를 밟아서 해야 되는데, 이런 말들을 하면서 하니, 사회 혁명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보게 된다. 변화와 개혁은 이 시대의 화두이다. 보수든 진보든 다 원하는 것이다. 변화 개혁의 내용이 납득할 수 있어도, 엉뚱한 얘기를 가끔 반복적으로 하니 좋은 정책이 나와도 모두 이것과 연결시켜서 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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