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급강하한 주말인 13일 오후 서울 도심 곳곳에선 쌀개방을 반대하는 농민들과 빈곤해결을 촉구하는 빈민들의 집회가 열렸고, 이들이 합류해 전국민중대회가 열린 서울시청 앞에서는 경찰과의 충돌이 벌어졌다.
***농민연대 "쌀은 주권이요 안보, 생명이다. 개방하려면 국민투표 해라"**
오후 2시부터 서울역 앞 광장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농민 및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1만여명이 모여 "국민적 합의없는 쌀협상 중단 및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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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돈 농민연대 상임대표는 "예전에는 헛소리일지언정 대통령직을 걸고 쌀개방을 막겠다는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은 누구 하나 직을 걸지 않고 있다"며 "요즘 '국민투표' 좋아하는데, 국가의 안보와 식량주권이자 생명인 쌀 개방이야말고 국민투표를 실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농민의원'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도 "가을 추수를 거두고 보리를 담그고 따듯한 아랫목에서 쉬어야 할 때 이렇게 쌀포대 뒤집어쓰고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앉게 해서 국회의원으로서 죄송하다"며 "독립운동하는 마음으로 쌀 수입 개방을 막기 위해 국회에서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우리 농민들은 우루과이라운드(UR) FTA.WTO 반대 등 험난한 투쟁의 길을 걸어왔다"며 "십수년간 농민들은 마음 졸이며 들녘에서 일하다 틈만나면 데모해야 하는데, 우리 농민들이 무슨 잘 못을 했나. 5천년간 이 땅과 쌀을 지켜온 주인이다. 주인의 말을 듣지 않는 일꾼들을 혼을 내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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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호소문'을 통해 "현재 국민의 생명 창고를 지켜야 할 농민들은 태산같은 농가 부태 때문에 농촌을 등지고 있고 식량을 생산해야 할 논밭은 골프장으로, 공장으로 파헤쳐져 생산능력을 잃어가고 있는지 오래"라며 "설상가상으로 우리 농업의 마지막 버팀목인 쌀마저 전면 개방위기에 내몰려 있어 머지 않아 나라잃은 설움보다 더한 배고픈 설움에 온 국민이 나앉을 처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결의문'을 통해 "농업 농촌은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여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내어줄 것도 물러설 곳도 없다"며 "죽기를 각오하고 일치단결해 싸울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농업이 몰락하는 것을 지켜볼 것인가 하는 선택만 남았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들은 대회를 통해 ▲쌀 재협상 중단 및 국민투표 실시 ▲추곡수매가 4% 인하 철회 및 쌀생산비 보장 ▲식량자급률 목표치 법제화 ▲농지 소유 농지법개악 반대 ▲농업협동조합을 농민위주로 즉각 개혁 ▲농업기금 통폐합 철회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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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연대 "빈곤 문제는 사회와 국가의 책임"**
같은 시간 서울 종묘공원에서는 노점상, 철거민, 빈민 등 5백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빈민대회'가 열렸다.
이들은 "빈곤이 개인이 아닌 전체 사회의 책임이자 국가의 책임으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기본적인 생활 영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며 ▲기초생활권 쟁취, ▲최저생계비현실화 ▲주거의 공공성 쟁취 ▲사회복지예산 확보▲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 ▲노점·철거민 강제 단속 반대 등 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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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안산 노점상 단속 저지 투쟁을 하던 중 구속되어 3일전에 출소한 이필두 전국노점상연합 공동의장은 대회사를 통해 "8개월 동안 감옥에 있다 출소하고 보니 울산·수도권·천안 등에서 무자비한 노점상 단속이 진행되고 있었다"라며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초기 도시 빈민문제 해결을 약속했으나 무자비한 노점 단속으로 뒤통수를 치고 있는데, 빈민 문제 해결 못하겠으면, 먹고살기 위한 노점 단속이나 하지 말라"고 말했다.
연대사에 나선 박경석 장애인이동권연대 공동대표는 "가난은 나랏님도 해결 못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가난을 구제 못하는 나랏님은 바꿔 엎어 버리면 그만이다"며 "저들은 우리에게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지만, 우리의 투쟁은 이 땅 없는 자들의 희망이 되는 투쟁이 된다"고 주장했다.
문현준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 대표는 "겨울은 노숙인의 계절이다. 언론은 서울역, 공공역사의 노숙인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며 동정을 끌어낸다. 시혜적인 그들의 태도,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라며 "정권은 노숙인, 철거민, 노점상, 수급권자 등으로 빈민을 나누고 있지만, 빈민의 문제는 결국 자본주의 폐해에 원인이 있는 것일 뿐, 우리는 모두 같은 빈민이다. 빈곤 문제에 대한 사회구조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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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민중대회 "34년전 전태일 열사 분신. 지금 상황은 어떠한가"**
농민대회와 빈민대회 참가자들은 각각 서울역 앞과 종묘공원에서 대회를 마치고 시가 행진을 하며 시청앞 광장에 모여 '2004 전국민중대회'를 열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34년전 오늘 한 젊은 청년이 '인간답게 살고 싶다'를 외치며 자기 몸에 불을 살랐다"라고 전태일 열사 34주기를 설명하며 "그러나 34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노동자들과 농민들 서민들은 여전히 먹고 살기 힘든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노무현 정부는 전체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만드는 법안을 만들어 놨고, 노 대통령과 이해찬 총리,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과거 공무원의 노동3권 보장을 주장했으나 지금은 어떠하냐"면서 "또한 WTO.FTA가 대세라면서 관철 의지를 보이며 국민적 합의를 얻어내겠다고 하는데, 국민투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정부와 여당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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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후 일부 참가자 경찰과 충돌, 부상자 속출**
한편 민중대회 후 일부 참가자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시도하다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충돌이 벌어져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만장으로 사용했던 대나무와 서울광장 주변 화단의 꽃을 던지며 경찰 저지선을 뚫으려 했으나 경찰버스로 길을 막고 물대포를 쏘는 경찰병력 앞에서 무기력할 뿐이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는 경찰의 방패에 이마가 찢겨 부상을 입기도 하고 물대포 세례에 실신해 쓰러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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