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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해방, 2%의 희망을 보았다"

10.25 재보선 사회당의 두 여성후보 김숙이, 김향미

지난 10.25 재보궐선거에서 동대문을과 구로을의 사회당 후보는 둘 다 여성이었다.

진보정당, 30대, 여성 후보. 당선이 목적인 선거에서 이들의 낙선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그러나 구로을 지역에서는 자민련과 민주노동당을 제치고 3위를 차지하는 등 예상외로 선전(?)하기도 했다.

최초로 호주제 폐지 등 ‘여성해방’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사회당의 김숙이씨(31. 동대문을)와 김향미씨(33. 구로을). 과연 이들은 지난 선거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아니 보다 더 궁금한 것은 ‘이들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였다.

지난 10월 25일, 선거가 끝났지만 이들은 여전히 바빴다. 선거가 끝난 직후 김향미 후보 측에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이미 선거운동원들과의 엠티가 잡혀있어 만날 수 없었다. 또 김숙이씨는 인터뷰하자고 전화하자 ‘매체 색깔을 잘 모르겠다’며 한참을 망설였다. 어렵사리 두 사람을 지난 1일 사회당 사무실에서 만났다.

요즘 두 사람은 ‘어떻게 하면 당원을 늘릴 수 있을까’를 가장 고민한다. 100% 당비로 운영되는 사회당은 아직 당원이 4천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 지구당 위원장으로 두 사람은 자신들의 ‘텃밭 만들기’에 고심하고 있다. 두 사람은 입을 모아 “이제부터가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여성후보를 보는 달라진 시각**

김향미씨가 자민련, 민주노동당의 후보를 제치고 3위를 차지한 것을 놓고 많은 사람들이 그녀가 예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향미씨는 “부정하지 않겠다”며 웃었다.

“젊은 여성 후보라서 사람들에게 호감을 샀던 부분이 없지 않다. 또 ‘당신의 아이를 위해 사회당에 표를’이라는 슬로건이 유권자들에게 크게 어필했던 것 같다. 이 구호를 보고 ‘엄마, 나를 위해 사회당 찍어요’라고 말하는 꼬마들도 있었다. 특히 젊은 주부들이 상당히 호감을 표시했다.”

‘한판붙자! 남자세상’ 이라는 과격한 구호를 내세웠던 김숙이씨도 “젊은 여성 후보에게 보인 유권자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좋았다”고 말했다. 물론 김숙이씨가 인사하면 양명철 수행비서가 후보인 줄 착각하는 사람이 있었을 정도로 유권자들에게 여자 후보는 아직 생소하지만.
김씨는 “여성 정치인들이라면 비리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지적한다.

젊은 여성 후보라는 사실이 선거에서 그다지 불리한 조건이 아니었다면, 다음 선거에는 기존 정당의 후보로 출마한다면 당선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김향미씨는 “끝까지 사회당을 고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국회의원이 아니라 사회당 국회의원이 되겠다”**

“지역 주민들 만나면서 그런 얘기 참 많이 들었다. ‘한나라당 후보로 나왔으면 될텐데...’ 그러나 당장 눈앞의 당선보다 지금 내가 주장하는 말들을 끝까지 견지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현재 내 주장을 끝까지 받쳐줄 수 있는 당은 사회당 밖에 없다. 그래서 선거 때 ‘공약이 뭐냐’는 유권자들의 질문에 ‘사회당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김숙이씨도 마찬가지. 그는 “젊은 피를 아무리 수혈해 봤자 젊어질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 “보수정당에 들어간다면 김민석 의원 등 소위 386 정치인들처럼 기존 정치판에 적응해 변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원칙적이었다. “정치적 현실을 들먹거리며 타협을 정당화하는 것은 ‘정치는 정치인들만이 하는 것’이라는 의식 때문이다”라고 이들은 말한다.

때문에 현 여성국회의원들에 대한 평가도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여성 국회의원들도 기존 보수정당의 틀 내에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 호주제 폐지 등 ‘여성해방’을 구호로 내세운 김숙이씨는 “여성의원들이 현재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여성국회의원들의 숫자가 많아져야 한다. 최소 30% 는 돼야 한다. 동시에 여성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할 수 있는 여성국회의원들이 필요하다. 올해초 모성보호법이 통과된 것에 대해 일부 여성계에서는 진일보한 것이라고 보지만 난 결코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성들의 야간근무 금지 등 여성보호조항이 삭제되면서 출산휴가만 90일로 늘었다. 현실에서 출산휴가 90일을 다 받을 수 있는 여성들은 일부 사무직 여성밖에 없다.”

김숙이씨는 ‘운동사회내 성폭력뿌리뽑기 100인위원회 활동’ 등 90년대 이후 등장한 젊은 여성주의자들의 활동에 적극 동참해 왔다. 또 대학 졸업 후 농협에서 일하면서 노조대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한판붙자! 남자세상’이라는 다소 과격한 슬로건을 내세웠지만 남성을 적대시하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사회에 바꿔야할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지만 여성차별을 없애는 일이 가장 시급한 해결과제라고 생각해 여성해방을 전면에 내세웠다. 많은 여자들이 아들 못 낳은 설움, 매맞는 설움에 시달리고 있고, 이들의 이해와 요구를 모아 정치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돈과 권력을 가지고 남성들이 만들어낸 한국정치 50년을 돌아보면 제대로 된 게 없다. 이런 부패정치를 바꿔 깨끗한 정치를 통해 여자가 살맛나는 세상, 아이들이 살만한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지 남자들과 맞서자는 의미는 아니다."

김숙이씨의 선거전략 중 눈길을 끌었던 또 하나는 나이, 출신학교, 출생지를 밝히지 않은 것. 나이, 출신학교, 출생지를 따지는 ‘연줄 정치’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향미씨는 나이, 출신학교, 출생지 등이 뒷면에 상세히 적혀있는 명함을 건네줬다.

“역사적으로 진보 정당은 소위 운동권이 만든 것으로 이들은 다수가 아니라 소수다. 따라서 다수가 되자면 국민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이들을 설득시켜야 한다. 그래서 어떻게 살아온 사람이고, 현재 어떻게 살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투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이번 구로을 선거에서 보면 김한길 후보와 이승철 후보는 시종일관 ‘학력을 속였다’는 문제로 싸웠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정당 후보들이 떳떳하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밝히는 것이 국민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남편’ 명찰 달고 선거운동**

김숙이씨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고 김향미씨는 지난 94년 결혼을 했다. “노동운동 하니까 매일 시커먼 남자들만 만나서 빨리 유부녀가 되는 게 일하는데 편하겠다고 생각해 일찍 결혼했다”고 한다.

학창시절 만나 함께 노동운동을 했던 남편 양학용(민주노총 금속연맹 인천지부)씨는 이번 선거에서 김향미씨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양씨는 ‘남편’이라고 쓰인 명찰을 차고 선거기간 내내 김씨와 지역 주민들을 만났다. 또 김씨의 부모님은 사회당 당원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현장에 투신할 때 부모님들이 많이 말리셨다. 일년 동안 공장에서 일하면서 월급을 봉투째 가져다 드렸다. 어머니께 노동자들이 얼마나 형편없는 대접을 받는지 보여드리려고. 지난 10년간 이런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부모님들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사회당 활동을 도와주신다.”

현재는 남편 양씨의 연봉 1200만원으로 생계를 해결하고 있지만 돈은 진보정당운동을 하는 이들이 비껴갈 수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이다. 사회당 당직자들은 모두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 아니 돈을 내면서 일하고 있다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생계비는 각종 아르바이트를 통해 따로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또 이들이 이야기하는 현실적인 장벽은 ‘언론의 편파보도’다.

"선거기간동안 언론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를 집중적으로 보도해 주기 때문에 그 사람들은 굳이 유권자들을 만날 필요가 없었다. 합동연설장면이 뉴스에 나와도 기호 1번, 2번이 연설하고 나면 다른 뉴스로 넘어간다. 우리가 다리품을 팔지 않으면 유권자들은 우리의 주장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2%의 ‘희망’**

김숙이씨는 이번 선거를 경험하면서 느낀 것에 대해 “상호비방만 하는 정치현실이 솔직히 역겨웠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실정에 대해서는 추호의 반성도 없이 서로를 물고 뜯는 선거판이 정말 역겨웠다. 내가 이런 선거판에 왜 뛰어들었나 이런 생각도 들었고. 전에는 몰랐는데 직접 선거운동을 하다 보니까 어느 집에서 화장지가 풀려나가는지, 멸치상자가 뿌려지는지 다 보인다. 유권자들 만나면 ‘여기는 하다못해 박카스 한 병이라도 안주나’ 이런 사람들도 있다.

어떻게 보면 유권자들이 현명한 것일 수도 있다. 누가 국회의원이 되든 지난 50년간 바뀐 것이 없으니까. 정치에 대한 이런 불신과 냉소가 진보정치세력의 진출을 방해하고 있다. 이런 부분을 깨기 위해서는 진보정당이 지역구 활동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좀더 발을 뻗고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 2% 안팎이었다.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김숙이씨는 1152표, 1.81%를 얻었고 김향미씨는 1467표, 2.68%를 얻었다. 그러나 김향미씨는 이러한 결과를 절망보다는 ‘희망’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이건 돈으로 산 표가 아니다. 기존 보수정당들이 지역주의, 금권 선거로 유권자들의 표를 끌어 모으는 동안 우리는 정책만을 가지고 한 표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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