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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론’으로 시작, ‘위헌논란’으로 끝난 17대 첫 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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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론’으로 시작, ‘위헌논란’으로 끝난 17대 첫 국감

앞으로도 수도이전-4대입법 공방, 여야대치 지속될 듯

17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22일로 종결됐다. 지난 4일 여야는 ‘정책국감’ ‘민생국감’을 선언하며 기세 좋게 시작했지만, ‘색깔론’으로 시작해 수도이전 ‘위헌논란’으로 마감함으로써 일부 초선의원들의 성실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쟁국감’의 재연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감무용론’ 냉소에도 색깔론-정치공방 여전**

이번 국정감사는 첫날부터 ‘색깔론’으로 얼룩졌다. 국회 교육위원회의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이 지난 4일 제기한 이른바 ‘친북 교과서’ 논쟁이 시발이다. 권 의원의 발언 직후 정치권의 논란과는 별개로 파장은 각계각층의 이념 논란으로 번졌다.

같은 국방위 국감에서 터진 “한반도 전쟁 발발시 16일만에 수도권이 붕괴된다”는 한나라당 박진 의원의 발언도 ‘군사기밀 누출’ 논란, ‘스파이’ 논란으로 확산됐다. ‘정쟁을 위한 기밀 팔아먹기’냐 ‘안보 불감증에 대한 경고’냐의 논쟁 속에 양당은 박진 정문헌, 천정배 안영근 의원을 각각 국회 윤리위에 맞제소 하는 극단 대립으로 치달았다.

서울시의 행정수도 ‘관제데모’ 논란은 예견된 정쟁거리였다. 행자위의 서울시국감에서 피감기관장으로 나선 이명박 서울시장은 열린우리당의 ‘관제데모’ 문건을 정면 부인했지만, 사흘 뒤 서울시는 자체조사 결과 각 구에 ‘업무연락’을 보낸 사실을 확인하면서 궁지에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판결로 국감 초중반을 떠들썩하게 했던 관제대모 논란은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됐다.

이처럼 ‘색깔․안보’ 논쟁, ‘관제 데모’ 논쟁으로 국감 초중반이 진행됐고,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으로부터 “국감 무용론”이라는 냉소를 받으면서도 여야는 끝내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좌파’논쟁 속에 밀려난 경제국감**

‘민생국감’도 말뿐이었다. 초미의 현안인 경제위기를 다루면서도 여야는 이념 공방을 되풀이했다. 한나라당은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좌파’로 규정하고 “‘관치’에서 ‘시장경제로의 복귀’”를 촉구하는 데 골몰했다. 반면 여당은 ‘좌파’논쟁을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일축하면서 정부의 경제운용기조를 적극 옹호했다.

한나라당이 특히 집요하게 파고든 건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사이의 경제운용 ‘노선 차이’였다. 이 부총리를 겨냥해 “노무현 대통령과 몇 번이나 독대를 했느냐”(엄호성), “좌편향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해 이 부총리를 기용한 게 아니냐”(윤건영)고 비생산적 추궁에 몰두했다. 이에 이 부총리도 “참여정부 경제정책을 미국과 비교해보면 케리 보다 부시 쪽에 더 가깝다”는 뜬금없는 비유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국민연금 문제, 카드사태 책임규명 등 굵직한 경제 현안을 다룬 질의서는 쏟아졌지만, 정작 국감장에서는 ‘좌파경제’ 공방 속에 상대적으로 등한시됐다. 특히 카드사태 규명과 관련, 핵심증인들의 대거 불출석, 당사자들의 책임 떠넘기기식 태도 역시 맥 빠진 국정감사의 한 원인이 됐다.

***4대입법과제-수도이전 위헌 논란**

한편 국감이 진행 중인 와중에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 과거사기본법, 사립학교법, 언론개혁법 등 이른바 ‘4대 법안’을 차례차례 확정 발표하는 전략적 치밀함을 보였다. 한나라당의 “국감 물타기용”이라는 반발에도 열린우리당은 “법안심리 일정상 부득이하다”며 지난 20일 국회에 단독 제출을 강행했다.

상임위별 국감 이슈가 뒷전으로 밀려났음은 물론, 거의 모든 국정감사장이 4대 법안에 대한 정치논쟁에 휘말렸다. 열린우리당은 11월 안에 4대 법안을 모두 처리한다는 방침하에 각 상임위별로 정당성 홍보전에 치중했다. 반면 4개 법안 모두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한나라당은 국감장에서도 법리적 반박에 주력했다. 민주노동당도 한나라당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개혁 후퇴”라는 비판을 가하며 공조파기를 선언했다.

국정감사가 정치논쟁에 휘말려가는 와중에 엎친데덮친 격으로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한 위헌 판결까지 나와 국정감사는 완전히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현 정부의 핵심 과제였던 행정수도이전 사업이 전면 중단되면서, 국감 마지막날인 22일 법사 재경 건교 행자 문광 운영위 등 대부분의 국정감사장은 이에 대한 성토와 반박, 책임추궁이 넘쳐났다.

***“부실국감 여전, 국감 상설화 필요”**

결국 정치논쟁에 휘말린 17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마감됐지만 정치권 외부의 국감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22일 주최한 ‘17대 국회 첫 국정감사 무엇이 문제였나’ 토론회에서 손혁재 성공회대 교수는 “국정운영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깊이있는 감사보다 각 의원의 정치적 입장이나 소신을 발표하는 유세장, 정부를 비난하는 성토장 같은 분위기였다”고 지적했다.

임성호 경희대 교수는 “벼락국감은 부실국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너무 많은 사안들을 동시다발적으로 다루는 탓에 국정에 있어 중대한 문제들이 일회적 질타에 그치고 있다”고 ‘상설국감’을 주장했다.

임종훈 전 법사위 수석전문위원도 “17대 국감도 종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했고, 김민영 참여연대 정책국장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국감의 구조적 한계 때문에 부실 국감의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국회의원들의 피감기관에 대한 고압적 태도가 비교적 약화됐고, 알맹이 있는 정책 자료집을 발간하는 등 일부 초선의원들의 성의 있는 자세는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대치정국 장기화 예고**

국정감사를 통해 고조된 대치정국은 향후 의사일정에서 고스란히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오는 25일 이해찬 총리의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을 청취하고, 26일부터 이틀간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 28일~11월3일까지 분야별 대정부질문 등 의사일정을 계속한다.

하지만 이 총리의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부터 한나라당이 강경하게 거부하고 있어 파행을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직접 시정연설을 해야 한다”며 “이 총리가 이를 대독할 경우 청취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반면, 여권은 “이를 변경할 이유가 없다”는 방침이 확고하다.

이와 함께 수도이전 위헌논란은 “입법부 권위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는 여권의 반발 속에 해소점을 찾지 못하고 여야간의 지리한 법리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열린우리당이 제기한 4대 입법과제도 11월부터 본격화되는 법안 심리와 표결 과정에서 여야간의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하다.

한마디로 정기국회의 하이라이트라는 ‘국정감사’를 거치며 고조된 여야간 극단대치가 해소될 기미는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 국면전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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