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내놓은 국가보안법 입법보완책에 대해 민변에 이어, 수십년간 국가보안법 사건 변론을 맡아왔고 국가보안법의 폐단을 설파한 저서까지 썼던 박원순 변호사(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가 "대체입법안을 만들거면 아예 안 만드는게 좋다"며 열린우리당을 신랄히 비판하고 나섰다.
***박원순 변호사 "대체입법 만들려면 아예 안 하는게 좋겠다"**
'인권정책연구회'의 주관으로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토론회에서 박 변호사는 강연을 통해 "국가보안법은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아니다. 진보 세력은 국가안보를 생각하지 않고, 보수 세력은 인권을 생각하지 않겠나"라며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에 관한 문제로,국보법이 없어져도 안보와 형법 체계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는 것인데 정치권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국회법에는 청문회와 공청회를 하게 돼 있는데, 과연 국회가 제기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미 1988년 변협내 국보법 위원회에서 10명 중 9명이 폐지 의견을 냈고, 최근 대표적인 3개 형사법학회 교수들이 '국보법이 폐지돼도 우리나라 법 체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왜 의견을 듣지 않는가"라고 국보법 개폐 논쟁에서 '정치적 논리'에만 갇혀 있는 정치권을 비난했다.
박 변호사는 특히 "여야 누구의 편을 들려는 것이 아니라, 진실과 역사가 중요한 것"이라며 "오늘 여당이 제안하고 있는 법안을 보니 이런 법안은 필요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우리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현행 헌법.형법.국보법 논리에 맞지 않는 모순 투성이"**
박 변호사는 현행 형법에 대해서도 "미국에도 간첩죄가 있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기밀 유출을 해야만 처벌할 수 있게 구체화돼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 형법은 '적국에 이로운 행위'라는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는 모호한 규정으로 인해 법률이 남용될 수 있다"고 오히려 기존 형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근 독일에서 안보에 관한 법률을 조사하고 온 박 변호사는 헌법의 '영토 규정'에 대해 "독일의 경우 통일전 서독의 헌법에는 '동독 영토를 포함해 영토'라고 규정했지만, '통일이 될 때까지는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못 박아 놨었다"며 "우리나라 헌법은 북한도 영토에 포함시키고 있지만, 순수하게 법률적으로만 볼 때는 북한주민들이 모두 우리나라를 상대로 생활기초보장금을 지급을 요구하면 법률적으로 모두 지급하고, 주민등록증을 만들어줘야 하는 상황에 처하는 모순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지금이라도 '통일 또는 통일 이후 일정한 기간 동안 대한민국의 법률은 북한 지역에는 적용되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두는 등 잘못되고 불합리한 법률이 있으면 그것이 헌법일지라도 지금 당장 고쳐야 한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불합리한 헌법, 형법,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갖고 있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에선 성조기 태워도 무죄, 한국에선 성조기 태우면 반국가인사"**
"고문의 역사는 모두 국보법에 의한 역사였다"고 말할 정도로, 박 변호사는 지금까지 국가안보라는 미명하에 정권 안보를 위해 자행된 국가폭력이 '보안법'을 통해 얼마나 많이 자행돼 왔는지 자신의 저서 <국가보안법 연구>를 통해 조목조목 지적한 바 있다.
박 변호사는 "미국에서 시위 군중이 성조기를 태운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 미국 대법원은 '현존하는 명백한 위협'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며 "반면에 우리나라는 5공 시절 성조기를 태우면 '미국을 반대하는 것'이고 '북한도 미국을 반대'하기 때문에 '결국 성조기를 태우는 것은 북한에 동조하는 행위'라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에 의해 처벌을 받는 나라"라고 그 단적인 예를 설명했다.
그는 특히 국가보안법의 역사와 관련, "이승만 정권 시절 야당 국회의원을 다 끌어낸 상황에서 보안법을 통과시켰고,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 당시에도 쿠데타를 일으켜 만든 일방적인 입법기관에서 만드는 등 국민의 의사가 한 번도 반영된 법이 아니다"며 "정상적으로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국회에서 정상적 절차에 따라 통과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사법부도 과거 독재정권 부역 석고대죄해야"**
박 변호사는 또한 국보법 폐지에 반대하고 있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및 검찰 등 사법부에 대해서도 "사법부도 국가보안법 유지를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과거의 과오를 씻고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박 변호사는 "박정희 대통령 혼자 독재를 했다고 생각치 않는다"며 "그 독재에 협력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판.검사들 죄가 크다"며 "판사들은 인권의 마지막 보루임에도 '고문받았다'는 주장에 유죄 및 사형 판결을 선고했는데 이런 판사들이 어떻게 용서 받을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나는 대법원장이 지금이라도 나서서 국민 앞에서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사람들이 국보법에 대해 합헌이니 위헌이나 말할 자격이 있나"라고 유신시절 '인혁당 사법살인' 등에 적극 동조한 사법부를 질타했다.
박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아무리 날씨가 변덕을 부려도 봄이 오고, 겨울이 오듯, 진실은 언제나 이긴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며 "보수단체 인사 몇십만명이 길거리 나와서 반대 시위를 한다고 한들, 시대가 흐르고 역사가 흐르면 점점 국보법이 없어지리라는 것은 하늘의 별과 달처럼 분명한 사실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다만 "국보법이 이미 수많은 피와 노력에 의해 사문화됐는데, 열린우리당이 이상한 대체입법을 만들어 법이 남용되고 문제점을 증명하는 데까지 또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하게 될까봐 걱정이 된다"고 4가지 대체입법안을 내놓은 열린우리당에 대해 또한차례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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