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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 실효성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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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공정성, 실효성이 핵심

특검제법안 둘러싼 쟁점들

특별검사제를 둘러싼 정치권과 검찰, 그리고 시민단체 등의 논의가 한창이다.

국회는 지난 주 여야 6인소위를 구성하여 특별검사제법안 마련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현재 6인 소위에서 합의된 것은 특별검사에게 공소유지 권한 부여, 특별검사를 도울 수사인력의 검찰 외부충원, 동행명령권 허용 등이다.

이러한 기본적 합의는 쉽게 이루어졌으나 나머지 몇 가지 줄기에 대해서는 합의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우선 특별검사의 활동기간에 대해 여당은 준비기간 10일을 포함한 40일을 제안한 반면에 야당은 준비기간을 거쳐 6개월 수사에 한 차례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수사범위에 대해서는 여당은 이용호 사건에 국한시키자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김형윤 전 국정원 경제단장이 관련된 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 여운환씨의 정.관계 로비의혹,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 구속사건 등을 포함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법안의 성격에 대해 야당은 특검제를 일반법으로 제정한 뒤 개별사안에 대해 특검제 실시여부를 국회에서 결정하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당은 일단 이용호 사건에 한정된 한시법으로 하자는 입장이다.

과거 ‘옷로비’ 사건에 대한 특검제 실시과정에서 논란을 빚었던 중간수사발표에 대해서 여당은 수사의 정치쟁점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허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관련제보의 확보라는 차원에서 허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사의 주체가 되는 특별검사의 선출과 관련해서는 여당은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선출하자는 안을 제시한 반면 야당은 국회선출 방안을 견지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검찰청’ 신설안 내놔**

이러한 국회의 특검제법안 제정 움직임에 맞서 검찰은 12일 검찰 개혁안을 발표, 정치적으로 민감한 권력형 대형비리사건을 수사하는 별도의 독립기구인 ‘특별수사검찰청’의 신설이라는 자구책을 제시했다.

검찰은 특별수사검찰청은 어느 사건을 권력형 비리로 규정해 수사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독자적인 사건결정권을 갖게 되고 인사, 예산 등에서 독립적 기구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청장과 차장에는 고검장 및 검사장급을 배치하고 임기를 2년으로 보장하며 이를 위해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이 특별수사검찰청은 사법개혁위원회에서 설치를 권고했던 ‘공직비리특별조사처’보다 독립성을 한층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검찰내부에서는 ‘연 190만건의 사건을 처리하면서 1%도 안되는 대형 의혹 사건 때문에 검찰 전체가 매도되고 설사 제대로 수사를 했어도 의혹이 부풀릴대로 부풀려져 국민이 믿어주지 않는 상황’이라는 일반 검사들의 불만이 팽배했다.

따라서 이를 해소하고 검찰조직을 다시 활성화시키기 위해 ‘어차피 검찰조직이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한 구조라는 점을 감안, 차라리 대형의혹 사건이나 권력형 비리사건을 전담하는 별도의 독립기구를 만들자’는 의견이 강력히 대두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검찰의 입장에 대해 아직도 일반 국민들이나 시민단체는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검찰 스스로 정치지향성과 특권의식 그리고 조직이기주의를 버리고 제대로 된 ‘법의 칼’을 세울 의지가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하고 있다. ‘1%의 잘못도 잘못이며 그 1%의 잘못이 전체를 멍들게 하는 가장 중요한 암적 요소’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참여연대는 지난 달 27일 특검제를 한시법이 아닌 일반법으로 제정하도록 하는 ‘특별검사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입법청원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특검제에 대한 입장은 특검 상설화로 요약된다.

참여연대는 검찰의 특검제를 대신한 특별수사검찰청에 대해서도 인사 예산 조직 등 모든 면에서 검사과 완전히 다른 조직이 아닌 한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제의 실효성은 또 다른 문제**

그러나 이러한 특검제를 둘러싼 논란에서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과연 특검제가 국민이 원하는 만큼 사건의 실체를 규명해서 의혹을 완전히 해소해 줄 수 있느냐 하는 실효성의 문제이다.

대형 의혹사건에 대한 대다수 국민과 시민단체들의 가장 큰 의구심은 검찰이 의혹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는 불신이다. 서로 짜고 적당히 봐준다는 것이다. 이 문제 때문에 공정한 수사를 위해 특검제를 도입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한발 나아가 과연 특검제가 어떠한 수사결과를 내놓는냐는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법조계의 전문가들은 이 점에서 매우 걱정스러운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특검제를 도입한 나라는 하나도 없다. 미국은 클린턴 전대통령에 대한 스타 특별검사의 수사를 마지막으로 특별검사제을 폐지했다. 엄청난 예산과 인원, 기간에도 불구하고 특별검사의 수사결과에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옷로비 사건과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의 수사결과가 일부 국민의 의문을 해소하는 데는 기여했는지 몰라도 실제 수사결과에서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는 것이 대다수 관련인사들의 의견이다. 심지어 실패한 수사라는 견해도 있다.

***비리의혹사건 대부분 실체규명 어려워**

실제 권력형 비리를 수사했던 경험이 있는 최용석 변호사(전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는 “우리 사회에 부패구조가 있는 것을 미루어 짐작한다 하더라도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 법적으로 기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털어 놓았다.

특히 정현준, 진승현 게이트에서도 나타났듯이 최근 사이비 벤처기업이나 금융기법에 의한 범죄는 검사들도 잘 모르고 법적 적용이 모호한 복잡한 방식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때문에 정황이 명백한 경우에도 당사자들은 이를 ‘첨단 금융기법’이라고 우기는 경우가 흔하다.

수사검사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경제비리와 정치권이 결합된 경우 대개 뇌물수수 여부나 탈세 등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지만 관련 당사자들이 입을 다물면 속수무책인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혐의자들이 이른바 ‘윗선’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도마뱀 꼬리자르기’식으로 나온다면 수사는 더욱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혐의자와 의혹이 제기되는 당사자 사이에 친분이 있는 경우는 드러나게 마련이지만, 도덕적 기준이 엄청나게 낮아진 한국사회에서 당사자들이 ‘친분이 있다는 게 무슨 죄냐’고 주장하면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가 없을뿐더러 그 사실 자체를 공포하는 것도 법에 위배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특검이 얼마나 더 많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 법조계 주변 알만한 사람들의 내심인 것 같다.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해서 법의 심판을 내리는 문제와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는 문제에는 다소 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러한 우려가 특검제의 당위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76년 일본의 동경지검 특수부는 리쿠르트사건과 록히드뇌물 사건으로 다나까 전 일본수상과 가네마루 전 자민련 부총재를 구속함으로 일본 검찰 역사의 금자탑을 세웠다.

***공정성, 실효성 있는 특검제법안 필요**

여기에서 주목해야할 것은 동경지검 특수부가 수많은 우여곡절을 헤치고 그러한 개가를 올리기까지는 무려 1년여의 시간과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국내외를 오가며 뿌리깊은 일본의 정경유착 구조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부정부패의 실체를 파헤친 수사진의 의지와 주변의 뒷받침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가 이 정도 각오 없이 특검제를 도입한다면 당장의 국민적 불신을 덮는 데는 성공할지 몰라도 특검제 본연의 성과를 얻기는 어렵다는 것이 알만한 사람들의 관측이다.

그럴 경우 오히려 특검제 불용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더 크다. 검찰의 수사를 믿을 수 있기 때문에 특검제가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 ‘오십보 백보’라는 차원에서 필요없다는 불용론이다.

결국 특검제 논의는 우선 어떠한 방식으로 특검의 공정성을 확보하느냐는 것에 1차적 초점이 모아져 있다. 그러나 특검제의 수사결과가 실제 실효성이 있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냐도 간과할 수 없는 고민거리이다.

여야 그리고 검찰이 이러한 점을 도외시하고 당장의 국민불신을 무마하기 위해 적당한 선에서 특검제에 합의하고 마무리한다면 우리의 법치는 또 다시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부정부패는 끝까지 파헤친다’는 본연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는 특검제법안만이 우리 법치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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