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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령모개', KBO 한달만에 정수근 징계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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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령모개', KBO 한달만에 정수근 징계해제

[프레시안 스포츠]한달새 이뤄진 중징계와 해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7일 폭행사건과 관련해 무기한 출장정지의 제재를 받았던 롯데 정수근 선수에 대한 징계를 해제했다. 정수근 선수가 충분한 자성을 했다는 점과 정수근의 복귀를 지역 야구팬들이 희망하고 있다는 게 징계 해제의 이유다.

하지만 정수근 폭행사건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무기한 출장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던 것과는 1백80도 달라진 KBO의 행보에 따가운 눈총이 쏠리고 있다.

***한달새 뒤바뀐 KBO의 중징계조치와 징계해제**

KBO는 정수근 선수 폭행사건과 관련 두 번이나 징계를 내렸다. 7월 28일 KBO는 "26일 새벽 부산 해운대에서 시민들과 시비끝에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롯데 정수근 선수에게 야구규약 제 1백47조 제2항에 의거 프로야구의 품위를 손상시킨데 따른 중징계를 검토했지만 정수근 선수가 그 동안 유소년야구 육성과 불우이웃돕기에 앞장서는 등 선행을 베풀어 온 점을 고려해 7경기 출장정지 및 3백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정수근 선수가 당시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였고 방망이로 시민을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자 KBO는 징계수위를 높였다.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 수위의 징계조치였다.

KBO는 8월 4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롯데 정수근 선수에 대해 재심의한 결과 지난 7월 28일 상벌위원회에서 부과한 3백만원 제재금과 7경기 출장정지외에 야구규약 제 1백71조에 의거해 무기한 출장정지의 제재를 추가로 부과했다"고 밝혔다. 전체 프로야구의 이미지를 훼손한 불미스러운 정수근 폭행사건에 대해 철퇴를 가하겠다는 KBO의 강경한 조치였다.

이로부터 23일 후인 8월 27일 KBO는 "정수근 선수가 본인의 과실에 대해 충분한 자성을 했고 많은 지역 야구팬들이 그라운드 복귀를 희망하고 있으며, 평소 유소년 야구지원과 불우이웃돕기를 통한 선행 및 지역 야구 활성화 등의 야구발전에 대한 공헌이 많았던 점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롯데로 이적한 정수근 선수의 복귀를 부산지역 야구팬들이 희망한다는 점은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3년연속 꼴찌를 했던 롯데가 올 시즌에도 현재 최하위로 쳐져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정수근 선수에 대해 여론이 들끓자 KBO가 내린 강경한 조치가 채 한달도 안돼서 해제됐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선수에 대한 징계 좀더 신중해야**

지난 1996년 메이저리그에서는 최고 스타급의 선수 한명이 심판판정에 불만을 품고 주심에게 침을 뱉는 일이 있었다. 사건의 장본인은 당대 최고의 2루수로 평가받던 로베르토 알로마다. 1996년 9월 27일 당시 볼티모어 소속이었던 알로마는 스트라이크 판정을 놓고 심판과 실랑이 벌이다 존 허쉬벡 주심에게 침을 뱉었다.

충격적인 사건이지만 메이저리그는 로베르토 알로마에게 5경기 출장정지라는 경미한 징계를 내렸다. 포스트시즌을 앞둔 상황에서 알로마의 출장정지는 다음 시즌에 적용됐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실했던 볼티모어와 로베르토 알로마에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부적절한 징계조치에 심판들은 포스트시즌에 동맹파업을 하겠다며 메이저리그측을 위협했고 많은 야구팬들도 등을 돌렸다. 미국의 '국기(國技, National Pastime)'로 불리는 야구의 이미지에 먹칠을 한 로베르토 알로마에 대한 분노뿐만 아니라 여론을 읽지 못한 채 경미한 제재조치를 내린 메이저리그에 대한 무언의 항의였다.

로베르토 알로마 사건은 정수근 사건과는 다른 면이 있지만 선수에 대한 징계는 신중하게 처리돼야 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폭행사건'을 저지른 정수근 선수에 대해 무기한 출장정지 조치를 취한 KBO가 채 한달도 안돼 징계를 해제할 것이었다면 애초에 무기한 출장정지 조치를 내리지 말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한달 새 이뤄진 정수근 선수의 중징계와 해제가 가시적인 효과만을 노린 즉흥적인 판단이 아니라 심사숙고끝에 KBO가 내린 결론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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