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주민들의 대량 입국에 대해 여야 정치권은 환영의사와 함께 정착 지원을 당부하면서도 이 문제가 야기할 남북관계의 파장에 대해선 입장이 크게 엇갈렸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정부의 탈북자 입국 조치를 긍정 평가하면서도 이 문제가 북한을 자극, 남북관계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 반면 한나라당은 당 지도부가 서울공항으로 마중을 나가는 등 적극적인 환영의사를 밝히며 이번 사건을 북한 인권 문제와 결부시켜 정치적 쟁점으로 치고나갔다.
***한나라당, “盧 정부 스스로 북한 인권문제 심각성 인정”**
한나라당은 탈북자들의 국내 정착을 돕기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환영을 표하며, 이번 문제를 계기로 북한의 인권문제를 정치적 이슈로 부각시키고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한동포로서 민족적 운명공동체라는 점으로 입국을 환영하고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이와 관련, ‘대북 인권 결의안’ 등 강도 높은 수위의 대책까지도 검토대상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성진 제1정조위원장과 박계동 김문수 의원 등과 함께 서울공항에 탈북자를 맞이하러 나간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탈북자에게 교육기회를 보장하고 의료비와 취업, 연금, 건강보험 혜택을 주기위해 특별법을 만들기로 했다”며 “탈북자 문제뿐 아니라 납북자 가족 문제를 함께 다루기 위해 예결, 통외통상, 보건복지, 교육 등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 10여명이 참가하는 테스크포스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탈북자 대거 입국을 결정했다는 것은 노무현 정부 스스로 북한의 인권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며 “북한 인권문제의 재고를 철저히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오 사무총장은 “북한의 인권문제는 매우 구체적으로 접근해야 하고 외국 통로를 통해 열린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며 “탈북자들의 수용시설과 정착시설이 고루 설치되도록 탈북자 수용시설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당, “정략적으로 접근하면 한반도 어려운 상황 봉착”**
열린우리당은 탈북자 정책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당부하는 가운데, 북한 인권문제를 매개로 한 한나라당의 공세 조짐을 경계했다.
최성 의원은 “이번 대량입국 사건은 그동안 ‘조용한 외교’로 처리하려던 것이 공개적으로 드러나서 정부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문제가 정치적이고 정략적으로 이용돼서는 안된다”며 “특히 한나라당에서 신중하게 접근하지 않고 정략적으로 접근하게 되면 한반도 상황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으로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 의원은 이어 “북한 역시 변화된 상황을 감안해서 이 문제를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남북 장관급 회당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논의의 틀을 통해 입장을 전달하는 등의 지혜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봉주 의원은 “우리가 유도해서 일어난 탈북도 아니고 불가피한 상황에서 발생한 탈북자들이 차곡차곡 모여들어 대거 입국한 것이니 큰 문제가 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탈북자 문제는 인도주의라는 명분과 북한과의 관계라는 실리를 모두 따져야 하는 양면적 문제”라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그는 지난해 2월 한나라당 의원들이 발의한 ‘북한 인권개선촉구 결의안’을 상기시키며 “한나라당의 대북 태도는 미 공화당 극우 매파와 일정 정도의 교감 하에서 진행되는 게 아닌가 추정된다”며 “북한의 인권을 순수히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의도를 저변에 깔고 북한 정권의 인위적 붕괴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평수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야당이 이번 대규모 탈북자 입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 것은 다행”이라며 “이제 소모적인 이념 논쟁이나 남남갈등 조장을 넘어 남북한 평화정착을 위해 국민적 지혜를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이들의 효과적인 적응 교육에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 북한을 이탈한 주민들이 우리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북한 이탈주민 보호와 정착 지원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민노당 “극우세력 정치적 공세의 빌미 돼선 안돼”**
민주노동당은 “탈북자 보호와 남북관계 모두를 살피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용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탈북자들에 대한 현지 범죄조직이나 탈북 브로커들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보호 차원에서 이들의 입국을 추진한 것은 바람직 하다”고 긍정 평가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이탈 주민 정착교육시설 확충과 정착지원 현실화 등 남한내 정착에 만반을 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대변인은 그러나 “이번 북한이탈주민 대량 입국이 최근 미 하원에서 통과한 ‘북한 인권법’과 맞물려 북을 압박하는 또 하나의 정치적 공세거리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한나라당과 일부 극우세력이 이들을 정치적 공세의 빌미로 삼았던 과거의 행태를 더 이상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량 탈북사태의 근본 해법은 이 같은 이남 입국이 아니라 북의 경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해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자국을 등지는 일이 없도록 하는데 있다”며 “따라서 북에 대한 지원과 경제 봉쇄의 해제, 북미관계의 정상화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