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김선일씨 어머님, 너무 죄송합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김선일씨 어머님, 너무 죄송합니다"

<바그다드 현지통신> 한 이라크 어머니의 사죄, 그리고 '팔루자의 어머니들'

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해 김선일씨가 끝내 피살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23일 전달, 온 국민이 비탄과 충격에 휩싸였다.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라크에 머물고 있는 한국 교민들과 군인들의 안전도 더욱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한국군 추가 파병을 앞두고 지난 3월14일 이라크에 입국, 미군의 팔루자 민간인 학살을 취재해온 윤정은씨가 바그다드에서 현지 분위기를 전해왔다. 윤씨는 김선일씨 피살 사건에 대해 한 이라크인이 "TV에서 미스터 김의 어머니 얼굴을 봤다. 너무 미안하다"며 김선일씨 모친에게 사과한 소식을 전해왔다.

그는 그러면서도 "김씨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과 분노가 곧 '전쟁'의 논리를 정당화 시키는 쪽으로 여론이 모아져서는 안 된다"면서 "내 슬픔과 분노가 커서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볼 겨를이 없어 그들에게 총을 겨눠선 안 된다는 게 이것이 9.11 테러후 미국국민이 취한 태도에서 우리에게 남긴 교훈"이라고 지적했다.

윤씨는 "미국의 끊임없는 복수와 세계지배 야욕이 대테러전이라는 이름으로 온 세계를 죽음의 사슬로 휘어감고 있다"며 "수많은 아들들을 잃어버린 이라크 어머니들의 눈물과 이번의 안타까운 일을 당한 김선일씨의 어머니와 가족의 눈물을 진정으로 함께 슬퍼하고 닦아줄 방법을 우리 모두 함께 찾아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편집자

***"슬픔이 가득한 땅, 이라크에서 편지를 부칩니다"**

김선일씨의 죽음 앞에서, 이 슬픈 현실 앞에서 이라크에서 편지를 띄웁니다.

무엇보다 이번 불상사를 당한 가족들에게, 김선일씨의 가족들의 마음이 어떨지 감히 짐작하지 못하지만, 슬픔에 빠졌을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그리고 어젯밤에 김선일씨의 죽음이 이라크 현지 방송에 보도되자마자 한 이라크 친구의 위로를 함께 전하려고 합니다. 어제 현지 방송이 나가자 마자 그동안 저와 팔루자에서 민간인피해조사를 함께 진행해온 이라크 친구가 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너무 미안하다. 그가 결국 죽었다"고 제게 거듭 거듭 사과했습니다.

저는 마음이 너무 참담해, 대답을 미루다가 나중에 다시 통화하자고, 내가 전화하겠다고 말하는데 그이가 "죄없는 사람이 죽었다. 너무 슬프다.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제서야 "당신이 그렇게 사과할 게 아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아니다. 이라크에서 이런 일을 당해서 내가 너무 미안하다."

"당신이 내게 그렇게 사과한다면 나 또한 미안하다. 한국의 군대가 이라크에 오는 것을 나 또한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

우리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전화를 건 세르민과 저는 팔루자를 함께 다녔었습니다. 지난 4월 미군의 팔루자 봉쇄와 폭격으로 7백여명의 이상의 민간인이 죽었을 때도, 그 죽음 가운데 어린이와 여성들이 헤아릴 수도 없이 많았던 그 곳을 함께 다니며, 죽은 이라크 사람들의 이름들을 기록하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김선일씨가 팔루자에서 잡혀있던 동안인 지난 주 토요일인 19일에도 그가 전화를 걸어 "또 미군이 폭격해서 20명이 죽고, 22명이 다쳤다"고 제게 알려주었습니다.

그의 집에서 30여분 거리에 떨어져있는 팔루자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죽음과 감금과 인권유린을 목격한 그가 23일 전화를 걸어서는 "텔레비전 화면에서 미스터 김의 어머니 얼굴을 봤다. 정말 미안하다"고 거듭 사죄를 했습니다.

그 또한 네 아이의 어머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들을 잃는 어머니의 눈물이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가 지난 달 내내 팔루자를 다니면서 아들을 잃은 수많은 이라크 어머니들의 눈물을 보고, 그들의 아픔을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야욕이 세계를 죽음의 사슬로 휘감고 있습니다"**

슬픔이 가득한 땅, 이라크에서 편지를 부칩니다.

이제 전쟁은 그만 두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난 역사를 배우면, 역사책에서 가장 많이 보는 것이 '전쟁의 역사'입니다. 뺏고 뺏기는 싸움. 다른 사람이, 다른 국가가 가지고 있는 것을 뺏고, 타인의 생명을 그리고 타국의 생명들을 많이 뺏는 것이 전쟁에서 이기는 길입니다.

지난 4월, 5월 두 달간 해도 1천명이 넘는 숫자의 생명이 땅위에서 스러져간 슬픔과 비극이 멈추지 않는 땅 이라크에서 고합니다.

이제 전쟁은 그만 두어야 합니다. 우리의 후세들이, 아들 딸들이 전쟁에 나가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계속 하도록 부추기는 그 어떤 말에 대해서 우리는 냉정하게 "그것은 위선이다"라고 말해줘야 하는 때입니다.

"우리의 죽음을 저들에게도 돌리자. 저들이 먼저 죽였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단호히 말해줘야 합니다. "전쟁을 선동하는 거짓말을 그만 두라"고.

이런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로 인해 전쟁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기어코 복수는 복수를 낳고, 전쟁은 전쟁을 낳았습니다.

슬픔과 분노가 우리를 가득채울 때일수록 우리는 뒤돌아 보고, 주위를 둘러봐야 합니다. 함께 슬퍼하고, 똑같은 아픔에 시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내 슬픔과 분노가 커서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볼 겨를이 없어 그들에게 총을 겨눠선 안됩니다.

이것이 9.11 테러 후 미국국민이 취한 태도에서 우리에게 남겼다면 남긴 교훈입니다.

뒤돌아보지 않고, 둘러보지 않은 미국의 끊임없는 복수와 세계 지배 야욕이 대테러전이라는 이름으로 온 세계를 죽음의 사슬로 휘어감고 있습니다.

수많은 아들들을 잃어버린 이라크 어머니들의 눈물과 이번의 안타까운 일을 당한 김선일씨의 어머니와 가족의 눈물을 진정으로 함께 슬퍼하고 닦아줄 방법을 우리 모두 함께 찾아야 할 때입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